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낮에 하려고 했던 것이 실은 잠이 들면서 꿈에서만,
다시 말해 잠으로 굴절되면서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는 다른길을 따를 때라야만 성취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이야기도 시간이 흐르면 다르게 끝난다. - P136

이따금 나는 잠자는 동안 마치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듯한 깊은 잠에 빠져서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으며, 그리하여우리가 잠든 동안 그 활동이 두 배로 늘어나는 민첩한 식물성힘이, 흡사 님프들이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먹이듯, 우리에게가져다준 것을 모두 소화하면서 과다하게 섭취한 무거운 몸을 잠시 후에 꺼내면 무척 행복해진다.
사람들은 이것을 납덩이 같은 잠이라고 부른다. 이런 잠이끝난 후에 잠시 우리는 자신이 단순한 납 인형으로 변한 것처럼 느낀다. 우리는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잃어버린 물건을 찾듯이 자신의 생각이나 인성을 찾으면서 다른 것이 아닌 내 고유한 자아를 찾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 P139

땅을 덮었던 것은 더 이상 땅 위가 아니라땅 아래에 있다. 죽은 도시를 방문하려면 여행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발굴해야 한다. 얼마나 덧없는 우연한 몇몇 인상들이 이런 유기체의 분해보다 더 정교한 정확성으로, 보다 가볍고 비물질적이며 현기증 나는 확실한 비상으로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 P145

나는 지금까지 아무리 큰 고통에도 도피처가 있으며, 모든 걸 실패할 때도 항상 휴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런 생각은 뜻하지 않은 사태를 불러왔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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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성들이 다수인 노동계에서 일하는 입장이지만 철강계는 압도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을 듯하다.
성희롱, 성차별을 수시로 시달릴것인데… 지은이 같은 끔찍한 에피소드는 내게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도 욕 안먹고 살아남고자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아왔다. 비슷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너희 여자들은 돌봐주기를 바라잖아." 그가 내게 말했다. "너희여자들은 머릿속에 돈생각밖에 없지."
너희 여자들은, 너희 여자들은. 그가 마침내 숨을 쉬려고 말을 멈췄을 때 나는 눈을 부릅뜨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워, 워, 워" 그는 놀라서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지금나한테 한 거야?"
"네."
"내 면전에 대고?"
"네. 어쩔 건데요? 울기라도 하게요?"
제철소에서 존중을 얻는 것은 정교한 기술이었다. 타박상을 입어도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수동적으로 보여서도안 된다. 어떤 남자 못지않게 강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 - P105

으면 언제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내가 중지를 들어 보인 후 고참은 자리를 떴고, 그날 이후로 나를피했다. 그는 더 이상 내 앞에서 대놓고 모욕할 만큼 뻔뻔하게 굴지않았지만, 그걸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등 뒤에서 나를 꽥꽥이라고 불렀다. 기껏해야 그것은 사회적 수평이동처럼 보였다. - P106

제철소에 여성 노동자가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소수집단이었다.
몇몇 남자들은 여전히 여성 노동자들을 회사가 채워야 하는 할당량으로 보았다. 기껏해야 그들은 여성 노동자들을 상징적 존재로 여겼고, 많은 경우 우리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이디어나의견을 내면 이 남자들은 언제나 우리가 말한 내용을 확인하려고다른 남자에게 물어보았다. 툭하면 맨스플레인을 하려고 했고1950년대에서 곧장 나온 듯한 말을 생각 없이 내뱉었다.
어떤 남자는 내게 매니큐어를 바르라고 했다. 어떤 남자는 내게 - P123

요리를 배우기 전까지는 남편감을 찾지 못할 거라고 했고 어떤 남자는 내가 아이가 없다고 하자 당혹스러워했다. 젊은 여성 노동자에게집적거리는 남자들도 있었다. 어떤 남자들은 성희롱이니 성폭행이니 하는 걸로 고소당할지 모른다고 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 P124

