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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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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그림, 르네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실제 파이프와 똑같이 생긴 그림이라고 해도 그것은 실제 파이프가 될 수 없다. 그 그림은 평면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울 수 없지 않은가? 그것은 단지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 단순히 파이프를 닮은 이미지일 뿐이다. 결국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명제에는 오류가 없다.

 우연에 의해 메일 파트너가 된 에미와 레오. 그들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마음까지 꿰뚫어 보는 시각, 섬세하고 자극적인 언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밀고 당김, 그 사이에서 싹튼 ‘사랑’의 감정은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끝없는 갈망처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간다. 그 욕망은 에미와 레오의 현실을 위협할 만큼 강렬해진다.

 사실 모든 ‘사랑’은 환상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플라톤의 말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데아의 세계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은 이데아의 속성을 닮고 있을 뿐 완벽한 이데아는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의 사랑 역시 사랑의 이데아의 속성을 지닌 이미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현실’이라는 전제에서 생각해보면, 에미와 레오의 ‘현실’은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 된다. 그것은 거짓된 것이며 허구의 세계이다.

 분명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데도 그것이 거짓이라니, 분명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 아니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것이 거짓이라니, 서로를 미치도록 원하는 두 남녀에게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그들이 환상 속에서 만들어낸 서로의 이미지는 현실을 은폐하고 변질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서로를 현실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 한 채, 영원히 ‘바깥 세상’에 둘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데 그것이 서로의 사랑을 지킬 수 있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니었을까? 비록 그것이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바깥 세상’에서만 가능할지라도 말이다.

“우린 미몽에서 깨어나는 지난한 과정을 밞아야 해요. 우리가 쓰는 글이 우리의 실제 모습, 실제 삶일 수는 없어요.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며 그렸던 많은 이미지들을 우리의 실제 모습이 대신할 수 없어요.”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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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1-1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읽으셨군요! 이 책, 정말 엄청나게 재미있죠? :)

가시장미 2009-01-12 11:51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더군요. 단숨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크크 :)

프레이야 2009-01-1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미의 절묘한 대사가 기억나요.
레오! 결혼은 모순 형용사에요.
작년에 녹음도서 낭독하며 읽었는데 신선하고 충격적이더군요.
결미에서 완전 쿵 때려서 책장을 못 덮고 벙벙했어요... 추천^^

가시장미 2009-01-12 11:51   좋아요 0 | URL
결말.. 예상하긴 했었는데.. 벙벙하긴 하더라구요. ^^
근데 전 그 결말이 더 마음에 듭니다. 가슴 아프지만...

무해한모리군 2009-01-12 20:2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결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다른 결말이었다면 구태의연했을 듯 해요.

가시장미 2009-01-12 20:27   좋아요 0 | URL
다른 결말이였다면- 그들의 사랑이 변질되어 버릴까봐.. 두렵던데요. ^^

2009-01-13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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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이제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놓고 전국 구백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모두가 널 그리곤 덥석 우릴 먹어 삼킨 우릴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긴 너무 아까워"   
                                                                            
  - 서태지와 아이들 3집, <교실이데아> 中 -

 이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노래 한 곡. 교실이데아. 그리고 그 노래를 핏대 세워 부르던 친구들과 나의 모습. 우리는 방황하고 싶었고, 스스로 생각하고 싶었고, 스스로 알아가고 싶었다. 사회나 학교가 하라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 인형이 아닌, 우리의 의지로, 우리의 생각으로 마음껏 고민하고, 마음껏 탐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것을 ‘비행’이라 하였다. 그것은 나쁜 것이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처벌받아 마땅한 것이라 말했다. 그렇게 말하던 이들은 과연 내 삶의 무엇을 책임져 주었던가? 

 등장인물 준과 그의 친구들도 그런 시간을 보낸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거쳐야 하는 시간동안, 그들은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비행’이라고 여겨질지라도, 삶의 낙오자라고 손가락질을 당할지라도,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의 삶을 책임져 주지도 못하는 다른 이들의 시선보다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모니터링 하고 객관화하려고 노력하며 ‘자아’를 탐색한다.

