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뜻이다. 상식과 지식을 총동원해도 기이하고 이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그런 일의 대부분은 당사자만이 그 당혹스러움을 느낄 뿐 주변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코」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코가 사라질 수 있을까? 심지어 통증도 없다. 얼굴에서 코만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의 코발료프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불상사다. 그는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코를 찾으려 한다. 경찰서에 가고 심지어 코를 찾는 광고를 내려고 한다. 놀라운 건 그의 눈에 자신의 코를 만나기도 한다. 자신보다 높은 관등으로 나타난 코. 오직 자신만이 그가 자신의 코라는 걸 알 수 있다. 코가 없어진 것도 기절할 노릇인데 그런 코가 사람 행세를 하다니. 아, 이런 기발한 상상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허황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하여튼 잘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곤 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것이다. (「코」, 58쪽)


코는 아무렇지 않게 코발료프에게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마냥 웃으며 재밌게 읽다가도 헛헛함을 느낀다. 고골이 코로 비유한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명예와 부, 권력 끝없는 욕망은 아닐까. 유머로 세상을 비판하는 고골의 날카로움은 단연 단편 「외투」에서 빛을 발한다. 관청에서 9급 관리로 일하는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서기로 일한다. 관청의 서류를 정서하는 업무를 성실하게 해낸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하며 박봉으로 소탈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가장 강력한 적은 페테르부르크의 추위다.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에게도 그런 시련이 닥쳤다.자신의 외투가 너무 낡아서 도저히 추위를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새 외투를 장만하는 대신 수선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재봉사는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의 외투를 보더니 절대 수선할 수 있는 상태라 아니라고 말한다.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새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돈을 지불한다.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한껏 들떠 걷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새 외투를 매 순간 느꼈고, 심적으로 만족하며 미소까지 몇 번 지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러했다. 하나는 외투가 따뜻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멋져 보여서였다.( 「외투」, 88쪽)


새 외투를 입은 그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라는 걸 상상할 수 있다. 관청의 사람들도 그를 다른 사람으로 대접한다. 외투 하나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심지어 상사가 그를 대신하여 축하파티에 초대한다. 관청과 집, 서류 정서로 이어진 단순한 일상이 아닌 특별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상사가 사는 도시로 가는 그 밤은 아름다웠고 놀라웠다. 모든 게 순탄한 것 같았는데 파티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광장에서 외투를 잃어버린다. 누군가가 그에게서 외투를 벗겨갔다. 전부인 외투를 찾기 위해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경찰서장을 찾지만 헛수고였다.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중요 인사’를 찾아가지만 돌아오는 건 책망과 호통이었다. 외투 없이 추운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열병에 걸려 죽고 만다. 그 후 페테르부르크에는 밤마다 유령이 나타나 사람들의 외투를 빼앗아 간다는 소문이 가득하다.


작은 눈덩이들이 그의 얼굴을 때리며 날라왔고, 그의 외투 옷깃은 마치 돛처럼 펄럭였다. 초자연적인 힘으로 그의 머리에 불어닥치는 이 돌풍은 그를 거기에서 빠져나오도록 부단히 애를 쓰게 만들었다. 중요 인사는 돌연 누군가가 목의 옷깃을 아주 세게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몸을 돌린 중요 인사는 낡고 해진 제복을 입은, 크지 않은 키의 사람을 보았고, 그가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임을 깨닫고 공포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외투」, 114쪽)


고골이 소재로 한 코와 외투는 같은 듯 다르다. 코발료프에게 코는 신체의 일부지만 없어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인간의 허영심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엑 외투는 생존의 문제였다. 그에게 외투는 가족이었고 삶이었고 자신이었다. 유령이 되어 자신의 외투를 찾으려 할 정도로 간절한 대상이었다. 외투는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한 생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러니 누군가의 외투를 함부로 대하거나 빼앗아서는 안 된다.


