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10 세트 - 전10권
시내암 지음, 김팔봉 옮김 / 문예춘추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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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4대 기서라고 하면 삼국지, 수호지, 금병매, 서유기를 가리키는데 이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삼국지이다. 위,촉,오 삼국의 쟁패를 다룬 이 소설은 조선 시대 이후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여러 명의 작가들이 삼국지를 번역하기도 해서 종류도 여러가지가 있고 무엇보다 게임으로 나와서 젊은층에도 비교적 인기있는 책이다.


그런데 4대 기서 중에서 재미로 따지면 무엇이 위일까. 네 작품을 다 읽어본 입장에서 감히 말해본 다면 수호지가 아닐까 싶다. 삼국지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진행되기에 지은이의 창작 여기가 크지 않다. 서유기는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 완전 판타지여서 그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선호되지 않고 금병매는 이야기 자체의 재미는 있으나 성적인 면이 많이 나와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을 작품은 아니다.


수호지는 역사적 배경과 인물을 등장시키기는 하지만 짧은 역사적 사실에서 흥미진진한 내용을 창작했고 많은 개성있는 인물들을 출연시켜서 입체감있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완전 허구는 아니면서 역사적 사실을 적절히 배합해서 더욱더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라서 4대 기서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다고 생각이 든다.


수호지는 중국 북송 시대를 배경으로 '송강'을 우두머리로 한 108명의 도둑 두령들의 활약상을 그린 소설이다. 단순히 도둑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협을 기준으로 난세에 저항하는 당대 인물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있어서 더 사실감을 느끼게 한다. 사실 도둑들의 최고 두령인 송강은 역사책에 여러 무리들과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이 된 짧은 이야기만 나온다. 이 내용에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 것이다. 이 108명 두령들의 희노애락이 전반적인 주가 되는 내용이다.


책은 처음에 '고구'의 등장부터 전개가 된다. 고구는 송나라 휘종 황제때의 간신으로 휘종이 단왕 시절에 만났는데 그가 축국을 잘하고 단왕의 비위를 잘 맞추어서 측근이 되었다. 그러다가 황제가 된 휘종이 차근차근 벼슬을 높여주어서 태위의 위치에 이르렀다. 그는 역사책에도 나오는데 능력은 없지만 황제와 가깝다는 이유로 고관대작이 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왜 고구가 책의 처음부터 나오느냐하면 건달 출신의 이 고구가 이후 수 많은 호걸들을 괴롭히는 최악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마치 나비 효과처럼 고구의 악행으로 인해 평범하게 살던 여러 인물들이 도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책 초반에 고구의 만행으로 왕진, 임충 등이 관직을 버리고 도주를 하게 되고 이들과 연결된 노지심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더 재미있어진다. 뒤를 이어서 호랑이도 때려 잡을 양지의 이야기가 전개가 되고 우여곡절끝에 이들이 양산박이라는 곳에 모이게 됨으로써 양산박 신화가 시작이 된다. 사실 양산박의 주인이라고 할 송강은 처음부터 나오지 않고 2권부터 나오는데 이미 전 중국에 그의 이름이 떨쳐져 있는 상태였다. 그는 의과 협을 중시하며 재물을 아끼지 않고 호걸이라면 누구에게라도 큰 정성을 다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수 많은 호걸들이 그를 흠모하고 있었다.


착하게 살던 송강이 다른 사람들처럼 억울한 모함에 빠지게 되어 도주를 하다가 양산박에 들어가게 되고 그때부터 이곳은 호걸들의 집합소가 된다. 이곳에는 송강의 이름을 듣고 들어 온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 쫓기다가 양산박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평소 송강이 눈여겨 둔 인물들을 '공작'을 통해서 모셔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의 가장 큰 약점인 식솔들을 잘 챙겨줌으로써 진심으로 귀순하게 만든다.


