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열어둔 문들을 닫지 못한다. 밤에도 낮에도 새벽에도 문은 열려 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열려있다. 그 틈으로 모든 소리가 들어온다. 복도를 지나는 옆집 사람들,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 기사님, 복도를 내달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덤이다. 그 모든 게 즐겁게 들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소음처럼 다가온다. 내가 그렇게 듣기 때문이다. 위층 어느 집은 같은 종종 피아노를 친다. 그 소리가 잘 들릴 때가 있고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잘 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꽤 성실하게 치는 것 같다.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어떤 날은 그냥 그렇게 들린다. 요란하게. 우렁차게 들리는 게 아니라 요란하게.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소리에 조금 예민하고 조금 불편하다. 그건 내 기분이 그렇다는 말이다. 문자의 알림에도 그렇게 반응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 안내 문자를 받는다. 폭염, 코로나 백신 접종에 관해서다. 그 안에는 정보와 안전을 위한 정보가 담겨 있다. 아무렇지 않게 확인 후 삭제한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대한 안내를 받으면 쉽게 삭제할 수 없다. 더 자세히 보고 저 오래 본다. 정보와 안전을 안내하기 위한 목적인데 불안을 전달한다. 그런 이유로 주변에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받지 않는 이들도 있다. 운전이나 주요 업무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모든 게 변화한다. 그런 기분을 변화시키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우연하게 듣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어떤 말들이나 노래, 친구가 보낸 풍경 사진(거의 자연이다. 나이가 든 증거라고), 소소하게 주문한 물건들. 어제 그런 물건이 도착했다. 책을 주문하면서 주문한 북엔드. 고백하자면 내게는 북엔드가 많다.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런 걸 주문했는지.





하지만 어떠겠는가. 그 당시의 기분은 높낮이로 표현하자면 낮았고 나는 그때 스누피를 발견했다. 사용할 수 있는 쿠폰도 있었으니 구매할 수밖에.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주문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실용성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은 정도. 북엔드 말고 이런 소설도 기분을 바꿔준다. 최은영의 첫 장편소설 『밝은 밤』과 넬라 라슨의 『패싱』, 두 권의 소설이다. 


8월의 소설이 되겠지. 두 소설 모두 여성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밝은 밤』은 단편소설에서 느꼈던 최은영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할머니, 할머니의 엄마, 그들이 등장하는 여성 서사가 아닐까 싶다. 아직 읽기 전이라서.


한동안 스누피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고마워, 스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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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12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스누피 귀여워요 ㅎㅎ 작가님 중에 명품가방 위에 스누피 누워 있는 걸 그리시는 분 있던데 ㅎㅎ 그래도 역시 스누피는 빨간 집 위에 누운게 제일 예쁜거 같아요 *^^*

자목련 2021-08-13 15:34   좋아요 1 | URL
넘 귀여운 스누피입니다. ㅎ
명품가방과 스누피, 어떤 조합일까 궁금하네요.
미니 님, 남은 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coolcat329 2021-08-12 1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패싱> 사셨군요~~문학동네에서도 나왔는데 저 표지가 더 예쁜거 같아요~

빨간 개집 스누피 넘넘 이뻐요~♡북엔드 많으시니 저건 그냥 장식품으로 하셔요~ㅋ

자목련 2021-08-13 15:34   좋아요 2 | URL
문동과 비교하면이 표지가 예쁘다고 하네요.
책보다는 스누피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1-08-13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누피 북엔드....저도 두 개 다 가지고 있어요.
스누피 넘 좋아해서...^^
처음엔 도라에몽 표정에 반해,파란색 색감이 예뻐 도라에몽 북엔드 모으다가...이젠 스누피로 이동한 상태랍니다.
예뻐 구입했더니 예쁘니까 자꾸 아이들이 지들 책상위에 올려 놓네요ㅜㅜ
왜 자꾸 없어지지?살폈더니 큰 애는 몇 년 전 학교에 도라에몽 북엔드 들고 가선 잊어먹고ㅜㅜ
남자애들인데도 북엔드가 예쁘단걸? 알았는지 지들끼리 돌려 쓰다가 학기 끝날때 가져오려고 보니 없더래요ㅜㅜ
엄마가 얼마나 아끼는 건데....이것들이!!!!! 부르르 떨었었죠.
갑자기 북엔드를 보니 흥분이~~^^
오랜만에 님의 서재문 두드리면서 이렇게 흥분할 일이~~ㅋㅋㅋ
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이겨내시고 계시군요.
다행한 일입니다^^

