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알라딘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마침 생일이기 해서 굳이 사양하진 않았다.
알라딘은 그런 곳이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가 책을 주고 받는 곳, 맞다. 그런 곳이었다.
오랜만에 받은 책선물을 받고 좋아서 종일 두 시집을 곁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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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생일 케잌에 관심이 많다. 촛불을 켜고,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에 대한 관심......
부부
어머니학교 37
뿌리 잘린 나무를 옮겨 심고
버팀목을 들일 떄에도, 녀석이 혼자가 아니라면
서로의 옆구리를 잇대어 묶어주지.
어느 한 녀석이 아프고 서러워 울먹이면
다른 녀석이 따라 어깨라도 들먹이라고.
작은 새라도 와서 야윈 가지 출렁이면
같이 웃어도 보며 눈물 쓰윽 닦으라고.
죽어 장작이 되기 전에 어깨걸이부터 가르치는 거지.
형제자매도 한방에서 장작개비처럼 발 쌓고 자봐야
어려울 때 한식구로 숲을 이루는 겨.
부부라면 더군다나 말할 것도 없지.
부부하고 부목하고 다 부씨 아니냐?
연애할 때는 불불이었는데, 받침을 활활
불쏘시개로 태우고 부부가 된 거여.
남편과 어느새 10년 가까이 살았다. 생일이면 어김없이 미역국을 끓여주는 남편,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미역국 끓여놓고 새벽 5시45분 나를 깨웠다. 도저히 눈은 안 떠지는데, 미역국을 꾸역꾸역 먹었다. 짭잘하게 끓여진 미역국을 아침에 물을 조금 더 넣고 다시 끓여 아이들에게도 먹였는데, 정말 잘 먹더라. 이젠 남편도 어느새 미역국을 제법 끓인다.
결혼을 하고 부부로 사는 일이 모두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의 어깨걸이가 되어주는 세월이었다고 생각하니 참 잘 살았다싶다. 연애할 때는 불불이었는데, 받침을 활활/ 불쏘시개로 태우고 우리도 이제 제법 부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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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의 크기
어머니학교 19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냇물 흐린다지만,
그 미꾸라지를 억수로 키우면 돈다발이 되는 법이여.
근심이니 상심이니 하는 것도 한두 가지일 떄는 흙탕물이 일지만
이런 게 인생이다 다잡으면, 마음 어둑어둑해지는 게 편해야.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라.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란 거여.
한숨 쉴 일이 많은 날이었다. 남편은 열심히 일을 하지만 여전히 체불은 반복되고, 그 바람에 대출에 그 이자에 오히려 빚이 더 느는 그런 날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지겠지하고 지냈는데, 이 시를 보니 그래,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야겠다. 하고 있다. 3월까진 버텨보자고, 그럼 좀 나아지지 않겠냐고, 그래, 그럴거야. 우리는 아직 힘이 있는 걸, 큰 마음도 가지고 있는 걸, 하고 남편의 어깨를 다독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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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 꼭지처럼
어머니학교 43
어미 아비가 되면 손발 시리고
가슴이 솥바닥처럼 끄슬리는 거여.
하느님도 수족 저림에 걸렸을 거다.
숯 씹은 돼지처럼 속이 시커멓게 탔을 거다.
목마른 세상에 주전자 꼭지를 물리는 사람.
마른 싹눈에 주전자 꼭지처럼 절하는 사람.
주전자는 꼭지가 그중 아름답지.
새 부리 미운 거 본 적 있냐?
주전자 꼭지 얼어붙지 않게 졸졸졸 노래해라.
아무 때나 부르르 뚜껑 열어젖힌 채
새싹 위에다 끓는 물 내쏟지 말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시다. 어미 아비가 되면 손발 시리고/ 가슴이 솥바닥처럼 끄슬리는 거여. 맞다. 그렇다. 그럼에도 아무 때나 부르르 뚜껑 열어젖힌 채/ 새싹 위에다 끓는 물 내쏟는 사람이 나였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온다. 조심해야지. 우리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싹들에게 주전자 꼭지를 물려야지. 하고 생각한다.
이정록 시인의 구수한 사투리, 어머니의 말로 내게 전해진다.
어머니들은 모두 아는 것들, 우리만 몰랐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학교의 동창생입니다"라는 것도 맞아맞아하게 된다.
오랜만에 받은 선물로 풍요로운 날이 펼쳐지고 있다.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