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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 Late Autum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어느날, 문득, 불현듯,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거리, 시선을 고정하지 못 한 채 퀭한 눈빛의 흔들거리는 한 여인, 그녀가 ‘이상’을 감지했을 때, 그 때는 이미 모든 것이 일어난 후였다. 불현듯 울려 퍼지는 싸이렌소리, 그녀의 인생의 적색신호는 옛사랑에 대한 작은 흔들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죄악으로 번져간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심을 흔드는 한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희망도, 미래도, 웃음도, 사랑도, 그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는 죄인이었다.
불현듯 그렇게 실연이 닥쳤고, 불현듯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들에게 찾아온 파국 또한 불현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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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치명적인 매력, 상처에 대한 이해
살면서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상처는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다. 맥락과 상황에 대해 모두 이해한다고 해도,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유치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남들의 상처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고, 그 어떤 글로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처의 언어가 있다. 상처의 언어가 오고가는 관계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누가 더 상처를 많이 받았느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는 그녀의 상처를 이해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도 할 수 없었던 상처의 언어를 구사한다. 치명적인 그의 매력은 근육질 몸매도, 화려한 테크닉도, 마음을 사로잡는 언어도 아닌, 바로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하고, 감싸 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모든 상처를 다 통달한 사람처럼, 재고 따지고 계산하려 들지 않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스스럼없이 내 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나 이거랑 비슷한 거 아주 많아요. 가져요.” 라고.
그가 가진 것은 비단 그 물건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는 마음의 조각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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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유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우리 나오는 날, 다시 만날까요? 이곳에서..”
지킬 수 없는 약속. 전할 수 없는 마음. 소유할 수 없는 사랑. 그들의 기억 속에 안개처럼 뿌옇게 흐려져 버린, 온몸의 전율을 느끼게 했던 키스의 장소.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그녀. 그리고 나타나지 않는, 아니 올 수 없는 그에게 건네는 수줍은 인사.
“안녕, 오랜만..”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잃어버릴 수 있는 그것을- 가슴속에서, 기억 속에서, 추억 속에서 하는 사랑은- 잃지 않을 터다. 어쩌면 현실과 타협하지 않기에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사랑. 그것은 환상 안에서 완벽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영화의 엔딩은 그렇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들의 사랑이 환상 속에서, 서로의 기억 속에서, 가슴 속에서, 해피엔딩이길 바라며.
그리고 나의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은, 잊을 수 없는 사랑에게도...안부를 묻는다.
"안녕, 오랜만.."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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