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 다이어리 - Goldmiss Diary
크리스틴 B. 휄런 지음, 박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성공을 거둔 미혼의 강인한 여성들(strong women achiever, No spouse)의 약어로 나타낸 스완족(SWANS)은 도시에 거주하는 능력있고 진취적인 전문직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p.17)

이 책은 골드 미스들에게 세상이 바뀌고 기회가 열렸으니, 연애이랑 걱정 말라고 그대의 일에 열심히 매진하라고 한다. 그리고 연예 책에 나오는 고전적인 연애 팁도 몇 가지 알려준다.
성공한 여성들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귀는 남자에게도 자신이 성취해온 일들과 앞으로 계획을 정직하게 말하고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들은 만나는 남자가 과연 정말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안자인자, 아니면 그저 시간을 함께 때울 수 있는 남자인지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합니다." (p.111)

남자의 수입이 더 적다고 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능력 있는 여자에 기대어 살려고 하는 ‘셔터맨’ 의식을 가진 남자는 절대 사양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남편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많지 않더라도 자기 일을 가지고 있고 그 일에 열정이 있는 남자라면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p.163)

다 읽고도 리뷰를 안 쓸 생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난, 스완족인가 아닌가”를 묻곤 했는데 결론은 "아니다"였다. 전문직? 그건 맞다만, 사회적 성취나 진취적 자세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리고 책 내용 말고는 내가 할 말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랫 기사를 보고는 놀랐다. 그 속에서 스완족인척 하는 내가 숨어 있는 거다. 

   
  여기화려한 삶 집착하다 `마음의 늪`에 빠져
젊은 여성층에 번지는 `알파걸 콤플렉스` 

학업 성적이나 업무 능력, 리더십에서 남성을 압도하는 젊은 여성들을 ‘알파걸’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엘리트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결혼보다 사회적 성공을 중시하다 보니 혼기를 놓친 ‘골드 미스’가 알파걸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남성의 영역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31명 중 여성은 21명으로 역대 최고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판사로 임용된 90명 중 절반이 훨씬 넘는 57명이 여성이다.

알파걸 중 일부는 대중의 우상으로 떠오른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김주하씨는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역할 모델이다. 이런 우상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우상의 그늘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아무나 알파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학력 위조 혐의로 파면된 신정아씨, 7년간 유학파로 가장해 유명세를 얻었던 영어강사 이지영씨가 대표적이다.

이들처럼 ‘가짜 인생’까지는 가지 않지만 알파걸 따라잡기에 지쳐 정신과에 찾아와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20~3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연극성 성격장애, 나르시시즘 성격장애, 파랑새 증후군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와 대표적인 알파걸 3명에게서 알파걸 콤플렉스와 그 해결책을 들어봤다.

젊은 여성들의 알파걸 콤플렉스

1. 연극성 성격장애

신정아씨도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알파걸이었다. 미모와 재력에다 전문적 식견,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췄다. BMW 승용차, 명품 가방과 옷으로 치장했다. 이 덕분에 6년간 학력 위조 의혹을 잠재우고 알파걸 행세를 할 수 있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신씨는 ‘연극성 성격장애(히스테리성 성격장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연극성 성격장애란 자기의 상(像)을 만들어놓고 대본(스토리)에 충실하게 살면서 상대방을 희생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서울대 동양화과 입학이라는 대본이 연극의 출발점이었다. 그 이후에는 모든 게 거짓 대본으로 이어졌다. 금호ㆍ성곡미술관 큐레이터로 실력을 인정받고는 ‘이 정도라면 예일대 박사라 해도 무리가 없다’고 스스로 믿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신씨를 ‘여자 황우석’으로 분류한다. 황우석처럼 경력을 과장하고 허풍을 떨었고, 한 번의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30대 중반의 독신 여성 A씨. 회사에선 일 잘하기로 소문나 있고 늘 웃는 얼굴에 옷도 잘 입고 다닌다. 하지만 A씨에겐 비밀이 있다. 오피스텔이 너무 엉망이라 아무도 들이지 않는다. 그녀는 샤넬 가방을 보물처럼 아끼지만 구멍난 속옷을 입고 다닌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항상 시달린다. 그러려면 음식량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폭식하는 경우가 많다. 몸매 생각이 나 목구멍에 손을 넣어 토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은 우울증을 불러왔다.

