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매컬로가 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2부에서 첫장을 열 작품은 '풀잎관'이다. 풀잎관이 뭐지?

워낙 많은 관직이 있던 로마이긴 하지만 직함에서 어느정도 직책을 유추할수있었는데 이번에는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 풀잎관은 직함이 아니라 훈장이라고 한다. 로마 최고의 군사훈장. 전장에서 만든 풀로 만들어졌고 그것을 현장에서 바로 수여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받은 사람은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엄청난 군사적인 공훈을 세운 사람에게 금과 같은 보화가 아닌 한낱 풀잎으로 관을 만들어서 준다는게 언뜻보면 이상할지 몰라도 어찌보면 최상의 관이 아닐까싶다. 가장 낮은 그러나 쓰러지지않는 풀잎은 민초를 의미하고 이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뜻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이 관을 받는 사람은 그만큼의 영예와 함께 권력도 갖게 될것이고.


아무튼 1부에서는 로마가 확장해가면서 점점 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권력을 잡기 위한 여러 암투들이 벌어지고 서서히 유력한 인물들로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였는데 2부에서는 그것이 무르익은 분위기다. 1부에서 확고한 지도자의 위상을 차지한 마리우스와, 그의 부하로써 점점 그 위치가 상승하는 술라가 2부에서의 주요한 인물이다. 마리우스는 이미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여전히 용맹하면서 정의롭게 그려지고 있고 이제 법무관 선거에 나서게 될 술라는 40대의 패기만만한 야심가로 나온다. 아마 술라의 전성시대가 곧 되지 않을까싶다.


책은 처음에 술라의 좌절을 그리고 있다. 여러가지 공훈과 더불어 인간적인 매력, 잘생긴 얼굴등의 이유로 인해서 법무관선거에서 당선이 될것이 확실시되었던 술라가 예상치않게 떨어지고 만다. 그런데 그 이유가 여자문제였다. 당시 원로원의 유력 의원의 아내와 이른바 '썸'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술라의 원치않은 추문이었는지 그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중적인 면모의 인물은 처음에 실패를 하게된다. 그러나 이 능력자가 계속 실패하지는 않을것이라는건 예상되고 결국 법무관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의 야심이 본격적으로 이번책에서 등장하게 된다.


이번 2부에서의 근간이 되는 사건은 사람들의 욕망이라고 할수 있겠다. 로마의 정복전쟁이 계속되어 영토가 커지고 속주도 생기면서 로마인과 로마외지역민의 신분적인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이탈리아인들은 로마인이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것이 여의치않게 되자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어찌보면 새로운 시민이 되고 싶어하는 신세력과 현재의 상황을 유지할려고 하는 구세력간의 전쟁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로마가 커가는데 따르는 진통이었고 또 그렇게 커가는 로마에는 새로운 법과 질서가 필요하고 수백년간 지속된 원로원 제도로는 거대한 로마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가 쉽지 않을것이라는 암시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정세를 어찌보면 잘 이용한 술라는 그 정치적인 위치가 더 공고해지게 되는데 선과 악의 두 모습을 뚜렷이 보이면서 나아가는 술라의 행보가 이 책에서 잘 다루어지고 있다. 이때를 동맹전쟁이라고 하는데 술라는 군사적인 재능과 함께 침착함과 노련함을 잃지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1부를 읽은지가 오래되었고 이 책도 띄엄띄엄 읽어서인지 전체적으로 내용이 조망이 되지 않아서 서평을 쓰는데도 몇번이나 다시 책을 봐야했었다. 거의 2번을 읽는 시간을 투자한끝에 전체적인 내용이 눈에 들어올수있었는데 다시 보니깐 역시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것을 느꼈다. 각 인물들의 내면과 행동의 묘사가 참 탁월하고 캐릭터 구축이 잘 되어있어서 생동감있게 느껴진다는것이었다. 그 위에 여러가지 사건들을 잘 버무려놓아서 로마사는 이 시리즈만 읽어도 알수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쉬운건 이 시리즈는 한번에 읽어야한다는것이다. 역사적인 사건도 많고 인물도 많아서 연속해서 읽지않으면 앞에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다가 제일 헷갈리는건 인물의 이름이 길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해서 한참 헤멜수있다는것이다. 그래도 쉽게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수있는 이야기 구조탓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곧 진도를 따라갈수 있긴 하다. 시리즈를 연속해서 본다면 좀더 로마의 속살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1부에서 마리우스가 로마가 마스터스가 되었다면 이제 2부에서는 술라가 마스터스가 될 차례가 아니겠는가. 마리우스와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술라의 전진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는 다른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이번 풀잎관 시리즈도 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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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사자 1 블랙 로맨스 클럽
송주희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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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아마 글자라는 수단이 발명된 이래로 수없이 이야기되고 노래된 주제다. 어찌보면 진부하지만 그래도 늘 새롭고 늘 신선하고 늘 호기심이 가는것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늘 겪는 이야기라서 그런게 아닐까. 사랑하고 이별한 다음 또 다른 사랑을 해도 늘 다른 느낌이 들듯이 말이다.