오리엔테이션 동안 회사는 지역 생태계를 보호하고 향상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회사의 환경 정책을깔끔하게 요약한 약자를 암기해야 했고 EPA미국환경보호청의 다양한규제를 지키려는 회사의 자구책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풍력발전소의 높다란 풍차 옆에 바다거북들이 평화롭게 노니는 모습을 그린포스터가 마감부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한 포스터에 따르면 브라질 해안에서 벌이는 우리 회사의 채굴 사업은 지역 바다거북의 개체 수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 다른 포스터에 따르면 강철은재생에너지 구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포스터는 나를 안심시켰다. 출근하고 며칠 만에 나는 제철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인한일말의 죄책감을 버렸다. 환경을 돌보는 건 회사의 책임이고 회사는그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 P129

사고가 난 날, 나를 보러 왔을 때 토니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만을 보았다. 나는 잘 지내는 사람처럼 보였다.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눈물이 흘렀던 자리에는 지친 미소가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것 좀 할까?" 내가 물었다. "게임 할까? 아니면 점심 먹으러 나갈까?"
나는 개가 된 듯 꾸밀 수 있었다. 활기차고 사랑과 애정이 넘쳐 보이게 할 수 있었다. 토니가 몇 시간 동안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길수 있도록 기꺼이 슬픔을 감출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떠나면질병 앞에서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여자로 무너져 내릴것이다. 쥐들은 어둠 속에 빵 부스러기를 찾아 싱크대 밑에서 나올것이고 나는 필사적으로 악마를 못 본 척 외면할 것이다. 더 이상미소를 지을 수 없을 만큼 분별도, 지각도 할 수 없는 날이 오리라는 걸 안다. 그러면 등을 활처럼 구부린 채 발톱을 세우는 역겹고굶주린 존재가 될 것이다. 토하고 쉬익 소리를 낼 것이다. 가까이 오는 모든 사람에게 성을 낼 것이다. 나는 개가 아니므로, 결단코.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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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은 소유하지만 남들은 모르는 특권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마치 이단자나 혜택 받지 못한 자들이 으레 그렇듯이, 모두 사랑하는 여인에게 누설하고 싶어 한다. 여인이 그 특권을몰라주는 걸 괴로워하면서, 또 그 특권이 결코 눈에 띄지 않는까닭에, 어쩌면 우리에 대한 그녀 의견에 남들은 모르는 이점의 가능성을 덧붙였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애쓴다. - P112

그슬픔은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아로마와도 같은, 내가 태어난래 모든 새로운 방, 다시 말해 모든 방이 발산하는 냄새였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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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가 점점 심해지더니 주말 내내 감기로 골골 댔다. 그렇지만 일요일 오전 불현듯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하는 생각에 길을 나섰다.

얼마 전 그레이스님께서 알려주신 전시를 보러 가기 위해서다. 사실 몸을 생각하면 나중에 가도 되었지만 그 놈의 반값 할인 때문에 가게 된 이유도 있었다-_-; 전시를 위해 도서관에서 관련 책 두 권을 빌렸고 토요일에 부랴부랴 한 권만 완독한 상태로 갔다. 


전시의 제목은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이다.


2018년, 2019년 공교롭게도 한국 근현대 전시전을 연달아 다녀왔었다. 2018년은 <신여성 한국에 도착하다>, 2019년은 <근대서화> 였다. 한국 근대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관련 전시 등이 있으면 찾곤 한다. 장르는 주로 그림, 서예 쪽이었다. 또 한동안 TV쇼 진품명품에 꽂혀서 열심히 보았는데 이것도 한국 예술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구나 싶다. 여기에 꽤 자주 등장하는 '오세창' 선생님이나 '변관식' 선생님 등의 이름이 어느새 익숙해졌으니 말이다. 어느 회였나 '김진우' 선생님이 나오신 적도 있었는데 이런 멋진 예술가분이 계셨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전시는 총 5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1번째는 '우리땅, 민족의 노래'로 한국 근대 시기에 활동한 작가들 중 우리의 땅과 사람을 그린 이들을 다루었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구본웅, 박생광. 대부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이다. 이중섭 하면 '황소' 그림을 떠올리지만 나는 그의 가족 그림이 그려진 드로잉이 따뜻해서 좋았다. 그리고 박수근의 그림은 대부분 농촌을 배경으로 머릿수건을 두른 여인과 아이들, 노인, 초가집들이 있는 마을 등을 배경으로 한다(토속적이다). 장욱진은 사실 지난 번 전시에도 봤었을텐데 기억을 놓치고 있다가 이번에 관련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되새겼다. 박수근과 비슷한 결을 보이는데 한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그리되 사물을 심플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구본웅은 이상 자화상 그림이 워낙 강렬했었는데 이번에는 1940년대 중앙청을 배경으로 한 서울 그림을 비롯한 풍경화가 놓여 있길래 색달랐다. 