자목련 2021-08-13 15:36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읽는소녀에 꽂혀서 핑크과 검정이 책장 곳곳에 있습니다. 역할보다는 장식이네요. ㅎㅎ
이제는 스누피에 빠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사고 싶던 스누피 시리즈가 품절이라 다행일까 싶고요.
이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저는 아주 좋은 걸요!
건강하고 시원한 오후 이어가세요^^*
 

밤에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복숭아를 먹을 것이다. 곁에는 소설을 둘 것이다. 읽고 있는 소설, 읽다만 소설, 읽을까 말까 고민하는 소설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낮에도 덥고 밤에도 덥고 덥고 덥고. 돌림노래처럼 덥다가 손에 손을 잡고 우리를 맴돈다.





어제의 더위와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내일의 더위가 올 거라는 걸 알기에. 더위를 대하는 방법을 다양하다. 에어컨을 켜고 질끈 머리를 묵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났다. 길고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은 날들이다. M이 올린 단발머리가 너무 부럽다.

내일부터 도쿄 올림픽이 시작된다. 그런데 더위에 가려 응원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 같다. 여름의 매미소리가 더 크다. 올림픽 특집 방송 때문일까, 즐겨보는 드라마의 방송 일정이 바뀌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등장인물 모두가 성장하는 그런 드라마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좋은 어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쯤에서 복숭아 이야기를 하자면 사진 속 복숭아는 친구가 보낸 것이다. 며칠 전 친구가 복숭아를 보낼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사양하지 않아”라는 답을 보냈고 탐스러운 복숭아가 도착했다. 부모님께 보내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며 내 생각이 났다고 했던가. 아마도 부모님이 계신 시골에 내가 살고 있어 그럴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다.







최근 직업상 백신을 빨리 맞은 친구는 백신 접종 후 느낌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주변에 점점 백신 접종을 맞은 이들이 늘어난다. 부모님 세대가 아닌 친구로 확장된 것이다. 저마다 후기가 다르다. 하루하루 아픈 곳이 다르다는 친구도 있고 하루만 심하게 아팠다는 친구도 있고 심리적인 요인이었다고 말하는 동생도 있었다.

친구에게 이번 주는 백신 접종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번 주는 ‘네가 보낸 복숭아’로 기억될 것이다. 한 조각 베어 물 때마다 단 물이 스며드는 기분. 이주의 다른 기분을 덮어줄 것 같다.




친구에게 이번 주는 백신 접종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번 주는 ‘네가 보낸 복숭아’로 기억될 것이다. 한 조각 베어 물 때마다 단 물이 스며드는 기분. 이주의 다른 기분을 덮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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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23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보낸 복숭아로 기억되는 한 주라 너무 부러운데요. *^^*

자목련 2021-07-24 18:09   좋아요 1 | URL
달콤한 복숭아가 더위를 날려줍니다!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07-23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양하지 않아˝ 너무 좋은데요~!!

자목련 2021-07-24 18:11   좋아요 2 | URL
네, 친구의 마음은 사양할 수 없죠, ㅎㅎ
너무 덥지만 그래도 바람이 있는 날들이면 좋겠어요.

scott 2021-07-23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복숭아!
엄청난 무더위에 복숭아를 보내주는 친구!