 

웹소설로 나름의 인기를 끌었던 송주희작가가 이번에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펴냈는데 배경이 좀 독특하다. 바로 신들이 나오는 신들이 사랑이야기다. 수메르 신화와 북유럽 신화를 결합해서 좀 더 현실적인 배경으로 재창조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내용이 진전되는거 보니 그리스 신화랑도 좀 연결되는거 같고...아무튼 하늘이 주된 장소인 특이한 배경의 로맨스 소설인데 등장 인물들이 인간과 다름없이 사랑도 느끼고 질투도 하고 싸움도 하는 그런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책표지에 나와있는데로 주인공은 남자 하나 여자 하나다. 신중에서도 왕인 오빠 카옐, 그리고 그런 오빠의 비호아래 키메라들의 나라를 통치하는 그림자왕국의 여왕 헬. 이 둘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카엘은 헬이 너무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그녀가 어떤일을 해도 다 용서가 된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안달인 상황. 뭔가 정상적인 오빠 동생 사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게 느껴질만한 사이. 그런 카엘에게 헬은 정답게 굴기는 커녕 미워하고 미워하고 또 미워한다. 댜체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이지? 의문을 생기게 한 채 내용은 전개가 되고 이 둘의 전선은 팽팽한 긴장감을 돌게 한다.

 

그러던 중 이들의 아버지이며 이 세상의 창조자인 아누는 자신과 꼭 닮은 '아담'이라는 인간을 창조하고 '에덴'이라는 땅을 준다. 그 소문이 천상계에 퍼지고 호기심어린 신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여기에 헬이 빠질수는 없을터. 아담이 대체 어떤 존재인데 그리 난리일까하면서 보러 갔다가 그냥 빠지고 만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도 관심이 갔지만 그녀에게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친절하게 대했기에 그리 빠진것이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아담을 자신의 나라인 세올로 데려오게 되고 그것으로 이 세계에 큰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책의 배경이 되는 천상계는 신화를 적절히 잘 차용한거 같다. 여기에 신들과 반목하는 거인족도 등장하고 그밖에 난장이족 그리고 헬이 다스리는 키메라들도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신화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그것이 잘 뭉뚱그려져서 주인공들이 좀더 신비로우면서도 특색있는 캐릭터로 잘 그려진거 같다.

 

배경이야 어떻든 이 책은 기본적으로 로맨스라고 했다. 그런데 이 로맨스가 뭔가 처연하기도 하고 절실하기도 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그것이 잘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헬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카엘은 그야말로 헬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다못해 저주어린 시선을 받는다. 평범한 안부의 대화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뭐가 좋다고 늘 미소를 잃지않고 화내지도 않으면서 끊임없이 헬의 주위를 맴돈다. 그저 바라만 볼수만 있어도 좋다는듯이.

 

헬 역시 크게 다를바없다. 본디 아버지 아누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나 축복받은 존재가 아니라서 흉측한 몰골로 태어났다. 그래서 누구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고 그 아버지또한 외면했다. 그의 오빠 카옐을 빼놓고. 그 뒤로 뼈를 깎는 고통속에서 자신을 가꾸어서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얼굴로 재탄생했으나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이미 그 옛날 갖은 고통속에서 마음을 닫아서 그랬으리라. 그런데 카옐은 걸린다. 무척이나 미워하지만 그 반대로 그가 없으면 뭔가 안되는거 같다. 이건 또 뭔 마음일까.

