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적 변환
데이비드 헬드 외 지음, 조효제 옮김 / 창비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여기에 적는 글은 책을 읽고 나서, 감동을 받아 적는 감상문이 아닙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내 머리속에 놀고 있는 숱한 물음과 그 해답을 불러와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그렇기에 이 세계관은 내 얇은 머리에 토대를 두고 있기에, 자칫 나에게 함몰하지 않도록 유의를 해야할 것입니다. 물론 나 역시, 내 비극적 세계관이 다양성을 품고, 넓은 시선을 담을 수 있도록 항상 열려 있어야 됨을 알고 있습니다.

서론에 대해.

"지구화에 대해서는 3개의 학파들이 3가지 색깔이 있다."(15쪽)

과대지구론자(19쪽)

그들의 눈은 기업체 혹은 낭만적이다. 즉 '네오맑스주의자와 급진주의자가'가 '낙관적 견해(18쪽)'로 보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여진다. 이런 점에서 내 눈은 색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는군...음.

"'단일가격법칙'이 지배하는 완벽하게 통합된 전세계 경제를 전제"(20쪽)

회의론자들은 "일국 정부가 국제적 상황에서 무력화 되기는 커녕 국제적 경제 활동을 규제하고 촉진하는데 점 점 더 중심적 역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21쪽)"한다. 이는 거대국가, 비만국가, 힘의국가, 강패국가인 미국을 볼 때에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생각 되어진다.

지구화의 개념과 지구화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점은 현 상황에 대한 '직시'가 중요하다. 즉 한미 FTA에서 보여지듯, 그들의 자유무역협정이 상대방에 대한 이익의 배려인가, 자국의 이익 우선인가를 점을 읽으면 된다. '과대지구론자들' '변환론자'처럼 지구화가 새로운 대안체제라면 지금 이루어지는 모든 협의나 행위가 공공의 이익(지구촌 다수의 사람이나 훨씬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대한 배려)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제1 장 영토국가와 지구적 정치.

여기에는 어떤 시선이 들어가지 않는 객관적인 듯 해 보이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지구화에는 주관적(힘의 논리)위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지은이는 이런 점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며-제 학파의 개념에 대한 세계관을 잉태하지 않은 체, 물 위의 흐름만 읽어낸다. 이는 양비론적 입장에 서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자기 색을 던져주지 않기에, 치열하게, 책을 읽으면서 내 눈에 비친 현실을 불러 넣어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내 눈은 이런 점에서 '회의적 시야'에 가깝다)

"국제기구와 국제조직의 발전이 세계 정치의 우선 결정 구조에 중요한 변환을 가져왔다.(중략) 그뿐만 아니라, 1946~75년 사이에 정부관에 효력을 미치는 국제조약의 수가 6,351개에서 14,061개로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정부간 기구를 포함하는 국제조약의 수 역시 623개에서 2303개로 늘어난 점도 흥미롭다."(95쪽)

수의 늘어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주체가 누구이며 조약이 이루어졌을 경우 혜택을 보는 입장은 누구인가가 대단히 중요하다.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이 상대적 혹은 절대적 우위에 놓인 조약에 대해 이야기 했다. 즉 무늬는 국제적 조약이지만 힘의 주체는 미국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서로 간의 협약이지만, 그 힘의 논리에서는 미국이 장악하고 있으며 여타의 나라는 들러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UN이라는 국제 조직 기구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을 보면 국제 조약의 의미는 평화시에만 유효함을 알 수가 있다.

지은이는 [전지구적 변환]을 논의하면서 역사적, 실증적 논의를 풀어내고 있다.

"이런 모든 변화상은 순수한 국가중심적 정치에서 벗어나 다층화된 지구적 공치의 새로운 복합형태로 나아가는 변화추세를 명백히 보여준다. 현재의 역사적 국면에서는 다중적, 중복적 정치활동이 진행되고 있다"(138쪽)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내 마음의 문제이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선을 딛지 않고 맹목적으로 내가 바라보려는 곳으로 보는 것은 개인적 행복을 가져다 줄지 몰라도 사회적 책임은 남겨두게 된다. 나는 현실이 어떻한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 위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지은이의 시선과 닮았지만 현실에 대한 '세계관'은 조금 차이가 난다고 느겨진다. 그는 스스로 말하지 않고 있지만 '과대지구론자'와 '변환론자'적 색채를 머금고 있다.
* 인권 부분(112-118쪽)에서 상당한 '희망적 논의'를 펼친다.