자목련님은 분명 더 좋은 친구 ❤💗

자목련 2021-07-24 18:12   좋아요 2 | URL
ㅎㅎ 오늘부터 더 좋은 친구가 되겠습니다.
 


우리 삶을 채우는 건 무엇일까. 수많은 감정들은 아닐까. 부정하고 싶겠지만 고통, 절망, 허무 같은 게 더 사랑이나 기쁨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에 휘말리는 걸 보면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소설이니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도 그러하다. 점점 더 소설과 현실의 교집합의 범위가 넓어지는 걸 느낀다.


단편문학의 대가, 안톤 체호프의 『자고 싶다』를 통해서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어떤 절망과 욕망을 마주하는 순간 삶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진다. 아주 짧은 이야기부터 중편소설에 이르기까지 안톤 체호프의 소설은 삶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까.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통찰, 인간의 고독과 쓸쓸함을 소설 곳곳에서 만난다.


표제작 「자고 싶다」는 너무도 가혹한 소설이다. 정당이라는 포장으로 위장한 폭력의 세계라고 할까. 열세 살의 소년 바르카는 주인집 아기를 돌본다. 보채는 아기를 달래느라 바르카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니, 절대 잠들면 안 된다. 안주인의 화난 목소리가 가득하다. 가난해서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죽음에 이른 아빠,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로 온 바르카. 아기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바르카의 일상은 혼미한 상태다.


램프 불빛이 깜박인다. 초록빛 원과 그림자가 흔들거리며 반쯤 감겨 움직이지 않는 바르카의 두 눈 속을 채운다. 반쯤 잠들어버린 머릿속에서 흐릿한 풍경이 펼쳐진다. (「자고 싶다」, 44쪽)


누가 바르카의 잠을 빼앗는가. 그 실체를 파악한 바르카는 본능적으로 행동하는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소년의 세상을 향한 분노가 내게로 스며든다. 바르카를 위로하고 안아줄 어른이 어디에도 없는 현실은 이 시대에도 똑같다는 게 아프고 안타깝다. 어디 그뿐인가. 슬픔과 절망에 대해 털어놓을 이가 없는 마부 요나의 이야기 「우수」도 다르지 않다. 아들이 죽은 슬픔을 애도는커녕 아무도 관심이 없다.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직 안톤 체호프만이 안다. 심지어 그 절절함을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했다. 세상에 뿌려진 요나의 슬픔. 가만히 요나의 등을 쓸어주고 싶다. 사라지지 않는 불평등과 계급의 사회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가난하고 아프다. 그들의 영혼을 구원할 이는 어디에 존재할까. 사랑으로 안아주고 위로할 이는 어디에 있는가.


슬픔은 너무 깊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요나의 가슴이 터져 폭포수처럼 슬픔이 흘러나오면 온 세상을 다 잠기게 할 수도 있으련만 그런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지금 슬픔은 아주 작은 공간 안에 갇혀 있어 밝은 낮에 불까지 비춰가며 찾는다 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수」, 31쪽)


그렇다면 가난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에게는 어떤 괴로움이 있을까.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정신병 환자 이반 드미트리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6호 병동」와 자신에 세운 원칙을 고수하며 그 틀안에서 살아가는 희랍어 선생 벨리코프의 생애를 「상자 속 사나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정의와 고결함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타협을 할 수 없는 삶은 얼마나 고독할까.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6호 병동의 환자가 되는 결과에 무기력해질 뿐이다.