2번째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 섹션에서는 월남작가와 월북작가를 다룬다. 우리는 식민지 시기에 제국주의와 친일 관련해서, 해방 이후에는 좌우 대립, 6.25 전쟁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나는 바람에 이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소개된 이들은 배운성, 이쾌대, 변월룡, 황용엽이다. 네 분의 작품이 모두 나름의 개성이 있어 놀라웠지만 특히 황용엽과 이쾌대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이쾌대의 작품은 이전 전시에도 한 번 본적이 있어 대강의 느낌을 알고 있었는데 황용엽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도 강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표현한 것은 '인간'이다. '인간'? '인간이 별 거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가 표현한 것은 '일그러진 인간'이다. 태어나 보니 북한이었고 자라면서 전쟁과 기아, 독재에 많은 고뇌와 혼란을 겪었음을 느끼게 한다. 이쾌대는 이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다. '군상'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이며 전투에서 다양한 인간들의 표정, 저마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 by 황용엽, 1982)


 (군상1_해방고지 by 이쾌대, 1948)


3번째 섹션은 '여성, 또 하나의 미술사' 로 한국 근현대사에 활약한 여성 예술가들을 다룬다. 나혜석, 박래현, 이성자, 방혜자, 최욱경, 천경자중 나혜석, 박래현, 천경자는 익숙했는데 나머지 세 분은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나혜석은 알다시피 최초의 서양화가이다. 당시 서양화를 그린 남성 작가들도 습득한 서양화를 이후에 작업을 계속 하지 않고 동양화로 유턴하는 등(한국이 서양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사정 등 때문) 우여곡절이 많았는데도 나혜석은 끝까지 서양화를 고집하고 놓지 않았다(작품 수가 적다는 게 한탄스러울 뿐). 박래현은 김기창의 아내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그의 그림은 독보적이다. 천경자는 말해 뭐해 그의 그림은 볼 때마다 감탄과 놀라움을 자아낸다. 방혜자는 '빛'이라는 키워드로 기억되었고, 이성자는 파리에서 시작부터 공부를 한 최초의 여성 화가라고 한다. 


4번째 섹션은 국제화, 세계화 흐름에 맞추어 등장한 추상 미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국 예술가들은 외국의 추상 미술을 그대로 수입한 것이 아니라 한국적 미와 결합시켜 자신들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환기, 유영국, 한묵, 남관, 이응노를 다루었다. 추상 미술에 워낙 약하기도 하고 잘 모르지만 김환기 이름만은 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아는 것이 아니라서... 사실상 한국 추상 미술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이 이번인 듯하다. 산을 표현해도 김환기가 표현하는 산과 유영국이 표현하는 산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 한묵의 작품은 공간의 힘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대표적으로 전파가 뻗어나가는 모습을 선으로 표현하여 마치 천둥 같이 표현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응노의 작품은 보자마자 '이거 한자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맞았다. 그는 한자, 서예를 추상화한 작품을 많이 제작한 듯하다. 헌데 가장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던 '군상'이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그 앞에 가장 오래 서 있기도 했다. 한지에 먹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데 ctrl+c/ctrl+v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산 by 김환기, 1955)


 (유영국 by 산, 1966)


 (군상 by 이응노, 1986)


