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1 - 3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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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로가 서로를 외면해야 버틸 수 있는 세월이다. 동학 집단의 분열은 오래되었지만 사이비 교도까지 탄생할 지경이 되었다. 동학은 늙었고 해외에 있던 임시정부는 동력을 잃었다. 환의 죽음, 길상이와 의돈이의 체포가 독립 운동의 한 시기가 종료되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농촌은 지주와 마름의 횡포로 소작인들은 점점 농사를 포기하고 산촌으로 내몰린다. 그리고 스스로를 놓아버린 기화(봉순)의 운명은 애처롭고 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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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2-04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 넘 슬프네요.. 저 13권인데 아직도 1930년이예요. 광복까지 한참 남았어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3-02-04 22:08   좋아요 0 | URL
13권도 슬픈가요? 왠지 12권도 슬플 것 같은 예감이ㅠㅠ

독서괭 2023-02-05 11:03   좋아요 1 | URL
12,13권은 인물보다는 역사에 대한 슬픔이 좀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ㅠㅠ

바람돌이 2023-02-04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지가 3부부터는 좀 동력이 떨어졌던 기억이..... 1,2부는 진짜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어떻게 이렇게 인간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지하면서 읽었거든요. 뭐 1,2부에 비해서라는거지 그래도 토지는 토지니까..... ^^ 이제 반 왔네요. 화이팅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3-02-04 22:09   좋아요 0 | URL
인물 교체도 많이 되었고 또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슬프게 흘러가는 탓도 있는 것 같아요.
1,2부는 좀 스펙타클한 사건들도 다양하게 있었고...ㅎㅎ 암튼 남은 분량도 힘내보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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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반드시 읽겠다 생각한 계기가 딱히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문학 작품이라는데 언젠간 읽어야 하나 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고 책장 한 켠에 모아두고 있던 시리즈가 아까워서 더는 방치 말고 읽어보자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친구분들이 재독을 하신다기에 이 기회에 1독은 해보아야겠다 결심하게 되었다.

책을 꺼냈다 놀랐다. 얼마나 오래 되었으면 책 종이가 누렇게 될 정도였다. 내지에는 읽은 흔적도 있는데 전혀 기억에 없는 걸 보면 처음 읽었을 때는 내게 남은 것이 전혀 없었던 게 분명하다.

프루스트 문체의 특성이 만연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문학 작품 읽기에 늘 자신이 없는 터라 이 작품을 이해나 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화자는 엄마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강하다는 느낌이다. 만연체의 문장은 읽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만 묘사력이 돋보인다. 다만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재능과 특이함에 대한 생각, 상대에게 끌리는 마법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인지 근사하게 그려냈다.
레오니 아주머니의 죽음은 화자에게도 충격을 주었겠지만 나에게도 슬픔이었다. 주변을 정리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그를 보면서 죽음은 어떠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호한 문장들, 구체성 없는 장면들은 때론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화자가 사랑을 느꼈던 소녀와의 강렬한 감정 뒤 어느 거리에서 또 다시 느꼈던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나라로부터 나그네가 보내 주는 꽃다발처럼, 아주 오래전에 내가 지나온 봄날 꽃향기를 그대 젊음에서 맡게 해 주게나. 앵초, 민들레, 금잔화와 함께 오게나. 발자크의 식물군에 나오는, 순수한사랑의 꽃다발을 만든 꿩의비름과 함께 와 주게나. 부활절 아침의꽃 데이지와 함께 오게나. 그리고 부활절의 우박 섞인 마지막눈송이가 아직 녹지 않았을 때, 그대의 고모할머니 댁 오솔길에향기를 풍기기 시작한 정원의 불두화와 함께 와 주게나. 솔로제비몬 왕에게 어울리는 백합의 영광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제비꽃의 다채로운 빛깔과 함께 와 주게나. 특히 마지막 서리로 아직은 싸늘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문에서 기다리는 두 마리 나비를 위해서 예루살렘의 첫 장미꽃을 피우려는 산들바람과함께 와 주게나." - P224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을 번데기로 감싸는 노년의 커다란 체념이었는데, 이런 체념은 오래 끌어 온 인생말년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 아주머니는 자신이 결코 스완을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결코 집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고통스럽게만 여겨지는 이 결정적인 칩거가, 같은 이유로 오히려 아주머니에게는 견디기 쉬웠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주머니가 나날이 확인할 수 있는 쇠진한 기력 탓에 어쩔 수 없이 부과된 칩거였는데도, 아주머니는 행동이나 움직임 각각을 피로나 고통으로 만들면서 자신의 무위나 고립, 침묵에 기력을 되찾아 주는 축복받은 휴식의 부드러움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 P252~253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정을 정리한다는 게 가능할까 생각한다. 군데 군데 구멍이 난 옷감처럼 밀도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무얼 말하는 것인지도 뚜렷하게 알지 못하겠는데... 결국 읽으면서 생각한 소감들을 이어붙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프루스트의 묘사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 특히 풍경묘사!
묘사가 나올 때마다 눈을 감고 장면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려보았다. 이런 묘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생각했다. 나는 그 풍경들을 그려보며 혼란스러웠던 여행의 한 날이 기억났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방안은 겨우 책을 읽을 정도로 밝았고, 빛의 찬란함에 대한 감각은, 퀴르 거리에서 카뮈가 먼지 쌓인 상자를 두들기는 망치 소리로 느낄 수 있었는데(카뮈는 프랑수아즈를 통해 우리 아주머니가 ‘쉬고 계시지 않으니까‘ 소리를 내도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다.)그 소리는 더운 날이면 더욱 낭랑하게 울려 퍼져서 대기 속으로 진홍색 행성들을 멀리 날려 보내는 듯했다. 또한 빛의 감각은 내 앞에서 여름 실내악을 연주하듯, 작은 음악회에서 연주하는 파리 떼가 윙윙거리는 연주 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실내악은 우연히 날씨 좋은 계절에 들으면 나중에 그 계절을 기억하게 되는 인간의 음악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빛의 감각을 환기한다. 파리 떼의 음악은 보다 필연적인 관계로 여름에 연결되어 있다. 화창한 날씨에 태어나 화창한 날씨와 더불어서만 다시 태어나는 이 음악은, 그런 나날의 본질을 함유하면서 우리 기억 속에 그 이미지를 일깨우는 동시에, 그런 나날이 돌아왔다는 것을, 실제로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확인해 준다. - P151

