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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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복잡한 일상을 꿈꾸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복잡의 중심에 있음을 알게 된다.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이동하려는 애쓴다. 종종 생각한다. 사는 거 별거 아니라고, 밥 먹고 잠자는 것으로 축약하면 끝이라고. 그것 사이에 하나씩 채워지는 어떤 것들로 삶이 이어진다는 걸 깨닫는다. 백수린의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를 읽으면서 단순하게 채울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이 좋아서 아주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건 이유가 필요 없으니까.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그 느낌을 우리가 잘 몰라서 때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상을 쓰는 일은 콩을 고르는 일처럼 단순하지만 집중을 요한다. 까만 콩 무더기에서 벌레를 먹거나 흠집이 난 콩을 고르다 보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큰일이 아는 건 아니다. 온전한 콩만이 맛을 내는 건 아니니까. 백수린은 상처 난 콩과 동그랗게 온전한 콩을 나란히 두고 그것을 비교하지는 않는다. 어쩌다 상처가 났을까. 어쩌다 보면 완전한 콩을 버리는 쪽으로 옮기는 일도. 저마다 이유가 있다는 것, 상처가 난 콩도 맛은 있다는걸. 그는 알고 있었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작고 소중한 기쁨을 누리는 방법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근처에 성곽이 있는 서울의 높은 언덕의 아주 작은 단독주택에 살면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풍경 속에서 그가 들려주는 일상은 소중한 보통의 삶이었다.


어떤 책은 문장에 반하고 어떤 책은 등장인물에 반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내가 반한 건 동네다. 저자가 M 이모를 통해 알게 된 낡고 허름한 동네. 급한 일이 있어서 택시를 부르는 일은 요원하고 눈이 오면 감상 대신 빠르게 눈을 치워야 하고 재활용 폐지를 직접 주민센터로 가지고 가야 하는 동네.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약속을 정해 특정 요일에 필요한 물건을 내놓은 일,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이 많고 개발이 될까 걱정하는 원주민이 사는 동네. 반려견 봉봉이와 성곽길을 산책을 할 때 느끼는 편안함, 조금씩 인사와 안부는 나누는 이웃들이 늘어나는 동네.


어쩌면 그 안에 살지 않기에 그 동네가 아름답고 평온해 볼일 수도 있다. 그 안에 들어가 하나의 풍경을 자리 잡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어떤 꾸밈이나 치장은 찾을 수 없기에 좋았다. 마당은 없지만 옥상에서 화분을 들여 꽃과 식물을 키우는 일, 실패를 거듭하면서 심지 않은 식물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모습을 통해 놀라운 생명력을 배우고 자연의 힘을 알게 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 고정된 나를 둘러싼 변화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은 뭐랄까 매번 신선하면서도 감탄을 자아내니까. 


전혀 조화롭지 않고, 무질서하게 자란 그 식물들을 나는 오래도록 그대로 두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땅에서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 생명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다. 식물들은 내가 돌보지 않아도 제각각 키를 키우고 꽃을 피우다가 가을이면 서서히 메말라갔고, 겨울엔 눈에 덮였다. 그러고 나면 다시 봄이 왔고, 자연의 이치대로 모든 순환이 다시 시작됐다. (44쪽)


당연한 말이지만 일상을 담은 에세이를 읽는 일은 저자를 읽는 일이다. 글을 통해 나는 백수린 작가의 하루 일과를 상상하며 그가 이런 사람이겠구나 생각했다. 유리병이 좋아서 그 안에 담긴 것들을 바로 먹지 못하는 사람, 꿀을 모으고 선물로 다양한 맛의 꿀을 선물하고 늙고 아파서 걷지 못하는 반려견 봉봉이가 하늘로 떠난 후에도 그 물건을 치우지 않고 간직하는 사람, 소심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해 속상해하는 사람. 그가 조곤조곤 학생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나 옥상에서 동네를 바라보는 모습, 노점에서 살구를 파는 노인에게 살구 한 봉지를 사는 모습을 그리며 언젠가 그의 소설에서 이런 파편을 만나면 단 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기억하고 싶어졌다. 떠난 반려견을 여전히 그리워하며 새로운 산책을 시도하며 겨울 난방비를 위해, 비가 새거나 벽의 페인트가 벗겨질 대를 대비해 돈을 모으기 위해, 혼자의 삶을 위해 글을 쓰고 일을 하는 저자를 말이다. 