5번째 섹션은 '조각, 시대를 빚고 깎고'이다. 서예 전시는 좀 봤지만 조각 전시는 거의 본 적이 없다. 특히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조각 미술가들이 누가 있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권진규, 김종영, 김정숙, 문신 작가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이번에 책을 읽다 발견한 권진규는 섹션에서도 마침 다루고 있었다. 권진규는 '말' 조각상이 일품이었는데(다양한 버전의 말) 힘찬 역동성이 느껴졌다. 김종영은 작품에 이름이 따로 없고 일련번호만 붙어 있었는데 불교의 '만'자를 재해석한 것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청동상과 여인의 흉상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작가의 변을 보면 불각, 나아가 동양 사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은 듯하다. 김정숙은 날개를 펼친 새 조각이 일품이었고 문신은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조각들의 향연이랄까. 그 중 '개미'를 형상화한 조각이 그나마 연상이 쉬워서 기억에 남는다. 


모든 섹션 중 2번째(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와 4번째(추상, 세계화의 도전과 성취) 섹션이 좋았다.  


아무튼 어떤 전시를 보러 가든 예술가의 이름과 간단한 프로필 정도만 알고 있어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경성제2고보(지금의 경복고등학교) 미술 교사이자 화가이기도 했던 사토 구니오 아래에서 많은 제자가 배출되었다. 이 중 전시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물은 유영국(1916~2002)과 장욱진(1917~1990)이다. 유영국은 제2고보에 진학하나 2학년 때 사정상 학교를 그만두고 도쿄에 있는 문화학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는 한국 모더니즘과 추상화의 선구자로, 작품에서 선보이는 강렬한 색과 기하학적 구성은 서사적 장대함과 서정적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그가 활동한 '신사실파'와 '모던아트협회'는 한국 근현대 미술 모임의 상징이었다. '모던아트협회' 전시회에 출품된 <사람>은 인체를 소재로 한 유일한 작품으로 그의 50년대 대표작이다. 장욱진은 제2고보에 진학하여 미술반에서 사토 구니오를 만나 미술에 눈을 뜬다. 그때 수업을 통해 입체파와 피카소의 미술세계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욱진은 개인 사유로 3학년에 중퇴하고 양정고보에 편입하여 졸업한다. 그는 1939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 있는 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하여 훗날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가 된다. (서촌편 P68)



배운성은 레젠부르그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1925년 두 번의 낙방 끝에 베를린국립종합미술학교에 입학한다. 열심히 공부하여 1930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우수한 성적 덕에 졸업 이후에도 학교 아틀리에를 이용할 수 있는 특전을 받는다. 그는 이곳에서 인물화에서 풍경화까지 다양한 대표작들을 그렸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리기도 하고, 자신을 도와 준 백씨 집안사람들을 그리기도 했다. 비록 머나먼 독일 땅에 있지만 그의 그림 소재는 늘 고국의 모습이었다. 본인의 술회에서 이러한 회화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나의 목표는 서양화와 동양인이 그리는 서양화 간에 생기는 거리를 없애고 완전한 융화 속에서 실감을 체득하는 데 있었다." (북촌편 P304)



권진규는 주로 인물이나 말, 닭 등의 동물 모습을 흙으로 구워 제작하는 테라코타 방식으로 작업했다. 물론 브론즈나 나무 조각도 있었으나 주로 테라코타와 건칠 작업에 주력했다. 그의 작품들은 작가의 정신적인 구도 자세와 사물에 대한 인식을 형상화한 것들이었다. 그의 작업은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표현 방식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면서 직감적 신경에 의존한 예민한 작업 방식이었다. 이러한 그의 다분히 동양적인 사고는 작업 대상인 사물에 대해 원초적 이미지의 본성을 파헤쳐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불필요한 형식적 장식물을 극도로 생략하면서 대상과의 정신적인 합일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북촌편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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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5-15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반값 할인에 무리하신 거 아닙니까? 우리는 왜 적립금과 할인에 이토록 약한 것일까요? 감기 얼른 나으세요~ 덕분에 그림 잘 봤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5-15 17: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하... 하필 마지막 반값 할인날이여서 저도 모르게 달려가고 있었답니다^^; 잠자냥님도 감기 어여 쾌차하시길!

