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중고샵 보기를 돌같이 했다. 중고샵에 좋은 책이 올라오면 어찌나 사고 싶어 안달이나던지, 그 조급증이 싫어 중고샵을 멀리해야만 했다. 그런데 어찌 그 유혹의 지름신을 피해갈 수 있겠는가?
빈센트 반 고흐, 아몬드꽃 표지, 이 책을 보는 순간 눈이 확 뒤집어졌다. 2007년에 발간되었던 책인데 워낙 비싼책이라 침만 질질 흘리다가 상품 상태 최상이라는 말에 혹해서 바로 장바구니로 가져갔다.
소소한 행복을 일깨워 준 장영희 선생님의 책이 중고샵에 나왔다. 얼른 집어 들었다. 언제나 마음 울적할때 꺼내보아도 좋을 책이 틀림없을 것이란 단호한 생각, 이 책이 내게로 오고 있다.
이준규 시인을 아직 잘 모른다. 시집이 중고샵을 떠돌고 있다는 사실은 늘 가슴 아프다.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이란 제목이 우선 마음에 든다. 열매가 완성되어가는 그 계절을 노래하는 시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위의 세 책 말고도 몇권의 책을 담았다가 덜어냈다. 요새 알라딘에서 배달되어 오는 책들에 자기들 것이 포함되어 있기를 늘 소망하는 아이들의 바람을 알기에 아이들을 위한 책도 함께 담았다.

언제부터인가 사야지하며 여전히 사지 못하고 있던 책이 엄청나게 세일을 한다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고녀석 맛있겠다>는 현준이가 좋아할테고 <상상해 봐>는 현수가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전에 구입했던 현수의 스티커북을 아주 조금씩 한다고 했는데 어느새 스티커가 잔뜩 붙었다.
오빠가 한글, 수학 공부한다고 샘을 내는 딸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한글, 수 스티커는 현수가 하고, 알파벳 스티커는 현준이가 하게 할 생각인데 현수가 어찌 나올지 조금 걱정스럽다.
7살이 된 현준이는 요새 학습의지에 불타고 있고, 엄마는 그 기회를 놓칠세라 엄청 조바심을 내고 있다. 요새 아이들이 워낙 빨라 지금 시작하는 현준이의 학습도 늦은 것이라고 주위에서 한마디씩 하는데 그게 애가 하고 싶어하고 말 귀 알아들을때 해야 나도 아이도 편한 게 아니겠는가. 아직 세상 사는데 불편한 것 없으니 학교 입학 전에 기초적인 학습만 시킬 예정이다. 학교에 가서도 뭔가 배우고 돌아오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인데 요새 학교 사정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나보다 공부에 열의를 보이는 현준이는 아마도 자기 친구들의 수준에 자기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늘 이기고 싶어하고, 일등하고 싶어하고,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현준이에게 있다. 그러니 걱정은 안되는데, 어느 순간 포기하고 말까봐 조금은 걱정이 된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지만 말이다.
오빠 공부하는걸 구경하는 현수는 무척 부러워한다. 자기는 스티커 달랑 몇장 붙이고나면 엄마는 그만하자고 내일하자고 하는데 오빠는 수학도 몇쪽씩 하고, 한글도 무척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일테니 말이다. 오빠를 보며 배우는 현수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빠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하고, 오빠가 하는 놀이를 익히려고 노력하고, 오빠가 공부하니 자기도 해야한다고 나서는 걸 보면 너무 귀엽다. 그런 아이 마음에 차지 않게 엄마는 늘 조금만 하자고 말하니 서운하기도 할테지만 그래도 엄마 말 잘 듣고 따라와주는 것만으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