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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샬로트 졸로토 지음, 김경연 옮김,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 풀빛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짙은 그리움.
내 가슴 속에는 짙은 그리움이 있다. 나는 그를 항상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 어떻게 이 마음을 달랠까. 과자, 술, 놀이동산, 책, 영화…. 혼자서 ‘니 내가 안 보고 싶나’중얼거려 보기도 하고, 잠자기 앞서 ‘오늘 밤에는 꼭 만나게 해 주세요’ 라고 어린이 마음으로 별님에게 빌어보기도 한다. 그의 얼굴을 보고, 내 두 손으로 만져보고, 입술에 뽀뽀도 해 보지 않고서는 이 병을 고치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늘 잠겨 있다.
“네, 엄마.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듣을 수 없고, 안아주는 것도 느낄 수 없다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아이는 엄마에게 물어본다. ‘볼 수도 없고, 목소리도 듣을 수도 없고, 안아 주는 것도 안될 때 과연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어떻게 아냐’고
엄마는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안다. 그러면 느낄 수 있다고, 엄마는 일상 속에서 들려오는 풍경으로 아이에게 느낌을 들려준다. 이야기는 그림과 한 폭이 되어, 아주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낸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금(線)이 사라지고,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는 초현실적 경험이 일상으로 내려 앉는다. 너무 눈에 보이고, 그 보이는 것을 묻고 확인하고 싶을 때, 엄마는 그렇게 초조해 할 필요 없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된다고 한다.
지은이는 자연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그리움을 풍경이 어루만져 준다. 하지만 과연 아이가 이해할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림책 만큼은 따스할 만큼, 누나 품 처럼, 엄마 품 처럼 포근하다.
현실은, 책을 덮은 총각은 눈을 감고 귀를 기울려 보지만… 잠이 몰려온다. 이런, 이런…
친구들은 간혹 나에게 ‘미쳤나’고 묻는다. 왜 떠난 이를 그렇게 그리워하느냐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알면서도, 내 가슴은 진정으로 믿고 있다. 그의 진실성을. 친구들에게 나와 그가 나눈 세세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기에, 그네들은 어설픈 눈으로 쉬이 재단하곤 한다. 그에 대한 짙은 그리움에 빠진 나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를 그린다. 하지만 귀를 기울려도 그리움만이 밀려온다.
엄마는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고 하지만, 어쩌면 아이는 눈을 감고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리움을 알기에, 아이는 경험을 쌓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어린이 책이 아닌, 감성을 잃어버려가는 어른들의 그림책이 아닐까 한다. 엄마는 일상을 초월한 평상심(平常心)에 살고, 어느 총각은 어설픈 감정에 묻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