다르다는 건 피곤한 일이지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헛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두 사람. 그중 수학교사인 부르킨이 동료 교사 벨리코프가 생각하는 희랍어 선생 벨리코프는 분명 그 시대의 이웃들과 다르다. 심한 결벽증과 불안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사람들은 그를 기피한다. 이야기를 들은 수의사 이반 이바니치의 말처럼 우리의 삶 역시 벨리코프의 그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가 좁고 답답한 도시에 살면서 쓸모없는 서류를 작성하고 카드놀이를 하는 것, 이 역시 상자 속 삶이 아닐까요? 할 일 없는 사람들, 걸핏하면 시비를 거는 사람들, 멍청하고 게으른 여자들 틈에서 온갖 시시한 소리를 하고 들으면서 평생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상자 속 삶 아닐까요?“ (「상자 속의 사나이」, 209쪽)


상자 속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꿈꾸는 것, 모두의 바람은 아닐는지. 안톤 체호프의 대표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서 그 간절한 바람을 느낀다. 중년의 구로프 앞에 나타난 여인 안나. 둘의 로맨스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구로프에겐 삶의 존재 여부를 생각할 만큼 절실하다. 그를 살게 하는 존재는 안나인 것이다. 여태껏 살아온 인생을 저버리고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이 인생, 아직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머지않아 그가 그렇듯 퇴색하고 시들게 될 이 인생에 그는 연민을 느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전에 만난 여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 평생 애타게 찾아 헤맸던 바로 그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은 그중 단 한 명도 없었다. 만났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시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뭐라 이름을 붙이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가 세기 시작한 지금에야 그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237쪽)


우리 삶이 99%의 절망과 1%의 사랑으로 채워진다면 너무도 비통하다. 하지만 1%의 사랑 때문에 나머지를 견딜 수 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무한 인생에 활력을 더하는 일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안톤 체호프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실 책장에는 다른 번역가의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이 있다. 골라읽은 단편이 있지만 제대로 완독을 하지는 못했다. 같은 내용의 소설이 번역가의 시선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걸 발견하는 일도 즐거운 것 같다. 고전과 세계문학에 대한 갈망을 쌓아두기보다 읽고 체감해야 하는데 게으름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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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6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이달의 당선 추카~
체호프는 💕

자목련 2021-08-09 17:3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체호는 사랑이에요.
스콧 님도 축하드려요^^

mini74 2021-08-06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좋은 글 항상 감사해요. 당선도 축하드려요 *^^*

자목련 2021-08-09 17:33   좋아요 1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미술에 관한 리뷰와 글 더욱 기대할게요^^

그레이스 2021-08-06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자목련 2021-08-09 17:33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감사해요. 저도 축하의 마음을 보내요^^

초딩 2021-08-06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련님~ 이달의 당선 페이퍼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1-08-09 17:32   좋아요 1 | URL
초딩 님도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08-06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1-08-09 17:3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해요. 시원한 시간 이어가세요^^
 


지난 주말에는 H를 만났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그녀는 먼 도시에 살고 있다. 먼 도시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나를 보러 왔다. 우리의 만남은 2016년 가을에 만난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 사이 서로에게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삶을 이동하는 일, 삶을 다시 정비하는 일이라고 하면 맞을까. 그건 회복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에 들러 한 바구니의 빵을 사 왔다. 밤이라 그랬는지 사람도 없었고 빵도 없었다. 늦은 밤에는 술을 마셨다. 아니, 술은 나 혼자 마셨다. H가 술과 커피에 대해 민감한 편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니까 그동안은 제대로 몰랐다. 잘 모른다는 걸 알았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으니 더 좋았다. 내가 맥주를 마시는 동안 H는 사이다를 마셨다.


우리의 시간에는 말이 넘쳤다. 말이 둥둥 떠다니고 거실 바닥과 식탁 위에 말이 나뒹구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상상이었다. 그만큼 우리의 말들은 다양했다. 하고 싶었던 말, 주저했던 말, 고민으로 뭉쳐진 말, 모든 말들이 다 그곳에 있었다. 그 말들이 다 우리의 것이었다.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게 뿌듯했다. 자주 만나지 못하기에 그랬을까. 아니, 나의 말을 모두 들어주는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맑은 하늘과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좋다”는 말을 자주 하며 사진을 찍는 H가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감탄은 양이 적다는 걸 발견했다. 나이가 드는 탓일까.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픈 몸에 대해, 늙은 몸에 대해 두려움이 아닌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그런 대화는 책으로 이어졌다. H가 영화로 보고 나는 책으로 읽은 『밤에 우리 영혼은』에 대해 서로의 느낌을 말하면서 같은 작가의 『축복』도 좋았다고 추천했고 조남주의 소설집 『우리가 쓴 것』속 여성 서사와 황정은 소설에 대해 환호하면서 『백의 그림자』 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우리로 채워진 시간은 지나갔고 각자의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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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2 11: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밤에 우리 영혼은> 이 책 정말 좋더라구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영화도 있군요~! 친구와 책 이야기하면 정말 즐거울거 같아요^^