나는 대지와 존재들을 분리하지 않았다. - P274

대지와 존재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저 말이 나는 1권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 왜냐하면 풍경은 존재와 함께함으로써 자신의 기억 속에 박제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화자의 저 말은 나도 동감했다. 기억 속의 풍경은 그럼으로써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켈트족의 신앙이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앙에 따르면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은 어떤 열등한 존재나 동물,식물 혹은 무생물 속에 갇혀 있어, 우리가 우연히 나무 곁을 지나가거나, 그 영혼의 감옥인 물건을 손에 넣는 날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존재가 된다. 그러다 그날이 오면 영혼은 전율하고 우리를 부르며,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는 순간 마법이 풀린다고 한다. 우리 덕분에 해방된 영혼은 죽음을 정복하고, 우리와 더불어 살기 위해 돌아온다.
우리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 과거는 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전혀 생각도 해 보지 못한 어떤 물질적 대상 안에 또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렸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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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1-31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죠! 잃시찾 1권, 문장들이 다시 되새기게 되요. 종탑과 정원 묘사는 탁월해요.
전 2권까지 읽어보고 리뷰 한꺼번에 쓸지 따로 쓸지 결정하려구요~~

거리의화가 2023-02-01 11:27   좋아요 2 | URL
저도 풍경 묘사 보면서 여행 때의 풍경이 여전히 기억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레이스님은 어떻게 리뷰 써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새파랑 2023-01-31 2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1권 읽었던거 같긴 한데

솔직히 기억이 안납니다 ㅋ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1권 읽으셨으니 50퍼센트는 읽으신거네요 ^^

거리의화가 2023-02-01 11:2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시리즈 전체적으로 한 번 쭉 읽지 않으셨었나요? 암튼 1권을 읽기는 했으나 음... 겉핧기로만 읽은 듯해요ㅠㅠ 시작이 반이라는 말씀이 위로가 됩니다~ㅎㅎㅎ

미미 2023-01-31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화가님! 가장 어렵다는 1권 클리어 축하드려요!!
저도 재독하고 싶어집니다. 상황 봐서 뛰어들께요.
우선 12,13권 마저 읽고요.
프루스트는 표현과 묘사의 연금술사~^^♡

