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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풍경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많이 쓴 하이타니 겐지로의 글들은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책을 선택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글을 쓰는 작가다.

그전에 비교적 그리 길지 않은 글들을 접했는데 이번에는상당히 긴 장편소설을 읽게되었다.
등장하는 주제도 가볍지 않고 호흡도 무척 긴 소설이다.
하지만 하이타니 특유의 포근하고 따뜻한 문체에 잘 읽히는 내용이라 긴 내용에도 속도감있게 읽을수있었다.

배경은 일본의 한적한 섬마을. 어업과 농업이 주된 경제활동인 이 마을에 언젠가부터 자연이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되면서 마을의 주된 경제활동도 크게 위축이 되고 섬사람들의 삶도 팍팍해진다.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모범생이었던 '소키치'는 3학년을 올라가자 말자 학교등교거부를 하고 있다.
원래부터 말수가 적고 조용한 아이였던 그는 왜 등교거부를 하는지 주위사람에게 명확히 알리지도 않고 그 상태를 지속해나간다.
하지만 속깊은 그는 나름의 힘든 여정을 떠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부였던 아버지가 왜 어업을 그만둘려고 했는가에 대한 발자취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인격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과 환경과의 문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등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잔잔하게 잘 그리고 있었다. 소키치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자아를 소키치를 통해서 대신 찾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소키치의 여정이 주된 이야기구조이긴 하지만 이 책에선 그 여정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나온다.
명문대학을 보내는것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학교,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자연을 파괴하고 개발로 치닫는 세상, 바뀐 세상에 어찌하지 못하는 사람들.
등장인물이 일본사람일뿐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아주 비슷해서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듯해서 더욱더 마음에 와 닿았다.

소키치 이외에도 여러 등장인물들이 참 다채롭다.
소키치를 둘러싼 마을의 여러 어른들, 친구들의 이야기 또한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공동체적인 마을에서나 가능한 일일것이었다.

결국 소키치는 아버지의 참뜻을 알게되고 등교거부도 거두게 되지만 앞으로의 삶은 그리 녹녹치 않을것이다.
이미 타성화된 기존 관념을 그리 쉽게 깰수있을까.
하지만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스스로를 쌓아가는 소키치라면 그 방식대로 느리더라도 완전하게 그의 신념을 실천할꺼 같았다.

지금도 개발과 환경보전의 싸움이 치열하고 외국과의 무역협정으로 인한 농업과 어업등의 1차 산업의 붕괴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멀리 내다보고 어떤 결정을 하기란 참 쉽지 않을꺼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결국 무엇이 옳은것인가는 알게되겠지만 그 실천의지가 중요할것이다.

이 책은 꼭 청소년만 봐야할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학생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좀더 학생에게 다가가기 위해
서 선생님도 읽어봐야 할것이고 환경과 개발에 대한 생각이 있는 어른들도 읽어야 할것이다.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오랫만에 보는 마음 포근한 소설이었다.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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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푸른역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티비방송에서 드라마로 요즘 인기를 끄는 것이 황진이다. 왜 새삼스럽게 황진이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중이라고 하니 가히 황진이 열풍이 일어나는거 같다.
그런데 황진이는 누구일까?
편하게 불러왔고 많이 아는듯 했지만 실제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시원하게 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황진이란 인물에 대해서 진득하게 알고 있는것이 아니라 몇가지 인상적인 에피소드만을 알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런 가운데 황진이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나왔으니 이름하여 '나,황진이'란다. 
황진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듯한 이 도발적인 제목으로 나온 책은 탁월한 이야기꾼인 '김탁환'의 역작이다.
책의 형식은 참 독특하다.
보통 소설 형식이 아니라 황진이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구술하듯이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1인칭의 자전소설 형식인것이다.
그러나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이런 형식을 지은이는 섬세한 문장과 여러 시들, 그리고 내용을 압축해주는
수십점의 동양화 그림으로 황진이를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기생'으로서의 황진이의 모습은 여기서 보이지 않는다.
신분은 기생이었으되 실제로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사람이었고 또한 당대의 거유였던 서경덕의 당당한
제자로 자리메김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황진이는 요즘으로 치면 아주 탁월한 '탈랜트'다.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얼굴과 빼어난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황진이를 규정하는것은 그녀를 오히려 욕보이는 것일 것이다.

그녀가 더 돋보이고 멋지게 보이는 것은 그 내면에 가진 마음씨와 여러 재능들이다.
노래는 물론이요 춤도 멋들어지게 추고 시에도 능하면서도 아무한테나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자존심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정을 주는 다정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녀의 진면목은 바로 그런점에서 외적인 것을 능가하는 것이다.