허름한 산동네의 낡고 작은 단독주택에서의 삶이 관리인 따로 있는 공동주택에서의 삶보다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나는 이 집을 무척 좋아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유난히 활달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지는 빗소리, 집에는 유리창이 많아서, 나는 집 안에 가만히 앉아서도 짙어지는 우듬지의 색깔과 석양의 농도로 계절이 깊어가는 걸 알 수 있다. (196~197쪽)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문득 모든 게 감사하구나 느끼는 순간과 마주한다. 춥고 가난한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빛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환한 봄의 인사를 전하는 것 같다고 할까. 제목 그대로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안겨주는 책이다. 막연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행복에 전염되어도 좋겠다는 생각, 그 순간이 찰나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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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2-0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 좋았는데, 이 책은 에세이군요! ‘상처가 난 콩도 맛은 있다는걸‘ 알고 있다는 표현이 좋네요.

자목련 2023-02-07 12:44   좋아요 1 | URL
<여름의 빌라>가 좋았으면 이 에세이도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참 좋았어요. 좋은 표현이라는 독서괭님의 댓글은 더더 좋고요!

은오 2023-02-08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담아갑니다! 내 통장을 지키기 위해 차단해야 할 목록: 자목련님 잠자냥님 미미님...... 근데 너무 좋아해서 차단 못하는중....

자목련 2023-02-09 08:19   좋아요 1 | URL
은오 님이 이 책을 읽으시면 어떤 리뷰를 쓰실까, 벌써부터 궁금!
너무 좋아해서라는 댓글에, 저는 무진장 좋습니다. 헤헤~~

희선 2023-02-10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사는 곳이 좋으면 그대로이기를 바라겠습니다 지방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은 빨리 바뀌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웃과 잘 지내는 사람 많이 줄었지만, 이웃과 인사하고 지내는 곳도 있겠습니다 그런 게 조금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자목련 2023-02-10 10:16   좋아요 1 | URL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지방에 살아도 옆집와 왕래하고 교류하는 건 소홀해지는 요즘입니다. 희선 님, 여긴 비가 그치고 쌀쌀해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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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역사소설 『칼의 노래』는 몇 번을 읽다가 실패했다. 작가의 건조한 문체도 어려웠지만 잔인한 역사의 기록을 읽는 일은 어려웠다. 아름다운 묘사와 비유도 나를 이끌지 못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안중근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김훈의 『하얼빈』를 읽는 일을 주저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은 그만큼 쓰는 일도 읽는 일도 어려운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 하지만 소설은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은 인물의 내면을 전달한다. 


군더더기 없는 김훈의 문장으로 안중근의 거사를 읽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김훈의 이번 소설을 읽는 일은 쉬웠다. 감당할 수 없는 참혹함이나 슬픔 같은 것은 많지 않았다. 어쩌면 일부러 작가가 그런 것들을 배제하고 썼을지도 모른다. 내게 안중근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란 말로 더 가까웠다. 그래서 처음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안중근 열사의 생을 검색하려 했던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일정 부분은 기록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을 통해 안중근을 만나도 좋겠다고 여겼다. 역사적 배경이나 주변 등장인물의 성격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부분도 다르지 않다.