거리의화가 2023-02-01 11:31   좋아요 1 | URL
1권이 가장 어려웠군요. 뒤는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이야기니 희망적인데요ㅎㅎㅎ
묘사력은 정말 갑이라는 생각했습니다! 미미님이 재독하시면 저도 덩달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미 2023-02-01 11:54   좋아요 1 | URL
네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근거 있더라구요. 작가들도 1권을 못넘는 경우 많대요. 뒤로 갈수록 완독 확률은 높아지는ㅋㅋㅋ뭐 그걸 떠나서 화가님은 끝을 보시리라 믿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2-01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종탑 묘사와 마들렌과 홍차를 마시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과 울타리 길을 따라 거닐며 집을 살피는?(누구 집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네요?ㅋㅋ) 풍경 묘사가 시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아름다웠던 느낌만 남고,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질 않네요?
이래서 다들 재독을 하는군요?^^
1 권 읽었다고, 2 권 들어가려 했는데, 화가님 글을 읽고 나니까 다시 1 권 집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까 햇살님 서재에서 본 비유!!!
수학 정석의 집합만 푸는 느낌이네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2-01 11:33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읽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작년에 나무님께서 써주신 글이 생각난 거에요. 그래서 읽어보고 쓰려니 더 좌절했어요ㅜㅜ 저는 도저히 그런 맛있는 글은 못쓸 것 같아서...ㅎㅎㅎ
그렇다고 안쓰자니 읽은 저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어 간략하게 썼어요^^;
저도 문장은 아름답다 생각했고 묘사력 좋다 싶었으나 읽을수록 모호한것이...ㅠㅠ 뒤로 갈수록 나아지길 기대해봅니다.

희선 2023-02-01 0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1권 나온 게 2012년이네요 책을 그때 샀다면 종이 색깔이 달라질 만하네요 1권 다 만났으니 앞으로도 죽 만나시겠네요 머리가 지끈거려도 다 읽고나면 뿌듯할 듯합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01 11:35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10년이 넘은 책이네요. 초반에 사긴 했을 겁니다. 2권은 전혀 읽은 흔적이 없고 책 상태도 께끗한 거 보면 시간이 좀 지나서 산 것 같고요ㅎㅎㅎ
1권을 읽고 모호했던 것이 뒷권들 읽어가면서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희선님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3-02-01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 글 넘 좋아요.
이 책 읽어 본 사람만이 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공유~~
벅차네요^^
프루스트의 묘사력은 정말 뛰어나다고 저도 매번 느낍니다~~

거리의화가 2023-02-01 13:20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덕분에 결심하고 덕분에 잃시찾 1권을 무사히 읽었습니다. 저런 묘사력은 관찰력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프루스트가 매의 눈을 가진듯!ㅎㅎㅎ 감사합니다. 2권도 잘 읽어볼게요*^^*

독서가 한량 심씨 2023-02-2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쓱 들어가 보려하는데, 완간 된 상태인가요?

거리의화가 2023-02-23 21:0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이 시리즈 완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얼마 전 완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2 - 전국 시대~진.한 : 대통일 시대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2
진순신 지음, 박현석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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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춘추 시대까지를 다루었다면 2권은 전국시대를 주름 잡은 칠웅, 이를 통일한 진시황과 짧았던 진의 치세, 유방의 등장으로 한이 통일되고 이후 전한이 멸망하기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어찌 보면 가장 드라마틱한 사연이 모여 있는 최초의 시기가 아닐까.

춘추 시대의 제후는 주나라로부터 토지를 받은 봉건영주들이었다. 농업기술의 진보로 새로이 토지를 개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은 주나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 내었다.
새로이 개간된 땅은 영지의 변경이었을 테니, 영주 스스로가 가는 경우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신하들의 일이었다. 명령을 받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이익을 가져다줄 새로운 토지가 생기는 일은 담당한 가신의 공적이니 그들이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당연했다. 제후를 섬기는 유력한 신하들이 더욱 유력해져서 드디어는 군주를 능가하게까지 되었다. 이것이 전국 시대의 양상이었다.(P33)

춘추 시대는 여러 제후국이 분열되어 있었으나 서로의 특색을 지닌 채 경쟁 구도를 가져갔다고 할 수 있다.
뒤이어 등장한 전국 시대는 7명의 제후국이 패자가 되어 피 튀기며 자웅을 겨루다가 드디어 중국 최초의 황제국이 등장한다. 지금도 China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기 때문일테고 외국에서 볼 때도 당시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진시황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 봐도 놀랍다고 보여진다. 여불위는 재력을 이용하여 미모의 무기를 집에 들였다. 당시 부호의 집에서는 가기를 두어 빈객을 접대하고 있었다. 인질 공자인 자초가 어느 날 여불위에게 초대를 받아 가장 아름다운 무기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내게 달라"고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무기는 여불위가 손을 댔을 뿐만 아니라 벌써 임신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부하면 지금까지 쏟아부은 투자가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만다. 여불위는 그녀를 자초에게 주기로 했다. 다만 여불위와 그녀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한단에서 사내아이를 낳았다. 자초는 물론 자신의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 아이의 이름을 정(政)이라고 지었다. 그 정이 천하를 통일한 시황제였다.(P180) 그는 정상적이라면 왕위에 오를 만한 위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황제에까지 오른 것은 시대적인 상황만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결국 그의 드라이브 능력도 있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난세를 평정, 천하통일을 하고 만리장성을 이어 쌓으며 패업을 꿈꾼 진나라는 짧은 치세를 뒤로 하고 진승과 오광을 비롯하여 유방, 항량, 항우가 일으킨 군대에 의해 결국 멸망한다.

