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신, 여행에 대한 미련은 남았지만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은 마음이 반반이었다. 8월 7일 우리 아이들을 봐주기로 하시고는 날름 여행을 떠나셨던 엄마에게 조금 삐쳐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엄마 생신 날 아침 아이들이랑 축하드린다고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천천히 다 둘러보고 오라는 엄마, 그렇게 말해주시니 더 일찍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점심 먹고는 바로 올라갔다.
올라가며 휴게소에 들러 음료수도 마시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이번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다.
갑자기 내린 비를 살짝 맞아 냄새가 좀 나는 것 같다며 남편은 집에 들러 샤워를 하고 가잔다. 그래서 잠깐 집에 들러 샤워만 하고 짐가방만 정리해두고는 바로 친정으로 갔다.
전날 온 언니네가 엄마를 위해 잡채도 하고 국도 끓이고 이것저것 맛있는 것도 만들어 놓았다. 밖에 나가 저녁 먹을 줄 알았는데 새언니가 소갈비를 재워두었다며 그것을 먹잔다. 워낙 음식 솜씨가 좋은 분이라 모두가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남편은 나가서 케잌을 사왔고 아이들은 할머니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껐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세요.
내가 요새 자전거를 배우려고 한다고 하니 엄마가 대뜸 생일선물로 자전거를 사달라신다. 엄마도 자전거 좀 배우셔야겠단다. 엄마네 옆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잘 되어 있으니 자전거 한대 사드려야할 것 같다.
우리 집에 가서 자고 싶었지만 생신날 또 저녁만 먹고 집으로 돌아가면 너무 서운해하실 것 같아서 술도 좀 마시고 엄마네 집에서 잠을 잤다. 어찌나 덥던지 밤새 에어컨을 몇번을 켰는지 모르겠다. 비는 엄청 쏟아지고 번개가 번쩍 거리고 에어컨이 꺼지면 아이들이 돌아가며 한번씩 울어대고 그 바람에 잠을 제대로 설쳤다. 집에 돌아가서 얼른 자야지 했는데 우리 애들은 체력이 정말 좋은 듯 집 근처의 물놀이장에서 또 놀다가 들어왔다. 남편은 피곤하다며 집으로 돌아가고 나만 남아 아이들을 지켰다. 1시간 반정도 놀고나서 데리러와달라고해서 남편이 수건을 가지고 나왔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물놀이장만 보면 놀고 싶단다.
이젠 오늘밤엔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뽀송하게 빨아놓은 새 배개커버를 씌웠다. 이제 그만 가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