제2장 무기 수출에 따른 역학 부분

"이로써 세 가지 중요한 정치적 결과각 초래되었다. 첫째, 자원만 있으면 모든 나라에서 최신식 무기씨스템을 비교적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무기구매자는 끊임없이 무기공급처의 다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셋째, 무기거래의 효과적 통제를 위해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게 되었다."(177쪽)

지은이는 무기수출에 따른 집중도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산별적으로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60개국, 그 밖에 보호령 또는 식민지가 60여곳(178쪽)"이라고 말한다. 즉 이는 아주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무기 수출에 따른 비중이 독과점수준이라면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한 나라의 무기 수출과 정치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를 수입하는 나라가 제 3세계이거나 개발도상국인점? 독과점으로 인해, 국제 정세가 끌려가지 않는가하는 논의 등이 빠져있다.

그는 현상황의 흐름만 그려내고, 그 밑(-토대)에 깔린 역학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음이 보여진다. "무기공급 상위 6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은 "25개국"에 90%이상의 무기를 팔아먹고 있다.(184쪽) 과연 상위 6개국의 무기 수출과 25개구의 무기 수입관계 속에 지구화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역사를 데리고 와서, 길게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지구화가 누구의 손에,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점은 때어놓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실증적 논증만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읽어가는 그의 책은 계속적인 '실증적 논증'의 서술과 반복으로 인해 지루해진다. 그람시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화는 누구의 헤게모니로 가속화 되고 있는가 궁금하다.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 전세계 무기지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했고, 두 초강대국만 따져보아도 전세계 군사지출 총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180쪽)
* 1960년대 ~1990년, 소련의 해체전 시기까지

"양대전 중간시기에는 무기 이전 체계의 범위가 분명히 지구적이었지만 현대에는 그 체계가 훨씬 집중적이고 다자간 규제의 대상이 되며 무기확산의 특유한 매커니즘을 반영하면서도 고도로 제도화된 국가간 외교와 외교정책 양상을 보인다."(208쪽)

모든 논의는 위에서 한 발 짝도 나오지 않고 있음이 보여진다. 안타깝다. 이런 시선이 무역에서도 이어진다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혹시라도 내 눈이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원칙적으로 무역은 한 나라의 복지에 순익을 가져오므로, [일국내에서]이익이 손해를 벌충하고도 남는다. 이런 점에서 더 개방된 경제권이 일반적적으로 더 큰 규모의 복지국가라는 사실은 놀라울게 없다."(285쪽)

그의 입장은 보호무역에 상당한 거부와 친자유무역에 대한 깊은 호감을 보인다. 보호무역은 '파편화'되었고, '무역자유화를 향한 전세계 추세'가 진행되고 있음을 역설한다. 이러한 논의는 친자유무역이 '복지국가'라는 공식으로 다가선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앞서도 논의 했지만, 과연 자유무역을 요구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체, 자유무역으로 인해 3차 산업으로 전략하고, 금융 서비스는 선진국, 강대국에 독점되는 모순적 상황은 논외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 』에서 보여지는 강대국들의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의 갈아타기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는 않았다. 분명 위에 논의한 부분까지 읽었음을 밝힌다. 아울러 지은이의 기술 방식이 역사적, 실증적, 논증적, 객관적인 관계로 보여지지만 간혹 지구화가 필연적이며, 자유무역이 복지국가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로 표현함에는 견해를 달리한다. 나는 그의 실증적, 논증적, 학문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지만 학자가 아닌 나는 그 많은 숫자가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러한 전지구적 변화를 주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궁금하다. 하지만 지은이는 함구하고 있다.