엘리트였던 항우에 비해 유방은 출신도 그렇고 어찌 보면 평범한 이였다고 할 수 있다. 홍문연에서의 만남은 역사에 남을 장면이기는 하나 그만큼 후에 각색된 측면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항우는 서초의 패왕이 되고 유방은 한왕이 된다. 항우는 초의 회왕을 의제로 받들었다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바로 죽였고 이후 한과 초나라 간의 항쟁이 시작된다. 초한전쟁에서 항우가 속한 초군의 승리가 계속된다. 한군은 계속 대패했는데 이 때 유방이 초나라에 있던 범증을 이용하여 항우와 이간질을 놓았고 이것이 성공한다.
유방과 항우는 중국 시대의 여러 라이벌 중 아마 몇 손에 꼽는 이들일 것이다. 유방 4년 초, 한 천하를 양분하고 하나씩 가질 것을 맹약하였으나 유방은 이를 깨고 제후들과 함께 해하에서 항우를 포위한다. 항우는 결사대를 끌고 남하하여 오강까지 이르렀으나 결국 패하여 자결하고 한왕 유방이 황제를 칭하면서 고조에 오른다. 언제 봐도 재밌는 그들의 이야기에 또 다시 초한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고조가 왕위에 오르고 나서 12년 만에 죽고 나서 혜제가 즉위하였으나 여 태후의 힘이 강하여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혜제가 죽고 나서도 여 태후의 힘이 강력하여 몇 대가 지나는 동안 정권을 좌지우지했다. 그가 죽고 나서 문제가 즉위하고(BC 180년) 나서야 한나라의 치세가 안정화된다.
한나라는 중국인들에게 특별하다. 이는 문자와 관련이 된다고 보인다. 진나라의 소전(小篆)을 바탕으로 문자가 ‘한자(漢字)‘라 불리게 되었으며, ‘한문(漢文)‘, ‘한시(漢詩)‘, ‘한족(漢族)‘ 등과 같이 한(漢)이라고 하면 곧 중국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P382) 문제 이후 경제를 거쳐 무제가 즉위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무제는 주변국을 이리 저리 들쑤시고 다녔다. 무제는 장건을 서역에 파견하여 정황을 살피게 했다(다시 돌아오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린). 그리고 눈의 가시였던 흉노를 위청과 곽거병 장수를 이용해 원정에 성공한다(BC 119년). 물론 한나라의 군사력이 강해서만은 아니였고 흉노에 내부 분열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후 남월을 정복하고(BC 111년) 조선 원정을 꾀하기도(BC 109년) 했다.

무제에 뒤이어 황제가 되려는 이에 수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죽어나갔다. 1차 무고의 난으로 공손하의 일족이 죽고 2차 무고의 난으로 위 황후와 황태자 유거가 자살하였다. 소제가 즉위하였으나 21살의 나이로 죽고 만다. 그가 재위하던 10여 년동안은 궁정 내의 권력투쟁의 시대였고 백성은 피폐했다. 거듭되는 외국 정벌 때문에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차출되어 전쟁터로 갔다. 커다란 건조물 조영을 위한 인부로도 징용되었다. 농민뿐만 아니라 상인과 운송업자도 일을 잃었다. 정부는 독점 기업이 되었고 그 폐해는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당연히사회 불안이 조성되었다. 각지에 도둑이 창궐했다.(P537) 그 후 혼란의 시기를 거듭하다 왕망이 대부가 되었다 평제를 독살하고 스스로 가황제로 즉위한다. 국호를 신(新)이라 하였다. 왕망은 한나라의 정책을 따르지 않고 복고적 신정책을 펼쳐 사회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각지에 제후왕으로 봉해졌던 사람들과 열후왕으로 봉해졌던 사람들은 호족이 되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왕망의 정책에 불만을 가졌다.

