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의 이름을 가리고 보면 딱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게 한 책. 무코다 이발소를 다 읽고 느낀 감정이었다. 지금 현재 우리의
시골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있는 풍경이 아니었을까하는.
이야기는 쇠락한 한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다. 한때 탄광도시로 이름을 날렸지만 폐광이후로 그야말로 고즈넉한 곳이 되어버린 도마자와.
여기에서 25년째 대를 이어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야스히코가 우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일찍이 대도시에서 직장을 다녔지만 이발소를 대물림하기
위해서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은 또 다른 시기. 자신의 아들만은 변화없는 도마자와에서 살지말고 더 넓은곳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런데 그 아들이 집에 돌아왔다! 그것도 이발소를 물려받겠다고. 야스히코의 어머니와 부인 모두가 기뻐하면서 찬성하지만 정작
야스히코는 떨떠름하다. 과연 아들이 그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갖고 있을지...무엇보다 점점 더 활력을 잃어가는 마을에 남아서 무엇을
얻겠다는것이지 걱정이 한아름이다.
사실 무코다 이발소가 쳐한 상황은 뭐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본다. 어릴때부터 대도시에 나가서 공부하고 직장다니고 거기에서 살다보니 시골은
점점 더 사람이 없어진다. 젊은 사람은 거의 눈에 안 띄고 나이든 사람들만 있다. 게다가 나이든 사람들도 하나 둘 세상을 뜨니 마을이 점점 더
조용해지고 활기가 뚝 떨어진다. 이런저런 이벤트나 산업 구조 개편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려고 하지만 도시화의 물결을 거스를수는 없다.그 속에서
어떤 변화를 찾아야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
마을의 이발소도 다 없어지고 무코다 이발소와 다른곳 이발소 딱 두군데만 남았다고 한다. 이발소에서 보는 세상을 책에서는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여자들이 미용실에 모여서 수다를 떨듯 이 시골에서는 무코다 이발소가 일종의 앞마당이다. 꼭 이발을 안한다고 해도 여기에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는것이다. 야스히코는 입이 무겁고 경우가 바른 사람이라서 더 사람들에게 신뢰가 가는거 같다.
책은 몇가지 중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인데 중간에 중국에서 온 신부편에서는 남일같지가 않다. 노총각으로 늙어가던 한 남자가 중국에서 신부를
구해서 결혼하게 되지만 그 자체로 마을 사람들에게 나서기가 주저한다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농촌 총각들이 그런 국제 결혼을 하고
있는것이 대비가 되었다. 사실 몇번 본걸로 문화가 다른 나라에 와서 산다는게 쉬운게 아닐것이다. 또 남편입장에서도 그런 신부를 사람들과 잘
어울리게 하는게 어려울텐데 이 책에서는 여러 주위 이웃들의 호의로 조금씩 마음을 열게되는 장면이 나온다.
제일 웃음을 짓게 한것은 조그만 술집편이었다. 쇠락해가는 마을이라서 새로 술집이 여는건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조그마한 술집이 문을
연다. 술집 주인은 과거에 이 마을에 살았던 사나에다. 도시에서 비슷한 업종을 했던 사나에가 마을에 술집을 열면서 변화없는 마을에 파장이 인다.
상냥한 사나에의 모습은 뭇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 서로 눈치를 살피면서 술집에 가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또한 변화가 없는
마을에 하나의 활력소가 되었을것이다. 물론 어떤 선 이상이 되면 안되겠지만.
사실 시골에 산다는게 쉬운게 아니다. 사생활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생활도 분명 존중받아야할 것이긴한데 이런 시골에서는 그게 어렵다.
이웃간의 정을 나눈다는 의미도 있고 유사시 도움 받을 사람의 존재가 있는것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인 생활을 해온 도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좀 성가신 느낌도 들것이다. 책에서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면서도 혹시나 너무 간섭하거나 귀찮게 하는건 아닌가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보여서 미소짓게도 했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있을수 있는 이야기라서 더 편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도 눈에 선하게
잡히고. 따뜻한 이불 아래에서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질 그런 이야기? 큰 부담없이 읽기에 좋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