추신 :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
① 옮긴이의 말을 유심히 따라가본다. 그는 전체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긍정적인 면을 상세히 그려넣었다.
② 내가 가장 관심가는 분야의 글을 읽어본다. 그와 나와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인다.
③ 읽어가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답을 얻은 다음 진행을 한다.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대학 교수가 칭찬해도, 세계 석학이 옳다고 해도 내 머리가 작아 그들의 말을 받아 들이지 못하면, 내게 맞는 책이 아님을. 어린이에게 세계 명작이나 수학 정석을 주면 무리가 아닌가.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집을 볼 요량으로 책꽃이 한 구석에 놓아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천 2006-07-1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같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독서가 아니겠죠. 그냥 글만 머리에 붓고 책이름을 줄줄이 외우고 남에게 떠벌리는 사람이 되겠죠... ^^;
 

☎손석희 / 진행  :
오늘 아침에 보도를 보면 미국산 칼로스 쌀이 처음엔 그렇게 안 팔리다가 이제는 가격 경쟁력이 생기니까 아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런 기사가 나왔는데 역시 한미 FTA로 인해서 가장 충격이 크고 또 따라서 반발도 가장 큰 분야가 쌀을 포함하고 있는 농업 분야이겠죠. 오늘 특집 ‘한미FTA를 말한다’ 세 번째 시간인데 농축산물과 위생검역 부분을 점검해보겠습니다. 오늘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를 연결했습니다. 당초에 저희들이 어제 그제 해왔던 것처럼 상대편인 정부 측 인사를 모시려고 했는데 협상이 진행 중이라서 인터뷰가 불가능하다,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한분하고만 잠시 얘기 나누겠습니다. 여보세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예, 안녕하세요. 

☎손석희 / 진행  :
송기호 변호사님 안녕하시죠?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예. 

☎손석희 / 진행  :
커틀러 미국 협상대표가 엊그저께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쌀의 한국 수출을 위해서 한국 측에 조금 더 증가된 시장 접근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미국의 협상 전략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고요. 예외 없는 쌀의 시장개방을 요구할 것임은 분명히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반대로 쌀만큼 지키겠다,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가능할까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요. 이 문제는 먼저 쌀 개방은 한미 FTA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우리가 명백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요. 현재 한국 쌀 개방은 예외로 한다는 것이 WTO의 규정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규정 속에서는 미국이 FTA를 통해서 쌀 개방을 요구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우리가 쌀을 가령 지금 WTO 규정에서 쌀을 개방을 하려고 한다면 쌀 관세율을 정해야되는 거구요. 그런데 이 관세율을 얼마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은 WTO 협상을 통해서 해결해야 됩니다. 쌀을 개방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하느냐, 이렇게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요. 일본의 98년도 예를 들면 일본이 98년도에 쌀을 개방하면서 쌀 관세율을 약 800%, 그러니까 수입가격의 약 8배의 관세율을 일본이 WTO 회원국들에게 통보를 했죠. WTO 규정에 의하면 이렇게 관세율 통보를 3개월 동안 WTO 회원국들은 이걸 검토를 하고요. 이의를 제기해서 일본과 협상을 다시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가 지금 쌀 개방 예외로 돼 있는 WTO 규정 아래에서는 쌀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고 WTO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문제입니다.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지금 송 변호사님 말씀대로라면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쌀 문제를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는 얘기인가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그렇습니다. 미국의 다른 주장, 예를 들어서 쌀 개방 대신에 쿼터를 늘려달라, 그런 정도의 주장은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렇게 쿼터를 일부 늘려주는 문제도요. GATT 규정에 보면 어느 특정국에게만 100% 쿼터를 부여하는 것은 GATT 규정 위반입니다. 따라서 이번 FTA에서 미국이 쌀에 대해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결정적인 제약이 있는 구조이다, 이런 점을 명백히 하고 싶습니다. 

☎손석희 / 진행  :
커틀러가 얘기한 조금 더 증가된 시장접근의 요구, 이게 그러면 쿼터의 확대, 일정 부분의 확대, 이런 걸 얘기하는 걸까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그렇죠. 미국이 과연 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러한 미국 측 요구사항을 명백히 우리 정부가 밝혀야 됩니다. 마치 지금 미국이 한국쌀에 대해서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오해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그런 판단입니다.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에 따르면 쿼터의 일정 부분의 증가도 결국은 GATT 협정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번 FTA에서는 그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인데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그렇죠.