3권은 후한, 삼국 시대에 이은 5호16국, 위진남북조 시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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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30 0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는 몰라도 여기 나오는 나라나 사람 이름은 한번쯤 들어본 듯도 하네요 여러 이야기가 있어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싸움이 일어나면 힘든 건 백성인데... 옛날엔 그런 일이 많았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1-30 09:04   좋아요 1 | URL
그치요^^ 워낙 복잡한 시대긴 합니다만... 책, 드라마, 영화로도 많이 다뤄진 시대다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많습니다. 자세하게는 몰라도 여러 번 들은게 도움이 되더군요. 좀 더 몰입감을 준다고 해야할까요. 전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언제나 하층 민중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23-01-30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0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만한 당신 세 번째 -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넓힌, 가만한 서른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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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당신 첫 번째 부고와 두 번째 부고의 책을 읽지는 못하고 어쩌다 보니 세 번째 부고를 바로 읽게 됐다. 최윤필 기자라는 이름은 종이신문을 구독하면서 알게 되었고 그의 글을 몇 번 읽다보니 좋아서 어느새 <가만한 당신> 칼럼이 언제 실리나 기다리는 독자가 되었다.

세 번째 부고에는 남들보다 앞서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사람들, 비정상적인 현실에 의문을 가지고 폭로하거나 기록한 사람들의 사연이 실려 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들의 부고를 보는 일인데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이는 그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며 감내했을 상황이 자연스레 떠오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특히나 소수자에 대해서 인색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는 학교 다닐 때도,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늘 튀지 않으려고 했다. 다수의 의견에 묻어가는 것이 편하니까 남들과 다른 소수가 되는 순간 질문을 받거나 공격을 당하거나 하는 상황을 너무 많이 보았다. 우리는 왜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가 생각했던 적이 많다. 남들과 다르다고 결정받는 순간 그 사회에서 그는 매장당하고 쫓겨나게 된다.

서른 명의 주인공들은 스스로 소수자가 되었거나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나서서 투쟁한 이들이다. 이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런 결행을 할 수 있었을까.' 그 결정들이 비록 전부 옳은 것이 아닐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정의를 위해 몸소 싸우기 위해 나서는 것만으로 이들은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케이트 밀렛은 페미니즘 이론의 고전이자 2세대 페미니즘의 정전인 『성 정치학』을 쓴 주인공이다. 그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 2세대의 슬로건에 해당하는 이론적 철학적 뼈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1970년 무렵 그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레즈비언 진영으로부터는 당당하지 못했다고 비판받고 온건 진영으로부터도 너무 나갔다며 비판받는다. 이후 그의 삶은 너무나 비극적이다.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수감되고 13년 간 리튬을 복용했으며 만성적으로 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함께 운동을 했던 2세대 페미니스트들이 학자나 교수로, 저널리스트로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동안 밀렛은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도 못하고 대중에게도 오랫동안 그렇게 잊혔다. 이후에 자신이 썼다고 하는 칼럼의 내용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대중을 한 때나마 흔들었던 그가 이제는 하루를, 앞 날을, 미래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다니 말이다. 부도 명예도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가난하고 힘이 없고 곁에 지켜주는 이가 없다면 누구든 마지막은 쓸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가슴을 갑갑하게 만들었다.

1998년 밀렛은 <가디언>에 「잊힌 페미니스트의 시간The Feminist Time Forgot」이란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나는 내가 이룬 것들을 잘 팔아먹을 재주도 없고, 취업할 능력도 없다. 나는 미래가 두렵다. 모아둔 돈을 다 쓰고 난 뒤 닥쳐올 가난이, 감당해야 할 굴욕이, 어쩌면 노숙자의 삶이 겁이 난다." 그 무렵의 그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베티 프리던과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을 언급하며 "그들은 모두 뛰어난 정치인들이지만, 나는 아니다. '여성해방의 케이트 밀렛'도 아니다"라며 냉소하던 때의 그와 달랐다. (P43~44)