나머지 단편 「광인의 수기」, 「소로친지 시장」, 「사라진 편지」는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동화처럼 다가온다. 「광인의 수기」속 주인공은 개들의 말을 알아듣고 자신이 스페인의 국왕이라고 착각한다. 한 편의 뮤지컬처럼 느껴지는 「소로친지 시장」은 제목 그대로 소로친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왁자지껄 소동을 벌이고 악마가 등장하기도 하며 그 안에서 누군가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필사의 전략을 짠다. 「사라진 편지」는 화자가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경험담이다. 여왕께 편지를 전하기 위해 떠난 길에서 할아버지가 만난 사람들. 「소로친지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악마가 등장한다. 「소로친지 시장」에서는 술집 주인이 손님이 담보로 맡긴 옷을 팔아버렸고 할아버지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다. 신의를 저버린 인간에게 나타난 악마라고 할까. 그렇다고 해서 악마가 몹쓸 짓을 하거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일종의 죄에 대한 경고라고 하면 맞을까.


고골의 단편은 유머를 장착한 사회 비평이다. 험한 세상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고 조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 1830년대 그의 소설이 21세기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진심을 혹독하게 받아들이고 새겨야 하지 않을까. 고전을 읽고 그것을 통해 지혜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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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06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귀엽네용! 저도 외투만 읽은 거 같은데,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용!

자목련 2021-09-08 15:19   좋아요 1 | URL
그쵸, 책 선택에 있어 표지도 중요해요 ㅎ

새파랑 2021-09-06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랑 외투는 많이 들어봐서 읽어본 느낌이 드는데 아딕 읽어보진 않았는데 팽귄클래식 버전으로 곧 읽어봐야 겠어요 ^^ 역시 러시아 작품은 풍자가 뛰어난것 같아요 😄

자목련 2021-09-08 15:19   좋아요 3 | URL
어쩌면 읽다 보면 읽었구나 싶을 것 같아요. 저는 외투가 그랬거든요. ㅎㅎ
새파랑 님, 활기찬 오후 보내세요^^

오늘도 맑음 2021-09-06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단편작품을 기피하는 편인데요. 자목련님의 코에관한 글을 보니 정말 읽고 싶어지네요. 그러고보니 여태껏 고골작품을 읽어본적이 없네요ㅠㅠ 작품이 서평 만큼이나 재밌으면 좋겠어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1-09-08 15:18   좋아요 3 | URL
맑음 님도 즐겁게 읽으실 거라 생각해요. 코, 외투는 재미와 함께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어요.
즐겁고 맑은 오후 이어가세요^^
 


긴 글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대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다양한 채널에서는 더 짧은 글, 더 자극적인 이미지, 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럼에도 스치듯 마주한 짧은 문장에 이끌려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더 많은 글을 만나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강렬하면서도 따듯한 문구, 읽는 순간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자극하는 글. 그 안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기쁨, 충만, 사유를 찾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박노해의 『걷는 녹서』가 그런 책이다. 그래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어렵기도 하다.단 한 줄이 전하는 뜨거운 울림. 


한 줄의 문장이 지닌 힘, 그 문장을 통해 전해지는 어떤 떨림, 어떤 숭고함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423편의 글과 박노해 시인이 지난 20여 년간 기록해온 사진들이 담겼다. 같은 듯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잊었던 삶의 질문이라고 할까.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기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 성경 공부 큐티처럼 하루에 한 문장씩 가슴에 새기고 그 문장을 기억해도 좋을 듯하다. 또 다른 하루에는 새로운 문장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잊어도 괜찮다. 다시 읽고 다시 느끼면 된다. 그걸로도 충분하다.


기계처럼 하루를 시작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그 목적을 잃어버리고 그냥 지친 하루를 마감하는 순간, 당신 곁에 이런 문장이 함께 있다면 좋겠다. 자꾸만 뭔가 채워야 하고 잔고를 늘려야 한다는 게 삶의 의무인 양 달려온 시간 마주한 나는 어떤 모습인가. 거울 속 나를 바라보는 나의 표정은 웃고 있는가. 우리는 어쩌면 매일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157쪽)

목적지는 저 먼 어딘가가 아니다. 그곳에 이르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목적지다. (425쪽)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지 말 것. (482쪽)


때로 얼마나 더 살아야 인생의 답을 찾으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인생의 답이라는 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우주의 작디작은 한 점에 불과한 게 우리의 인생이라는걸. 겨우 100년이라는 시간을 살다가 소멸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말이다.