☎손석희 / 진행  :
예. 미국이 그걸 모르나요, 한국 정부는 그걸 모를까요? 서로 다 아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증가된 시장 접근을 요구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쌀만큼은 죽어도 안 된다 라고 얘기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미국측 입장에서는 다른 어떤 협상의 이득을 위해서 충분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문제는 우리측의 입장인데요. 우리가 지금 쌀이 마지노선이다, 또는 쌀을 지키면 성공한 협상이다, 이런 식의 전략을 우리가 지금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정부가 그걸 모르는 겁니까?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얘기함으로서 호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정확한 정부의 입장은 오늘 정부측이 나오면 제가 그 점을 명백하게 짚고 싶었는데요. 무슨 말씀이냐 하면 한미 FTA가 성공한 것이냐, 실패한 것이냐, 그 이득과 손실을 우리가 따지게 될 때 쌀이 거기에 올려져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요. 오히려 더 중요한 미국의 반덤핑제도라든지 섬유 원산지라든지 또 투자자정부제소와 같은 이러한 중요한 다른 쟁점들이 한미 FTA의 중요한 마지노선이 돼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손석희 / 진행  :
예, 알겠습니다. 투자자정부제소 문제는 어제 다룬 바가 있고요. 오늘 농축산물 위주로 가기로 했는데 그렇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 정부가 그렇다면 마지노선으로 지켜야될 부분이 쌀은 일단 제외하고요. 지금 말씀에 따르자면. 다른 부분에서 어떤 것이 있을까요, 농축산물 가운데?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지금 쌀보다도 우리 국내에 생산액이 더 많은 분야가 축산이고요. 또 과일 분야도 우리 농업 분야에서 중요한 분야입니다. 또한 마찬가지로 위생검역에 우리 정책 권한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이러한 세 가지 영역이 더 중요한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석희 / 진행  :
특히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해 가지고는 위생 검역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오를텐데 이 부분에 있어서 지금 어떻게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건지 혹시 파악하고 계신지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저 역시 협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고요. 단지 언론이라던지 또 개별적으로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일단 미국이 한국의 위생검역 제도에 전반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인 통로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별도의 한미간 위생검역 현안을 처리할 수 있는 위원회를 상설위원회를 두자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죠.

☎손석희 / 진행  :
우리는 접촉 창구만 두자,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무슨 차이점이 있나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이것은 굉장히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미국측 주장처럼 그런 공식위원회를 두게 되면요. 일단 정기적으로 회의를 해야되는 거구요. 또 그 위원회의 구성상 상당히 높은 고위직이 그 위원회를 차지할 가능성이 많고요. 또 그 위원회의 어떤 논의 결과에 대해서 구속력이 상당히 높아지게 됩니다. 지금 미국이 위생검역을 요구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광우병 쇠고기는 이미 해결을 시켰고요. 사과라든지 배, 복숭아를 포함해서 약 10개의 품목에 대해서 위생검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단 말이죠. 만약에 미국의 조항처럼 이런 별도의 위원회, 공식적인 위원회를 두게 되면 한국의 위생 검역 제도에 대해서 미국이 관여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인 통로가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에,

☎손석희 / 진행  :
자신들의 수출에 유리하게 어떤 기준을 완화한다라든가 그런 것들이 위원회를 통해서 가능해진다는 말씀인가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쌀 문제보다도 이런 위생검역의 문제에 정확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손석희 / 진행  :
그리고 아까 잠깐 말씀하실 덤핑수출 문제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 FTA에서 꼭 해결해야된다 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그건 어떤 얘깁니까?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미국이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가격 경쟁력이라는 것은 사실은 미국이 2차 대전 대공황 때부터 유지해온 미국 농업보호정책의 산물이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2002년 통계를 보면 미국쌀이 약 35%의 그런 덤핑 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미국 농산물의 덤핑수출 문제야말로 한국과 미국 사이의 농산물의 교역을 왜곡시키고 또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한미 FTA에서 그것이 중요한 쟁점으로 해결돼야된다, 그런 주장입니다.

