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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힐 1
후루야 미노루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살아 있으면서 썩어간다고...
나도 이하동문이다.(...) 끄응,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젊은 싸나이의 추한 몰골의 극치!
후루야 미노루의 청춘만화 <그린힐>은 별볼일없는 대학생 세키구치의 이런 독백으로 시직된다.
나는 그의 만화 <이나중 탁구부>와 <시가테라> <두더지>를 아주 재미나게 읽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얼핏 보면 하나같이 기괴하다.
그들의 사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란 용어가 딱 떠오른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생김새뿐 아니라 사는 꼴, 인간의 본성 등 추한 면만을 콕콕 집어
엄청나게 부각시키는 것이 특징인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
<그린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눈살을 찌푸리면서 읽는데 자기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난다는 거다.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탄 미녀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걸 보고 한눈에 필이 꽂혀 오토바이광 서클
'그린힐'에 들어오는데 멤버들의 면면이 그렇게나 한심할 수 없다.
인생은 무조건 괴로운 것이고, 인간의 제일 큰 문제는 게으름과의 싸움,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개똥철학일 뿐이고 그들은 하나같이 철저하게 무력하고 게으르다.
그런 인간들이 모여 '그린힐'이라는 엉뚱한 깃발 아래 폭주족을 지향하며 모였으니 난 처음에
후루야 미노루가 어울리지 않게 골프만화를 그렸나? 했다.
그린힐 멤버들의 꿈은 출세나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간신히 인간의 흉내를 내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자기보다 잘난 것 없다고 생각하고 안도하던 멤버에게
애인이라도 생긴 걸 알게 되면 엄청난 충격과 비탄에 휩싸인다.
--아아, 난 인생 종쳤어! (...)새가 되고 싶어. 새가 되어 국경도 없이 자유로이 창공을 날아가고 싶어...
자기를 제외한 모든 멤버에게 애인이 있다는 걸 알고는 충격을 받아 방랑의 길을 떠나는 그린힐 회장.
어느 바닷가에서 인생 종쳤다고 울부짖는데......사실 이 독백은 너무너무 웃기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바가
있다.
그런데 마침 그때 그의 옆을 지나던 심란하게 생긴 중년이 한마디 보탠다.
--새는 새 나름대로 힘들지요!
후루야 미노루 만화에서 엄청난 즐거움과 위안을 얻는 나는 호, 호, 혹시 아직 청춘이 아닐까?
(1~3 완간. 날개님, 이 재밌는 만화 선물해 주셔서 너무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