소설은 이토와 안중근의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주며 당시 조선의 현실을 설명한다. 우리가 배운 역사와 일본과 조선의 관계를 시작으로 역사적 그날 1909년 10월 26일로 향한다. 천주교 신자인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사살할 결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가 1909년 10월 22일에 먼저 하얼빈에 도착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할 26일까지의 그 시간, 그 행적에 집중한다. 우덕순과의 만남,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조선이 아닌 하얼빈으로 부른 그의 마음을 채운 건 무엇일까. 거사를 치르기 전에 아내와 아이를 만나지 못한 게 다행이라 여기는 사람. 하나의 장면, 한순간으로 모든 게 끝나고 마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는 안중근.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총은 한번 쏘면 돌이키지 못한다. (116쪽)


한 자루의 총, 실탄 일곱 발, 충분하지 못한 여비 백 루블, 그것이 전부였다. 사진 한 장으로 익힌 이토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그는 얼마나 애를 썼을까. 포수로 수없이 많은 표적을 명중시켰지만 동물이 아닌 사람을 겨누는 것은 다르다.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총을 쏘고 난 후에 벌어질 일들까지 계획이 되어 있었으니 이토를 겨누는 순간만이 중요했다.


방아쇠를 당길 때, 오른손 검지 손가락 둘째 마디는 몸의 일부가 아니라 홀로 독립된 생명체였다. 둘째 마디는 언제 당겼는지도 알 수 없는 적막 속에서 스스로 직후방으로 작동해서 총알을 내보냈다. 그러므로 이토를 조준해서 쏠 때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절망감과 복받침, 그리고 표적 너머에서 어른거리는 전쟁과 침탈과 학살과 기만의 그림자까지도 끊어버리고 둘째 마디의 적막과 평온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159~160쪽)


단 한 번도 총을 잡아본 적이 없다. 놀이공원에서 인형을 향해 총을 쏘는 일도 해본 적이 없기에 총을 잡는 느낌, 그 순간의 결연한 심정을 나는 알 수 없다. 이토를 사살하고도 자신이 정확하게 그를 죽였는지 알지 못해 누가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기를 바라는 그의 심경이 애달프다. 포승줄에 묶여 차례로 끌려가는 그의 동지들. 심문을 받은 기록에도 감정의 흔들림은 찾을 수 없다. 사진으로 둘째 아들을 처음 본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포수였고 가족은 없다고 말하는 남자. 결심 하나로 결심이 확고하면 아무리 경호가 많아도 암살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안중근의 단호한 표정을 상상해 본다. “코레아 후라(대한만세)!”를 외치던 청년의 눈빛을 상상해 본다. 사진으로 남은 그의 얼굴에서도 찾을 수 없는 표정을 말이다. 김훈이 그려낸 서른한 살의 안중근은 너무 젊고 어리다. 가문의 종손이고 가장인 그는 나라를 택했다. 


그가 택하고 만든 대한의 후손으로 나는 살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자유를 누리고 일상을 이어간다. 그리고 종종 잊는다. 이 나라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이렇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통해 그들을 만나 감사를 전한다. 유난히 추운 겨울에 김훈의 소설로 만난 안중근의 짧은 생이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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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1-25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역사적 인물에 익숙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읽기가 더 꺼려졌던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뜨겁게 쓰였다기보다는 차갑게 쓰였다는 인상이 들죠^^

자목련 2023-01-26 08:50   좋아요 1 | URL
네, 김훈 작가가 일부러 그런 면에 집중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런 소설 덕분에 역사적 인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배워요. 오늘도 너무 춥습니다. 따뜻한 하루 이어가세요^^
 