☎손석희 / 진행  :
참 여러 가지로 난산을 거처야 할 문제들이 꽤 많군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네, 그렇습니다.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아무튼 이 문제, 아까 처음에 잠깐 얘기했습니다만 이 얘기가 온통 쌀 문제로 집중되는 것은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라는 얘기를 해주셨고,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우리가 지금 쌀을 지키기 위해서 FTA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어차피 쌀은 지켜줄 수밖에 없는 구조로 현재 돼 있습니다. 

☎손석희 / 진행  :
온통 그쪽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송 변호사님 말씀에 대한 사실 반론도 들어야 되는데요. 반론 듣지 않은 상태에서 송 변호사님 말씀만 저희들이 받아들인다면 쌀 문제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자칫 사태를 호도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있다, 정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그렇죠. 지금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쌀에 대해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이냐,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냐, 쿼터를 늘려달라는 것이냐, 이것을 정부가 먼저 정확하게 밝히면 훨씬 더 논의가 생산적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그 두 가지 다 이번에 FTA에서 논의할 필요는 없다면서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그렇습니다.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그 부분이 명확하게 얘기가 된 것 같고요. 지금 MBC 라디오 여론조사 지난번에 엊그저께 한 걸 보니까 역시 가장 피해를 볼 분야로 응답자의 75.1%가 농축산업 분야를 꼽았습니다. 지금 농업 부문에 대해서 분명히 피해가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요. 여기에 대한 보상재원에 대해서 정부는 2013년까지 119조 원을 지원한다고 얘기가 나왔는데요. 명확하게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는데 이 지원책으로서 가능하리라고 보시는지요, 혹시?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굉장히 일반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119조원은 한미 FTA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이미 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나왔던 이야기고요. 따라서 한미 FTA로 인해서 새로 추가적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거기에 처음으로 고려돼 있지 않았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지금 정부가 2013년까지 119조원을 지원한다는 얘기는 이번 FTA하고는 사실은 상관없는 얘기일 수도 있다는 얘긴가요? 과거에 나왔던 얘기를 FTA에 대한 보상액으로 덮어씌웠다, 이런 뜻인가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덮어씌웠다기보다는 그 119조원을 만드는 그런 기본계획을 짤 때는 한미 FTA로 인한 피해라는 것은 전혀 고려될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거죠. 무슨 말씀이냐 하면 만약에 정부가 119조원으로 계속 가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다른 용도로 쓰이는 부분을 투자하지 않고 그것을 빼서 돌려막기 하겠다는 그런 이야기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거구요. 그런 점에서 결국은 보상 재원의 문제는 우리가 FTA를 통해서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것이 있어야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반덤핑이라든지 섬유원산지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FTA를 통해서 미국에게 어떤 실리를 챙겨라, 그걸 가지고 우리가 손해를 볼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하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혹시 섬유분야 원산지는 개성 문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미국의 경우는 WTO 규정과 어긋나게 원사를 어느 나라 원사를 쓰느냐에 따라 가지고 원산지를 규정하는 그 문제를 말씀드린 겁니다. 

☎손석희 / 진행  :
꼭 개성과 관련된 것은 아니죠?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그렇죠. 우리가 중국에서 원사를 사 가지고요. 한국에서 섬유제품을 만들어서 미국에 수출할 때 그것이 한국산로 인정되지 못하거든요. 원사를 미국에서 사야만 그것이 미국산으로 인정이 됩니다. 

☎손석희 / 진행  :
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네요.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네, 그렇습니다. 

☎손석희 / 진행  :
물론 이게 오늘 농축산물과 얘기하기로 했으니까 그 얘기는 안 했습니다만,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보상재원을 얘기할 때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로부터 얼마나 세금을 걷어서 마련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어차피 FTA로 인해서 생긴 피해이기 때문에 그 피해를 상쇄할 수 있는 이득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더 얻어낼 수 있느냐, 거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되는 거고요. 그런 점에서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도 결국 쌀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에게 결코 유리한 전략이 아니다, 이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송기호 변호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송기호 / 통상전문변호사  :
감사합니다. 

 

우리 정부는 국민에게 눈감아라 하고, 미국한테는 협상문 쓰라하고.

