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인가? 난생 처음 '코스코'라는 데 갔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자못 충격적이었다.

디스플레이라고 할 것도 없이 어마어마하게 쌓인 온갖 종류의 상품들을 보니
어안이 벙벙해서 감히 무얼 선택하고 집어들어 나의 수레에 넣을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 날 산 것이라야 코코넛으로 만들었다는 친환경 주방세제 한 통과 식품 몇 종.
이 기회에 실컷 먹어보자고 하여 노르웨이산 연어를 덩어리(약 5만 원)로 샀다.
그리고 그토록 갖고 싶었던 삼천얼마짜리 코스코의 빨간색 비닐대형 쇼핑가방.

내가 들었다 놨다 한 것은 어이없게도 세 개가 한 세트인 8천 원짜리 걸레.
도톰한 면과 체크 무늬가 예뻐서였다.

--걸레가 이렇게 예쁘면 왠지 청소도 부담없이 자주 하게 될 것 같지 않아?

내 안의 악마가 속삭였다.

-- 걸레를 돈 주고 사는 건 미안하지만 그 효과를 생각해 보라고.
한 1년은 바닥이 반들반들한 집에서 살 수 있을 텐데......
걸레가 너무 좋아서 책꽂이도 가끔 닦고 싶을지 몰라.

남편은 두 번이나 걸레 세트를 수레에 집어넣었다가 다시 매대에 갖다놓으러 가는
나의 모습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안 쓰는 수건도 집에 많은데 걸레를 비싼 돈 주고 사면 벌 받을 것 같아서.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눈이 가지? 누가 나에게 저걸 선물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변명이랍시고 지껄였지만 그 말은 진심이었다.
좀 센스 있는 남편이었다면 몰래 챙겨놨다가 따로 계산하여 아내를 기쁘게 했을 텐데......

모처럼 들어온 알라딘, 어느  님의 리뷰를 읽다가 컴퓨러 우측 상단 모 포털 지붕의
'****5월 반짝세일 최고 70%'라는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잽싸게 클릭했다.
읽던 리뷰는 중단하고.

청소를 생각하니 걸레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운동이랍시고 동네라도 몇 바퀴 돌려고 생각하니 선캡과 여름 '추리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연어는 구워서도 먹고 샐러드로도 먹고 샌드위치에도 끼워서 먹고 한 2주 잘 먹었는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질리지 않았다.
아쉽기도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코스코를 나오며 든 생각.
이렇게 살다가는 지구가 곧 멸망할 것 같다는......

'사는'(?) 게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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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7-05-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걸레에 흔들리시는 로드무비님은
'여전히' 귀여우셔요 ^^

울보 2007-05-2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그 마음 저도 알것같아요,
저도 아직 코스코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데,,,궁금하네 ?

2007-05-22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5-2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서 땡깡부터 님, 넙치 님 리뷰였습니다.ㅋㅋ
잠깐 지둘리시라요.^^

울보 님, 저 그곳 스넥코너에서 사람들 먹는 피자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엄청나게 큰 사이즈, 싼 가격.
피자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한쪽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나게 생겼더군요.
언제 한 번 우황청심환 드시고 가보시길.^^

mong 님, 정말 귀엽죠?=3=3=3
전 제가 징글징글합니다.
이 나이에 걸레 같은 것이나 생각하면서.........

홍수맘 2007-05-2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절대 공감입니다. 전 문구류에 약해요. 애들과 문방구엘 가면 제가 더 흥분해 만져보고 고르고 적어도 인형달린 연필 하나라도 꼭 사고 나온다는... ^ ^;;;;;

비로그인 2007-05-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아, 제목의 '사는'은 Life가 아니고 Buy의 뜻이었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마지막 문구에서는 또 헷갈려버렸습니다. (웃음)
저도, 요즘 왜 그렇게 캐쥬얼화 츄리닝을 사고 싶은지...운동도 안하면서. (긁적)

Mephistopheles 2007-05-2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다른 의미로 코스트코(카스코)에 가면...1층에 진열되어있는 각종 가구들...그러니까 전원주택마냥 넓은 뜰이 있는 집에 비치하면 근사할 그네, 등, 혹은 바베큐 그릴을 보면 멍하니 바라보는걸요...나도 뜰있는 집만 있다면...!!! 하면서요...
(거기 도서와 음반 DVD도 제법 많아요...^^)

로드무비 2007-05-2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SHIN 님, 'Live'와 'Buy' 두 가지 다죠, 뭐.ㅎㅎ
옷은 잘 안 사는데 사이즈 때문에요.ㅠ ,. ㅜ

홍수맘 님, 전 안 약한 품목이 없습니다.ㅎㅎ
문구류라면 또 환장하죠.
우짜겠습니까. 생긴 대로 살아야죠.^^
(인형 달린 연필들 나중에 페이퍼로 좀 보여주세요.)