 황석영의 자서전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책은 ‘준’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그의 지난 시간을 엿보게 한다. 누군가에게 쉽게 이해받거나 인정받지 못 했지만, 준의 자신의 재능을 알고 있었다. 아니- 즐기고 싶었다. 하고 싶지 않은 것, 잘 하지 못 하는 것, 그것들에 투자하는 시간이 아까웠고,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꼭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주어진 시간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일탈’이 되고, ‘문제아’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나이가 조금 어릴 뿐인데, 단지 남들보다 일찍 자신을 알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저자가 살고 있었던 시대는 지났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되었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은 똑같은 문제와 난관에 직면해야 한다. 예순이 넘은 거장이 들려주는 성장의 진통, 그것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의 문제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위안을 준다. 그리고 좌절하지 말라고, 슬퍼하지 말라고, 누구든 당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져 주지 못 하고, 미래의 당신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 목소리는 ‘저항’하라는 질책의 회초리가 아니라 그 섭리를 ‘수용’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내밀어준 따뜻한 손이 되었으리라.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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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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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은 끊임없이 이해 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살아간다. 때로는 가족들에게, 때로는 오랜 친구들에게, 때로는 이미 지나간 애인에게조차도, 그러나 정작 우리가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건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 굿바이 솔로 中 -

작가도 아닌 드라마 작가, 그녀가 그녀의 삶을 담은 에세이를 썼다. 아주 사적이고 아주 개인적인 그것이 어쩌면 자신의 치부를 들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대중에게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을 들어낸 것은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사실 그녀의 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않았다. 그녀의 드라마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고 시청률이 높지 않았기에 마니아는 많았지만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종영된 <그들이 사는 세상>또한 그랬다. 그러나 난 그 드라마를 통해 지난 내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박혀 울기도 많이 울었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그렇다. 그녀의 드라마는 ‘치유력’이 있었다. 그것이 비록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을지라도 그녀와 비슷한 아픔과 비슷한 상처를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녀가 아픔과 상처를 승화시켜 만든 드라마를 통해 위안을 얻고 평온을 얻고 다시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과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다짐을 할 수 있도록 ‘치유’해 주지 않았을까?

그녀는 한 때 순정적인 여자로 자신을 다 바쳐 사랑을 했고, 그 첫사랑이 끝났을 때 다시는 순정적인 사랑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고 했다. 그리고 문득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니 그녀에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아서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고 한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미치도록 보고 싶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더니 다른 사람들도 딱 그만큼만 자신을 사랑해 주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한다. “어느 날 말로만 글로만 입으로만 사랑하고, 이해하고, 아름답다고 소리치는 나를 아프게 발견한다. 이제는 좀 행동해보지. 타일러보다.”라고. 그것이 이 책을 쓴 동기가 아니었을까?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이것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고 자신과 같이 상처받아 아픔이 두려워 사랑을 믿지 않고, 사랑을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그래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사랑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사랑만큼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도 없다. 하지만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충만하게 만들고 사람답게 만든다. 그런데도 똑같은 아픔과 똑같은 상처가 반복되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믿지도 않고,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또한 지난 20대를 그렇게 소비했으리라.

그녀가 지긋지긋하게 하는 한국드라마의 ‘순정’ 그리고 그 뻔하고 뻔한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 어쩌면 그녀는 그런 드라마가 너무 흔하고 쉽게 여겨졌으리라. 그리고 사람들은 그녀의 드라마가 어렵다고 말한다. 좀 더 쉽게 써보라고. 아마 사람들은 그녀에게 ‘순정’을 이해하라고, 자신의 내면의 상처와 나약함을 인정하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이 그녀에게 그런 기회를 열어주지 않았을까?

“남의 상처는 별거 아니라 냉정히 말하며 내 상처는 늘 별거라고 하는, 우리들의 이기(p113)” 그것을 인정해야 할 때, 비로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할 수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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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9-01-0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칙칙한 책 말고 태교동화를 읽으세요 ^^

가시장미 2009-01-07 23:45   좋아요 0 | URL
태교 동화도 많이 읽어효! 신랑도 많이 읽어주고 그래요! ^^

무해한모리군 2009-01-08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희경은 좋은데, 너무 칙칙할까 무서워서 못읽어요. 저 요즘 칙칙한 책들을 피하느라 만화책과 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있어요 ㅍㅎ
이 리뷰는 참 좋으네요. 한번 읽어볼까요?

가시장미 2009-01-08 21:57   좋아요 0 | URL
음..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드라마를 보셨는데 정말 좋더라. 다시 한번 읽고 싶더라.. 뭐 그런 생각이 들었거나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고 싶었는데 안 보셨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오는 대사 혹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그 드라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칙칙하다는 것도 관점의 차이라.. 무겁긴해도 전 참 따뜻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

Arch 2009-01-0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신랑이군요! ^^ 노희경 책은 좀 아껴서 읽고 싶어서 모른척 하고 있어요. 가시장미님 곧 상처론 이런걸로 논문 하나 쓰시는거 아닐지.

가시장미 2009-01-08 21:59   좋아요 0 | URL
크크크 상처론..-_-;;; 제가 심리학을 전공했고, 관련기관에서 상담하는 일도 해봤고, 그리고 그쪽으로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그렇긴해요. 나중에 기회되면 대학원도 가고 싶고.. 희망이 낳고 언제 기회가 될련지 모르겠네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09-01-1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 우리 동네 폐지수거일에 나온 책더미에서 노희경의 10여년전 소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주워 왔답니다.