자기는 도장만 찍겠다고 한다. 내참... 정부가 누구 편인지.. 할 말 없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백낙청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두절미하고 들어갑니다...

통일 진해 방식애 대한 소견
그 통일은 큰목소리나 발걸음이 아닌, '시나브로' 하지만 '시나브로'된다고 주변의 모든 문제가 헤실바실되는 건 아닌데, 당연논리로 풀어가는 건 목적론적 글쓰기낭만적 이상주의에 머무는 상념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남북간의 신뢰구축과 교류협력을 통한 실질적 통합을 진전시키는 일만이 남게 된 바, 그러한 성과가 상당 정도 축적되었을 때 어느 날 문득, "어 통일이 꽤 됐네. 우리 만나서 통일됐다고 선포해버리세"라고 남북의 합의하면 그게 곧 한반도식 통일. 더 엄밀히 말하면 '제1단계 통일'이라는 것입니다."(35쪽)

문제제기*(지은이).
1 . 이론상의 문제-말장난
2. 보수층의 대대적인 이념공세나 북미 관계의 악화, 특히 미국 행정부의 더욱 노골화되는 대북 강경노선으로 요원한 점.

지은이는 '한반도식 통일'을 주창하면서, 그에 따른 문제를 위의 두 가지로 풀어놓는다. 나는 여기에 핵심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지은이는 6.15공동선언을 통해, 베트남의 무력이나 독일의 흡수 통일이 아닌 '한반도식 통일의 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그것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어느날 더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되 듯. 하나로 합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니가 옳니 내가 옳니'하는 자기만의 감정 싸움 대신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믿음'이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지은이의 눈은 꽤나 순수하다. 그는 한반도식 통일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장기적인 문제와 보수층, 미국의 눈을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내부의 적이 없는가? 분명 그는 보수층이라고 한정하는데-냉전으로 인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세력 포함-보수층 이외에는 모두가 통일을 원하며 그들은 순수함으로 뭉쳐있나라는 문제제기이다. 이런 식으로 보는 것 자체가 딴지 걸기이며, 통일에 대한 가로막기식 견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제기하는 데에는, 지은이의 시선에 대한 기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있다해도 안돼지만, 있는 것을 없다해도 안된다.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변수를 상 아래에 차려놓고, 그에 대한 대안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협상이 이루어지고 '니가 그럴줄 몰랐다'니 '거기 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통일은 말장난이 아니며, 싸움에 비유될 수있다. 싸움에는 지피지기가 가장 기본이며, 더 나아가 주변상황도 읽어내는 눈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은이의 시선은 너무나 행복해 보이고 동심에 젖어 있는게 아닌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전반적 구성이 이야기가 핵심(한반도식 통일에 대한 희망내지 확신)만 있고 겉(우리 안의 문제와 주변국의 정치논리는 없다)을 맴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요지의 이야기가 다른 제목으로 둔갑하여 책 속에 숨어 있다. 나는 낯설지 않은 '점진적 통일'이라는 단어를 세뇌 당하듯이 읽어가고 있다. 이러다 책을 덮을 때에는 '네 말이 옳다'라고 할런지 모르겠다. 이러한 전략에는 세세하게 비판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두리 뭉실한 논의와 주장의 반복이 더 전략적일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한국 땅에서는 이미 통일이 시작되었다!'