자목련 2021-06-23 09:22   좋아요 2 | URL
그쵸? 참 좋아요. 저도 영화는 몰랐어요.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하죠.
이곳 알라딘의 서재도 그렇고요^^

잠자냥 2021-06-22 14:1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자목련 님이 술 이야기 많이 하셔서(심지어 좋아하신다고 해서) 매우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 글을 하도 정갈하게 쓰셔서 술은 입에도 안 대실 줄 알았던 1人.... ㅋ

자목련 2021-06-23 09:21   좋아요 3 | URL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요, ㅎ 이제는 저질 체력이라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요.
잠자냥 님의 짬뽕과(맞나 모르겠네요) 맥주 사진을 넋놓고 바라보았지요. ㅎㅎ

coolcat329 2021-06-22 14: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하하 어쩜! 저도 이 글 읽고 이 분이 술을 드시네? 그것도 친구는 사이다마시는데 혼술을...참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ㅋㅋㅋ
맞아요. 글이 참 차분 정갈하셔서...드셔도 다소곳이 사케를 드실거같은데 맥주를 ㅎㅎ
의외의 모습 발견했을 때 더 호감도가 상승되시는거 아시죠? 😅

자목련 2021-06-23 09:19   좋아요 3 | URL
음, 제가 한때는 술을 잘(?) 마시기도 했어요. ㅎㅎ
더 다양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6-22 2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전 이런 친구가 없는 거 같아요. 대화하고 나면 왠지 공허한 느낌.. 이건 제 문제겠죵?^^;;

자목련 2021-06-23 09:18   좋아요 2 | URL
너무 많을 말을 하면 공허하지요, 저도 그래요. 근데 그 순간에 충실하려고요, ㅎ
H는 동생이지만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가 되었어요.
친구가 많지는 않고 소수의 소주한 인연을 오래 지속하고 싶어요.

하늘바람 2021-06-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책속 한 부분 같았어요

자목련 2021-06-25 18:26   좋아요 0 | URL
ㅎ 감사해요. 하늘바람 님, 시원하고 환한 주말 보내세요^^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게 맞다. 어린 시절 부뚜막의 고양이를 미워한 적이 있으니까.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내가 자란 집에는 일정 시간 동안 부뚜막이 있었다. 내가 예뻐하는 강아지는 올라가지 못하는 따뜻한 부뚜막에 고양이는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먹는 밥의 내용도 달랐다. 고양이가 좀 더 고급(?)스러웠다고 할까. 시골에는 쥐가 많았기에 어른들은 고양이가 하는 일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잘 먹여야 한다고. 정작 내 기억에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 광경을 본 적이 없다.