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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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다. 아는 사람만 알 정도로 그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고 한 번쯤 관심을 갖는다면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무섭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 것들,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 그 안에 곤충이 있었던가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손에 꼽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다.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렇게 많았던 곤충을 찾기란 어렵다. 언제 어디서 곤충을 보았는지 기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가디언>의 환경 전문 기자로 활동하는 올리버 밀먼의 『인섹타겟돈』은 그런 곤충에 대한 이야기다. 곤충 실태 보고서, 곤충의 미래, 더불어 인간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곤충과 아마겟돈의 합성어인 ‘인섹타겟돈’은 ‘여섯 번째 대 멸종’을 말한다. 지구 안에서 사라지는 생물체는 많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판다나 돌고래 같은 크고 인기 있는 동물에 불과하다. 곤충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해충이라 여겨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꾸준하게 곤충을 관찰하고 번식과 생존에 대해 연구한 이들이 있다. 그들이 수집하고 기록한 것들을 통해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놓였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그로 인해 꽃가루를 모으고 수정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정도만 인식했다. 고백하자면 그것이 나의 일상을 위협할 정도라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읽은 『반드시 다가올 미래』와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무척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불어 곤충의 가치나 역할에 대해도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에 만났던 곤충, 심지어 잠자리도 최근에는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개미를 본 게 언제였던가.


책을 통해 알게 된 곤충의 역할은 너무도 크고 대단했다. 딱정벌레의 경우는 이렇다. 나무가 쓰러지면 나무를 씹어서 쉽게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곰팡이가 나무에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나무의 질소와 인이 퍼져나가면서 숲을 나무도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딱정벌레는 다른 곤충을 잡아먹으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런 딱정벌레가 사라진다고 하면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하나의 개체가 사라진다는 건 그 자체로 먹이사슬과 먹이그물에 영향을 미친다. 


곤충의 멸종을 앞에 두고도 100만 종 이상의 곤충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신속한 대응하다. 곤충의 서식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일부 종의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의 다른 기능도 활성화될 것이다. 곤충이 사라지면 곤충을 잡아먹는 새도 사라지는 게 당연하다. 


곤충의 위기가 지닌 역설적인 면은 재앙이 어떤 식으로 닥치든 그 여파를 감당해야 할 존재는 곤충이 아니라는 것이다. 곤충은 종의 구성만 달라질 뿐 삶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남은 생명체 대부분은 기반이 흔들리면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따라서 ‘곤충 보호’라는 목표를 내세우는 대신 새, 식량 공급망, 인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115쪽)


곤충은 어쩌다가 이렇게 인간에게 관심 밖의 대상이 되었을까. 이름만 들어도 혐오스러운 바퀴벌레는 어떤가. 끈질긴 생명력을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연구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면? 사실이 그렇다. 해로운 미생물을 막기 위한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바퀴벌레. 이 단백질이 인간을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곤충은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나비, 나방, 거미, 반딧불이를 찾을 수가 없다. 빨라지는 봄으로 인해 곤충의 생활 주기도 불안정해지고 여려 생물 사이에는 상호 작용이 위험해진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도미노처럼 차례로 흔들리는 것이다. 생태계가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 걸 예상할 수 있다.


곤충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 고릴라 한 마리에는 연구자 5명이 있지만 곤충 연구자의 경우 한 명의 연구자가 5만 종의 곤충을 연구하다고 한다. 거기다 곤충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효용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여전히 인식과 공감대가 매우 낮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나라별로 또는 개인이 보호구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 보호를 하고 생태학적 혁명을 시도한다. 영국의 남동부의 ‘넵’(knepp)은 곤충과 다른 여러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여러 측면에서 농장이라 보기 어렵지만 인간의 개인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주도적으로 땅을 이용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운영자 작물을 더는 재배하지 않고 초식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놔두었다. 이런 환경을 이용해 넵은 내면 유기농 고기 75톤을 판매하고, 생태 관광객을 받는다. 이런 시도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자연이라는 도구를 재도입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려준다. 문득 ‘자연은 사람 보호, 사람은 자연보호’라는 표어가 떠오른다. 