한편. 이책에서는 황진이를 당시 유명한 학자였던 서경덕의 큰 제자로 묘사하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도 동문 수학했던 '허태휘'의 부탁을 받고 글을 쓰는 것으로 한 것만 봐도 제자의 한 축을 인정받고 있음이 드러난다.

사실 황진이가 활동하던 시절은 조선의 사상적인 면에서 풍부한 인물들이 배출되었던 시기였다.
그녀의 스승인 서경덕을 비롯하여 우리가 잘아는 퇴계 이황, 그리고 경상도의 또다른 대학자였던 남명 조식 등의 학파들이 생겨나서 당대의 학문을 살찌웠던 시절이기도 하다.
16세기를 마감하는 대 사건이었던 임진왜란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시기가 크게 조명받지 못하고 연구가 덜 되어 있는 차에 지은이는 황진이를 통해서 이 시대의 화려했던 문화를 부분적으로나마 살려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황진이의 그 '자유스러움'을 절절히 보여준다.
그녀의 그 뛰어난 재능과 외적인 아름다움도 현재를 관통하는 그녀의 그 자유로운 마음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가장 천하게 여겼던 기생의 신분으로 그녀가 행한 그 많은 일들은 요즘에서 생각해도 감히 따라하기 어려운 자유스러움을 보여준다.
그녀는 바로 시대를 벗어나서 그녀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는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실에 안주하고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에 비춰봤을때 그녀의 모습은 정말 멋지면서도 용감하다고 하지 않을수 없었다.

원래 이 소설은 처음에 출판되었을때 일반판과 더불어 주석판이 같이 나왔다.
주석판은 소설 창작 과정에 관련된 수백개의 주석과 작가의 의견, 참고 문헌등이 소설 본 내용보다도 더 많이 실려있어서 황진이를 좀더 입체적으로, 학문적으로 접근하게 해준다.

물론 주석판도 흥미가 있겠지만 편안히 황진이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기엔 일반판이 더 적격이라고 할수있겠다. 지은이의 의견이 아닌 황진이의 이야기가 담담하지만 열의를 가진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품격을 높여주는것은 이 책을 위해서 따로 그린 그림이다.
1인칭에서 오는 단조로움과 상상의 결여를 방지하기 위해서 적절한 삽화를 넣었는데 그것이 더욱더 책의 격을 높이고 있다.
문체 자체도 산문과 시가 적당한 탬포로 이어지면서 곱고 단아한 느낌을 받았다. 여성이 서술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보였을수도 있지만 그만큼 지은이의 낱말 선택과 문장력이 돋보였다고도 할수 있을것이다.

아무튼 황진이의 삶을 새롭게 볼수 있었던 독특하고 신선한, 고품질의 소설 한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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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몇개 국가가 남아있긴 하지만 공산주의는 몰락한지가 오래 되었다. 지금 남아있는 공산주의도 어떻게 보면 정통 공산주의는 아니다. 이미 자본주의의 물결에서 벗어날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공산당이 득세하던 시절의 이야기라...냉전 시대도 아니고 이미 용도 폐기된 시절의 사상을 바탕으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쓴데다가 그냥 소설도 아닌 논픽션 자전 소설이라고 하니 요즘 처럼 감각적이고 빠르게 읽히는 소설에 비해서 재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첫장을 펼치고 조금씩 읽어내려가면서 책은 읽어보지 않고서 예단을 하면 안된다는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언뜻보기에 공산주의시절에 살았던 이야기를 해놓은게 아닌가 하지만 사실 공산주의와는 별로 큰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자본주의와도 별 상관없이 그냥 어떤 한 사람의 아름다왔던 추억의 조각들을 펼쳐놓은 '소녀소설'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크게 별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세련되고도 섬세하게, 그리고 당사자도 아닌 읽는 사람이 그리운 마음이 들게 잘 쓰여진 글이다. 내가 만일 여자였다면 저런 소녀 시절이 있었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니깐 말이다.

주인공은 요네하라 마리라는 일본인으로 1960년 한창 냉전중이던 시절이 배경이다.
일본은 자본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이 합법적인 나라인데 주인공의 아버지가  체코의 공산당 이론 정보지의 편집위원으로 부임하게 되어서 프라하로 건너가 5년간 그 학교에 다니게 된다.

