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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평점 :
해방 이후 미국이란 나라는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나라였다. 정권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축이기도 했지만 미국에서 나오는 풍부한 물자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고 했는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625 동란시절 미군의 파병으로 공산화를 모면한 이후로는 그야말로 미국은 우리에게 선망의 나라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으로 가고싶어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향했다. 이땅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꾸게 하는 드림랜드로.
사실 미국은 넒은 땅떵어리에 근면하고 성실하면 어느정도 성공할수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가서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부를 이룬 경우가 적지않다. 하지만 그게 아메리칸 드림의 끝이라고 할수있을까. 이 책은 그런 꿈의 나라 드림랜드인 미국에 가서 산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처음에 나오는 표제작 드림랜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재로 만들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인 나는 장사는 잘되지만 범죄율이 높은 우범지대에서 도넛을 팔며 살고 있다. 언제 총알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곳. 그런데 그녀가 거기에 오기전에 기막힌 일이 있었다. 언제나 잘날꺼같은 남편과 딸을 위해서 감옥에 갔고 그 감옥에서 같은 한국인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분명 중죄인이었지만 일말의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것도 아니다. 그녀도 나도 아메리카 드림을 위해서 미국에 왔을껀데 그 꿈을 어떻게 이루게 될까.
'폭우'에서는 그냥 그 한국남자가 나쁜놈이다. 그런놈에게 속은 주인공이 참 안타깝다. 그래도 조금 행복하게 살꺼 같았는데 그것도 여의치가 않다. 끝은 행복하게 될수있을까.
세번째 이야기인 선택은 분량도 많지만 제일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다. 옛날 우리 엄마들이 했던 일들이 잘 묘사가 되어있고 그것이 결국 주인공의 일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됨을 알수있다. 여기에서는 끝에가서는 후회한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딸에게 엄청난 상처를 준 엄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엔 상상도 못할일이지만 옛날에는 그저 아들아들 아들만 노래부르고 딸은 아무렇게나 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도 같은 여자인 엄마에 의해서. 이야기는 엄마가 나를 그렇게 대하게 된 이유가 엄마의 죽음과 함께 밝혀지지만 그때 밝혀지면 뭐하나. 이미 일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데. 읽으면서도 짜증이 나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주인공이 나름 잘되서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살아있는 박제' 는 한 시골의 명민하고 지혜롭던 한 형의 이야기가 나온다. 형은 뭐든 잘하던 수재였고 모든일을 합리적으로 잘 해결하던 다정다감한 형이었다. 결국 서울대 의대까지 들어가서 앞으로가 더 촉망받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수없이 찾았으나 못찾았는 나는 미국에 가게 되고 거기서 전문사냥꾼이 된 형을 만나게 된다. 나병에 걸려서 그 병을 낫기 위해 아무말없이 미국에 가게됬다는 형. 그 똑똑한 사람이 왜 그렇게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무리는 좀 급하게 끝맺음했는거 같다. 귀국하는게 좀 뜬금없다.
마지막작품인 '나바호의 노래'는 드물게 인디언 보호 구역이 주된 배경이다. 여행 가이드인 '나'가 한 한국인 중년의 여행가이드를 했는데 그를 통해서 인생의 슬픔과 함께 그 슬픔을 벗어나서 새로운 희망으로 사는것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입장에서는 슬픈일이었지만 그래도 내일을 버틸 힘은 있을꺼 같다.
지은이도 후기에서 말했듯이 이야기가 어두운편이다. 굳이 따지자면 완전 어둠보다는 조금 어두운면이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요즘처럼 잘살면서도 미국가는 사람에 비해서 그 옛날은 그야말로 인생을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미국에 갔었을터. 그래서 그 사연도 기구한것들이 많았을것이다.
꿈의 땅에서 꿈을 이룬 사람도 많겠지만 그 속에는 많은 상처가 났을꺼란 생각도 든다. 이 책이 그런것의 한면을 보여주는거 같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중편이지만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고 줄거리가 흥미롭다. 재미있게 잘 읽힌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딱 알맞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이민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도 잘 만들어낼수 있는 작가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표지는 말 안할수가 없다. 처음에 무슨 가제본인줄 알았다. 원래 속내용을 중점적으로 보지 겉표지는 그렇게 신경쓰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 책 표지는 너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