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현준이와 신경전을 펼쳤다. 아침밥상에 앉아서 콩밥은 싫다는 둥, 두부도 먹기 싫다는 둥, 오늘은 김치 또한 먹기 싫다는 둥, 내 속을 박박 긁어댔다. 그래도 현준이 하나였다면 그러려니 넘어갔을지 모른다. 옆에서 현수는 뜨거운 밥을 아직 서툰 숟가락질로 호호 불며 먹고 있는데 첫째 현준이가 투정을 부리니 받아주기가 싫었다. 결국 현준인 아침 밥 한숟가락 제대로 못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침을 먹지 않은 현준이에겐 간식을 주지 않았다. 배가 많이 고팠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밥상에서 투정부리는 걸 용서하지 못하는 나는 아들의 배고픔을 모른척했다. 많이 서운했을거다. 그리고 점심, 이번에도 정신을 못 차린 현준이 콩을 입에 넣다뺐다를 반복하고 좀처럼 밥을 먹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그런데 난 거기에 또 발끈했다. 밥 먹기 싫으면 네 방으로 가.라고 말하자마자 울어댔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밥을 먹든 자기방으로 가든 둘중 하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현준이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여전히 현수는 점심밥도 뚝딱 먹었다. 비교를 하면 안되는데 현준이와 현수가 자꾸 비교된다. 현수만큼도 못하면 안된다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에 현준이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내가 이러다 벌받지 싶었다. 혹은 이거 아동학대 아닌가 싶어 가슴이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난 참 모진 엄마다. 저녁 먹기 전까지 일체의 간식을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저녁밥은 너무 많이 먹었다. 한꺼번에 많이 먹는 건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저녁밥이라도 잘 먹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둘째를 낳기 전까지 아들과 나의 사이는 너무도 좋았다. 현준이의 투정도 그저 어린아이의 애교로 받아들이고 밥을 안 먹는다고 투정을 부리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밥을 먹였었다. 그런데 현수를 낳고나서부터 현준이의 투정은 나에 대한 반항이란 생각이 먼저 들고 현수와 비교를 하면서 현준이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고 점점 큰아이의 면모를 갖추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오늘 현준이를 굶기면서 내가 얻은 건 무엇일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현준이의 마음이 크게 다친게 아닐까하는 거라 많이 미안하고 내 마음이 지금까지도 많이 불편하다. 아, 내가 얻은게 진정 있을까 싶다. 후회되는 하루였다. 현준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잠이 오질 않는다. 엄마가 미안했다고 말하니 엄마가 미안한게 아니고 자기가 더 미안했다고 말하는사랑스런 아들을 오늘 하루 괴롭힌 나는 나쁜 엄마다.

내게 필요한 건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더 많이 부끄러웠다.

내일은 현준이랑 더 많이 놀아주고, 투정도 귀엽게 받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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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2-2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_ㅠ 어머니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글이네요. 그래도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죠~ 그건 아닌 것 같아요. ^^;;; 저도 사실 예비 엄마라서 정말 이런 상황에 놓이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조건 다 받아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반응 혹은 대우를 해줘야.. 그게 잘못된 행동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신 말을 잘 못 알아 듣는 다 해도 열심히 설명 해주려고 할 것 같아요. 그런 행동을 하면 왜 안 좋은지, 엄마가 왜 혼내는지에 대해 알면 덜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저런 말로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할 것 같긴한데...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네요.. 너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대화를 더 많이 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히.. 반가운 마음에 달려왔는데 처음부터 너무 말이 많네요. ㅋㅋ

종종 이렇게 댓글 주고 받으면서 뵈어여.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하시길.. ^^*

꿈꾸는섬 2008-12-20 12:38   좋아요 0 | URL
아이를 다루는 기술이 제겐 부족한 것 같아요. 늘 반성하고 후회하는데도 겨우 4살밖에 안된 아들을 너무 다그치는 건 아닌가 늘 조심스러워요. 제가 가장 마음 아픈 건 애가 상처 받지 않았을까 하는거예요. 아휴..정말 애 키우는게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가시장미님 방문해주셔서 고마워요. 종종 뵈어요. 가시장미님도 행복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8-12-2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자식셋을 키운 저희 어머니는 너무 당당하게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고 자신있게 발언!! 제 마음을 늘 아프게 합니다 흑흑

꿈꾸는섬 2008-12-21 21:47   좋아요 0 | URL
앗, 저희 엄마도 그렇게 말씀을 하셨었는데...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자식이 하나도 아닌 여럿을 두셨던 저희 어머니 세대들껜 머리숙여 늘 감사하고 존경해야한다니까요.
 