공산주의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긴 했어도 동양의 한 소녀가 서양의 환경에서 생활한다는것이 어떻게 보면 참 낯설기도 하고 어려운 점도 많았을것이다. 게다가 그때 간 나이가 10살이라는데 한창 감수성이 에민할 시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오히려 그 어린 시절에 갔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아름다왔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진실을 볼수 있었고 다시 만나기 힘든 좋은 친구들을 만났으니 어른이 되어서 가는거보다 나았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세명의 친구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나씩 풀어가면서 나중에 세월이 흐르고 냉정이 헤체되고 난뒤 옛 친구들을 찾아가는 형식이다.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인 아냐, 유고슬라비아인 야스나. 공산주의라는 공통된 사상이 있었어도 각기 처해진 현실이 달랐고 나라와 인종이 달랐기에 그들 각각의 이야기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을것이다. 그들이 다녔던 학교..자신들의 그 안락함도 결국 자신들의 사상이 가장 추종하는 가난한 인민들의 피와 땀에서 비롯되었다는것을..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공산주의가 몰락했을때는 어떤 심정이었을까...하지만 이미 그들은 공산주의가 몰락할것이란것을 알고 있었을것이다. 갑자기 망한듯하지만 그 사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순과 불안을 안고 있었으니깐.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그런 사상적인 것에 있는것이 아니다. 지은이와 3명의 귀여운 소녀들의 이야기...그들이 나누는 사랑과 우정이 중심인데 지은이 특유의 맛깔나는 문체로 재미나게 잘 읽혀졌다. 마치 옆에서 이야기해주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간간히 보이는 유모는 입가에 웃음을 띄게했다.
낯선 환경이지만 다시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겪은 지은이가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소중한 추억이 되었던 소녀시절을 보내고 30년이 지나서 다시 친구들을 찾아가는 장면에선 혹시나 못볼까봐, 혹은 못보는 친구가 있을까봐 미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안정적인 일본과는 달리 동구권은 격동의 시대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우여곡절끝에 결국 만나게 되는 순간..뭐 이산가족 상봉하는건 아니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논픽션이라서 더욱더 현실감이 있게 다가오는 책이었는데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게 뭐였을까...
케케묵은 사상에 대한 것은 아닐테고...옛 우정이었을까? 특이했던 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의 되새김질이었을까...
지나온 삶에 대한 기록이었을까...
여러가지로 해석될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아름다웠던 좋은 시절의 추억을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함께 나눌수있게 되어서 나름 기분 좋았던 책이었다.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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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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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책의 가치를 판단하는것은 물론 내용이긴 하지만 처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것은 책표지인데 이 책은 첨에 봤을때 어린이용 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내용을 읽고 보니 제목에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며서 웃음이 나왔다.

제목이 '옷이 나를 입은 어느날' 이란다. 엥? 순간 잘못 읽었나싶었다.
내가 옷을 입는게 아니라 옷이 나를 입는다라...일단 재미있는 발상이다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옷이란것이 몸을 보호하고 추위로부터 지켜주는 기본적인 의미에서 이젠 자신을 나타내는 큰 수단이 되버린 요즘같은 시대에 내가 옷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옷에 '선택당'하고 있는것이다.
멋지고 세련된 옷은 전부 다 날씬한 체형에 맞춰서 나오니 입고 싶으면 거기에 맞게 몸을 '개조'해야하니
옷이 나를 입는다는 말이 틀린게 아닐것이다.

주체와 객체가 혼란스러워진 이 시기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질 또래 집단인 10대 여학생들의 옷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이 책이다.
내용은 별다른것이 없고 나를 비롯해서 5명의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옷을 사러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을 그린 것인데 비록 어린 세대라고 해도 보통의 어른들이 가질 생각들도 골고루 표현되는것이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나 어른들 모두 비슷한 경험에 싱긋하고 웃을것인것이 옷을 사기 위해 돈을 모을때 이런저런 거짓말로 용돈을 더 타내거나 문제집 살돈으로 옷사고 해본적이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바뀌어도 형식만 다를뿐 행동들은 유전되는거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내용이 다 같지는 않을것이다. 이책에서 묘사된 청소년이 10년전의 청소년과는 또다른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요즘 아이들의 실제적인 생각을 알수 있다는것이 이책이 돋보이게 한다.

옷을 사면서도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는 애가 있는가하면 옷에 자신을 맞추려는 애도 있고 여러 모습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주인공인 나는 어느정도 자신만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주위에서 권유하는 옷에 마음이 흔들려서 사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은 꼭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지은이는 20대의 여성인데 아마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썼을것이다. 그래서인지 각 캐릭터가 살아있고 묘사가 생생하다.덕분에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옷에 관심을 갖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씁쓸한것이 있다면 옷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좋은 옷을 선망하는거 자체는 나쁘지 않은거지만 십만원이상 하는 옷들을 그냥 맘에 든다고 사버리는 것은 아직 어린 학생들의 경제적인 능력에 비해선 과한거 같다. 물론 이런 순진한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행동이 나쁘지만 그만큼 경제관념이나 경제에 관한 공부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이들이 친한 친구들인지 알았다.
그런데 이들은 가끔 만나서 옷 사는 '옷친구'였던 것이다. 원래 이런건 친한 친구들끼리 사러가는거 아니었던가? 주인공인 '나'가 보여주는 애매모호함이나 우유부담함이 다 그때문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정목적을 위해서만 만나고 더이상의 진전이 없는 그런 관계에서 삭막함을 느꼈다면 과도한 생각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10대 여학생들의 생각을 심각하지않게 밝게 재미나게 잘 그린 작품같다.
딸을 키우는 부모가 읽으면 세대간의 차이를 줄이는데 도움도 줄수 있고 대화도 더 편하게 될꺼 같다.
글도 쉽게 잘 쓰여졌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부담없이 읽을수 있다.