 

책은 정말 처절하다는 느낌이 올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다. 떨어지라고 난리를 쳐도 절대 떨어지지않는 카엘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그런 그를 죽어라고 내치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그를 향한 마음이 있는듯한 헬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아 정말 처절하구나 그정도로 사랑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재미난 이야기였다. 신화속 이야기를 배경으로 해서 좀더 신비롭고 특이한 느낌을 들게 했고 중간 중간 나오는 신화적인 이야기들이 글의 특색을 더 한거 같다. 각 케릭터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잘 구축이 되어 있어서 글을 읽는데도 뭔가 그림이 연상이 되는듯이 생생한 감을 주었다. 그중에서 역시 헬의 모습이 제일 사랑스러웠다. 사랑과 정을 갈구하는 그녀에게 진정한 마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대하는 행동은 순수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마음을 닫고 있었기에 표현 하는 방법이 서툴렀는데 그 서툰 마음의 표현이 오히려 순진하고 이쁘게 보였던 것이다. 이 책은 헬의 그 사랑스러움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을 유지한 힘이 아닌가 싶다.

 

신화를 배경으로 했지만 복잡하게 설정한것은 아니라서 크게 문제될것은 없었으나 도입부에 좀더 세계관이나 배경 묘사를 충실히했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뭔가 이야기가 이어지는게 어색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헬과 카옐은 캐릭터가 좋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좀 약하게 구축이 된거 같았다. 용두사미비슷한 느낌이랄까. 특히 아담의 경우 헬에게 카옐 다음으로 중요한 남자였는데 퇴장이 밋밋하게 된거 같아서 아쉽다. 아담의 그 부드러움을 좋아한 독자들은 좀더 좋게 끝났음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하다.

 

제일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은 자신을 가르키는 단어로 '저'라는 단어를 썼는데 왜 생뚱맞게 그런 단어를 썼는지 모르겠다. '내가, 나한테' 이런식의 인칭을 쓰면 될텐데 '저가' 이런식으로 표현해서 상당히 거슬렸다. 작가 특유의 문체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독성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방식이어서 왜 그리 표기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아쉬운점이 있긴 했어도 재미나게 읽을수 있었던 로맨스 이야기였다. 평범하지 않은, 슬픈듯 처절한 사랑이야기가 가을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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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존 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천년의상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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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유명한 작품 동물 농장은 전체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조소가 담겨있는 책이다. 오웰이 그 책을 쓸때는 소련 시절이었고 각 인물은 당시 소련의 지도자들을 빗댄거였긴 하지만 그것이 꼭 소련에만 국한되는것은 아니었다. 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독일에 대입해도 되고 다른 독재 정권들에게도 충분히 비유될수 있는것이었다. 표면상은 공산주의에 대한 조롱이었지만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모든 전체주의를 비난한것이 속뜻이라고 할수 있겠다.

 

책이 쓰여질 당시는 소련이 기세등등하게 미국과 함께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이었고 소련을 위시한 동구 공산권은 영원히 갈줄 알았다. 하지만 누가 소련이 무너지고 공산권이 무너질줄 알았던가. 오웰이 오래살아서 그것을 봤었더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궁금해진다.

이제 공산주의는 인간사에 전혀 유용하지 않은 이론으로 판명이 났다. 하지만 그 시초는 인간의 오랜 불평등을 개선해서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위해서 지나치게 목적을 중시했기에 기계적인 평등으로 말미암아 동물 농장의 구성원들은 더 비참한 삶을 살게 된것이었다.

 

이제 공산주의는 망했다. 남은것은 자본주의인데 그럼 자본주의가 완전무결한 이론인가? 그래서 세상사람들이 다들 행복해졌나? 이런 의문에서 쓰여진 책이 바로 이 자본주의 동물농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산주의때는 생각치도 못했던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할수 있는게 현재의 자본주의이다. 무식했던 공산주의에 비해서 개선된것도 있지만 불평등은 더욱더 고착되고 더 복잡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삶을 옮아매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쫓겨갔던 스노볼이 돌아오는걸로 새로운 농장이 시작된다. 평등을 주겠다고 약속해놓고선 자신만 살찌웠던 나폴레옹이 죽고 혼란이 계속되자 스노볼이 나타난것이다. 스노볼은 동물들에게 꿈을 꾸라고 하면서 비전을 제시한다. 풍차를 만들고 인간과의 협력을 통해서 생산성을 높여서 더 많은것을 외견상 삶이 나아진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불평등은 늘어갔고 스노볼은 또다른 나폴레옹이 되어간다. 좀더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하는것처럼.