이문자의 이름을 처음 듣고 본다. 한국 여성운동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분을 이제야 알았다니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1983년 6월 '여성의 전화'는 가정 폭력을 추방하고 남녀 평등 관계를 수립해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룰 목적으로 창립되었다. 이문자는 1988년 자원봉사자로 '여성의전화'에 참여한 이후 상담부장과 부설 쉼터 관장, 여성인권상담소장 등을 역임하는 동안 수많은 여성 전문 상담가들을 양성하고 성폭력 관련 법 제정 등의 여러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 주변의 활동가들이 정치인이나 공직계로 나서서 이름을 날리는 동안 그는 피해자 여성들의 곁을 떠나지 않으면서 정년 퇴직 후에도 '여성의전화' 활동을 계속 거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그의 이름이 알려지지 못했으나 '여성의전화' 활동가들에게는 '대모'나 '큰언니'로 불리며 존경을 받았다.
오랜 세월 가정 폭력은 외부에서 간섭하면 안 되는, 가정 내에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잘못 인식되었다. 여성은 폭력의 피해자로 소리 없이 죽어가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럴 때 '여성의전화'가 피난처이자 해방구가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타협이 정치력의 주요한 일부라면, 이문자는 정치력 있는 활동가가 아니었다. 입에 발린 소리를 혐오했고 스스로도 자신을 직설적이라고, "때로는 거칠고 다혈질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P85)

왕슈핑은 1991년 저우커우시의 한 혈장 센터 부책임자로 발령받는다. 1985년 9월 미국에서 수입한 혈우병 혈액제제에서 HIV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중국 당국은 혈장 경제를 통해 중국인의 피로 직접 약을 생산하여 감염을 막기로 한다(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방법을 쓰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왕슈핑은 혈액 샘플 조사를 하며 C형 항체 양성반응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C형 간염이 바이러스 감염 증식의 의심 요소임을 시 보건국에 보고하였다. 그는 조사방식에 C형 간염을 포함시키고 채혈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당국은 묵살했다. 1996년 전국의 혈장 센터가 폐쇄되기까지 최소 300만 명이 혈장을 팔았고 이 중 많은 수가 에이즈로 고통받았다. 왕슈핑은 옳은 말을 했다가 내부고발자로 찍혀 결국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1인당 월2회 매혈 횟수 규제는 무의미했다. 한 남성은 이삼일마다 피를 1리터씩 팔았다고 말했다. 채혈 센터에는 하루 평균 적게는 200명, 많게는 500~600명씩 몰려들었다. 그들은 한 번에 500밀리미터씩 두 차례 1리터의 피를 봅은 뒤, 혈장을 분리하고 남은 혈액을 식염수와 섞어 다시 수혈받았다. (...) 1990년대 혈장 경제의 매혈 주체는 주로 여성이었다. 남자의 피는 가문과 혈통의 정수인 반면, 여자의 피는 어차피 생리혈로 흘려버릴 피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P203~204)

비록 때늦은 부고 인사지만 독자에게도 이들을 기억하고 새롭게 각성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또 세상에 맞서 싸우며 살다간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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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24 0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를 파는 거 하니 위화 소설 《허삼관 매혈기》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한국도 예전에 피를 팔았던 적 있는 것 같더군요 예전에 죽은 사람이어도 몰랐던 사람을 알기도 하겠네요 이렇게 글이 되면 덜 잊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남은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많이 춥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1-24 12:40   좋아요 3 | URL
희선님 안 그래도 본문에 <허삼관 매혈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이 소설도 읽어보려구요.
다양한 분들의 부고를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날이 많이 춥습니다.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새파랑 2023-01-24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리뷰를 읽고 책 표지를 다시보니까 표지가 좀 슬퍼보이네요 ㅜㅜ
서른번째 이야기가지 나오겠군요~!!

거리의화가 2023-01-24 12:41   좋아요 4 | URL
슬프게 쓰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이런 책 리뷰쓰는게 저는 더 어렵더라구요ㅠㅠ 쓰고 나서 마음에 안 들어서 지울까 고민했습니다. 서른 분의 부고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저마다의 사연으로 감동이 있습니다.

2023-01-24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4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추좌전 - 하 - 전면개정판 춘추좌전
좌구명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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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전 2권은 진초(晋楚)가 양분되는 과정, 오월(吳越)이 세력을 다투는 과정이 담겨 있다.