책은 계속해서 호걸들이 양산박으로 들어오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찌되었던 결국에는 양산박으로 오게 되는 것인데 이곳을 나라에서 가만 둘리가 없다. 안 그래도 각지의 도적들로 인해서 정부의 권위가 떨어지는데 양산박은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그 일대에서는 독립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 도적들의 소굴을 치기 위해서 여러번 토벌대를 보냈으나 모두 격퇴당했다. 그러자 대규모의 군대를 보냈지만 그것도 모두 크게 패하게 된다. 그것은 송강을 필두로 한 양산박 세력의 강대함때문인데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오용이라는 제갈공명 못지 않은 전략가가 있었고 군대에서 이름을 떨치던 많은 실력자들이 양산박 두령으로 있었기에 정부 정규군이라고 해도 그들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여러 인물들이 모이고 또 이들을 잡기 위한 관의 공격을 모두 물리치는 과정을 전개시키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108인이 모이게 된다. 사실 많은 수호지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여러 고난과 역경을 뚫고 비록 도적이지만 양산박에서 식구들과 잘 산다는 것으로 끝을 내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한 결말 말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여러 인물들중에 역사적인 인물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기도 하고 훗날의 이야기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는지 후속편이 나오게 된다. 이 책은 그 부분까지 담은 책이다.


양산박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들의 총두령인 송강은 자나깨나 정부에 귀순할 생각밖에 없었다. 그는 평생을 충의지사로 살았고 의협심이 두텁긴 해도 어쩔수 없이 도적의 수령 노릇을 하고 있을 뿐 그는 늘 황제에 충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귀순 의사를 밝혔고 의심하던 조건을 내걸고 그것을 지키면 받아주겠다고 한다. 그것은 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역적들을 토벌하라는 것이었다. 


송강은 기꺼이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양산박 세력을 이끌고 반란군을 토벌하러 간다. 전호, 왕경, 방납등을 차례로 토벌하고 송을 위협하던 요나라까지 굴복시킨다. 그래서 끝내 진정성을 인정받고 귀순해서 큰 벼슬까지 받는다. 그러나 큰 공을 세운 이들을 시기 질투하던 간신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수호지 최고의 악당이라고 할 고구를 위시한 간신 세력은 모함 날조에 능한 인물들이고 그들의 간계에 의해서 송강을 비롯해서 여러 인물들이 죽게 된다. 이미 방납이 난을 평정하러 갔을때 많은 호걸들이 죽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 인물들이 죽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 구조로 보면 양산박에 하나 둘 호걸들이 모이고 송강이 합류하면서 여러 호걸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이들을 토벌하기 위한 관군의 공격을 격퇴하면서 서서히 재미가 고조가 되다가 정부에 귀순하기 위해서 여러 반란을 평정하면서 호걸들의 죽음으로 조금씩 하락하다가 송강의 죽음으로 한순간에 급락한다. 그러다가 남은 인물들이 북송의 멸망기에 여러 활약을 하게 되고 끝내 이들만의 나라를 만들게 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사실 소설속에 언급된 양산박 세력을 보면 능히 나라를 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기에 대규모 정부군을 격퇴시키고 여러 반란과 요나라까지 섬멸할 수 있었을 것이다. 108인의 면면을 보면 왕같은 송강 아래로 오용, 공손승같은 군사 책략가와 노준의같은 지략과 배짱을 갖춘 대장군 스타일의 인물들, 그리고 능히 수만의 구사를 거느릴 장군들, 흑선풍 이규같이 무식하게 적진을 돌파할 인물들 등등 능력자들이 많다. 훗날의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도 홍건적 출신의 도적 아닌가.