 

동물 농장을 읽으면서 그나마 나았던것은 조지 오웰이 그렸던 그 전체주의 국가인 소련이 망하고 공산주의가 소멸했기 때문에 덜 우울했다. 그런데 이 책 자본주의 동물 농장을 읽으면서는 그 우울함이 더 짙어지는게 옷만 바뀐 전체주의가 돌아온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생겨서가 아닐까 싶다. 분명 공산주의는 생각할 가치도 없는 망한 이론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그것에 완벽하게 대응해서 좋은것이냐라고 할수없는게 문제가 있는것이다.

 

어떤 정치 이론이던 인간의 욕망을 주된 요인으로 산정하지 않는다면 절대 실패하게 되었다. 공산주의도 그것을 간과했던것이다. 콩한쪽이라도 나누면서 사는게 아니라, 콩한쪽이라도 내가 갖고 싶어하는 그 인간의 욕심 그것을 너무 쉽게 봤다. 그결과는 멸망이었고. 그에 반해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충실하게 반영한 체계다. 열심히 일하면 많이 벌고 놀면 굶어죽고.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공평하게 보이는가.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 공평이란게 진정한 공평이 아니라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바로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자는 가진걸로 더 많은걸 갖게 되고 없는자는 없기때문에 더욱 가질수가 없게 되는것이 더 심해지고 있는것이다.

 

그러한 모순과 폐해가 개개인의 단위에서 더 심해져서 국가간의 단위로 확대되었을때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것이다. 바로 미국의 911사태같은. 소련이 망하고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에게 역사상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미국만을 겨냥했겠나. 더 악화되어가는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그 불평등과 차별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나타난 현상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과연 그 이후에 그 모순이 개선이 되었나? 아니 개선할 의지나 있었나?...

 

전체주의를 풍자한 오웰의 동물 농장은 비록 그 대상이 사라졌어도 오랫동안 명작으로 읽히고 있다. 비록 국가 단위의 전체주의는 사라졌지만 개인 단위로는 얼마든지 또 생겨날수있는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명작을 패러디해서 자본주의를 풍자한 이 책은 쉽게 잘 읽히고 재미나게 잘 쓰여진거 같다. 서양에서는 오웰에 대한 모독이다라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지만 원래 명작은 후세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끊임없는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는것이 아닐까. 지은이가 오웰이 작품을 평가절하한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웰이 제기한 물음은 사라진것이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살아있음을 오웰의 작품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 경제의 문제점은 뭐 꼭 이 책이 아니라고 해도 많이 있긴 하지만 결국 이 모순점을 해결하거나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나폴레옹의 사후 혼란스러웠던 동물 농장처럼 자본주의가 무너지면 더 큰 혼란이 온다는 메시지를 준것이리라.

 

911 사태를 빗댄 쌍둥이 풍차 폭파의 에피소드에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름끼치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을 상징하는 개들이 마스크를 나누어주는 동안 기술자 염소가 말하는 장면.

 “걱정할 것 없다. 위험하지 않다.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된다."

 

아....

우리는 작년에 그 지옥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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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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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기원전 8세기 작은 무리의 사람들에서 시작해서 제국을 거쳐서 그 최후의 제국이 멸망하는 1453년까지 2천년의 역사를 가진 국가다. 이런 장구한 세월을 거친 역사이니만큼 그 영향력도 엄청나다고 할수 있는것이 현재 유럽의 문화가 이 로마의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도 할수가 있는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리스 로마 문화가 현재 유럽의 밑바탕이 된다고 볼수가 있는데 로마는 그 역사도 깊어서 이야기꺼리도 많아서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로마의 역사와 관련된 역사소설도 엄청나게 많이 있다.

 

로마의 역사을 알기 위해서는 여러 역사서를 보면 되지만 사실 방대한 사실을 알아가기에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면에서 역사를 소설화한 역사소설로 접근한다면 더 쉽게 다가갈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로마를 그린 역사소설은 수없이 많은데 그중에서는 역사를 마음대로 재단해서 해석하는 책들도 있어서 정통 로마 역사소설을 찾지가 쉽지가 않다.