BC 551년부터 473년까지 1권(BC 722~BC552)보다 상대적으로 더 짧은 시기를 다루는데 드라마틱한 사건은 더 많아서 흥미진진하다. 이는 춘추 시대에서 전국 시대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춘추 시대 초기만 해도 열국 간 법도와 예의를 따르는 모습을 볼 수 있으나 말기로 갈수록 작은 일로 원한을 갖고 이것이 복수로 귀결되는 과정이 잦아진다. 춘추 시대만 해도 제후들은 '왕'이라는 칭호를 칭할 수 없었는데 가면 갈수록 스스로가 왕을 칭하는 제후들이 많아진다. 제후들은 등급도 나뉘어 있었는데 이에 따라 엄밀한 위계에 따라 행동해야 했으나 나중으로 가면 그런 경계도 허물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기 핵심적인 인물은 역시 오왕의 합려와 월왕의 구천이라 할 수 있다. 둘은 쌍벽을 이루었으나 결국 월왕 구천의 승리로 귀결되지만 그들이 어떻게 열국들 중 승자가 되었는지 과정을 지켜보며 리더의 자격,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합려는 BC 515년 노 소공 27년, 주 경왕 5년에 주군을 시해하고 등극하였다. 오나라의 공자 광(합려)은 무장한 갑사들을 지하실에 숨겨두고 오왕을 초청해 연회를 베풀었다. 오왕은 호위병을 자신의 주변에 단단히 깔아 놓았지만 합려의 계략에는 미치지 못했다.

공자 광이 발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전설제(오나라 당읍 사람)가 물고기 요리 속에 칼을 감추고 들어가 마침내 그 칼을 뽑아 오왕을 찔렀다. 그 순간 호위병들이 양쪽에서 그의 가슴을 피로 마구 찔러 그를 죽였으나 결국 이때 오왕도 시해되고 말았다. 이에 합려는 전설제의 아들을 경으로 삼았다.

오나라에 합려가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면서 주변 열국들은 긴장했고 변경 지역의 긴장은 더했을 것이다. 사실 합려가 등극하는 모습은 이 기술이 다라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의 모습은 실제 어떠했을까? 실감나는 묘사로 접했다면 더 드라마틱했으리라. 이런 아쉬운 부분은 동주 열국지를 통해서 상세하게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등극한 합려는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오왕 합려가 서(徐)나라 사람을 시켜 공자 엄여를 잡게 하고, 종오 나라 사람을 시켜 공자 촉용을 체포하게 했다. 두 공자가 초나라로 달아났다. 그러자 초소왕이 이들을 이용해 오나라에 위해를 가하려 했다. 그러자 대부 자서가 이같이 간했다.
"오나라의 광(光)은 새로 나라를 차지하고서는 백성들과 매우 가까이 지내고 있습니다. 백성을 마치 자신의 자식같이 대하고, 백성들과 동고동락하고 있으니 이는 장차 그들을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오나라의 변경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 그들을 유복(고분고분하게 복종함)하게 만들지라도 오히려 오나라가 쳐들어올까 두렵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원수를 강대하게 만들어 그들의 분노를 가중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강대해지기 시작해 중원의 여러 제후국과 견주게 되었고 군주인 광 또한 마음이 아주 넓어 스스로를 선왕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하늘이 장차 그가 포학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혹여 그를 시켜 오나라를 멸망하게 하고 이성 나라의 영토를 넓히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아니면 끝내 오나라를 보우하려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결과를 알 날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어찌하여 잠시 우리의 귀신을 편히 쉬게 하고, 우리 백성들도 안정되게 만들면서 그 결과가 어찌될지 기다려 보지 않는 것입니까. 그러니 굳이 우리가 스스로 파양(힘들게 움직임)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초(楚)나라의 신포서가 진(秦)나라로 가 구원병을 청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나라는 봉시(덩치 큰 멧돼지)와 장사(큰 뱀)처럼 욕심을 부려 중원의 제후국들을 천식(병탄)하고 있으니 초나라가 가장 먼저 그 침해를 입었습니다. 과군이 하신을 시켜 급히 고하기를, '이덕무염(오랑캐 오나라의 욕심은 끝이 없다)'하니 ..."

합려 자체의 인물됨은 오나라 안에서는 후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으나 다른 열국들 안에서는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왕위에 등극한 이후 지나친 욕심으로 열국들의 긴장을 높였던 탓이지 않았을까.

아무튼 오나라는 월나라가 침입하고, 신포서가 이끄는 초에 패한(BC 505년) 이후 국력이 점차 쇠하게 된다. 합려에 뒤이어 부차가 월왕 구천을 항복(BC 494년)시키기도 했으나 그 기세는 반짝이었다.

월왕 구천의 등장은 묘하게도 오나라가 월나라를 쳤을 때 나타난다.