가시장미 2009-01-10 23:07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러세요? 크크 그 책 궁금하네요. ^^ 아니 그런 횡재를~!!!
저도 가끔 폐지수거함을 뒤져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ㅋㅋ

노이에자이트 2009-01-1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희경 드라마엔 가끔 망녕든 할머니가 나오잖아요.자기 어머니 이야기예요.위의 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죠.

가시장미 2009-01-12 04:46   좋아요 0 | URL
네. 나오죠.. 자신의 아픔이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건 참 대단한 일 인 것 같아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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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을 전공했다. 전공을 공부하면서 어떤 이론이나 원리에 치중하는 수업을 들을 때마다 회의적인 생각을 했다. 도대체 어떤 학자가 어떤 이론을 내놓고 어떤 말을 했다는 것이 뭐그리 대단할까. 그들의 주장은 마치 심리학이 비과학적인 학문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되었다. 마음의 학문을 생리적인 그리고 과학적인 학문이라고 우기는 것 같다는 느낌? 물론 그런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고 탐구이지 지난 학자들의 주장이나 이론에 대한 고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건 변명일 수도 있다. 대단히 오랜 시간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4년이라는 시간동안 몇 십 권의 책을 읽고 몇 십 시간의 강의를 들은 것이 전부였는데, 그 시간조차도 게을리 했던 것을 그럴듯한 철학이 있어서 그랬다고 포장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근래에 심리학은 대중에게 꽤 친숙한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심리학과 관련된 서적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사실 그런 책들을 읽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왜 이제야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였다. 마치 작가는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처럼, 알고 있어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것은 고리타분한 전공서적에서 접할 수 있는 구태의연한 것들이 아니라 문학과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더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른 살의 독자가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에 대해 더 현명하고 희망찬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작가의 따뜻한 시각은 종래의 자기계발서에서 발견되었던 질책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곧 서른이 되는 나는 동갑내기 친구와 20대의 마지막 해에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는 서른이 되기 전에 부부가 되었으며 서른이 되면서 부모가 될 것이다.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채 어른이 되지 않았는데 중대한 역할을 강요하거나 강요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일, 사랑, 결혼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사색하고 고민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나약하기에 누구나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나 타인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한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노력조차 하지 않고 시간만 축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서른 이라는 나이는 노력 없이 보내야 했던 시간들이 보내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기에 ‘미지의 시기’로 여겨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미지의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하여- 나는 아낌없이 방황할 것을 다짐한다!

 비록 당신이 지금은 방황하고 있지만 그 방황은 당신이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괴테가 말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그러니 당신은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방황하고 있다고 해서 패배자가 된 듯 좌절하거나 움츠러들 필요가 전혀 없다.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딱 한가지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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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1-15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어려도 결혼도 육아도 저보다 선배군요. 앞으로 한 수 지도 부탁드릴께요~ ^^

가시장미 2008-11-16 03:00   좋아요 0 | URL
근데 결혼 생각은 있으신 거에요? 통 관심이 없으신 것처럼 느껴져서요. ^^ 턴형을 보았던 때... 받았던 인상이 너무 강한가봐요. 뭐라고 할까.. 그 때 받은 인상은 혼자서도 인생을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서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여자한테도 관심이 없으실 것 같았구요. 제가 잘못 봤나요?ㅋㅋ

비로그인 2008-11-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엄마가 되시는군요..
축하합니다. 가시장미님.(이제 닠에서 가시는 빼셨으면 어떠실지요..
연약한 아이 피부가 찔리면 안되거든요.. 하하)
이젠 자주 뵙지요.


가시장미 2008-11-16 03:03   좋아요 0 | URL
이히 네.. 곧 엄마가 된 답니다. 2월이 예정일이니..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근데 저도 실감이 잘 안나요. 가끔은 임신을 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다는 -_-;; 거울보고 깜짝 깜짝 놀라곤하죠 ㅋㅋ

닉을 바꾸고 싶긴한데요.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고민되어서 아직까지는 보류하고 있지요. 엄마장미, 아줌마장미.. 뭐 이런 건 촌스럽잖아요 ㅋㅋ 근데 이상하게 그런 것만 생각나요. 으흐

노이에자이트 2008-11-1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진짜 성숙해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다만 성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자와 나이만 먹는 자 두 부류로 구분은 할 수 있다는데요.

