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 돈버는 모든 원리가 숨어 있는곳
이상건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3년 전인가, 베스트셀러였던 남인숙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읽고 머리가 멍했다.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 같아서 정말 머리가 멍해졌었다. “딴 년들은 이렇게 살고 있었단 말이야?”가 절로 튀어나왔다.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명예나 재물 따위엔 관심 없이 살다가, 실은 나도 존중받고 잘 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이후 나를 속이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남을 속이지 않으니 정직하다는 말은 듣고 살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정직해야 할 나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다고 남인숙씨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자기 계발서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지긴 했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업무능력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버텨내기 위해선 소설보다는 자기 계발서가 필요했다. 자기 계발서의 흔해빠진 “참고 버텨”라는 말이 그 순간 그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다.

나는 종교도 없고 삶의 철학하나 제대로 세워둔 것이 없다. 멘토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도 없다. 믿을 것이라곤 짧은 경험과 짜리몽땅한 몸뚱이 하나뿐이다. 짧은 경험을 깊은 경험으로 바꾸기 위해선 더 많은 책값이 필요했고, 짜리몽땅한 몸뚱이를 위해선 좋은 옷들이 필요했다. 그러니 돈 벌어 준다는 재테크 책으로 눈이 돌아 갈 수밖에.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잡기 시작했을 때 리뷰를 안 쓸려고 했다. 안 그래도 속물의 악취가 새어나오는 서재인데, 이것까지 읽었다고 말하면 정말 그렇게 볼 것 같아서 두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네. 저 속물 맞고요. 그래도 이 책은 좋은 책이니 사서들 읽으세요.”라고 외치련다. 정말 좋은 책이다. 돈 벌어주는 책이 아니라 생각을 벌어주는 책이다. 재태크 기술 보다 경제에 대한 이해가 꽉 찼다고 할까.

나는 공부를 할 때 먼저 ‘필요’와 ‘관심’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심은 교양을 쌓기 위한 것이고, 필요는 실용 즉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다. 교양이란 문학이나 예술, 인문 과학등의 분야를 말한다. 실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나가면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거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지식이다. 나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만의 지식으로 산다면 절름발이 지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p.21)

이상건이라는 사람, 참 차분하게 글 잘 쓴다. 한 때 문학청년이라고 했는데, 그게 집필에 많은 도움이 됐을 거다. 돈에는 낭만이 없다느니, 잃은 자가 있어야 얻는 자도 있다느니 별로 대면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거부감 없게 잘 설명한다. 그리고 재테크를 하려만 위대한 투자가들의 책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이 책이 경제학자, 투자자들의 책을 인용한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내가 봐도 철학과 논리로 자신의 경제를 구축한 거인들은 이해하지 않고, 소인들의 잔재주를 먼저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차이가 돈이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고, 조급해 하지 말라며 주식 흐름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무릎이 절로 쳐진다. 실은,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과 정철진의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가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해가 어려워서 읽다가 포기하고 책장으로 유폐시켜버린 것이다. 오늘에야 꺼내 읽어볼 용기가 생겼다.

책에는 화가 루벤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루벤스의 이런 비즈니스 감각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의 일을 돈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거래를 그만두었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다는 얘기지만 ‘일의 대가=돈’이라는 명료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가격 이상의 만족과 가치를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루벤스는 잘 보여주고 있다. 흔히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 실수를 가끔 범하는데, 루벤스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p.297)
책을 덮고 보니 저자가 루벤스가 아닐 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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