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첩보전 1 - 정군산 암투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의 시대 구분에서 삼국의 쟁패를 다룬 삼국의 역사는 큰 부분이 아니다. 삼국 시대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위진남북조 시대라고 한다. 그 시기가 짧았고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위상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얼마 안되는 기간 위촉오의 삼국 간의 이야기는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을 통해서 수 백년을 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불멸의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삼국지 바로 그 삼국지다.


이 소설에는 인간의 희노애락이 절절하게 잘 표현되면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재미도 있지만 많은 교훈을 준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삼국지를 분석하는 여러 책들이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게임이나 만화 등으로 관련된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콘텐츠의 원천인 셈이다. 이미 삼국지를 여러 각도에서 보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의 유비를 중점으로 하는 책과 달리 조조를 정통으로 삼는 책도 나왔고 중요 인물 별로 주인공 삼아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책들도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삼국지를 하나의 거대한 책략의 장으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첩보전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처럼 삼국간에 서로를 염탐하고 공작을 펼치는 첩보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데 신선한 느낌이 든다. 사실 첩보전이라는 것이 오늘날에 발달한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삼국 시대보다 더 오래전인 춘추 전국 시대에 활약했던 책략가 손무는 그의 유명한 책인 손자병법에서 간자 즉 간첩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서 적의 단점을 간파해서 우월한 지위를 가져서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적을 알면 언제라도 이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국 시대에도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졌으리라는 것은 상상 할 수가 있다. 이야기는 그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1권에서는 정군산전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정군산전투는 삼국시대 초기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전투다. 간신히 촉한을 세웠지만 아직 기반이 튼튼하지 않던 촉에게 이 전투의 승리는 촉이 스스로 일어설 시간을 벌어준 전투였다. 당시 승리의 행방은 위에게 더 있었다. 막강한 국력의 위였고 무엇보다 하우연이라는 맹장이 이끌고 있었기에 아무리 신예의 촉한이라고 해도 하우연의 위군을 이기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런 하우연이 대패했다. 그것도 하우연이 힘 한번 못써보고 졌고 게다가 그 자신이 죽고 말았다. 이 정도면 위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그렇다면 촉군이 그렇게나 강했을까. 촉이 약한건 아니었지만 이렇게나 위가 무기력하게 패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모든 면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위의 전력이 고스란히 노출이 되어서 군사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고 어느 부분이 약하며 어떻게 군이 전개가 될 것인가를 촉이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손바닥안에 훤히 들여다보고 공격을 하는데 이길 재간이 있을까.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한선'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그는 삼국 어디에서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촉수가 뻗어있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그는 과연 누구의 편일런지. 삼국 시대의 이야기 전개와 결말을 아는 삼국지팬으로써 정말 그가 어떻게 활동을 하게 되고 또 역사적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게 될지 흥미로왔다. 한선이 삼국을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국의 향배를 가로지르는 사건에는 첩보가 있었고 그 첩보를 배경으로 제대로 대응했는 나라가 승리했을 것이다. 그런만큼 한선이 어디까지 침투가 되고 이 비밀에 쌓인 조직을 어떻게 추적하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방대한 삼국지 이야기 중에서 중요 사건에서 어떤 첩보전이 오갔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가 되었는지를 뽑아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속도감도 있고 흡입력있었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삼국지 이야기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긴박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가 될런지 2편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찰스 디킨스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영국에서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셰익스피어에 뒤지지 않는다는 말은 그만큼 글을 잘 쓰고 그 속에 진실이 담겨 있어서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좀더 연극적인 셰익스피어에 비해서 찰스 디킨스의 작품은 처절한 현실을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이 많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거 같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나온지 꽤 되지만 많은 영화나 연극 등으로 각색되면서 사람들 곁에 있어왔다. 하지만 원전만큼은 못한 법. 의외로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은 많은데 원작 그대로의 분량으로 나온 책은 많지 않다. 내용이 그만큼 방대해서 축약한 책들이 많은 것이다. 세계 문학 전집의 형태로 나온 책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현대지성사에서 나온 책은 원전을 완역한 판본이라서 이 책의 진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야기는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인물이 나고 자라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일생을 그린 내용이다. 보육원에서 자라난 올리버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구박을 당하면서 살고 있었다. 9-10살이 되면 견습공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그도 굴뚝 청소부가 될 뻔 했지만 장의사의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힘든 시간을 겪다 못해 런던으로 도망 간다.


가족도 없고 돈도 없는 올리버가 할 일은 없었다. 그런 아이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쁜 길로 빠지게 되는데 바로 소매치기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한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얻어서 바른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 대략적인 이야기다.