건국대 의대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A씨는 외적 과시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 내면을 통제할 힘이 남지 않아 이중적인 삶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일부 젊은 여성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정도로 쪼들리면서도 명품으로 치장하고 상류층 행세를 하려다 균형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 나르시시즘 성격장애

패션회사 마케팅 본부장 한모(37)씨는 초고속 승진으로 이 자리에 왔다. 깔끔한 헤어스타일, 엄격하고 단정한 다크블루 정장, 지적인 메이크업, 사각 서류가방 등은 초고속 승진을 상징한다. 하지만 요사이 굵직한 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공로가 다른 간부에게 돌아간다고 느끼면서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기 시작했다. 판단력이 흐려져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씨를 상담했던 ‘심리클리닉 비(Vie)’의 김정수 원장은 “한씨는 일의 성취감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을 필요로 하는 나르시시즘 성격장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직장 여성들은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자신이 부각되지 않거나 이득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는 등한시하게 돼 윗사람과 마찰을 겪는 경우가 많다.

김 원장은 “클리닉을 찾는 20~30대 여성의 대부분은 우울증이나 불면증 때문에 찾아오는데 그중 10%는 이런 나르시시즘 성격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 아나운서처럼 화려한 직업을 꿈꾸는 여성들 중에 이런 증세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한국 아나운서 아카데미의 오명석 원장은 “일부 젊은 여성들은 전문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외모·학벌·가문 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직업으로 아나운서를 준비한다. 일부는 가망이 없는데도 30대 중반까지 몇 년째 매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3. 파랑새 증후군과 경조증

30대 초반의 기혼 여성인 B씨. 그녀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잘나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럽다. 서울의 중류급 대학을 나와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번듯한 대기업 사원인데도 친구들에게 항상 열등감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각종 조찬 모임, 사교 클럽, 외국인 모임 등에 나가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그래도 친구와 비교하면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감을 떨치지 못했다. 이런 시간이 오래가면서 불면·폭식 증세에 시달렸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서울 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B씨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없는, 자신에게 잘 맞지도 않는 허상을 좇다 보니 회사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파랑새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은 “신정아씨처럼 활동적이고 약간 들떠 있고 과장된 자신감을 보이는 여성들은 ‘가벼운 조증’(輕躁症·hypomania personality)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조증의 힘』을 펴낸 존스홉킨스 의대 존 가트너 교수에 따르면 살림전문가 마사 스튜어트, 유명 앵커 오프라 윈프리는 조증을 잘 통제해 성공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해칠 수 있다고 한다. 신씨가 조증을 통제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20~30대의 여성들이 이런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알파걸의 성공신화를 떠받들고 알파걸이 되면 부·명예, 화려한 삶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원인을 찾는다. 김정수 원장은 “외모 중시 풍조가 확산되고 인터넷·UCC 등이 일반화되면서 자기를 과시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젊은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MBC 김주하 앵커는 “알파걸 콤플렉스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다. 워킹 맘이라는 말은 있지만 워킹 대디라는 말은 없다. 여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를 강요받고 그래야만 겨우 칭찬받는다. 나는 일을 하고 싶어 했고 대신 살림은 못한다고 손을 놨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정신과에 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의 적성과 행복 대신 특목고·서울대에 집착하는 부모와 교육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건국대 하지현 교수는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외부 과시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면의
안정에서 온다”면서 “외면을 꾸미는 시간의 절반이라도 마인드 컨트롤과 명상에 투자하면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27세에 창업해 10년간 여성 헤드헌터로 명성을 누린 최정아 ‘인터링크 서치’ 사장도 최근 사업에서 실패한 뒤 위로해줄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간의 인생이 가짜가 아닐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최 사장은 “문제점이 발견되면 무조건 모든 것을 중지하고 삶을 돌아봐야 한다. 가족과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삶을 정상궤도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헤드헌터인 유순신 ‘유앤 파트너스’ 대표는 “신정아씨의 예는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의 여성이 건강하게 최고에 도전하고 있다”며 “다만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는 여성이 많은데, 가족도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알파걸=미국 하버드대 아동심리학 교수 댄 킨들런은 『새로운 여자의 탄생-알파걸』에서 학업ㆍ운동ㆍ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에게 뒤지지 않는 엘리트 소녀를 ‘알파걸’이라고 명명했다. 남녀 평등을 추구하던 페미니스트와 달리 알파걸은 남녀 동등을 당연한 가치로 여긴다. 한국에서는 단순히 경력ㆍ능력만이 아니라 외모ㆍ집안ㆍ재력까지 갖춘 40대 초반 여성까지 포괄한다.

이원진[jealiv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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