 

오래전에 나온 한 소설은 아마츄어급의 내용에다가 역사를 왜곡해서 해석했는데다가 최근에는 지은이의 사상이 제국주의적인면이 있는걸로 밝혀져서 읽을만한 가치가 없다. 그랬는데도 광고의 효과인지 많이 팔렸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국내에 로마사를 충실히 반영한 진짜 로마 소설이 그동안 없었다고도 볼수가 있을것이다.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부분 부분적으로 묘사한 책은 있지만 전체 역사 즉 통사를 반영한 소설은 없었기에 그런 책도 인기가 있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로마의 일인자' 시리즈는 '진짜 로마 이야기'이다. 이제야말로 객관적이면서도 재미있고 로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킬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우선 지은이가 눈에 익는다. '콜린 매컬로'. 그 유명한 가시나무새의 원작자이다. 가시나무새는 소설보다는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 내용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었는데 바로 그 작가가 쓴 책이란다. 그런 작가가 수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함께 이 시리즈를 무려 20여년에 걸쳐 써냈다고 하니 그 정성에 감탄할 따름이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함께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그야말로 진짜 로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시리즈의 전체 배경은 기원전 110년에서 기원전 27년 사이이다. 이때는 발전을 거듭해온 로마가 갈림길에섰던 시절이다. 바로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정이 유지될것이냐 아니면 강력한 권력을 가진 황제가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정이 될것이냐의 선택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은 역시 카이사르, 시저였다.

이 책은 그 시저가 최고권력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역사 소설이다.

 

책은 시저의 할아버지때부터 시작된다. 시저의 할아버지? 

시저를 그린 많은 소설이 있지만 시저의 할아버지부터 시작하는 소설이 있었던가? 아마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점을 기점으로 자세한 전개를 하는 작품은 잘 없을것인데 이 책이 거기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이 카이사르가 필연적으로 등장할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야기하기 위함일것이다. 덕분에 좀더 카이사르가 현실감있게 느껴졌고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이 아닌 차근차근 준비된 인물임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결국에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일수밖에 없음이 책을 통해서 드러난다.

 

시저의 할아버지가 어찌보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셈인데 그와 함께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가 등장한다. 그들은 시저의 할아버지 즉, 율리우스가의 첫째와 둘째 사위가 되는데 그들은 장차 로마의 주요한 권력가가 되고 더 높은곳에 이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이들의 암투가 진짜 그 당시를 보고 쓴것처럼 세밀하면서도 치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그 시저가 활약을 할려면 좀더 있어야 하지만 그 윗시대를 배경으로 한 1권만 읽어도 충분히 로마시대를 만끽할수가 있다. 진짜 로마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뭉쳐서 깊은 내용으로 우러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작은 소품, 작은 배경, 작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큐멘터리같은 사실성과 현실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마 책의 한 페이지에는 수십권의 자료집이 녹아들어있는게 아닐까.

 

사실 로마사에 관한것은 특히 시저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소개가 되었기에 새삼스러울꺼도 없고 새롭게 줄거리를 소개할꺼도 없다. 어찌보면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볼수있는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처음 보는 배경의 소설을 읽는듯 새로운 감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뻔히 안다고 여겼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말이다. 로마의 전반에 걸쳐서 처음부터 설명한게 아니기에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로마 공화적이나 정치에 관해서 더욱더 관심이 생기는것을 보면 책의 긍정적인 면이 아닐까도 싶다.

 

대중적인 재미를 보장한 소설을 써 본 작가의 이력답게 참 재미나게 잘 쓰여진 책이다. 딱딱한 역사를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물 흘러가듯이 술술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서 허구도 섞여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로마사를 절묘하게 잘 녹여낸 수작이라고 하겠다. 한번 책을 잡으면 손에 놓기 어려울만큼 대단한 흡입력이 있는 책이다. 이번에 시리즈가 3편까지 나왔으니 한번에 읽는게 정신에 좋을듯하다. 다음편이 궁금해서 못견딜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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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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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이 온통 민영화로 난리다. 경제성을 무기로 정부에서 각종 민영화 조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철도 민영화에 이어서 의료 민영화로 또 떠들석하다. 정부에서는 결코 민영화는 아니고 주장하지만 지금 추진중인 정책들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민영화의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의료 민영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럼 왜 그렇게 이 의료 민영화를 반대를 해야하는가. 그것은 의료비로 삶의 질을 속박당하고 있는 미국의 예에서 그 실마리를 풀수 있을꺼같다.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정착이 안되고 민간 의료 보험이 활성화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와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나는 의료비다. 물론 물가도 다르고 의료 환경이나 실력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도 비슷하게 나와야할 치료비가 수십배 차이가 난다는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그런 미국식 의료 제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이 책 '내 아내에 대하여' 이다. 말 그대로 큰 병에 걸린 사람이 어떻게 치료를 하고 그 가족의 재정 상태는 어떻게 바닥이 나는지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평범한 수리공인 셰퍼드는 일평생 성실하게 수리만 하던 삶을 떠나서 안락하고 여유로운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아프리카로 갈려고 한다. 이미 수년에 걸친 답사 끝에 괜찮게 정착할 곳을 봐둔터. 부인과 자녀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여차하면 혼자라고 갈 기세다. 수십년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남은 인생을 새로운 곳에서 충분히 살수가 있다.