제왕나비 수백만 마리가 전나무를 뒤덮다 보니 나비의 주황색 날개 때문에 나무의 초록색 침엽이 가려질 정도였다. 나뭇가지에 앉은 나비도 있었고, 바위투성이 땅에서 햇볕을 쬐는 나비도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자라는 식물을 먹으면서 영양을 보충하는 나비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마치 백일몽이라도 꾸는 것처럼 바람이 불더니 나비 떼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나비들이 하늘을 향해 떠오르면서 나무 주변을 쏜살같이 날아다녔다. (341쪽)


저자가 방문한 나비 보호 구역의 한 장면을 묘사한 문장은 황홀하면서도 아름답다. 보호구역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게 슬프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벌과 여러 수분 매개자를 대신할 로봇 곤충의 역할을 기대해야 할까. 책은 곤충의 위기를 극복해야 일은 놀라울 만큼 간단할 수도 있다며 그저 몇 가지 행동을 그만두면 된다고 말한다.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 즉 자연을 덜 다듬는 것’(351쪽)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고. 


곤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하면서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아쉬운 점은 사진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단번에 흡수하기는 어렵지만 나 같은 독자에게 곤충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게 만든다. 더 이상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기후, 환경에 대해 배우고 알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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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1-20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책 같아요.
관심있는 분야인데 실행을 못하네요.
저희 동네에 지난 번 러브벅그인가가 갑자기 많아져서 동네주민들이 약 치라고 민원넣고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저는 참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피해도 안 주는데 징그럽고 보기싫다는 이유로 다 죽이라니 슬펐어요.
바퀴벌레 진짜 극도로 싫어하는데 그 징그러운 것이 단백질 생산실험에 큰 역할을 한다니 놀랍네요.
곤충이 건강해야 다른 종들도 건강하게 번식할텐데 말이죠.
곤충의 중요함을 일깨워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자목련 2023-01-25 09:32   좋아요 0 | URL
쿨캣 님, 명절 잘 보내셨나요?
말씀처럼 알차고 좋은 내용이었어요. 곤충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현재 우리 환경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하고요. 꽃 피는 봄에 벌들이 가득 날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오늘 진짜 춥네요. 따뜻한 하루 이어가세요^^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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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어젯밤에 눈이 내렸다. 많은 양은 아니고 살포시 내려앉은 정도다. 겨울이니 눈이 오는 건 당연하지만 눈에 대한 감각은 저마다 다르다. 내게 눈은 어린 시절 사춘기의 치기로 시작된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그 즈음 그 시절을 벗어나고 싶었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가출은 생각조차 못 했는데 눈이 내리던 겨울에는 이상하게 눈을 따라 어디론가 가고 떠날 수 있기를 바랐다. 어쩌면 그건 지금 그때의 나를 포장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십 대의 시골 촌 아이가 어디를 갈 수 있었을까. 용돈의 개념도 없이 그냥 학용품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타 쓰던 아이. 엄마에게 참고서 가격을 부풀리는 대범함은 잃지 않았다. 혼이 난 기억은 많지 않으나 괜히 뾰로통해서 집 박을 서성이곤 했다.


막상스 페르민의 소설 『눈』 을 읽으면서 왜 과거의 나를 찾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부모는 내가 무엇이 되기를 바란 적이 없고 내가 되려는 것에 대해 반대한 기억도 없다. 시인이 되겠다는 유코에게 승려인 아버지는 시는 직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며 흘러가는 강물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유코의 재능은 뛰어났고 그는 시를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시인의 생을 택했다.


눈은 시이다. 눈부신 흰빛의 시. (16쪽)


열일곱 소년이었던 유코에게 눈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 그것은 시가 되었다. 시를 탐닉하던 그에게 세상은 단 하나의 시였다. 그 중심에 눈이 있었다. 그러니 겨울에만 시를 쓸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퍼지고 원한다면 궁정시인이 될 수도 있었다. 유코는 7년 후에 왕을 뵙기로 한다. 유코는 천재였을지도 모른다. 눈을 바라보며 눈을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으니까.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눈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눈을 지닌 천재 소년. 그만의 감성은 모두를 감탄하게 했으니까. 그러니까 소설이 발표된 1999년이라면 이 아름다운 소설에 감탄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나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할 수가 없다.