하지만 역사적으로 북송은 금나라에 의해 망했기에 귀순이라는 형식으로 양산박 세력을 해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책은 흥미롭게 잘 읽었다. 어릴때 몇 번이나 읽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으니 옛날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을 평역한 사람은 김팔봉 작가인데 이미 1955년도에 신문에 연재했었던 내용이다. 이것을 책으로 낸건 1984년에 어문각판으로 냈는데 이것을 어렸을때 여러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 새롭게 나온 것이 문예출판사판 김팔봉 수호지다. 요즘은 볼꺼리가 넘쳐 나는 시대고 삼국지나 수호지의 전성기도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새 장정으로 나오니까 감회가 새롭다.


어렸을 때는 수호지 내용이 다들 비슷한 줄 알았다. 그러나 수호지도 여러 판본이 있다. 우리나라 춘향전도 여러 판본이 있듯이 수호지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내용이 비슷하긴 해도 끝나는 부분이 다르다. 108인이 모이는 것으로 끝나거나 다른 반란을 평정하고 정부에 귀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송강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도 있었었는데 이 책은 가장 긴 판본을 저본으로 삼아서 쓴 책이다. 108인의 한 명이었던 이준이 남은 두령들을 데리고 나라를 세운다는 내용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판본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108인의 호걸들을 전부 다 비슷한 분량으로 다루려면 10권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중요한 인물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것이 아쉽긴 해도 여러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극의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다양한 성격과 배경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초반에는 언급이 많이 되지 않던 이준이나 연청이 후반에 가서 중요 인물로 등장하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역사적 사실을 소설화한 삼국지에 비해서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이 더 입체적이고 개성적으로 묘사가 되어서 좀 더 사실적으로 읽게 되는 것이 수호지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여러 작가들의 번역으로 나와 있는 삼국지에 비해서 수호지는 많은 판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책 팔봉 김기진 수호지는 오래전에 나와서 절판이 되었기에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이번에 새롭게 깔끔하게 나온 이 책은 수호지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끝을 어디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있긴 하겠지만 그야말로 모든 수호지 이야기를 총집결한 책은 이 책 김팔봉 수호지 뿐이다. 수호지의 참맛을 느끼려면 팔봉판 수호지를 읽기 권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09768)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984년도에 나온 어문각판(왼쪽)과 2021년도에 나온 문예출판사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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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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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 가족이 삶을 영위한 곳이다. 사실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건물 자체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새로 신축을 했다. 1층짜리 기왓집에서 2층짜리 양옥으로. 그렇게 새로 지은 건물에서 산 지가 벌써 수 십 년. 외관도 그대로고 건물안도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세간살이가 많아졌고 관리 부실로 낡아보이는 점이 다를 뿐 옛 모습 그대로다. 학교때문에 직장때문에 수 년간 나가 살았지만 집에 오면 늘 푸근하다. 내 방은 언제라도 내가 돌아올 수 있게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기에 다시 살려고 들어왔을때도 그대로였다.


집은 그대로이지만 주위는 많이 달라졌다. 허허벌판 이다시피 했던 주위는 고층 아파트도 들어서고 다른 큰 건물도 들어섰다. 맛집도 생겨나고 촌동네같은 모습에서 뭔가 있어 보이는 동네로 바뀌고 있다. 그래도 우리집은 우리집이고 늘 같은 감정이다. 이 집에서 수십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주위가 바뀐다고 달라지겠는가. 그런데 최근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우리집도 재개발 범위에 들어간단다. 아파트를 지으면 수 억의 보상금이 나온다는데 그 돈으로 새 아파트를 살 수 있으려나. 무엇보다 아늑하고 정겨운 우리 집이 이제 흔적도 없어지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수십년의 역사가 쌓인 곳인데 그 추억의 집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느낌이 이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이 느끼는 상실감이 어쩌면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하겠다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도 비슷하게 익숙한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탁 회사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한 집에서 삶을 살았던 '바튼 도스'는 고속 도로 확장 계획에 따라서 집도 옮기고 회사도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물론 그냥 옮기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보상도 있고 회사도 적당한 곳으로 보장되고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좋다고 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스는 이 집을 떠나기 싫었다. 이집은 자신에게 너무 중요한 추억이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열심히 살아가던, 그의 인생의 절정기를 보낸 곳이었다.


