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택배 아자씨 얘기다.
4월에 그만둔다더니 계속 다니기로 했다고 해서 '나 때문인가?'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잠깐 해본 것까진 좋았는데.(착각의 여왕!)
어제 하던 일감을 급히 마무리하여 파주의 출판단지 안의 모 출판사로 보내야 했다.
요즘은 토요일에 아예 출근하지 않는 출판사들이 많아서 일정 안에 일을 진행시키려면
금요일인 오늘은 꼭 편집부에서 내가 한 일감을 전해 받아야 했던 것.
(안 그러면 주말이 끼어 사나흘이나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더러 하루 만에 도착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어제는 내가 신신당부했다.
금요일에 도착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그랬더니 비장의 주머니에서 빨간 매직펜을 꺼내든 이 아자씨.
택배 상자에 큰 글씨로 이렇게 써갈긴다.
"긴급배송 요망. 생계가 달려 있는 일!"
취미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을랑가?
그래도 작은 일감 하나에 '생계가 어쩌고'라는 표현은 너무했다.
그래놓고 너무나 으시대는 그 표정 좀 봤으면.ㅎㅎ
일과 관련된, 몇 통의 전화와 메일만 주고받았을 뿐인 편집장이 너무 놀랄까봐
좀 전에 급히 메일을 보냈다.
--택배 아자씨가 오버한 것이니 택배상자의 그 붉은 글자에 너무 놀라지 마시랑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