그러나 적은 분량에 비해서 책값이 너무 비싸다. 본문의 글자 크기도 커서 사실상 내용은 더 적은편인데 책값은 보통 소설책값과 비슷할 정도다.
청소년용 책인데도 책값을 이렇게 책정한것은 청소년들의 접근성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책값을 분량에 따라서 정하는것은 아니지만 다른 보통 책들의 책값과 너무 차이가 난다. 어린이용이나 유아용책도 아닌 청소년용인데 말이다. 이점은 잘 생각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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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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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순례'의 사전적인 의미는 '종교의 발생지, 본산(本山)의 소재지, 성인의 무덤이나 거주지와 같이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하여 참배함' 이라고 나와 있다.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참배한다는 것은 나만의 어떤 의미를 찾는다고도 볼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순례를 한다고 하면 왠지 경건하면서도 어떤 깨달음을 얻는 행위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 '순례자'는 그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아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한 구도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개인의 성찰을 주제로 많은 글을 쓴 코엘료의 처녀작이라는데 그 뒤의 책들에 영적인 모티브를 제공한다고 볼수 있는 소설이다.
지은이 자신이 긴 순례길을 떠나서 깨달은것을 책으로 쓴 것이고 그것을 밑바탕 삼아 다른 책들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별로 복잡하지 않다.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살던 한 남자가 그 위치에서 벗어나 진리를 찾아서 영적 탐색을 떠나게 된다.
이른바 '산티아고의 길'을 순례하게 되는데 그것을 안내자인 페트루스와 함께 하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걷기만 하면 되는 줄알았던 순례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지루하리만큼 끝없이 이어지고 황량한 길에서 페트루스는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지은이를 각성시킨다.
고약한 조력자라고나 할까.
아마 지은이가 그정도로 고생할줄 알았다면 그 순례길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생없이 얻는게 있을까...
결국 그는 단순하지만 중요한것을 깨닫게 되고 그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는 '검'을 찾아서 순례를 하게된다. 그럼 검이란게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검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찾아야 검이 나타나는거지 방치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으면 결국 찾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검을 가지는 것보다는 그것을 찾아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할것이다.
그 검은 바로 진리이고 자아이고 나의 또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글 자체는 그리 어려운게 아니다. 다만 내용 자체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걸어가는 과정을 그린거라 솔직히 그리 재미없을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선 지루하기도 할것이다. 책 분량도 그리 작은 것이 아니라서 지레 겁먹을수도 있다.
순례한다는 그 자체에서 자신은 그런거랑 안 맞는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냥 지은이와 함께 '여행'간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어가면 될것이다.
자신의 검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은이가 검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심정으로 편히 읽는게 좋을꺼 같다.
이 책을 읽고 무슨 거창하게 진리를 찾거나 깨달음을 얻는다는건 욕심일꺼고 그냥 지켜보는것만으로도 좋은 느낌을 가질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가지 훈련과정이 있다.
씨앗훈련,속도훈련,잔인성훈련,사자의 의식,직관을 깨어나게 하기,푸른 천체의식,산 채로 매장당하는 훈련,람 호흡법,그림자 훈련,듣기 훈련,춤의 훈련 등이 그것인데 자신이 어떤 훈련에 맞는지 생각해보는것도 재미있을꺼 같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비범한 삶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다고.
아 이 얼마나 당연하고 단순한 진리인가.
비범한 것도 결국 첨에는 평범에서 시작한것이고 수많은 평범을 거쳐서 비범에 이르는 것이다.
한순간의 노력과 땀이 쌓이는 것이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수 있는 것이고...
그러나 그것을 마음으로부터 체화하는것은 쉽지 않을꺼 같다.
그러니 순례를 떠나는 것이 아닐까...

문득 지은이가 순례했다는 산티아고의 길이 궁금하다.
어떤 길인가 하고.
하지만 그 보다는 내 자신의 산티아고의 길을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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