무엇보다 이 집은 사랑하던 아들과 함께 살던 곳이었다. 그 아들은 몇년전에 병으로 세상을 떴기에 그를 추억하는 마지막 장소가 집이었다. 도스는 이런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집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연기하고 버틴다. 그러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인과 별거도 하고 이판사판이 된 도스는 더욱더 분노로 상황을 악화시킨다.


책은 추억이 깃든 집에 애착이 강한 한 남자가 그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집을 지키기 위해서 세상에 저항을 하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까지 해야하는가하는 생각도 든다. 글 처음에 썼다시피 익숙하고 소중한 기억이 있는 터전을 잃는다는게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란 것에 공감을 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상실감이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었다. 그에게는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것이었고 그것은 옳다 그르다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애당초 고속 도로 공사가 꼭 있어야 했던가 하는 의문에도 이르게 된다. 


이 책은 스티브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기존의 장르 소설에 능했던 그가 기름기 쫙 빼고 건조하면서도 담백하고 무거운 내용의 책을 썼는데 완전 다른 사람이 썼는것 같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굳이 스티브 킹이 썼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작가가 쓴 책이라고 여기는게 더 나을 정도다. 역시 글쟁이는 글쟁이인가 싶다. 리처드 바크만의 또 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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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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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때 쉽게 접하는 이야기였는데 이미 그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다. 어렸을때는 그냥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지 알았는데 커서 보니 어린이를 위한다기 보다는 어른을 위한 뼈있는 우화였다. 그런데 그 내용이 쉽고 짧으면서도 은근하게 주는 교훈이 있어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원전에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판에서 중역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리스 원작에서 번역을 했기에 그 가치가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유명 삽화가들의 삽화를 같이 수록을 해서 이야기의 의미를 더 쉽게 파악하게 하고 있다.


이솝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우화 작가로 그가 직접 책을 지은 것이 아니라 구전 되어 온 것을 여러 명의 사람들이 엮은 것이다. 생몰 연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이야기가 간결하면서도 교훈적인 내용이 많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그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명인들에게 인용되었고 권장 되었다. 이야기가 쉬우면서도 교훈적이기에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읽게 한 것이다.


이솝이 지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서 이 우화시리즈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엮어졌는데 이 책은 1927년에 에밀 샹브리가 간행한 것인데 이 책에는 그리스어 원문과 프랑스어 번역본이 같이 배열되어 있는데 여기의 이야기는 그동안 전해져온 이야기 중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이야기라고 한다.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이솝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은 358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간결한 내용이라서 금방 보게 된다. 어렸을 때 읽었던 내용이 다시 생각나기도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았다.

