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날, 아이들 데려다주고 동네 한바퀴 돌고 들어왔다. 나무들이 울긋불긋 예쁜 색깔로 변했고 바닥에 바스락거리며 밟히는 낙엽소리도 좋다. 조금 더 지나면 이런 기분을 느끼며 걸을 수 없을 것이기에 열심히 걸어다니고 싶은 생각에 욕심을 내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우리 아파트 뒤편쪽으로 걸어가는데 왠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 그런가보다하고 지나치고 싶은데 자꾸만 힐끔거리며 쳐다본다. 무서웠다. 다른 곳을 보며 담배를 피웠다면 몰랐을 것을 서너번을 자꾸 힐끔거리니 소름이 끼쳤다. 얼른 휴대폰 꺼내 남편에게 전화하고 그곳을 지나왔다. 내가 지나오는 동안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다음부턴 혼자 가지 말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하늘은 맑다. 이 기분을 계속 유지하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쪽으로 나왔다. 앗, 가을을 만끽할만한 분위기가 사라진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문을 활짝 열고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를 한다. 주말에 불어난 빨래도 빨고, 오늘은 이렇게 집안 먼지를 털어내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겠다 싶다.
토요일에 8기신간평가단 도서가 도착했다.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은 아니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책들이다.
민음사에서 출판한 <산티아고 가는 길>은 걷기 여행이 보여줄 인생의 아름다운 깨달음이 있을 것 같다. 요새 에세이가 부쩍 당기는 이유도 아마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휴에서 출판한 <스님의 주례사>는 법륜 스님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님이 풀어내는 결혼 이야기는 또 어떠할지 기대된다. 게다가 작년에 작고한 김점선 화가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그림이 정겹다.
11월엔 우선 이 두권을 먼저 읽어야겠다. 해리포터가 눈에 밟히지만 참고 읽어봐야겠다. 해리포터를 빨리 읽기 위해서라도 이 두권은 더 분발해서 읽게 될 것 같다. 11월도 이렇게 풍성하게 시작하게 되었다. 여전히 책상 위에 책들은 쌓여 있지만, 늘 읽을거리가 풍성하니 행복하다. 오늘 아침 걸으며 나의 행복은 책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행복한 것이란 생각을 했다.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인물과 내용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다.
행복한 11월을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