휘모리님 서재에 들렀다가 현준이가 보면 좋겠다 싶은 책을 만났다. 어제 책을 주문했으니 언제쯤이나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을까 싶다.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여기저기 제대로 둘러 보지 않은 나의 불찰에 반성을 좀 했다. 요즘은 날도 추워 애들이랑 도서관 가기도 귀찮은데......그냥 또 질러......그래도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여 조금 미루어 두기로 결정했다. 다음번 주문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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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30호 - 2006.3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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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송유근 학생이 11살 나이가 되었고 인하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기사를 보았었다. 학점은행제도를 이용한 조기졸업이다. 송유근 학생은 교실 수업에 적응하기 힘들어 했다는 내용도 함께 보았다. 11살이면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초등학교 4학년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도 배워야 하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면서 씁쓸하게 기사를 읽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란 에디슨 말처럼, 송유근 아빠는 "유근이가 10이라면 9는 노력이고 1을 타고 났다."고 이야기해. <모든 아이는 영재로 태어난다.>라는 책도 썼어. 누구든 노력하면 영재가 될 수 잇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참 이상하다. 따로 영재학교를 만든다잖아. 송유근의 9든 에디슨의 99%든, 공립학교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어렵다는 거잖아, 타고난 영재라도 공립학교에 두면 안 된다는 거야? 매스컴에 나온 영재들은 부모가 넉넉한 편이야. 송유근 아빠처럼 직장 그만두고 집에서 자식 보살펴도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지. 게다가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 공립학교 환경이 너무 나빠. 그래서 넉넉한 집은 자식을 사립학교로 외국으로 보내지. 공립학교엔 '평범한 아이들'만 남아도 된다는 거야. 누구나 100점짜리 영재가 될 수는 없겠지. 하지만 1%의 영감을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99%의 노력으로 99점짜리 영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141쪽)

환경과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짚어주는 고래가 그랬어, 고맙다. 근데, 고래가 천자문을 삼켜 버렸대, 신세기 소년 파브르는 언제쯤 다시 연재할까? 목빼고 기다리는데 언제쯤 만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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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29호 - 2006.2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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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써요"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재활용, 재이용

재활용은 우유팩을 모아 화장지를 만드는 것, 재이용은 사이다병을 모아 다시 사이다병으로 쓰는 것. 귤껍질은 음식물쓰레기로 분리수거하고 과자비닐도 재활용, 요구르트, 캔, 병, 우유팩은 한번 헹궈서 분리수거, 병과 뚜껑의 재질이 다른 것도 분리, 스테이플러 박힌 종이와 철심을 분리, 수첩에서 철스프링을 분리, 우유팩은 펼쳐서 분리 수거, 다쓴 사인펜은 안에 있는 것을 빼고 몽당연필에 끼워 쓰고, 아직 남은 공책은 연습장으로 다 사용하고 버리면 쓰레기가 많이 줄어들겠다는 예시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유익한 만화, 아직도 재활용을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만화 잡지 고래.

전번호에 이은 아기고양이 꽃네는 출판사 식구들과 잘 살아가게 되고 턱시도 고양이 친구도 만나게 된다. 턱시도 고양이 종식이가 백혈병으로 죽지만 꽃네는 고양이 네마리를 낳은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다른 집에 아기고양이들은 분양되었고 꽃네는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엄마된 사람으로 꽃네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었고, 애완동물들이 겪는 성대수술이나 꼬리 자르는 수술같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겪었다. 세상에 사람만큼 잔인한 동물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하늘공원은 더럽게 살자에서 만났다. 난지도에 꽃이 피었다는 그곳에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보고 싶다. 

머피와 두칠이, 도구의 역사, 불한당들의 세계사, 알콜이 달콩이, 꼬끼오 고고학 탐험대, 별똥탐험대 등 여전히 재미있고 유익한 만화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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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28호 - 2006.1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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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동물을 키우는 것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없기에 그리고 어릴적 키웠던 강아지들이 거의 모두 사고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건 사실 두렵다. 그리고 동물을 키우는 건 사람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의 애정을 쏟아야하는데 나에게는 그럴 여력이 별로 없다. 그래도 주변에서 애완동물 키우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키워야 할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었었다.

고래 단편 <아기 고양이 꽃네>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온통 상처투성이의 고양이를 길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병원에 데려가 영양제도 맞추고 정성껏 돌보는 가족들의 모습은 너무도 따뜻하다. 하지만 꽃네에게 몹쓸짓을 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분노가 치민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발로 걷어차거나 심지어 집어 던지기도 한다. 꽃네는 상처투성이에 수염과 눈썹은 모두 불에 타 눌어붙고 앞발도 한쪽 귀도 불에 타 있었단다. 턱은 화상이 심해서 뼈가 다 드러났고 콧등과 이마를 비롯한 온몸이 담뱃불로 지진 상처로 가득했단다. 그리고 누군가 고양이의 귀와 눈에 하나 가득 모래를 채워 놓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생명은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못된 사람들은 동물을 업신여기고 함부로 대한다.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이 또 다른 생명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리 아이들이 동물을 사랑으로 대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더럽게 살자에서는 배아줄기세포, 복제인간, 불치병, 수정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과학적 진보가 사람들에게 어떤 해악을 줄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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