지은이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수많은 언어를 줄세운다. 여기에서 '네 생각이 옳고 이건 그러다'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내 바람도 통일에 대한 현지 진행형'이기에, 그리고 바람을 담고 있기에. 하지만 어떠한 전략적 논의를 내세우지 않는다. 외세에 의해 분단이 되었고, 수구세력과 기득권, 군부에 의해 분단이 고착화 되었지만 민주화와 통일에 대한 열의는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작은 불씨는 국민의 정부를 통해 되살아 낳고, 세계 나라가 위기를 맞거나 맞았더라도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며, 우리는 '가장 이상적 통일'을 이룩할 것이다라는 글쓰기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가 '책 제목'을 뒷받침하거나 강요하기 위한 글 묶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의 글에 대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한 발 더 낳아가 구체적 논의(-186쪽에 살짝 보이지만, 금방 눈을 감아버림)를 해야 되지 않나싶다. 이런 점에서 그의 글쓰기는 통일애 대한 현재 진행형의 믿음과 확신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보여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를 기울이면
샬로트 졸로토 지음, 김경연 옮김,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 풀빛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짙은 그리움.
내 가슴 속에는 짙은 그리움이 있다. 나는 그를 항상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 어떻게 이 마음을 달랠까. 과자, 술, 놀이동산, 책, 영화…. 혼자서 ‘니 내가 안 보고 싶나’중얼거려 보기도 하고, 잠자기 앞서 ‘오늘 밤에는 꼭 만나게 해 주세요’ 라고 어린이 마음으로 별님에게 빌어보기도 한다. 그의 얼굴을 보고, 내 두 손으로 만져보고, 입술에 뽀뽀도 해 보지 않고서는 이 병을 고치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늘 잠겨 있다.

“네, 엄마.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듣을 수 없고, 안아주는 것도 느낄 수 없다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아이는 엄마에게 물어본다. ‘볼 수도 없고, 목소리도 듣을 수도 없고, 안아 주는 것도 안될 때 과연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어떻게 아냐’고

엄마는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안다. 그러면 느낄 수 있다고, 엄마는 일상 속에서 들려오는 풍경으로 아이에게 느낌을 들려준다. 이야기는 그림과 한 폭이 되어, 아주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낸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금(線)이 사라지고,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는 초현실적 경험이 일상으로 내려 앉는다. 너무 눈에 보이고, 그 보이는 것을 묻고 확인하고 싶을 때, 엄마는 그렇게 초조해 할 필요 없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된다고 한다.

지은이는 자연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그리움을 풍경이 어루만져 준다. 하지만 과연 아이가 이해할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림책 만큼은 따스할 만큼, 누나 품 처럼, 엄마 품 처럼 포근하다.

현실은, 책을 덮은 총각은 눈을 감고 귀를 기울려 보지만… 이 몰려온다. 이런, 이런…

친구들은 간혹 나에게 ‘미쳤나’고 묻는다. 왜 떠난 이를 그렇게 그리워하느냐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알면서도, 내 가슴은 진정으로 믿고 있다. 그의 진실성을. 친구들에게 나와 그가 나눈 세세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기에, 그네들은 어설픈 눈으로 쉬이 재단하곤 한다. 그에 대한 짙은 그리움에 빠진 나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를 그린다. 하지만 귀를 기울려도 그리움만이 밀려온다.

엄마는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고 하지만, 어쩌면 아이는 눈을 감고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리움을 알기에, 아이는 경험을 쌓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어린이 책이 아닌, 감성을 잃어버려가는 어른들의 그림책이 아닐까 한다. 엄마는 일상을 초월한 평상심(平常心)에 살고, 어느 총각은 어설픈 감정에 묻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천 2006-06-1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하고 총각하고 연결짓는 상상력이 재미있습니다. ^^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8개월이나 여행을 하고 있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니가, 사회에서 이탈해 있는건 아닌가 고민한 적은 없어?
가끔 그런 회의가 들곤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하는, 하지만 그런 불안과 혼란은 내 안에서 스스로 생기는 건 아니야. 여행을 마치고 독일에 돌아간 다음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지. 그런데 그런 문제를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아. 그건 사람들이 내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일 뿐이지. 나는 나 자신을 믿어. 전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돌아가야 할 때가 오면 언제든지 돌아갈 거야.”(140쪽)


1.
여행 좋아하나요?
어디가서 무엇을 볼 건가요?
가면은 어느 정도 머무르나요?