눈은 현실의 더러움과 추함을 감추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이미지로 제격이다. 찰나의 아름다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마는 환상의 빛, 백색이 주는 황홀감, 그것을 사랑의 순수로 연결 짓는 탁월함을 막상스 페르민는 알고 있었다. 미소년 유코를 통해 아름다움을 탐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는 잘 표현했다. 성장과 동시에 욕망의 크기에 따라 배움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시에 색채를 더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유코 내면의 욕망을 일으켜 세웠고 동력으로 작동한다. 스승을 찾아 떠난 유코는 일본 알프스를 지날 때 눈 속의 한 여인을 마주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관 속에 있던 죽은 여자. 눈 속에 갇힌 여자,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이 더해진 것이다. 영민한 독자는 알게 된다. 그 죽은 여인이 유코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이다. 


유코가 만난 소세키 선생은 눈이 먼 장님이었다. 눈이 먼 사람이 색을 가르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빛은 내부에 있고 자신 속에 있다는 스승의 말은 너무도 당연하다. 파랑새가 바로 곁에 있다는 걸 모르고 평생 찾아다니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처럼. 유코는 스승의 예술이 단 하나의 사랑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럽에서 온 줄타기 곡예사 여인 네에주(neige 눈)을 어떻게 만나 사랑했고 어떻게 잃게 되었는가를. 눈 속에 잃어버린 스승 소세키의 사랑을 제자인 유코가 찾게 되는 과정은 운명이라고 말해도 좋다. 눈으로 시작된 인연, 유코의 시에 이제 색채가 입혀질 것이다. 


“시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시쓰기라는 줄 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일일세. 삶의 매 순간을 꿈의 높이에서 사는 일, 상상의 줄에서 한순간도 내려오지 않는 일일세. 그런 언어의 곡예사가 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세.” (100쪽)


눈(雪)이라는 아름다운 소설을 쓰기 위해 프랑스 작가는 일본의 하이쿠를 접목시킨 시도는 훌륭하다. 막상스 페르민는 결국 사랑이라는 걸 말하기 위해 시의 형식과 눈의 이미지를 데려왔다. 사랑은 눈처럼 아름다운 한 편의 시라는 걸 짧은 소설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사랑을 하는 건 시를 쓰는 것처럼 어렵고 영원한 사랑은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을 위험하고 위태로운 일이라는걸. 사랑과 시에 대한 정의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서로 사랑했다.

줄 위에 머물러 있었다.

눈으로 지어진. (124쪽)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오래 갇힐 수 있는 아름다움은 아니다. 내가 메마른 감성의 독자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십 대의 순수했던 소녀 감정을 불러오기에 지금의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눈을 바라본다. 헤어 나올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 슬프다. 너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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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 기자의 할 일, 저널리즘 에세이
김성호 지음 / 포르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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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챙겨보던 때가 있었다. 신문을 구독하지 않고 포털에 올라온 기사를 대충 보던 나에게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색다른 충격과 동시에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기자가 취재를 바탕으로 있는 사실 그대로 기사를 쓴다고 믿었던 나는 너무 순진했다. 우리가 읽고 있는 기사는 데스크나 광고주의 압력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되기도 하고 아예 삭제되기도 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독자의 기자에 대한 인식은 정의감 혹은 사명감 같은 걸 부여받은 직업군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는 그저 직장인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파이낸셜뉴스> 기자로 6년간 일한 김성호의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는 기자의 일상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들려준다. 고백하자면 기사를 검색하거나 궁금했던 기사를 읽으면서 기자의 이름까지 읽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문학 관련된 기자의 이름과 대중문화 칼럼을 쓰는 기자의 이름만 기억한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는 기사가 어떻게 작성되고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되는지 그 과정을 과감 없이 들려준다. 기획하고 취재하고 진실을 보도하겠다는 기자의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기사의 편집과 송고, 그에 대해 기자가 느낄 박탈감과 무기력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기자로의 신념을 지키는 일 대신 가볍게 내려놓은 일이 얼마나 쉬울까. 타사의 기사를 복사해서 그래도 기사로 내보내는 일, 광고를 교묘하게 기사(애드버토리얼)로 둔갑시키는 일, 남들이 다 쓰는 기사를 왜 쓰지 못하냐고 타박 받으면서도 자신의 글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수없이 많은 제보를 받고 그중에서도 얼굴을 꼭 보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제보자. 제보를 들으면서 기사가 되지 못할 거라는 알면서도 그 말을 끊지 못하는 시간. 그런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이들이 억울하고 속상한 것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이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기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까지 기사가 되지 않는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말 것이다. 


