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에 다녀온 아들이 하도 배가 고프다길래 이것저것 먹을 것을 내어주고 그제 갈아놓았던 콩국물도 있어 내주었는데 녀석이 안 먹는단다. 그래서 내가 단숨에 마셔버렸는데 그게 체했던 것 같다. 속이 좀 갑갑하긴 했지만 저녁 준비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황태넣은 콩나물국을 끓이고 양파, 당근, 호박을 채썰어 넣은 달걀말이를 하고, 그제 사다놓은 가지를 찜통에 넣고 쩌서 무쳐 놓았다. 남편이 오면 바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거의 상도 다 차려놓았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다. 얼른 밥만 떠주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속이 너무 불편해서 혼이 났다.
현준이는 간식 먹고는 잠이 들고, 남편과 현수만 저녁을 먹었다. 다 먹고나서 설거지까지 다 해주는 센스있는 남편, 현수도 씻겨 놓고는 침대로와서 손과 발을 지압해주었다. 지압을 받는 동안엔 속이 좀 나아지는 것 같더니 명치끝에 뭔가 꽉 막힌 것이 있는 듯 너무 아팠다.
결국 남편이 약국가서 약 사오고, 요새 어른들도 장염이 유행이라며 찬 음식, 과일 먹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단다. 남편이 사 온 약 먹고 푹 잤더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다 나았다.
아플때는 유난히 엄마가 보고 싶다. 손과 발을 정성껏 만져주시고, 흰쌀죽 끓여 먹여 주시던 엄마 생각이 간절했다. 오늘 아침에 손수 흰쌀죽 끓여 먹으려니 더 그랬던가보다. 우리 아이들 아플때면 나도 엄마가 내게 했듯이 보듬어주고 쓰다듬어주고 흰쌀죽 끓여 후후 불어가며 먹여주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걸 또 참 좋아한다. 식탁에 앉아 먹는게 아니라 쟁반에 받쳐 이불 속에서 먹으니 더 그런가보다.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전내내 흐리다. 장대비가 한바탕 쏟아졌으면 좋겠다. 속 시원해지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