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 마지막날이 되다니... 새삼스럽지만 시간이 너무 빠르다.
급작스레 추워져서 아까 낮에 산책하다 귀 떨어져나가는줄^^;;;
이번달 총 11권 완독했다.
쉽지 않았던 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몰입하면서 읽으려 노력했다. 뛰어들어 읽어내려갔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하버드 C.H.베크 세계사 1750~1870》는 근대를 여는 19세기를 표면적인 100년 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정치사, 경제사, 문화사, 사회사로 나누어 분석했다. 19세기는 근대의 시작이자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산물이 쏟아진 시기다. 그렇기에 19세기를 분석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대륙의 지역사를 조합해놓은 것이 아니라 19세기 자체를 큰 틀로 분석하여 거시적인 흐름을 잡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 이항 대립에서 벗어나 희생자의식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볼 수 있다. 비단 동아시아의 한일 지역 뿐 아니라 소련과 동유럽, 독일지역의 제국주의-민족주의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내가 나치즘과 독일-동유럽에서 벌어진 일들에 무지한 것이 많아 생소한 것들이 넘쳐나서 비판적 읽기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근사한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정리하기에도 바빴다는 것이 아쉽다.
《현충원의 역사산책》은 국립현충원을 탐방하는 7가지 가상의 길(저자 추천 코스)이 담겨 있다. 탐방로를 따라 가며 만나는 인물들에는 독립운동가 뿐 아니라 애국지사라는 타이틀을 가졌으나 친일 행적을 가진 경찰, 군인 등이 존재한다는 불편한 사실도 존재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있고 여성들, 제주 4.3 사건 관련 인물, 5.18 광주 항쟁 관련 인물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국립현충원을 신성시하여 모셔만 두지 말고 여행하듯 가보자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이야기다. 나만 해도 국립현충원을 가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 책을 들고 나들이를 떠나보자.
《독립운동 열전》은 한국근대사, 독립운동사에서 외면해왔던 사회주의 운동가들에 투신한 분들,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을 소환한다. 1권은 사건 위주로, 2권은 인물 위주로 담아 냈다. 독립을 위해 애써오신 분을 새롭게 만난다는 것은 늘 놀랍다. 한국근대사를 10년 넘게 공부했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인물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라고 할까. 그렇게 어려운 상황과 환경에서 독립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뛰어든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다. 마음은 그렇다 해도 몸은 하나 뿐 아닌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여럿 알게 되어서 좋았고 모스크바 자금 지원을 둘러싼 갈등, 시대적 배경에 따른 조선 공산당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2022 뉴베리 수상작으로 몇 해전 수상작인 'The Giver'와 비슷한 결을 지녔다. 통제당하고 거부당하는 시스템에 적응해야만 했던 한 가족의 경험이 녹아 있다.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저마다의 모양으로 살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녔다는 점은 같지 않을까. 할머니의 이야기를 손자가 이어가듯 이야기는 계속 어떤 형태로든 이어진다는 것에서 묘한 힐링을 느꼈다.(아... 원서는 언제 다 읽지^^;)
《보부아르의 말》은 저자와 보부아르가 만나 1972년부터 10년 간 여러 차례에 나누어 가진 대담을 요약, 발췌하여 실은 글이다. 책을 통해서 보부아르의 개인적인 심경과 사상적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사회주의적 진보가 이루어져야 여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생각은 사회주의의 실상을 확인하고 나서 그것조차 남녀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대표작인 제2의 성이 자주 인용되는데 1년이 지나서인지 새롭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제2의 성은 재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민의 불복종》은 예전에 읽었던지 안 읽었던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기억나지 않으면 읽자 해서 읽었다(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음). 소로가 세금 거부로 하루 유치장(!) 경험을 하면서의 소회를 담고 있는데 몇 장 되지 않는 책이지만 시민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다. 요사이 정치가 너무 답이 없어서 무기력해져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가만히만 있어서는 세상이 바뀌는 것이 없음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와 조선 연구》는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중심으로 전개된 식민지 조선 연구의 흐름을 살펴본다. 식민사관을 비판적으로 보기 위하여 저자는 경성제국대학이라는 공간을 택했다. 경성제국대학은 조선총독부의 식민주의적 지향이 관철되는 공간인 동시에 학술적 연구가 허용된 제도적 공간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독특한 위치를 점한 공간이어서이다. 기존 조선 사학계를 대표하는 오다 쇼고나 이마니시 류 말고 동양학자 그룹들의 학자였던 후지쓰카 지카시와 아베 요시오, 국제법 학자인 이즈미 아키라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청대 고증학 지식인들과 교류한 조선 지식인들에 주목한 후지쓰카 지카시와 퇴계 이황에 주목한 아베 요시오, 그리고 비동화주의를 주장한 이즈미 아키라, 이런 학자들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서재 친구인 박균호님의 책으로 이미 많은 분들이 좋은 평으로 올려주신 책이다. 그동안 책 읽기에 관한 책들을 제법 읽었지만 이 책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본다. 20권의 소설을 바탕으로 저자의 해석과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놓았는데 나처럼 소설을 재미없어 하는 사람도 이렇게 배경을 읽고 접근하면 소설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문학 작품 읽기에 영 자신이 없는 나는 대체 소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지혜를 얻는 시간이었다. 거기다 저자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재밌어서 언제 등장하나 기다리는 재미도 덤이었다.
《토지 7》은 11월 마지막날에 와서야 겨우 오디오북 듣기를 끝냈다. 주 공간이 만주로 이동되었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터라 따라가기 바빴다고 해야할까. 몇 가지 큰 사건들이 생겼는데 봉순이의 간도행, 서희와 길상의 혼인과 득남, 남 탓만 하는 찌질남 윤이병과 못난놈 송영환, 김두수와 길상의 대면, 강포수와 두메의 등장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시간이 흐른 만큼 그들 사이의 관계가 뒤얽히고 때론 역전되는 현상을 보는 것이 마치 상전벽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고 해서 잘 먹고 잘 살던 놈이 '어이구야! 피해야지, 숨어야겠다!' 하는 것도 아니지만. 7권의 역사적 배경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들어선 사건이다.
(ing)
현재 읽고 있는 책들인데 베크 세계사를 제외하고 남은 책들은 12월 중반 이후나 되야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 덕분에 여러 권의 여성 문학 작품을 읽게 되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마지막 장벽은 에밀리디킨슨인데 해설서를 샀으므로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밀턴의 악령 6장까지 읽은 상태다. <실낙원>을 읽고 읽었어야 하나 싶지만 <실낙원>은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읽어도 이해가 안될듯. 암튼 진도가 더딘데 다음달은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THE LAST CUENTISTA는 생각보다 진도가 잘 안나간다. 단어가 난이도가 제법 있어서인 듯 싶기도 하고. 번역본은 진작 읽었구만^^; 아무튼 다음달은 꼭 다 읽어야겠다.
이 달에는 역시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여행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책 한 절도 읽지 않고 내내 열심히 놀았다. 역시 여행 때는 노는데만 집중하는 게 최고ㅎㅎㅎ 진주와 밀양을 처음 가보았는데 다른 계절에 재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