독서괭 2023-05-15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화가님도 감기!! 요즘 정말 감기 대유행이군요 ㅠㅠ 날도 더워지는데 저도 아직 잔기침이 있어요 ㅠ 깨끗이 나으시길요!
전시회 즐거우셨겠어요! 막대기처럼 가느다란 사람들이 거미줄에 걸린 듯한 그림이 이쾌대인가요? 인상적이네요.

거리의화가 2023-05-16 06:16   좋아요 1 | URL
감기 환자 정말 많더라구요. 저도 피해가질 못했네요. 회사 냉방 바람 때문인듯한데... 암튼 괭님도 어여 말끔하게 나으시면 좋겠네요.
전시회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역시 오랜만에 가도 참 좋았어요. 거미줄 걸린 듯한 그림이라면 로봇 인간처럼 보이는 그 그림 말씀하시는건가요? 첫번째? 제가 설명을 진작 달아둘 걸 싶네요. 이제라도 달았는데 아마도 황용엽 그림을 보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저도 첫 번째 올려놓은 그 그림이 전시회 전체 그림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듯 싶어요. 일그러진 인간을 표현했는데 폭격을 맞은 듯한 곳에서 인간 둘이 서 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오랫동안 그 앞에서 서 있었습니다.

독서괭 2023-05-16 10:47   좋아요 1 | URL
네 그거 맞아요. 황용엽이었군요~ 아래 무슨 작품인지 달아주시니 더 좋네요^^

거리의화가 2023-05-16 11:06   좋아요 0 | URL
참고한 책에 황용엽에 대한 정보가 없기도 하고 저도 사전 정보가 없던 예술가였거든요. 정말 놀랐습니다. 새롭게 알게된 분들이 많아서 즐거웠어요. 덕분에 도록도 샀네요ㅋㅋㅋ 다음부터는 꼭 코멘트 달도록 해야겠습니다. 괭님 가능하시다면 전시 직접 가셔서 즐기시면 더 좋은 시간되실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3-05-16 0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한국 화가가 그린 작품을 보면 그냥 그대로 이해되고 감정이 교류되어 그림에 대한 느낌이 더 좋더라고요.
전시 계속하니 저도 기회되면 가봐야겠어요.
감기 어서 쾌차하시길요~~

거리의화가 2023-05-16 06:16   좋아요 1 | URL
그쵸 페넬로페님^^ 8월까지 아직 여유 있으니 가보시면 더 좋은 시간이 되실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5-16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전시회였네요?
더군다나 반값 할인!!!!!^^
감기도 다 안나았는데도 다녀오시는 투지!!
모쪼록 감기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5-16 11:07   좋아요 2 | URL
네. 그레이스님 후기 보고도 침흘리긴 했지만 역시 직접 가보니 더 좋았습니다. 새로 알게된 작가도 은근 많았구요ㅎㅎㅎ 반값 할인 무시못해요. 정가는 만오천원이라;;; 7500원에 봤습니다ㅋㅋ
감기가 안 낫네요. 흑흑 목소리라도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코맹맹이 소리 작렬이네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5-16 11:10   좋아요 1 | URL
코맹맹이 소리!!!
섹시하시겠군요?ㅋㅋ
전 그런 소리 넘 좋아라 하거든요ㅋㅋㅋ
무튼 빨리 나으시길^^

자목련 2023-05-17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사진으로 작품을 감상하네요. 권진규의 조각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 상처를 말하다>를 통해 권진규를 처음 알았는데 무척 슬펐어요. 코맹맹이는 나아지셨나요? 빨리 나으시길.