지구별에 놀러 온 아이야.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것들과 싸워가라. (233쪽)

살아 보면 존재는 의식을 배반한다. 인간은 그가 사는 대로 되어간다. (407쪽)


문장을 읽으면서 문득 궁금하다. 얼마나 많은 길을 떠나 그 길에서 걷고 읽고 사람들을 만나야 이런 사유를 길어올릴 수 있을까. 무기수로 지내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독서, 걷는 독서가 시작된 그 공간, 나아가 그가 걸어간 길, 그가 만난 세상은 어떤 빛이었을까.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박노해 시인이 살아온 삶을 채운 고통과 절망을 생각한다.


돌아보니 그랬다. 가난과 노동과 고난으로 점철된 내 인생길에서 그래도 나를 키우고 나를 지키고 나를 밀어 올린 것은 ‘걷는 독서’였다. 어쩌면 모든 것을 빼앗긴 내 인생에서 그 누구도 빼앗지 못한 나만의 자유였고 나만의 향연이었다. (9쪽)


박노해 시인이 스스로를 지키고 단련시키기 위해 놓을 수 없었던 걷는 독서. 그로 인해 우리는 이렇게 쉽고 간편하게 삶을 돌아본다. 온전히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한다. 한 줄의 문장이 전하는 거대한 울림과 삶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다. 읽는 일이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이에게 읽는 즐거움을 뒤 찾아줄 한 권의 책이 될지도 모른다. 텅 빈 충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책으로의 도피나 마취가 아닌 온 삶으로 읽고, 읽어버린 것을 살아내야만 한다. 독서의 완성은 삶이기에. 그리하여 우리는 모두 저마다 한 권의 책을 써나가는 사람이다. 삶이라는 한 권의 책을.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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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6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으로의 도피나 마취가 아닌 온 삶으로 읽고, 읽어버린 것을 살아내야만 한다. 독서의 완성은 삶이기에. 그리하여 우리는 모두 저마다 한 권의 책을 써나가는 사람이다. 삶이라는 한 권의 책을]
마지막 문장 넘 ㅎ 좋아서 몇번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결국,, 걷는 독서 장바구니 속으로 ~~@@
몇년전 박노해 시인의 사진 전시회에가서 직접 만났었는데,,,
세상을 천천히 읽고 사유 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시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ㅅ^

자목련 2021-08-27 12:03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언급하신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어요.
직접 전시회를 보셨으면 생생한 감동이 전해졌겠네요.
지금도 라 카페 캘러리에서 전시중이라고 해요.
스콧 님, 행복한 독서 이어가세요^^*
 

아직까지는 열어둔 문들을 닫지 못한다. 밤에도 낮에도 새벽에도 문은 열려 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열려있다. 그 틈으로 모든 소리가 들어온다. 복도를 지나는 옆집 사람들,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 기사님, 복도를 내달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덤이다. 그 모든 게 즐겁게 들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소음처럼 다가온다. 내가 그렇게 듣기 때문이다. 위층 어느 집은 같은 종종 피아노를 친다. 그 소리가 잘 들릴 때가 있고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잘 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꽤 성실하게 치는 것 같다.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어떤 날은 그냥 그렇게 들린다. 요란하게. 우렁차게 들리는 게 아니라 요란하게.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소리에 조금 예민하고 조금 불편하다. 그건 내 기분이 그렇다는 말이다. 문자의 알림에도 그렇게 반응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 안내 문자를 받는다. 폭염, 코로나 백신 접종에 관해서다. 그 안에는 정보와 안전을 위한 정보가 담겨 있다. 아무렇지 않게 확인 후 삭제한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 쉽게 삭제할 수 없다. 더 자세히 보고 저 오래 본다. 정보와 안전을 안내하기 위한 목적인데 불안을 전달한다. 그런 이유로 주변에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받지 않는 이들도 있다. 운전이나 주요 업무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모든 게 변화한다. 그런 기분을 변화시키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우연하게 듣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어떤 말들이나 노래, 친구가 보낸 풍경 사진(거의 자연이다. 나이가 든 증거라고), 소소하게 주문한 물건들. 어제 그런 물건이 도착했다. 책을 주문하면서 주문한 북엔드. 고백하자면 내게는 북엔드가 많다.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런 걸 주문했는지.