이야기의 무대는 산업혁명 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도시로 몰려들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도 자본주의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고치려고 하는데 산업혁명 초기에는 윤리도 뭐도 없던 시절이었다.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노동 착취가 일반화되었던 시기였다. 당연히 인권이란 것도 없고 하층민은 그야말로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작가 찰스 디킨스는 그런 시대적 배경을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인물을 통해서 사실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작가 자신이 성장기에 런던의 구두약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고 가난한 삶을 살아야했다. 그때 보았던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때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노동착취가 행해지고 있고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정당한 노동의 댓가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각 사람들의 능력에 맞게 일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노동력이 있어도 굶는 일도 일어나는 이 시점에 올리버 트위스트의 내용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긴 내용이지만 날 잡아서 쭉 읽어 내려가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늘날에도 충분히 통할 가치가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긴 소설도 잘 쓰지만 이렇게 짧은 글 속에서도 여러가지 의미나 느낌을 잘 함축해서 잘 쓰는 작가다. 이전에 나왔다고 하는 내용인데 읽어봤던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한데 아무튼 새롭게 편집되어 나왔는데 한국 그림 작가인 이우일 작가의 그림과 함께 나와서 더 근사한 내용이 된 책 같다.

 

내용은 '양'의 나라에 사는 양 사나이가 겪게 되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다. 양 사나이 협회에서 양 사나이에게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쓰일 음악의 작곡을 의뢰한다. 양 사나이은 응낙을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다가오는데도 도무지 곡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큰일난 양 사나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양 박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양 박사는 양 사나이가 저주에 걸렸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한다. 그것은 양 사나이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에 구멍 뚫린 도넛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날은 단순히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니라 성스런 양 축제일이기도 하단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 양 박사는 양 사나이가 저주를 풀 수 있다면서 방법을 알려준다. 양 사나이는 부지런히 그 방법대로 하지만 좀 이상하긴 하다. 아무튼 단계별로 저주 푸는 방법을 시행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상황이 묘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양 사나이가 만난 사람들은 양 사나이의 저주를 푸는데 도움이 될까 방해가 될까.

 

크리스마스에 저주 걸린 양 사나이의 모험아닌 모험을 그린 이 내용은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여운이 길게 간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잘 발휘되어서 책 읽는 사람들이 양 사나이와 뜻밖의 동행을 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느끼게 하는거 같다.

 

책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고 하는데 이번에 한국어판을 내면서 한국 그림 작가의 그림을 넣었는데 이것이 신의 한 수 같다. 그림이 없이 글만 있었을때 보다 훨씬 흥미롭고 따뜻한 이야기가 된거 같다. 이우일 작가는 평범하면서도 부드럽고 가까이 느껴지는 그림을 잘 그리는데 책 속의 양 사나이를 실제 있는 존재처럼 느끼게 잘 그려서 내용과 잘 어우러진거 같다. 출판사에서 단순히 책을 옮기기 보다 이런식의 색다른 시도를 했는데 책의 가치를 더 높인거 같아서 앞으로도 적절한 형태의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현대지성 클래식 8
작자 미상 지음,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라비안 나이트는 어릴때부터 많이 읽어왔던 이야기다. 오래된 고전이라서 이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읽거나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른바 천일야화라도 불렸던 이야기. 오늘날에는 이 이야기에서 파생되어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것도 많다. 최근에 영화로 나온 알라딘만 해도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인데 영화로 나와서 엄청나게 흥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의 원전이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제법 있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는 책이 바로 이 아라비안 나이트인 것이다.

 

이 책은 천일동안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해서 천일야화라고도 하는데 셰에라자드라는 왕비가 잔혹한 샤리아르 왕을 회유하기 위해서 매일 매일 천일동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결국 그를 감화시킨것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었던 중동의 누적된 이야기를 집대성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것이다.

 

그런데 세에라자드 왕비의 일화가 사실이라고 할때 천일동안 매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도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들은 이야기를 천개나 기억하고 있는것도 어려울꺼고. 그래서인지 원작은 어느 정도 내용이 전개되고 난 뒤에 앞에 나왔던 이야기가 또 나오고 비슷하게 만든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했는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아마 샤리아르 왕은 이미 왕비에게 현혹당해서 그냥 넘어갔겠지만 요즘에는 어림없는 일. 그래서 원작의 이야기중 우리에게 알려진 이야기와 재미있게 느껴질 이야기들을 엄선해서 나온 책이 현대지성판 아라비안 나이트이다. 이 책만 읽어도 아라비안 나이트의 참된 맛을 잘 느낄 수 있을 꺼 같다.