거리의화가 2023-05-17 10:10   좋아요 0 | URL
권진규를 이미 알고 계시다니 이번에 가시면 더 좋으시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아서요. 작가의 삶이 슬프더군요. 그래서인지 작품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3-05-18 0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기 걸리셨군요 벌써 에어컨을 켜다니... 아직 바깥은 더워도 안은 그렇게 덥지 않은데... 일교차가 심하기도 했네요 아플 때는 쉬는 것도 좋지만, 하고 싶은 걸 해서 기분을 바꾸는 것도 괜찮지요 전시회 보셔서 몸도 좀 나아졌기를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5-18 09:05   좋아요 1 | URL
네. 5월 되니 바로 틀더라구요. 바깥은 덥고 안은 추우니까 그것 때문에 감기가 든 듯싶어요. 그래서 요즘은 좀 춥다 싶으면 밖에 잠시 나와서 바깥 공기 쐬고 있어요.
전시회 볼 때는 아픈줄 모르겠더라구요ㅎㅎ 역시 몰입하는 동안에는 아픔도 덜 느껴지나봐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5-18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다녀오셨네요
이 책도 넘 반가워요
유영국 작품은 작년에 북촌에 있는 갤러리에서 엄청난 수의 작품 전시를 무료로 해서 감상했어요. 유영국 그림은 작가를 알려주지 않아도 아! 유영국 할것 같아요.
이응노의 군상도 인상적이구요.

다시 리마인드 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거리의화가 2023-05-19 08:56   좋아요 1 | URL
작년에 유영국 작품 전시가 있는지는 몰랐어요. 작가를 알고 있었다면 가보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유영국은 다양한 ‘산‘이 기억에 남아요. 색감도 화려하고 강렬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림이 마치 작가 지문 같았습니다^^ 이응노의 군상은 관람객들 대부분이 사진 많이 찍기도 하고 그 앞에 오래 서 있더라구요ㅎㅎ

그레이스님 덕분에 좋은 전시 잘 다녀왔고 책도 더불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 인사 전해요^^
 

시작!

클리블랜드 토박이인 내게 제철소는 늘 풍경의 일부였다. 그것은로키 산맥이나 아이오와의 옥수수밭처럼 붙박이고 배경이며 당연한 것이었다. 어린 시절 여름날 오후에 차를 타고 녹슨 공장 건물을지나가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빠는 공과금을 내거나소포를 부치거나 웨스트사이드마켓에서 장을 보거나 할 때 나를곧잘 데리고 갔고, 그럴 때면 제철소 용광로에서 내뿜는 주황빛 불꽃을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 P14

러스트벨트의 도시에서 주황빛 불꽃은 단순히 역한 냄새와 오염의 전조만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착오도 아니며 혁신의 부족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샌프란시스코나 보스턴 같은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존재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그 이상이다.
그것은 일자리고 세금이다. 그것은 경제성장을 가리킨다. 저 불꽃이타오르면 클리블랜드가 잘 굴러간다는 뜻이야, 하고 철강 노동자들은말한다. 저 불꽃은 우리 역사와 우리 정체성의 일부다. 그것은 어떤것도 영원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세상에서 시간의 시험을 이겨내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한다. - P23

제철소로 오기 전 평범한종에 종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주중 40시간 노동이라는 표준에 익숙한 터라 제철소의 고된 일정이 아직 몸에 익지 않은 상태였다. 철강 노동자의 삶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노동이라는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개의 노동자가 12시간 교대 근무에 초과근무는 의무이고 밤낮을 오가며 일한다. 어떤 이들은 오전 3시에출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한다. 또 어떤 이들은 여명과 황혼을 구별하지 못할 만큼 밤교대 근무에 시달린다. 많은 미국인은 아침 6시가이른 시간이라고 하겠지만 철강 노동자들은 아침 6시가 상대적인개념이란 걸 잘 안다. - P46

의사들은 혼합 상태의 양극성장애가 제일 위험한 형태 가운데하나라고 말한다. 울증은 자살 충동을 일으키고 조증은 충동을 더한다. 혼합 상태의 양극성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면 실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런 발병시기 중간에는 속수무책으로변덕에 휘둘린다. 미사일에 묶인 채 고요한 도시로 날아가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볼 따름이다. 그러다가도 허공에 대고 재잘거리는뚜라미가 된다.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였다가 꼭두각시의 목소리를내는 술 취한 복화술사로 변하고 그다음 순간에는―이상하게도ㅡ꼭두각시놀음을 창가에서 지켜보는 관음증 환자가 된다. 한마디로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스스로 회의하게 하는 그런 질병이었다. - P49