기억나는 몇 편의 이야기중의 하나는 '해와 개구리들' 이라는 내용이다. 해가 결혼을 하게 되자 모두들 기뻐하는데 개구리들이 아무 생각없이 기뻐하자 그것이 왜 기뻐할 일이냐고 힐난하는 내용이다. 해가 결혼을 해서 또 다른 해가 생기면 그만큼 자기들의 고통이 심해질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닌데 즐거워하는 지각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잘 아는 토끼와 거북이도 짧은 글을 통해서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중요함을 느끼게 한다. 이 우화는 세계 곳곳에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봐서 사람들의 이동에 의해서 여기저기로 퍼졌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많은데 당대 그리스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빗대어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 생각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수 천년 전의 그 시대 사람들의 행동이 지금에 와서도 통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책은 쉽게 쉽게 잘 읽힌다. 원래 어른용이긴 해도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정도로 쉽게 쓰여진 데다가 각 이야기의 분량도 짧아서 한 권도 금방 다 읽었다. 이아기는 짧지만 그 속의 교훈은 깊은 뜻을 담고 있어서 여운이 남는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그 뜻을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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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좡좡 지음, 문현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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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이 들어서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의 어린 나이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몸은 아이지만 머리는 어른이니까 상황에 맞게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좀 더 많이 아는 입장에서 더 많이 준비할 수 있을테니 나머지 인생도 더 편안하게 살 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것을 모티브로 삼아서 여러 문학 작품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중국 '좡좡' 작가의 이 책은 내용이 생각과 다르다. 타임슬립물이긴 하지만 SF 요소는 없고 성장 로맨스 적인 면이 많은데 주인공의 처한 상황이 신선하다. 주인공은 현대에서 한마디로 거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평법한 가정이 아니라 고아였으며 유청소년기에는 꽃을 팔거나 소매치기를 하며 살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기 결혼의 희생자가 되었고 도망을 치다가 절벽에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고대 중국으로 타임슬립이 된 것이다. 보통은 그렇게 안 좋은 삶을 살다가 시간이 바뀌면 좋은 신분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이번에는 거지로 태어난다.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일까. 그런데 전생의 기억을 갖고 다시 태어나게 되는 주인공은 '화불기'라는 이름을 얻는다. '불기'라는 이름은 모두가 너를 버려도 나는 버리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뭔가 이름에서부터 로맨스의 느낌이 오는거 같다. 성이 화씨인 거지에 의해서 길러진 불기는 그나마 그 시절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를 거둔 거지 아버지가 추운 겨울에 얼어 죽고 만 것이다. 다행히 불기는 살아남게 되고 충실한 개 '아황'과 함께 살아간다.  


아무리 거지고 혼자 남았다고 해도 전생의 어른 기억을 갖고 있기에 누구보다 민첩하고 영리하면서 세상에 잘 대처한다. 현대보다 사람들의 생각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옛날 시대에는 더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거지로 사는가 했는데 그의 출생이 그렇게 미궁에 있다는 것이 그의 삶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거지는 거지 아버지가 주워 키워서 생긴 신분이고 사실 그의 신분은 따로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여러 명의 남자들이 그와 관련을 맺으면서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우선 '막역비. 망경 막부의 작은 아들인데 젊고 잘 생기고 이쁜 여인들보다 더 이쁘다. 거기에 사업 능력도 있다. 불기를 보고서는 어딘지 뭔가 느낌이 다르다고 느끼면서도 잘 대해준다. 인연이 있는 것인지. 불기와 또 다른 인연을 갖게 될 것인지.

운랑은 막역비의 사촌인데 무공이 강하다. 어릴때부터 불기와 친분이 있는데 불기의 가족 같은 개인 아황을 죽인 큰 죄를 저지른다. 그래도 불기와의 인연은 나이 들어서도 이어진다.

그리고 연의객. 신비의 무사. 얼굴에 가면을 쓰고 다녀서 누군지 아무도 모르지만 불기가 위험에 처했을때 바람처럼 나타나서 구해준다. 그러니 불기도 그에게 마음이 간다.


불기는 좋지 않은 신분이었지만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의 신분은 자신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왔다갔다 한다. 전생에는 고아였고 다시 태어난 세상에서는 거지로 길러졌지만 명문가의 자식으로 갔다가 칠왕야의 숨겨진 왕녀가 될 뻔도 했다. 그러다가 또 죽을 운명에 처해지기도 하고 끝내 자신의 진짜 신분을 찾게 된다.


이야기는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비록 배경이 고대의 한 나라로 타임 슬립 하긴 했지만 주인공의 속 마음은 현대인이어서 그런지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지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서 알아가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약간 미스터리적인 느낌도 나게 한다. 여러 인연들과의 이야기도 나름 양념의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단순 로맨스가 아닌 권력과 관련한 여러 음모와 술수가 엮어지면서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살이를 더 극적으로 느껴지게 진행된다.


