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됐어 이제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놓고 전국 구백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모두가 널 그리곤 덥석 우릴 먹어 삼킨 우릴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긴 너무 아까워"   
                                                                            
  - 서태지와 아이들 3집, <교실이데아> 中 -

 이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노래 한 곡. 교실이데아. 그리고 그 노래를 핏대 세워 부르던 친구들과 나의 모습. 우리는 방황하고 싶었고, 스스로 생각하고 싶었고, 스스로 알아가고 싶었다. 사회나 학교가 하라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 인형이 아닌, 우리의 의지로, 우리의 생각으로 마음껏 고민하고, 마음껏 탐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것을 ‘비행’이라 하였다. 그것은 나쁜 것이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처벌받아 마땅한 것이라 말했다. 그렇게 말하던 이들은 과연 내 삶의 무엇을 책임져 주었던가? 

 등장인물 준과 그의 친구들도 그런 시간을 보낸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거쳐야 하는 시간동안, 그들은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비행’이라고 여겨질지라도, 삶의 낙오자라고 손가락질을 당할지라도,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의 삶을 책임져 주지도 못하는 다른 이들의 시선보다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모니터링 하고 객관화하려고 노력하며 ‘자아’를 탐색한다.

 황석영의 자서전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책은 ‘준’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그의 지난 시간을 엿보게 한다. 누군가에게 쉽게 이해받거나 인정받지 못 했지만, 준의 자신의 재능을 알고 있었다. 아니- 즐기고 싶었다. 하고 싶지 않은 것, 잘 하지 못 하는 것, 그것들에 투자하는 시간이 아까웠고,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꼭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주어진 시간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일탈’이 되고, ‘문제아’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나이가 조금 어릴 뿐인데, 단지 남들보다 일찍 자신을 알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저자가 살고 있었던 시대는 지났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되었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은 똑같은 문제와 난관에 직면해야 한다. 예순이 넘은 거장이 들려주는 성장의 진통, 그것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의 문제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위안을 준다. 그리고 좌절하지 말라고, 슬퍼하지 말라고, 누구든 당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져 주지 못 하고, 미래의 당신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 목소리는 ‘저항’하라는 질책의 회초리가 아니라 그 섭리를 ‘수용’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내밀어준 따뜻한 손이 되었으리라.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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