나도 그새 알게 된 사실인데, 부서 간에는 비공식적 위계가 있었다. 제선부가 최악이고 제강부와 열연부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품질관리부와 설비관리부는 그리 나쁘지않았고 운송부도 괜찮은 편이었다. 정수처리부에서 일하는 건 더없이 행복했다. 전력관리부는반대였다. 전기와 기계관리만을 담당하는 부서가 몇 개 더 있지만그곳에서 일하려면 정비사이든지 전기기술자여야 했다. - P66

가장 기본적인 용어로 압연기는, 회전하는 두 개의 원기둥 사이에 강철을 넣어 압축하는 설비를 일컫는다. 압연기마다 목적이 다르지만 열간압연기 Hot Mill는 고온의 강철을 길게 늘이는 한편 연속압연기Tandem Mill는 상온의 강철을 길게 늘이고 조질압연기Temper Mill는 강철을 굴려서 단단하게 한다 모든 압연기에는 거대한 밀대 모양으로 생긴 금속 분쇄기처럼 강철을 우그러뜨리는 회전하는 한 쌍의 원기둥이 있다.
열연공장의 직원들은 제강공장에서 오는 화물차에서 강철 슬래브를 내린다. 그런 다음 섭씨 1260도가량이 될 때까지 슬래브를 용광로에서 재가열한다. 강철이 빨갛게 달구어질 만큼 높은 온도지만강철을 녹일 만큼 고열은 아니다. 슬래브는 형태를 유지하되 유연성 - P76

이 훨씬 좋아진다. 벌겋게 달아오른 슬래브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내려가면서 각각 1만 마력의 모터가 달린 여러 쌍의 산업용 롤러에눌린다. 강철은 열간압연기의 롤러들이 내리누르는 압력을 받아 길고 얇은 강판으로 늘어나는데,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슬래브는 보통 길이가 9미터, 두께가 20센티미터쯤 된다. 몇 분 만에 9미터가 900미터가 되고, 20센티미터가 몇 밀리미터가 된다. - P77

강판은 열간압연기 한쪽 끝에서 지름 60센티미터 가량의 가로로놓
감개에 감긴다. 감개는 엄청난 속도와 압력으로 돌면서 강판인
을 구부러뜨려 실타래처럼 감는다. 몇 초 만에 수백 미터의 강판은 - P77

운반하기 쉬운 1.5미터나 1.8미터 높이의 원기둥으로 바뀐다. 감개에서 풀린 원기둥의 지름 한복판에는 폭 60센티미터의 구멍이 생긴다. 제철소 용어로 이 원기둥을 코일이라 부르고 구멍을 눈이라 부른다. 크레인은 코일의 눈 안으로 고리를 집어넣어 코일을 바닥에서들어올리고, 이로써 수십 톤의 강판을 비교적 쉽게 다루고 운반하는 게 가능해진다. - P78

안전 지킴이의 설명에 따르면, 피클 라인의 노동자들은 각각의 코일을 펴서 흐르는 염산에 집어넣어 열연 작업 중 강판 표면에 묻은불순물을 제거한다. 그런 다음 강판 코일은 연속압연기를 통과하면여러 쌍의 밀대에 눌려 더욱 길게 늘어난다. 연속압연기를 거친강판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강판 중 일부는 곧장 고객에게 판매된다.
일부는 조질압연기를 거쳐 강도와 균질성을 향상시키고, 또 다른일부는 녹을 방지하기 위해 아연 도금한다. 어느 길을 가든 강판 - P79

들은 결국 형광등 아래 환히 빛나는 코일로 다시 감긴다. 이렇게 마감된 코일은 화물차와 세미트레일러에 실려 전국 각지의 구매자들에게 배송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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