두려운 건 무책임함이었습니다. 저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기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등 돌리고 도망치긴 싫었습니다. 시민의 ‘알 권리’에 기여하며 그로부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기자의 자부심도 무적의 방패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129쪽)


저자가 가장 열심히 취재한 기자는 수술실 CCTV 사건이다. 뉴스를 통해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건, 대리 수술은 물론이고 오직 돈을 위해 수술을 감행했던 의사,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진실을 위해 모든 걸 거는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저자는 세상을 변화 시키는 일에 일조했다. 법을 만드는 일의 시작은 누군가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당연한 사실과 그 바탕에 언론의 힘을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최정규의 『얼굴 없는 검사들』이 떠오르고 최근 드라마 <트롤리>에서 법을 개정하기 위해 언론의 힘을 등에 업어야 한다는 주인공의 대사도 생각났다. 


‘단독’이라는 말로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고 똑같은 기사지만 다른 신문사에서 다룬 기사를 모두 다루고 수정할 원고도 수정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기자의 글은 더 이상 독자의 클릭을 얻을 수 없다. 일, 직업, 직장인이라는 개념에서 기자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기자가 아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기자 본연의 일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저널리즘이란 무엇일까 궁금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자의 할 일과 독자가 좋은 기사를 읽고 응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하게 만든다. 


기사는 독자에게 다가가 비로소 완성됩니다. 기자의 목표는 제가 공들인 기사가 마땅히 읽을 만한 이에게 읽혀 의미 있는 정보가 되는 겁니다. 좋은 기사와 좋은 독자의 만남이지요. 말하자면 쏟아지는 단독 기사의 홍수 속엔 언론의 절망과 희망이 모두 깃들어 있습니다. (226~227쪽)


나 역시 <단독>이란 말머리가 붙은 기사를 클릭하는 경우가 많고 기사의 제목만 보고 기사 내용을 읽지 않을 때도 많다. 포털에 구독한 언론사의 기사만 보게 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때로 그 모든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난해 일어난 이태원 참사를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진실을 향한 기자의 취재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수없이 많은 장벽이 있더라고 그 앞에 여전히 문을 두드리는 기자가 많기를 바란다. 


일반 독자에게도 좋은 눈이 필요하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란 책이 그 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막연하게 기자라는 직업군에 대해 혹은 기자 정신에 대해 궁금한 이들에게 현장에서의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 책은 훌륭한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겨우 6년의 기자 생활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저자의 진실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을 읽는다면 달라질 것이다. 


기자는 남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일입니다. 언제나 풀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귀를 기울이고 함께 돌을 던질 수는 있지요. 그런 직업이 세상에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들이 멀찌감치 떨어져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차가운 세상에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직업이란 얼마나 귀한가요.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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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17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계해야할 책 영업사원이 여기 또 계셨네... 이 글 읽고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

자목련 2023-01-18 11:31   좋아요 0 | URL
은오 님의 눈에 영업사원으로 보이다니 영광이에요!

서니데이 2023-02-0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23-02-09 10:35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