하지만 어떠겠는가. 그 당시의 기분은 높낮이로 표현하자면 낮았고 나는 그때 스누피를 발견했다. 사용할 수 있는 쿠폰도 있었으니 구매할 수밖에.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주문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실용성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은 정도. 북엔드 말고 이런 소설도 기분을 바꿔준다. 최은영의 첫 장편소설 『밝은 밤』과 넬라 라슨의 『패싱』, 두 권의 소설이다. 


8월의 소설이 되겠지. 두 소설 모두 여성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밝은 밤』은 단편소설에서 느꼈던 최은영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할머니, 할머니의 엄마, 그들이 등장하는 여성 서사가 아닐까 싶다. 아직 읽기 전이라서.


한동안 스누피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고마워, 스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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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12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스누피 귀여워요 ㅎㅎ 작가님 중에 명품가방 위에 스누피 누워 있는 걸 그리시는 분 있던데 ㅎㅎ 그래도 역시 스누피는 빨간 집 위에 누운게 제일 예쁜거 같아요 *^^*

자목련 2021-08-13 15:34   좋아요 1 | URL
넘 귀여운 스누피입니다. ㅎ
명품가방과 스누피, 어떤 조합일까 궁금하네요.
미니 님, 남은 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coolcat329 2021-08-12 1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패싱> 사셨군요~~문학동네에서도 나왔는데 저 표지가 더 예쁜거 같아요~

빨간 개집 스누피 넘넘 이뻐요~♡북엔드 많으시니 저건 그냥 장식품으로 하셔요~ㅋ

자목련 2021-08-13 15:34   좋아요 2 | URL
문동과 비교하면이 표지가 예쁘다고 하네요.
책보다는 스누피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1-08-13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누피 북엔드....저도 두 개 다 가지고 있어요.
스누피 넘 좋아해서...^^
처음엔 도라에몽 표정에 반해,파란색 색감이 예뻐 도라에몽 북엔드 모으다가...이젠 스누피로 이동한 상태랍니다.
예뻐 구입했더니 예쁘니까 자꾸 아이들이 지들 책상위에 올려 놓네요ㅜㅜ
왜 자꾸 없어지지?살폈더니 큰 애는 몇 년 전 학교에 도라에몽 북엔드 들고 가선 잊어먹고ㅜㅜ
남자애들인데도 북엔드가 예쁘단걸? 알았는지 지들끼리 돌려 쓰다가 학기 끝날때 가져오려고 보니 없더래요ㅜㅜ
엄마가 얼마나 아끼는 건데....이것들이!!!!! 부르르 떨었었죠.
갑자기 북엔드를 보니 흥분이~~^^
오랜만에 님의 서재문 두드리면서 이렇게 흥분할 일이~~ㅋㅋㅋ
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이겨내시고 계시군요.
다행한 일입니다^^

자목련 2021-08-13 15:36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읽는소녀에 꽂혀서 핑크과 검정이 책장 곳곳에 있습니다. 역할보다는 장식이네요. ㅎㅎ
이제는 스누피에 빠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사고 싶던 스누피 시리즈가 품절이라 다행일까 싶고요.
이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저는 아주 좋은 걸요!
건강하고 시원한 오후 이어가세요^^*
 

밤에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복숭아를 먹을 것이다. 곁에는 소설을 둘 것이다. 읽고 있는 소설, 읽다만 소설, 읽을까 말까 고민하는 소설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낮에도 덥고 밤에도 덥고 덥고 덥고. 돌림노래처럼 덥다가 손에 손을 잡고 우리를 맴돈다.





어제의 더위와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내일의 더위가 올 거라는 걸 알기에. 더위를 대하는 방법을 다양하다. 에어컨을 켜고 질끈 머리를 묵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났다. 길고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은 날들이다. M이 올린 단발머리가 너무 부럽다.