 

우선 알라딘과 마술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 관련된 영화를 봐서인지 이 작품부터 읽고 싶어졌다. 영화나 만화와는 좀 다르긴 한데 원작이 주는 맛이 역시 깊다. 그런데 알라딘이 중국 사람이었던가? 우리가 아는 알라딘은 아랍이 배경이었는데 원작은 중국이라고 한다. 어릴때 봤던 내용이 아닌 다 커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봐서 원래의 배경을 몰랐던거 같다. 아무튼 새롭게 읽으니 어릴때 읽었던 것이 기억나기도 하고 좋았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도 어릴때 많이 읽었던 내용이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알라딘이 아니었던가? 내용을 보니 영 딴판의 내용이었는데 같이 읽으니 이어지는 내용인줄 알고 실소를 했다. 역시 원작으로 읽으니 과거의 기억이 나오면서 내용이 선명하게 읽혀졌다. 이 내용도 참 많은 장르로 재탄생했던 이야기다. 오늘날 대기업이 된 중국 마윈의 알리바바도 여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밖에 역시 만화로 많이 봤던 신밧드의 모험도 다시 읽으니 좋았고 어부 이야기나 아부 하산의 이야기등 그동안 기억하지 못해서 새롭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번 현대지성판 아라비안 나이트는 아라비안 나이트 삽화가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받은 르네 불의 일러스트가 같이 실려있어서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이미 현대에서 무수하게 확대 재생산이 되어서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가 많이 접했던 작품들의 원작이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점에서 책을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어렸을때 읽었던 내용이 수십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거보면 그만큼 원작의 힘이 강한것이 아니겠는가. 이 이야기는 그리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 아니기에 아이와 함께 어른도 같이 읽는다면 더 좋을꺼 같다. 삽화도 실려있어서 내용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이번 책만 읽어도 아라비안 나이트가 어떤 책인지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카이 마코토는 세밀하면서도 서정적인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기로 소문한 감독이다. 그의 작품은 일단 그림이 참 좋다. 실제로 있는 장소를 소재로 해서 배경을 만드는데 정말 아름답게 그려서 기본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내용은 담담하면서도 열린 결말을 내는 편인데 최근의 장편 영화에서는 좀더 재미있고 설레는 내용으로 눈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보통은 애니메이션이 나오면서 만화책과 일반 소설책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그의 초기작으 한 단편을 소설화해서 나왔다.

 

내용은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키우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사람의 시점과 고양이의 시점을 교차하면서 각각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과 반려동물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는 형식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활동에서 사실상 데뷔작에 해당한다는 작품인데 사실 애니메이션을 보지는 못했지만 구성이나 전개 방식이 딱 이 감독 스타일이라서 책 내용도 흥미롭게 읽혔다.

 

미요는 연애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초비라는 고양이가 다가오고 그로 인해 삶에 조금씩 활기를 띄게 된다. 레이나는 재능은 있지만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이 없는데 미미라는 작은 고양이가 힘을 준다. 아오이는 슬픔으로 세상밖에 나오지 않으려하지만 쿠키때문에 밖에 나오게 된다. 시노는 삶의 후반부를 아무런 동력도 없이 혼자 살아가고 있는데 존이라는 개와 함께 구로때문에 삶에 의지가 생긴다.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 요즘에는 집사라고 불리는데 아무튼 이들간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단단한 애정을 책에서는 그리고 있다. 전쟁같은 삶을 살면서 편하게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양이는 편견없는 위로가 된다.

 

한편 초비는 겉모습이 고급스러운 고양이인데 주인인 미요에게 절대충성한다. 고양이면서 주인을 애인으로 여기는 특이한 고양이다. 미미는 작은 고양이지만 초비를 쫓아다니며 사귀자고 한다. 그렇지만 아기는 다른 길고양이와의 사이에서 낳아서 그중의 하나인 쿠키가 이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끈이 된다. 구로는 집고양이가 되기 싫고 영원한 들고양이가 되고 싶어했지만 집에 한발을 들여놓은 순간 순한 집고양이가 되고 만다.

 

총 4개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각 주인과 고양이의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주고 있는데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다른 에피소드에 잠깐씩 등장하면서 모두가 하나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전개가 좋다. 영상으로 봐도 좋았을꺼지만 소설로 보니 더 많이 상상하게 되어서 더 좋은면도 있는거 같다.

 

도도한 고양이에 비해서 애교가 있는 개를 더 좋아하긴 하는데 사실 키우기는 고양이가 더 편하다.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행동하고 또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가 키우고 싶어졌다. 막 뛰어와서 안기는 개도 좋지만 기분이 안 좋을때 은근히 다가와서 옆에 있는 고양이가 참 위로가 될듯하다. 책에서 나오는 이런 고양이라면 누가 이뻐하지 않을까.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고 여건이 되면 입양해서 집사의 길을 걷기도 하는데 그만큼 고양이가 주는 정이 이뻐보여서 그런게 아닐까.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과 고양이와의 만남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포근했다. 빛의 마술사라는 호칭에 가려져있어서 그렇지 원작자의 이야기 능력도 나쁘지 않음을 잘 보여준 작품이기도 해서 앞으로 그의 작품을 이렇게 소설로도 읽어보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