고양이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아파트의 길고양이와 오빠네 집으로 들어온 고양이들 때문이다. 아파트 주변에는 고양이가 많다. 캣맘도 있는 걸로 안다. 그분들이 고양이를 위해 지어준 집도 있다. 그래도 사랑받지 못하고 상처가 가득한 모습으로 주차장을 배회하는 고양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오빠네 집고양이들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 5월 말에 오빠네 집에서 본 고양이는 우리가 아는 그 고양이가 아니었다. 항상 문 입구에서 우리를 반기거나 멀찍이 떨어져 우리를 관찰하던 고양이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가 우리 주변을 서성였다. 신발을 벗는 내 곁에서 호시탐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 것이다. 어찌 된 일인가 물으니 이웃집 고양이란다. 우리 고양이, 그러니까 오빠가 ‘비실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이웃집 고양이는 아주머니를 따라 우리 집에 자주 왔고 어느 순간 혼자서 우리 집에 와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비실이’는 어디로 간 걸까? 이름처럼 몸이 아파서 ‘비실이’라고 했는데 잘 지내고 있는 걸까? 문득 ‘비실이’가 생각난 건 이 고양이 때문이다. 사진 속 고양이를 찾는 이에게 기쁨이 있을 것이다. 눈 밝은 이들만 고양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처음엔 나도 고양이를 보지 못했으니까. 편안한 쉼, 그 자체다. 눈부신 햇살과 배롱나무 그늘과 고양이라니.




나는 아무래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집사가 될 자신은 없으니 이렇게 멀리서 고양이를 흠모한다. 그나저나 저 우아한 고양이의 이름은 뭘까? 오늘부터 나는 ‘우아한 준’(june)라고 부르고 싶다. 언제 다시 볼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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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17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한 준, 예쁘네요. ㅎㅎ

자목련 2021-06-18 16:32   좋아요 3 | URL
냥이 집사님이 예쁘다 하시니 넘 기쁩니다. ㅎ

coolcat329 2021-06-17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나무가 베롱나무군요. 저 찾은거 같아요. ㅋ
보도블럭 옆 나무 가장자리 잔디 밑 아닌가요? ㅎㅎ
아휴~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적당한 나무그늘 밑 명당을 차지했네요.

자목련 2021-06-18 16:33   좋아요 2 | URL
뭔가 잘 아는 냥이구나 싶었어요. ㅎ

새파랑 2021-06-17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저히 안보이네요 ㅜㅜ 스마트폰을 바꿔야할거 같아요 ㅜㅜ

잠자냥 2021-06-17 21:52   좋아요 3 | URL
책 일주일에 일곱권 넘게 읽는 사람 눈엔 안 보인대요! ㅋㅋㅋ

scott 2021-06-17 22:07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말씀에 동감! 합니다
이정도 크기 사진이 안보이시다니
활자에 눈을 넘 ㅎ
새파랑님 휴식이 필요 합니다.
༼ ◔ ͜ʖ ◔ ༽

새파랑 2021-06-17 22:15   좋아요 2 | URL
전 아직 2권째 읽고있는데 그럼 보여야 하는건데....제가 글자는 읽는데 사진은 좀 약한거 같아요ㅡㅡ 뭔가 하얀게 있는거 같긴 한데 ㅎㅎ

자목련 2021-06-18 16:34   좋아요 3 | URL
사진의 오른쪽에서 찾아보시면...
아마 지금쯤은 찾으셨겠지요.
새파팡 님, 책을 너무 많이 보시는 게 맞는 듯합니다. ㅎㅎ

mini74 2021-06-17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매직아이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 윌리를 찾아서도 영 소질이 없는데 ㅠㅠ 역시 사진 속 고양이 못 찾고 해메는 중. 우아한 준~ 어디있니. 야용야옹~~

자목련 2021-06-18 16:35   좋아요 4 | URL
못찾아도 괜찮습니다. ㅎ 저도 매직아이는 어려워요. ㅠ.ㅠ

scott 2021-06-17 2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찾았어요
빛에 반사 되어도
냥이 찾음요 ㅎㅎ

ค^•ﻌ•^ค

자목련 2021-06-18 16:35   좋아요 3 | URL
처음엔 저도 바로 알아보지 못했어요. ㅎ

붕붕툐툐 2021-06-18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바로 딱 보이는데, 뭐죠? 이거 운명인가요? 저도 고양이 좋아해요~ 키울 엄두는 1도 안나지만... 좋아해요^^

자목련 2021-06-21 16:27   좋아요 1 | URL
집사가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냥이, 그냥 이렇게 바라만봐도 좋은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