메피스토 님, 주하 영어사전과 책 몇 권도 샀답니다.
할인폭이 꽤 크던데요?
마트에 안 가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도 있는데.
집에서는 뭐 얌전히 책만 읽고 있나요? 님이나 나나...=3=3=3

2007-05-22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22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2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어떤 신부님이 강론 시간에 하신 말씀. 고백성사 하러 들어오는 신자들의 죄고백 중 제일 어려운 것이 할머니들의 고백이랍니다. "(한숨) 그저 사는 게 죄죠." 저, 그런 얘긴 줄 알고 클릭했다는... -_-a

2007-05-22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5-2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왕자 컬렉션 님, 그건 아는데 둘리는 또 멉니까?
안 그래도 스노우볼이냐 오르골이냐 양철 도시락 통이냐
고민하느라 머리가 뽀개집니다.^^*

네꼬 님, 할머니들은 거의 道의 경지에 이르신 분들이고.
제 말 뜻은 좀 다르다는 것 아셨죠?^^

인형 달린 연필 한 자루 님, 목 빠지게 기다리겠습니다.^^


2007-05-22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5-2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고민 님, 그 세트가 신통치 않았나 봅니다.
아님 자신에 대해 너무 엄격하신 건 아닌지요.
전 아까 재밌게 읽던 리뷰를 중단하고 무심코 세일광고를 클릭하는
자신의 행동에 놀랐어요.
그래서 이런 페이퍼가 나왔지만.
문제는, 반성의 포즈만 취하고 진짜 반성(실천)은 잘 하지 않는다는 거죠.^^;

비로그인 2007-05-2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아잇 참, 좀 이쁘장한 걸레때문에 내안의 악마가 속삭인다니 ㅋㅋ
아- 주부에게 이쁘장한 걸레는 고작 이쁘장한 걸레가 아닌걸까요?
전 아직 개념정립이 잘 안되어요 ㅎㅎ

진달래 2007-05-2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친구 하나가 늘 예쁜 티셔츠를 보면 꼭 하는 말이, "집에서 입으면 예쁘겠다." 그럼 전, "넌 집에서 입는 옷도 사냐?" 그렇게 외출복으로 입던 옷이 흉해지면 집에서 입곤 했는데, 이젠 저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배우들처럼 예쁜 추리닝 집에서 입고 싶어지더라구요. 참고 참고 참다 '사는 거'니, 죄 정도는 아니겠죠? ^^;; 근데 참 궁금하네요, 그 걸레가 을매나 예쁜지... ^^;;

2007-05-22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7-05-2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거기서 걸레를 들었다 놨다 했었지요.^^
우린 결국 술(와인)만 사들고 왔습니다.^^

날개 2007-05-2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걸레라면 저도 고민했을것 같은데요?^^

검둥개 2007-05-23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고형 할인점에 가보면 정말 구매 행위가 역겹게 느껴져요. ㅠㅠ
코스코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와요...
그건 그렇고 제 안의 악마는 이렇게 말하곤 해요.
--청소기, 청소용품, 세제가 이렇게 강력하면 왠지 청소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 것 같지 않아?
근데 청소는 역시 힘과 시간의 문제이지 도구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7-05-2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청소도구 실컷 사다놓고 한 번 쓰고 나면 그후론 안 쓰는게 문제에요.
그나마 그 도구도 제가 사는 일은 거의 없고 옆지기가 사지요.
연어 잘 드셨다니 그래도 잘 사셨어요.

로드무비 2007-05-2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님, 연어는 언제 먹어도 맛있어요.
스팀걸레도 사셨는지 궁금해요.^^

검둥개 님, 그날 속이 메슥메슥하더군요.
전 새 기계에 대한 호기심은 거의 없는 인간입니다.
걸레 따위나 들었다 놨다 하면서.......헤헤......

날개 님, 예뻐서라기보다 사이즈가 맞춤한 것이
손에 들면 청소가 저절로 될 것 같았어요.^^

건우와 연우 님, 안주도 좀 사오지 그러셨어요.
동지를 만나서 기뻐요.^^

진달래 님, 처음부터 집에서 입을 옷을 사는 사람도 있군요.
신기해요.
추리닝을 요즘은 외출복으로도 입더군요.
예쁜 놈으로 사서 입으시길.^^

체셔고양이 님, 하하, 청소 못(안)하는 자신에게
얼마나 포한이 졌으면 그러겠습니까.
그런 차원입니다.^^

2007-05-25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키타이프 2007-05-2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청소에 관련된 물품은 딱 질색이라서.
아마 엄청 예쁜 청소도구를 보게 되더라도 속으로 그럴겁니다.
'용쓰고 있네, 그런다고 살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