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성화에 못 이겨
청계천 시장에서 데려온 스무 마리 열대어가
이틀 만에 열두 마리로 줄어 있다
저들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먹힌 것이라 한다
관계라니,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이 평화롭다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다
- 詩 '수조 앞에서',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창비 刊
딸아이가 며칠 전에 물었다.
"야시장 언제 열려?"
"토요일마다 서잖아."
"그거 말고, 금붕어도 팔고, 엄마아빠삼촌 술도 마시는 야시장..."
"아아, 그거! 글쎄다. 봄에는 열리지 않을까?"
2년 전 봄밤, 우리 동네 공터에 섰던 야시장.
딸아이는 금붕어 네 마리를 투명 비닐봉지에 담아 데려왔는데
지금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
그 아이들 때문에 급구매 했던, 인테리어 효과를 고려한 비싼 어항만 덩그러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