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이 얼마 안 남았다. 

12월 7일은 남편이랑 나랑 처음 만난 날이다. 

요새 해가 늦게 떠 아직 자고 있는 7시,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처음 만난 날을 회상하며 문자를 보낸다는......(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 

솔직히 잊고 있었다.  

남편이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하루종일 모른채 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 횟집에서 저녁을 먹자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옆동에 사는 언니네 불러 함께 저녁을 먹었다. 평소 외식을 잘 안하는 우리가 밥 먹자고 전화했더니 대뜸 "무슨 기념일이야?" 하고 물었지만 남편과 나는 그저 "회 먹는 날" 이라며 대꾸해버렸다. (옆동 언니 남편은 회를 안 드신다. 그래서 평소 회를 좋아하는 언니가 만날 탄식한다. 회가 먹고 싶다고...그래서 불렀다)

외식하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니 좀 덜 나가자는 게 남편과 나의 생각이다. 처음엔 배부를때까지 앉아서 잘 먹지만 자기들 배만 부르면 그새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한다는 건 정말 힘들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남편과 내가 처음 만난 날에 대한 기억은 서로 다를지도 모르지만, 내 기억으로 그렇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때 나와 남편은 첫눈에 반했다.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편도 그랬단다) 하지만 내가 사귀던 사람이 있었고, 남편도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 조심하며 거리를 두고 만났었다. 그러다가 내가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남편이랑 다시 만나게 되었었다. 그때부터 남편과의 데이트는 주로 영화관에서 이루어졌다. 영화 보는 걸 둘 다 즐겼다. 

연애를 하던 그때에는 남편이 거의 매일 우리 동네로 출근하다시피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정성이었다는 걸 알겠다. 매일 피곤했을텐데 우리 동네에서 만나 저녁먹고 함께 달리기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는게 전부이다. (한달에 몇번이나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남편이랑 아이들 데리고 <더 콘서트>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우리 동네 상영 시간은 11시 40분, 16시 50분 두번 밖에 상영을 안 한다. 도무지 볼 수 없는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다. 

이 겨울에 어울리는 차이코프스키의 연주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아쉽기만 하다. 

내일 남편은 4시에 출근해야 한단다. 새벽같이 대전에 내려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벌써 잠이 들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될줄은 몰랐던게 사실이다. 함께 살아갈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우리라는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때 처음 만났던 날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후회해서는 안되겠단 생각을 한다. 그도,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그도, 나도 여전히 변함없는 그이고, 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몇년을 살아도 그때의 그 기억은 여전히 생생할 것 같다.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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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2-0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축하드려요.
어쩌면..결혼 기념일보다 더 소중한 날이잖아요~
저희 부부도 결혼 기념일보다는 처음 만난 날을 더 기억하고 있거든요.
첫눈에 반한다...는건 어떤걸까 궁금했는데 섬님 부부가 그러셨군요!

꿈꾸는섬 2010-12-08 00:12   좋아요 0 | URL
첫눈에 반한다..는 말..저도 남편 만나기전까진 몰랐어요. 대부분 만나면서 알아가면서 좋아하게 되었는데 말이죠.
고맙습니다.^^

세실 2010-12-0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눈에 반한다는 그 표현이 참 설레임을 주네요. 저는? 안가르쳐줘요~~ ㅋㅋ
첫만남 축하드립니다^*^

꿈꾸는섬 2010-12-08 10:22   좋아요 0 | URL
ㅎㅎ세실님 경우엔 남편분이 세실님께 첫눈에 반해 쫓아 다니셨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양철나무꾼 2010-12-08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져요.
요즘 신세대들은 역쉬 틀리다니까...총기가 있는 건가요?
첫만남일 따윈 전 엿바꿔 먹으려 기억하려 해도 기억나지 않는데 말이죠.
전 첫눈에 반했던 사람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네요~ㅠ.ㅠ

어찌 되었건 첫만남도,첫눈에 반한 콩깍지의 인연도 축하드리고...
예쁘게 가꾸어 가시길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0-12-08 10:24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신세대인가요? ㅎㅎ
양철나무꾼님은 남편분과 처음 만난지가 한참 되셨지요? 저흰 10년도 안되었어요.ㅎㅎ

첫눈에 반한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투닥투닥 잘도 싸우지요.ㅎㅎ


2010-12-08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8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8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2-0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너무 이쁘다.
우리 부부는 생일두 서루 까먹는데,
꿈섬님 부부는 처음 만난 날두 챙긴단 말이죠?
만난 이야기...... 너무 이뻐요.
첫눈에 반한 분과 평생 살기... 축하드려염 (저는 채였는뎅~ ^^)

꿈꾸는섬 2010-12-08 11:20   좋아요 0 | URL
둘이 동시에 첫눈에 반했다는게 신기했어요.
저도 첫사랑에겐 차였죠. 첨엔 자기가 좋다고 쫓아다니더니 나중엔 쌩 가버리더라구요.ㅜㅜ

섬사이 2010-12-0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만난 날이라니.. 그게 언제더라?
첫눈에 반하다니... 그게 정말로 가능한 일이구나..
처음 만난 날을 기념하다니.. 그렇게 아기자기 예쁘게 사는 사람들도 있네..
결혼한 지 19년, 만난 지 28년 된 저는 이렇습니다. ㅠ.ㅠ


꿈꾸는섬 2010-12-08 21:0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연애 기간도 길고 결혼 기간도 긴 분들이 참 많으셔요. 존경스러워요.^^

순오기 2010-12-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분이 동시에 첫눈에 반하다니, 운명적인 만남이 꿈섬님 댁에 있었네요.^^
우리 부부는 중매로 만났으니 당연히 처음 만난 날은 알지만, 님처럼 애틋한 감상은 없는 날이지요. 여튼 부럽습니다~~~~~ 그 마음 오래도록 간직하며 행복하게 사시길!!^^

꿈꾸는섬 2010-12-08 22:20   좋아요 0 | URL
ㅎㅎ둘이 동시에 반했다는 사실때문에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blanca 2010-12-0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우아, 정말 멋진 만남 스토리예요. 행복하게 보내셨죠? 저는 첫눈에 남편에게 반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더 영화처럼 느껴져요..

꿈꾸는섬 2010-12-08 23:12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오랜만이에요. 오늘밤엔 눈도 오고 잠이 오지 않겠어요.ㅎㅎ
저랑 남편이랑 서로 첫눈에 반했지만 서로 아닌 척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랬더라구요.ㅎㅎ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줄 저도 몰랐어요.
핑크공주님의 유치원 입학은 어찌 잘 되었나요?

같은하늘 2010-12-09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동시에 첫눈에 반한 날이라니 잊을 수 없겠어요.
예전에 옆지기님의 헌신적인 이야기 보았던게 기억나요.ㅎㅎ

꿈꾸는섬 2010-12-09 13:16   좋아요 0 | URL
ㅎㅎ헌신적...ㅎㅎㅎ 맞아요. 연애할땐 정말 헌신적이었죠. 아니 요새도 그런가? ㅎㅎ 그냥 이 날은 잊지 못할 날이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