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전공했다. 전공을 공부하면서 어떤 이론이나 원리에 치중하는 수업을 들을 때마다 회의적인 생각을 했다. 도대체 어떤 학자가 어떤 이론을 내놓고 어떤 말을 했다는 것이 뭐그리 대단할까. 그들의 주장은 마치 심리학이 비과학적인 학문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되었다. 마음의 학문을 생리적인 그리고 과학적인 학문이라고 우기는 것 같다는 느낌? 물론 그런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고 탐구이지 지난 학자들의 주장이나 이론에 대한 고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건 변명일 수도 있다. 대단히 오랜 시간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4년이라는 시간동안 몇 십 권의 책을 읽고 몇 십 시간의 강의를 들은 것이 전부였는데, 그 시간조차도 게을리 했던 것을 그럴듯한 철학이 있어서 그랬다고 포장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근래에 심리학은 대중에게 꽤 친숙한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심리학과 관련된 서적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사실 그런 책들을 읽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왜 이제야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였다. 마치 작가는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처럼, 알고 있어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것은 고리타분한 전공서적에서 접할 수 있는 구태의연한 것들이 아니라 문학과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더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른 살의 독자가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에 대해 더 현명하고 희망찬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작가의 따뜻한 시각은 종래의 자기계발서에서 발견되었던 질책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곧 서른이 되는 나는 동갑내기 친구와 20대의 마지막 해에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는 서른이 되기 전에 부부가 되었으며 서른이 되면서 부모가 될 것이다.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채 어른이 되지 않았는데 중대한 역할을 강요하거나 강요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일, 사랑, 결혼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사색하고 고민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나약하기에 누구나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나 타인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한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노력조차 하지 않고 시간만 축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서른 이라는 나이는 노력 없이 보내야 했던 시간들이 보내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기에 ‘미지의 시기’로 여겨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미지의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하여- 나는 아낌없이 방황할 것을 다짐한다! 비록 당신이 지금은 방황하고 있지만 그 방황은 당신이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괴테가 말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그러니 당신은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방황하고 있다고 해서 패배자가 된 듯 좌절하거나 움츠러들 필요가 전혀 없다.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딱 한가지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 프롤로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