내일부터 도쿄 올림픽이 시작된다. 그런데 더위에 가려 응원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 같다. 여름의 매미소리가 더 크다. 올림픽 특집 방송 때문일까, 즐겨보는 드라마의 방송 일정이 바뀌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등장인물 모두가 성장하는 그런 드라마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좋은 어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쯤에서 복숭아 이야기를 하자면 사진 속 복숭아는 친구가 보낸 것이다. 며칠 전 친구가 복숭아를 보낼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사양하지 않아”라는 답을 보냈고 탐스러운 복숭아가 도착했다. 부모님께 보내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며 내 생각이 났다고 했던가. 아마도 부모님이 계신 시골에 내가 살고 있어 그럴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다.







최근 직업상 백신을 빨리 맞은 친구는 백신 접종 후 느낌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주변에 점점 백신 접종을 맞은 이들이 늘어난다. 부모님 세대가 아닌 친구로 확장된 것이다. 저마다 후기가 다르다. 하루하루 아픈 곳이 다르다는 친구도 있고 하루만 심하게 아팠다는 친구도 있고 심리적인 요인이었다고 말하는 동생도 있었다.

친구에게 이번 주는 백신 접종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번 주는 ‘네가 보낸 복숭아’로 기억될 것이다. 한 조각 베어 물 때마다 단 물이 스며드는 기분. 이주의 다른 기분을 덮어줄 것 같다.




친구에게 이번 주는 백신 접종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번 주는 ‘네가 보낸 복숭아’로 기억될 것이다. 한 조각 베어 물 때마다 단 물이 스며드는 기분. 이주의 다른 기분을 덮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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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23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보낸 복숭아로 기억되는 한 주라 너무 부러운데요. *^^*

자목련 2021-07-24 18:09   좋아요 1 | URL
달콤한 복숭아가 더위를 날려줍니다!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07-23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양하지 않아˝ 너무 좋은데요~!!

자목련 2021-07-24 18:11   좋아요 2 | URL
네, 친구의 마음은 사양할 수 없죠, ㅎㅎ
너무 덥지만 그래도 바람이 있는 날들이면 좋겠어요.

scott 2021-07-23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복숭아!
엄청난 무더위에 복숭아를 보내주는 친구!

자목련님은 분명 더 좋은 친구 ❤💗

자목련 2021-07-24 18:12   좋아요 2 | URL
ㅎㅎ 오늘부터 더 좋은 친구가 되겠습니다.
 


우리 삶을 채우는 건 무엇일까. 수많은 감정들은 아닐까. 부정하고 싶겠지만 고통, 절망, 허무 같은 게 더 사랑이나 기쁨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에 휘말리는 걸 보면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소설이니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도 그러하다. 점점 더 소설과 현실의 교집합의 범위가 넓어지는 걸 느낀다.


단편문학의 대가, 안톤 체호프의 『자고 싶다』를 통해서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어떤 절망과 욕망을 마주하는 순간 삶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진다. 아주 짧은 이야기부터 중편소설에 이르기까지 안톤 체호프의 소설은 삶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까.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통찰, 인간의 고독과 쓸쓸함을 소설 곳곳에서 만난다.


표제작 「자고 싶다」는 너무도 가혹한 소설이다. 정당이라는 포장으로 위장한 폭력의 세계라고 할까. 열세 살의 소년 바르카는 주인집 아기를 돌본다. 보채는 아기를 달래느라 바르카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니, 절대 잠들면 안 된다. 안주인의 화난 목소리가 가득하다. 가난해서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죽음에 이른 아빠,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로 온 바르카. 아기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바르카의 일상은 혼미한 상태다.


램프 불빛이 깜박인다. 초록빛 원과 그림자가 흔들거리며 반쯤 감겨 움직이지 않는 바르카의 두 눈 속을 채운다. 반쯤 잠들어버린 머릿속에서 흐릿한 풍경이 펼쳐진다. (「자고 싶다」, 44쪽)


누가 바르카의 잠을 빼앗는가. 그 실체를 파악한 바르카는 본능적으로 행동하는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소년의 세상을 향한 분노가 내게로 스며든다. 바르카를 위로하고 안아줄 어른이 어디에도 없는 현실은 이 시대에도 똑같다는 게 아프고 안타깝다. 어디 그뿐인가. 슬픔과 절망에 대해 털어놓을 이가 없는 마부 요나의 이야기 「우수」도 다르지 않다. 아들이 죽은 슬픔을 애도는커녕 아무도 관심이 없다.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직 안톤 체호프만이 안다. 심지어 그 절절함을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했다. 세상에 뿌려진 요나의 슬픔. 가만히 요나의 등을 쓸어주고 싶다. 사라지지 않는 불평등과 계급의 사회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가난하고 아프다. 그들의 영혼을 구원할 이는 어디에 존재할까. 사랑으로 안아주고 위로할 이는 어디에 있는가.