오나라가 월나라를 쳤다. 월왕 구천(允常의 아들)이 오나라 군사의 진군을 막으면서 취리(절강성 가흥현 남쪽)에 군진을 펼쳤다. 구천은 오나라의 군진이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우려했다. 이에 사사(결사대)를 두 차례나 출동시켰으나 이들 모두 포로가 되었을 뿐 오나라의 군사에 아무런 타격도 가하지 못했다. 그러자 다시 죄인들을 3항으로 열을 짓게 한 뒤 각자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일제히 이같이 외치게 했다.
"양국 군주가 교전하는 중에 우리는 기고(군령)를 어겨 두 번 다시 병사가 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감히 형을 피할 수 없으니 감히 귀사(죽음으로써 죄를 구함)하고자 합니다." 이에 죄인들이 스스로 목을 베어 차례로 자진했다. 오나라 군사들이 이 광경을 주목하는 사이에 월나라 군사가 일제히 진공해 오나라 군사를 대파했다.

구천은 오나라의 공격을 받아 힘껏 싸웠고 합려는 이 때 엄지발가락에 부상을 입고 가던 중 숨을 거두고 만다. 이로써 구천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부차와 구천 간의 대결은 BC 473년 오왕 부차가 월왕 구천에게 포위되어 자살하고 오나라가 멸망하며 비로소 막을 내린다.

월나라가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용동(절강성 정해현 동쪽의 해도에 위치)에 거처할 것을 허용하자 오왕 부차가 이같이 사양했다.
"내가 이미 늙었는데 어찌 군주를 섬길 수 있겠소."
그러고는 곧 목을 매어 자진했다. 월나라 군사가 오왕 부차의 시신을 이끌고 귀국했다.

건조한 문체로 적힌 간략한 기술이다. 역시 이와 관련한 자세한 상황은 동주 열국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춘추좌전을 통해 춘추 시대의 역사를 만났다. 춘추좌전은 춘추 시대 열국의 명멸을 편년체 기술로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 전쟁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할 때 거북점을 치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고 인의예지에 입각하여 사건과 인물을 평가한 기술도 특징적이었다. 또한 <시경>과 <서경> 등 과거의 고전이나 경전의 글귀를 인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해당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춘추 시대의 역사를 기본적으로 확인하기에 이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된다. 향후에도 참고서의 역할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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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1-20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기세가 읽으면서 오나라와 월나라의 스토리 읽었는데 지금 거의 다 까먹었어요.
그래도 이름들은 기억이 나네요~~
나름 인간의 처세술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뒷통수를 맞아 어쩔수 없는 운명의 슬픔 같은거도 느꼈어요^^

거리의화가 2023-01-23 22:23   좋아요 2 | URL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는 잊어버려도 인물들은 기억나는 게 어딥니까^^
춘추좌전 읽는데 어찌나 인간의 마음이 훅훅 변하는지~ㅋㅋ 작은 거에 토라지고 그걸로 인해 싸움이 나고 하는 걸 보면서 오늘날과 다를 바가 없구나 싶습니다^^

여울목 2023-01-21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사랑판은 한길사판과 비교해 조금 풀어썼던 기억이 있는데, 좀더 고풍스러운 한길사번역이 멋있었다고 느꼈습니다.
정치의 요체를 알 수있으며, 공자가 시를 공부해야한다고 한 이유를 좌씨전을 읽고서야 알 수있었습니다.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봅니다. 물론 조괄이 병법책 읽듯이하면 아무 소용도 없겠지만서도요.
숙향,자산,안영과같은 인물 앞에서는 무능과 교활한 궤변을 일삼는 사람은 신랄할 비판을 받았을 겁니다.
특히 자산은 매우 훌륭한 정치가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사건진행이 이해가지않는 경우도 있었는 데,아마도 자세한 사료가 없어져서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대표적으로 왜 기씨와 양설씨가 그 정도의 사건으로 멸문되었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1-23 22:53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한길사 번역으로도 만나보고 싶네요^^* 저는 사실 번역본 비교할 시간은 없었고 집에 있는 걸로 바로 읽은 경우라서요^^

네. 정치인들 뿐 아니라 리더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리더의 자질이 어떠해야 하는지와 사람을 쓰는 용인술도 배울 점이 많아 보여요.

저도 참모 중에 자산이 인상깊었습니다. 좌전에서 특히 굉장히 많이 나오더군요. 사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중 같은 경우보다 어쩌면 더 많이 출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인의예지에 입각한 평가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는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상세하지 않은 부분은 아마도 사료가 부족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23-01-22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더의 자격과 정치의 본질을 알게 해주는군요 역사에서는 배울 게 많겠지요 그런 걸 잘 못하지만... 역사 중요한데...


희선

거리의화가 2023-01-23 22:30   좋아요 1 | URL
네. 리더들이 꼭 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책이네요. 과거의 리더들의 우여곡절이 여기에 다 나타나 있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