책은 재미있었다. 2권짜리 책인데 보통 책보다 안에 내용이 많아서 한편의 미니시리즈를 읽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매력적이다. 현대에 살 때 기억을 가지고 거지로 다시 태어나서부터 그의 신분과 인연 찾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찾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좋았고 여러 상황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현대에 살때 성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오래 산 것은 아닌 터. 다시 태어나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작가는 중국에서 유명한 인터넷 작가라고 한다. 사실 이름만 들어봤지 책은 처음 봤는데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좋아할 여러 요소들을 적절하게 잘 배치를 해서 술술 읽히게 한다. 여러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서 이야기가 더 다채로와졌다. 이름을 기억해 둘 중국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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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2 - 안개에 잠긴 형주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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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가장 클라이막스는 어디일까. 보통 적벽대전을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일리있는 말이다. 적벽대전을 통해서 위가 대패하면서 오와 촉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삼국지의 최고 중요한 순간은 바로 관우의 죽음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촉오 세 나라의 군주는 다들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또 나름 영웅들이긴 한데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유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조조를 무너뜨리지도 못하고 결국 조조의 후신에 의해서 촉이 멸망하긴 하지만 유비,관우,장비 이 세 사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면이 많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형주를 홀로 지키다가 결국 오나라에 의해 죽게 되는 관우 부분이 삼국지 통틀어서 제일 슬프고 중심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관우의 죽음과 함께 이성을 잃은 장비와 유비의 모습으로 인해서 더 이상 안 읽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촉나라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형주를 잃음으로써 촉한은 성장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수성의 위치만 있을수 밖에 없었다. 


형주는 오나라로 진출하기에도 좋았고 위를 공격하기에도 좋았던 지리적으로도 요충지였고 생산물자도 풍부하고 그것을 옮기기에도 좋은 전략지였기에 그것을 잃은 것은 큰 손실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한날 한시에 죽자고 맹세한 유비,관우,장비 세 사람의 운명이 이것으로 끝나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여서 형주 관우의 이야기가 삼국지 최고의 중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부에서 정군산 전투의 패배로 귀신첩자인 '한선'을 잡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인 위. 당시 각국에는 정보기관이 있었으니 위에는 진주조, 촉에는 군의사, 오에는 해번영이라고 불렸다. 이들이 한선의 정체를 밝힐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으나 그 행방을 알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위의 진주조에서 활약했던 '가일'은 위나라에서 죽을 운명이었으나 뜻밖에 한선의 도움으로 오나라로 오게 된다. 자신이 잡으려고 했던 상대에게서 구원이라. 그러나 가일은 해번영으로 와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하지만 적국의 첩보원이었던 가일에게 어딘지 싸늘한 느낌이다.


그러던 와중에 오나라 내부의 암투가 있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가일은 형주로 가게 된다. 거기에서 오나라 장수 감녕의 암살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를 벌이다가 일이 발생하면서 간자로 찍혀서 또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형주를 둘러싸는 짙은 암흑의 구름. 오나라 손권의 형주에 대한 야심이 펼쳐지게 되고 관우는 혼자서 대적을 맞이하게 된다. 이 상황의 배후에 한선이 자리잡고 있고...과연 한선은 누구의 편이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의 이야기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접목하고 큰 설명없이 지나갔던 여러 배경들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복원함으로써 삼국지와는 또다른 결의 재미를 주는 책이다. 역사적인 내용이라서 역사 소설이면서 첩보의 이야기를 담아서 첩보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궁극적인 주인공인 '한선'을 쫓는 이야기라서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삼국지라는 것과 관련없이 삼국시대가 배경인 미스터리 첩보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삼국지에서 큰 전투 위주로 넘어가서 상세한 전개 과정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전투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전개가 되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삼국시대가 배경이고 삼국지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 책이라서 삼국지를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삼국지를 이렇게도 해석해서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있게 읽을 새로운 스타일의 삼국지다. 과연 '한선'의 정체는 밝혀질까. 뒷 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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