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 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이희중 詩 '오늘의 노래- 故 이균영 선생께'
설거지를 하다가, 화분에 물을 주다가, 뜨거운 국을 한 숟가락 떠먹다가
자기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아이고 창피해!" 하며
머리통을 사납게 흔들 때가 있다.
지난 시절 어느 날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과오가 부지불식간에 떠오를 때다.
거품 묻은 스펀지가 개수대에 내동댕이쳐지고
화분 속의 식물은 영문도 모르고 물벼락을 맞고
아까운 국물은 하염없이 식는다.
최근 자주 출몰하는 기억 하나!
마음속으로 호감을 품고 있던 옛 살던 동네 간이횟집 안주인이
이사 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가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기대했던 만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장차 사돈이 될지도 모를 딸아이의 남자친구 부모와 2차로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던 참인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보가 터졌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한 시간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셨다고.
내 기억에 의하면 나는 이때까지 살면서
그렇게 서럽디서러운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가만 생각해 보니 1990년대 추석 귀경길, 영등포역 앞에서 어렵게 잡아탄 택시 속에서
그 비슷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아이들이 마침 집에 먼저 가서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
단골횟집 여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지 않은 게 뭔 큰 대수라고......
2년 전 일이지만 모골이 송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