슬픔은 너무 깊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요나의 가슴이 터져 폭포수처럼 슬픔이 흘러나오면 온 세상을 다 잠기게 할 수도 있으련만 그런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지금 슬픔은 아주 작은 공간 안에 갇혀 있어 밝은 낮에 불까지 비춰가며 찾는다 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수」, 31쪽)


그렇다면 가난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에게는 어떤 괴로움이 있을까.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정신병 환자 이반 드미트리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6호 병동」와 자신에 세운 원칙을 고수하며 그 틀안에서 살아가는 희랍어 선생 벨리코프의 생애를 「상자 속 사나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정의와 고결함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타협을 할 수 없는 삶은 얼마나 고독할까.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6호 병동의 환자가 되는 결과에 무기력해질 뿐이다.


다르다는 건 피곤한 일이지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헛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두 사람. 그중 수학교사인 부르킨이 동료 교사 벨리코프가 생각하는 희랍어 선생 벨리코프는 분명 그 시대의 이웃들과 다르다. 심한 결벽증과 불안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사람들은 그를 기피한다. 이야기를 들은 수의사 이반 이바니치의 말처럼 우리의 삶 역시 벨리코프의 그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가 좁고 답답한 도시에 살면서 쓸모없는 서류를 작성하고 카드놀이를 하는 것, 이 역시 상자 속 삶이 아닐까요? 할 일 없는 사람들, 걸핏하면 시비를 거는 사람들, 멍청하고 게으른 여자들 틈에서 온갖 시시한 소리를 하고 들으면서 평생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상자 속 삶 아닐까요?“ (「상자 속의 사나이」, 209쪽)


상자 속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꿈꾸는 것, 모두의 바람은 아닐는지. 안톤 체호프의 대표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서 그 간절한 바람을 느낀다. 중년의 구로프 앞에 나타난 여인 안나. 둘의 로맨스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구로프에겐 삶의 존재 여부를 생각할 만큼 절실하다. 그를 살게 하는 존재는 안나인 것이다. 여태껏 살아온 인생을 저버리고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이 인생, 아직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머지않아 그가 그렇듯 퇴색하고 시들게 될 이 인생에 그는 연민을 느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전에 만난 여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 평생 애타게 찾아 헤맸던 바로 그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은 그중 단 한 명도 없었다. 만났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시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뭐라 이름을 붙이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가 세기 시작한 지금에야 그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237쪽)


우리 삶이 99%의 절망과 1%의 사랑으로 채워진다면 너무도 비통하다. 하지만 1%의 사랑 때문에 나머지를 견딜 수 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무한 인생에 활력을 더하는 일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안톤 체호프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실 책장에는 다른 번역가의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이 있다. 골라읽은 단편이 있지만 제대로 완독을 하지는 못했다. 같은 내용의 소설이 번역가의 시선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걸 발견하는 일도 즐거운 것 같다. 고전과 세계문학에 대한 갈망을 쌓아두기보다 읽고 체감해야 하는데 게으름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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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6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이달의 당선 추카~
체호프는 💕

자목련 2021-08-09 17:3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체호는 사랑이에요.
스콧 님도 축하드려요^^

mini74 2021-08-06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좋은 글 항상 감사해요. 당선도 축하드려요 *^^*

자목련 2021-08-09 17:33   좋아요 1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미술에 관한 리뷰와 글 더욱 기대할게요^^

그레이스 2021-08-06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자목련 2021-08-09 17:33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감사해요. 저도 축하의 마음을 보내요^^

초딩 2021-08-06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련님~ 이달의 당선 페이퍼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1-08-09 17:32   좋아요 1 | URL
초딩 님도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08-06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1-08-09 17:3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해요. 시원한 시간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