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우울한 기색을 보였더니 신랑이 불안스레 쳐다본다. 아무래도 봄날의 여파가 심한 듯하다. 광주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공수부대원들에게 쫓기며 곤봉에 머리를 다치기도 하고 대검에 찔리기도 하며 마구 짓밟히고 피를 흘리고 있다. 이제 겨우 3일치 정도의 분량을 읽고 있다. 공수부대원들에게 붙잡혀 옷이 벗겨지고 겨우 팬티 한장 걸치고 앞으로 뒤로 좌로 구르고 또 구른다. 심지어 여자들에게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가슴을 대검으로 찌르고 도려내고 임산부의 배를 찢어 태아를 꺼내고 욕지거리에 손찌검에 별의별일이 다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어찌 침통하지 않았겠는가.

다시 이 책을 읽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뜬금없이 봄날이 읽고 싶어졌다. 나의 과거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 뜬금없다. 나에게 광주는 너무도 머나먼 곳이고 한번도 간 적이 없는 곳이기에 나는 정말 뜬금없는 사람이다.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던 우리 때와는 너무도 다른 처절한 아픔과 슬픔이 베어져 있는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뭐라 말 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또 책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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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1-0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를 다시 보는건 언제나 부담스럽습니다. 요즘 전 현대사 수업 준비하면서 광주 파워포인트를 다시 정리하고 있는데 볼때마나 눈물이 납니다. 잊어도 된다면 잊고 싶어요. 모르고 싶고요. 하지만 그래선 안되는거겠죠.

꿈꾸는섬 2006-11-10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역사를 되돌아 보면 참 눈물나는 일이 많지요.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바람돌이님께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주시길 바래요^^
 

거액의 돈을 주고 주문했던 책이 며칠전에 도착했다. 이 책을 받아들고 아들과 둘이 상을 펴 놓고 들춰 보았다. "우와"하고 내가 말하면 아들도 덩달아 "우와" 그런다. 뿌듯한 마음이 은근히 들었다. 그런데도 한편으론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아닌 걱정도 은근히 들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뿌듯함 이면에 괜한 짓을 한 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나중에 도서관에 가면 있었을텐데......라는 후회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던 거다.

하지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틈틈이 꺼내어 보려고 작정을 하고 나니 이제 더이상 갈등하지 않는다. 요즘 매일 아들과 함께 잠시 이 책을 꺼내들고 잠깐씩 살펴보고 있다. 깨알같은 글씨들이 가득해서 아들과 함께 본다는 건 솔직히 좀 힘들다. 그래도 조만간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나면 독파해보려는 생각은 있다.

다시 세계사 공부를 시작하는 마음처럼 두근두근 설레인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들보다 무한한 지식을 안겨줄 것 같은 기대감에 살며시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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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어느새 봄 여름이 지났다.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다.

하지만 내 손엔 다시 봄날이 들려 있다. 임철우 선생님의 봄날을 다시 읽으며 또 다시 행복해 한다.

선생님의 글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현준이와 씨름하며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는데 자꾸 감질난다.

아이를 재우고 이제야 다시 봄날을 읽는다.

선생님께서 10년을 걸려 쓴 책을 난 며칠만에 홀딱 읽어 버렸었다.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다시 봄날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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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살 때만해도 좀 난감했었는데 막상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하니 정말 잘 샀다 싶다. 막연하게 이름과 이론을 엉성하게 듣고 알았던 것들을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으니 정말 고맙단 생각이 든다. 글을 읽는 내내 한장 한장 넘어갈 때마다 흥미진진했으니 말이다. 물론 현준이 덕에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저녁내내 신랑에게 이 책에 대한 얘기로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세상을 바꾼 10가지 심리 실험에 대한 이야기......정말 재밌다......얼른 마저 읽고 내일쯤엔 리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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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며칠째 알라딘을 들락거리며 망설이던 책을 구입했다.

우선, 그제 오래 전에 읽었던(도서관에서 빌려서) 임철우 선생님의 <봄날>전집을 샀다. 5권을 모두 샀는데 할인률이 커서 4만원이 넘지 않았다. 그래서 한권 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을 구입했다.

 

 

 

 

 

 

 

 

<봄날>전권을 오늘 배송 받고 뿌듯하고 흐뭇해서 자꾸 자꾸 만져 보았다. 전보다도 더 깊이 있게 읽어 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 올랐다. 내 책꽂이에 이 책이 꽂힐 생각을 하니 정말 행복하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38명의 살인 목격자는 왜 신고조차 하지 않았나?"라는 문구에 끌려서 샀다. 왜 38명의 사람들이 신고 하지 않았을까? 차차 읽어가며 그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야겠다.  책을 받아들고 잠시 머리말을 살펴 봤다. [......결국 사람의 인생이란 데이터 값이나 기댓값, 변수와는 같을 수 없지 않은가. 그것은 흡수되고 변형되고, 다시 씌어지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야기 형식으로 들을 때에 그것을 가장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절로 생겨난다.

문제는 오늘 <조르주 디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를 샀다는 것. 살까 말까 여러차례 고민을 하던 끝에 결국은 장바구니에 담았다. 3만원 할인 쿠폰을 준다는 유혹을 어찌 물리칠 수 있었겠는가. 내가 돈 벌어서 사던 시절에는 이렇게 망설이지 않았던 것도 같은데 신랑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려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에 조금은 당당할 수 있겠지. 앞으로 우리 현준이에게도 꼭  필요할테니까.

 

 

 

 

매번 내 책만 사는 것 같아 현준이에게 미안해서 오늘은 현준이 책도 한 권 샀다.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했다. 현준이가 좋아하겠지.....

 

 

 

새벽같이 일어나서 나와 현준이를 위해 고생을 아끼지 않는 신랑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드는 날이다. 돈 벌어서 내가 읽고 싶은 책 못 사주겠냐는 신랑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미안한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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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0-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지르셨네요. 책 살때 뿌듯하죠. ㅎㅎㅎ
곰사냥은 한 때 우리 아이들도 열광했던 책이네요. 그냥 맘대로 노래로 불러주면서 읽어주면 정말 좋아하던걸요.

꿈꾸는섬 2006-10-28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너무 많이 질러서 신랑에게는 정말 미안하답니다.
곰사냥에 대한 평가들은 너무도 좋아서 주저하지 않고 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