내 나이 빵빵 되도록 여행에 동경을 하고, 그 그리움을 책으로 달래고, 부산 앞바다에 물장구 치는 것으로 다했다는 듯이 지내곤 했다. 즉 여행, 늘 꿈꾸는 일탈이지만 벗어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왔을 때 너무 늦거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가서는 무엇을 볼까라는 걱정. 이러저러한 일들이 그물코 마냥 촘촘하게 짜여 내 발길을 막는다. 어디든 발딛는다는게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 두려움을 꾹 누르고 낯선 길로 발을 디디면 분명 ‘낯설다’. 그런데 이 낯설음이 설레임충만함으로 다가온다. 뭐든 할 수 있는 자유, 뭐든 하지 않을 자유, 숨 쉬는 것 조차 내 의지에 달렸다. 모든 건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그 의지는 행복과 친구이다. 떠나고 나서야, 두려움 뒤에 펼쳐진 꽃밭을 보았다. 이 두려움의 돌문을 열기가 어려웠지, 그 너머에는 T.V에서 보여주지 않던 무릉도원이 있었다. 현실에서 돌아와서는, 내가 열었던 그 돌문을 그리워 하며, 내 발은 언제나 그 길을 향해 있었다.

나는 나처럼 깊은 병에 걸려, 거리를 방황하는 이들을 만났다. 분명 그들은 다수의 눈에는 ‘비(非)’가 붙는다. 어찌 집과 가족, 일자리 그리고 무엇보다 앞날에 대한 착실한 설계를 접고 다닐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조금 맛을 안다. 그리고 같은 병을 갖고 있다. 나는 내 친구와 같고 선생과도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시절의 여행을 되새김질 하고, 여행의 지혜를 관찰한다.

2.
길 위에서의 만남,
왜 여행을 하는가?
여행을 하면 뭐가 좋은가?
기억에 남는 장소는…
후회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수 없이 줄을 세워라.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화석화된 겁먹었던 얘기를 선생(先生)의 입을 통해 들어라. 이런 면에서 지은이는 충실한 길잡이가 된다. 그는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여행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면 지은이가 가진 여행에 대한 세계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가 묻지 않는 이야기를 여행객이 밤낮을 세워가며 이야기해 줄리도 없기에. 또한 그의 울음이 얼마만큼 다양하고 깊은가도 중요한 문제로 남을 것이다.

여행, 그는 선생-여행객-을 통해, 여행으로 초대한다. 여행에 대한 동경과 성찰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지은이는 ‘카오산 거리’를 그리워한다. 전세계 여행객이 모이고, 여행객의 물품이 돌고 도는 곳, 한 자리에서 전세계의 사람을 볼 수 있다니. 이 자체로도 흥미만발!! 그런데 그는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않는다. 카오산의 성역, 즉 [소도]는 거리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헌데 이 거리는 ‘소도’이면서 ‘세탁소’이다.

“도로변에는 여행에 필요한 가짜 학생증이나 신분증을 만들어 주는 노점상도 버젓이 있다. 만오천원이면 그럴싸한 가짜 신분증을 만들 수 있다.”(22쪽)


기념품으로 간직하는 물건이 아니다. ‘소도’로서의 공간이 아닌, ‘세탁소’로 전이된다. 가오산에 가면, ‘흑이 백이 되고, 백이 흑이 된다’ 뭐가 옳고 그름이 흐려지는 무질서와 혼란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 거리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풀어낸다. 물론 가오산의 거리에서 통용되면, ‘소도’로서의 성역을 지니지만 그 학생증이 카오산의 거리를 벗어나면 질서를 빨아 들이는 블랙홀로서, 무질서를 흩날리게 되는 자리가 된다.

이런 아쉬움을 안음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다. 주제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이며(-카오산 거리에서 만난 사람!) 몇 해를 여행 한 것을 알짜배기만 가려뽑아 재미나게 들려준다.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게 ‘정답 ‘이라고 할 때, 여행은 성립 되지 않는다. 그냥 떠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된다. 이런 점에 이 책이 지니는 미덕은 다양한 사람들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리의 손님들이 건내는 이야기 속에 깊은 성찰이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가 바라보는 시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가르켜준다.

3.
그 거리에서면 나도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배낭을 하나 사야겠다. 사진기를 준비해야겠다. 고추장을 담가야겠다. 연필을 두 개 사야겠다. 속옷도 두 장, 신발은 한 켤레… 이 병은 약국이나 방에서 몸보신 한다 해도 고칠 수가 없음을 나는 충분하 안다. 책장에 꽃힌 책을 볼 때 마다, 왠지 모를 가슴에 설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