가시장미 2008-11-16 03:0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끔 나이를 어디로 드셨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대면하게 되면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한 답니다 ㅋㅋ
그래서 노력하려고 하는거죠. 나중에 저보다 어린 사람들이 절보고 그런 생각하면 곤란하잖아요. ㅋㅋ ^^;;

노이에자이트 2008-11-1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을 존경하는 것보다 내 자신이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가 훨씬 어렵죠.우리 모두 존경받는 노인이 되려면 젊을 때부터 노력해야 하죠.젊어서 새는 쪽박 늙어서도 샌다는 말을 저는 늘 명심하고 산답니다.

가시장미 2008-11-17 08:05   좋아요 0 | URL
음..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인정할 수 있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하기야.. 그래야 존경도 받을 수 있겠죠.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아침상을 차리고 신랑을 출근시키고는 오랜만에 지난 글들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제 지난 시간들은 생각보다 어둡고 심각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30대의 문턱에 들어서게 되니 관대해지고 여유가 생긴 부분이 많은데, 20대에는 뭐가 그렇게 심각하고 치열했는지 모르겠네요. 책을 읽어도 내부귀인을 너무 많이해서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리뷰를 쓰지 못했던 것 같고, 외부상황에 대한 관심보다는 온통 자아에 대한 고민으로 뒤덮였던 시간이 아니였나해요.

그런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조금 성숙해졌다면 이젠 외부로 시야를 돌리고 좀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키워야하지 않을까하네요. 오늘은 아침부터 참 생각이 많네요. 신랑 출근시키고 단잠을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올 것 같네요. ^^ 그래도 기분은 참 상쾌해요. 마음이 풍요롭고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으흐 왜 일까요?

노이에자이트님도 상쾌한 하루 시작하시길 바랄께요~!!

노이에자이트 2008-11-1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도 치열하고 심각하답니다.외부로 시야를 돌려야겠다는 결심은 바람직합니다.늘 내부로만 파고들면 성격이 이상해지고 염세주의자가 되기 쉽죠.

가시장미 2008-11-26 09:26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예전에 성격이 이상하고 염세적이었나봐요 ㅋㅋ
 
오늘의 레시피
다이라 아스코 지음, 박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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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많은 문학작품을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문화의 이질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벼운 재미 이상의 감동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게 어려웠다. 그런 경우 대부분 등장인물을 이해하거나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다이라아스코의 소설은 <멋진 하루>를 먼저 읽었는데, 작가후기를 보고 또 다른 작품 <오늘의 레시피>를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사주신 독자님, 고맙습니다. 다이라 아즈코, 이 바닥에서 마구 설칠 예정이오니, 오래오래 사랑해주세요. 서점에서 후기를 읽고 있는 당신, 듣기 싫은 말 하지 않을 테니 우선 사서 읽어주세요. 그냥 돌아가면 말이죠. 당신 나쁜 사람이에요. 잘 부탁해요.’

이 겸손하고 솔직하고 유머 있는 후기를 보라. 독자의 심리를 단번에 파악하고 소비를 하도록 속삭이는- 이 작가.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런 작가에게 현혹되거나 유혹되어 충동구매를 하는 것일지라도 다른 작품을 더 접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신혼이라 밤낮으로 요리연습을 하던 나에게 <오늘의 레시피>라는 제목도 참 친근했다. 음식과 식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하고 있었던 터라 음식을 통해 들여다보는 사랑과 사람이야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리라 여겼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참 즐거웠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그래서 본능의 모습을 하고 있고, 의식 안에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이 가능한 소재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식욕을 통해 억누르고 있거나 억압할 수밖에 없는 많은 것들을 표출한다. 그런데 그것은 본능의 속성은 지닌지라 쉽게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다. 억압하는 것과 표출되고자 하는 것의 균형이 깨지면- 의식의 반작용에 의해 회피, 합리화, 부인, 투사 등 다양한 방어기제의 형태로 표출한다.

그래서 여섯 가지 요리에 얽힌 연애 스토리는 단순하고 식상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지만 그 안에 등장한 주인공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들의 심리를 추리하다보면 결코 단순하고 식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아주 복잡하고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유머와 위트, 섬세한 관찰력으로 상황이나 심리를 잘 풀어내준 작가의 시선을 쫒다보면 소설이 아닌 내 안에 꿈틀대는 본능적인 측면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

참 많은 사람을 만났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참 많은 생각을 했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려보면 그 안에는 소설속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인간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녀서인지 닮은 부분도 많았다. 그때는 몰랐던 것이나 그때는 마냥 혼란스럽기만 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이해가 되고 정리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기회를 주었다. 내 자신과 지난 시간을 들여다보기! 그리고 그것을 유머와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분명 그럴 것이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먹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대답할 수 있을 그런 맛. 그 맛을 찾는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축복받은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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