 

그런데 그의 계획을 일거에 박살내고 어쩌면 그의 인생도 박살을 내게 할일이 생긴다. 바로 그의 부인

글리니스가 '암'에 걸린것이다. 어쩌면 의료시설이 척박한 아프리카로 가기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된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암이란것이 어떤 병인가. 그저 간단한 감기 몸살 같은 병이 아니지 않은가.

셰퍼드가 그동안 모았던 돈은 제법 많았다. 그러니 아프리카로 이민 갈 생각을 했겠지. 그러나 암 환자에게 들어가는 돈은 그냥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들어오는 수입보다 나가는 돈이 급격이 늘었던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파국을 맞이할것이 분명한 사실. 끝내 가정이 해체될것인가.

 

이 책은 미국식 의료 제도의 허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다른면으로 봤을때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정말 어려운 처지에 속했을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위해주고 생각해줄까 하는것에 대해서. 극중의 글리니스는 인생을 헛살았나보다. 처음에는 뭐라도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얼마 안가서 연락두절되는것을 보면 겉으로만 사람을 사귀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뭐 그런 인간관계는 현실에서도 허다하게 보이지 않는가. 가족중에 한명이 중병에 걸렸을때 가족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게 아닌가한다. 평소때 보이던것과 다른 진짜 사랑이. 극중에서 뭔가 삐딱했던 사이였던 셰퍼드와 글리니스는 오히려 더욱더 돈독해지고 사랑하는 사이임을 확인하게 된다. 아마 글리니스도 그 점은 기분좋게 여기고 하늘로 떠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암이란 병이 그리 간단한 병은 아니다. 미국의 제도하에서도 어려운 병이지만 우리나라제도에서도 암투병이 오래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재벌급이 아닌 이상 평범하게 살아온 가정이라면 암보험 들었다고 해도 그 치료기간이 오래되면 쉽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오래 버티는것뿐. 미국처럼 돈이 흩어지는 속도가 느리다고나 할까. 뭐 그 때문에 가정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것이고. 어차피 불치병에 걸리면 세계 어디에 있으나 쉽지 않을것이다.

 

이 책에서는 암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간단한 맹장 수술 조차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는게 미국식 보험이다. 책 내용중에 셰퍼드가 가입되어있는(물론 직장에서 가입한 민간보험회사) 보험회사에서는 더모베이트는 처방할수없고 칼라민만 처방하게 하는 것이 나온다. 더모베이트가 더 비싼 약이라서 처방못하게 한다는것인데 거기에 당연히 셰퍼드는 반발을 하게 된다. 어쩌면 작은 예일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섬뜩한 일이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펴서 가장 최적의 약을 처방할수 있는게 아니고 처방목록중에서 골라서 처방해야한다면 환자입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답답한 일이겠는가.

어쩌면 그 장면이 의료민영화의 가장 어둡고도 무서운 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결말은 내내 어둡던 상황과는 달리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셰퍼드의 오랜 꿈인 아프리카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것이다. 같이 사는 구성원은 조금 바뀌었지만. 어찌보면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수도 있는데 작가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라는 뜻에서 쓴것일까. 묘한 느낌이 들게 하는 후반부였다.

 

미국식 의료보험에 관해서는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서 그 내용을 알게 되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무서움에 대해서 간접 경험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꺼 같다. 책 내용은 신파적이지도 않으면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바로 우리 이웃에서 벌어질만한 이야기를 잘 적어서 느끼는바도 적지 않다. 제도와 나라를 탓하기전에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드는건 또 다른 유익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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