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에 다녀온 아들이 하도 배가 고프다길래 이것저것 먹을 것을 내어주고 그제 갈아놓았던 콩국물도 있어 내주었는데 녀석이 안 먹는단다. 그래서 내가 단숨에 마셔버렸는데 그게 체했던 것 같다. 속이 좀 갑갑하긴 했지만 저녁 준비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황태넣은 콩나물국을 끓이고 양파, 당근, 호박을 채썰어 넣은 달걀말이를 하고, 그제 사다놓은 가지를 찜통에 넣고 쩌서 무쳐 놓았다. 남편이 오면 바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거의 상도 다 차려놓았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다. 얼른 밥만 떠주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속이 너무 불편해서 혼이 났다. 

현준이는 간식 먹고는 잠이 들고, 남편과 현수만 저녁을 먹었다. 다 먹고나서 설거지까지 다 해주는 센스있는 남편, 현수도 씻겨 놓고는 침대로와서 손과 발을 지압해주었다. 지압을 받는 동안엔 속이 좀 나아지는 것 같더니 명치끝에 뭔가 꽉 막힌 것이 있는 듯 너무 아팠다. 

결국 남편이 약국가서 약 사오고, 요새 어른들도 장염이 유행이라며 찬 음식, 과일 먹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단다. 남편이 사 온 약 먹고 푹 잤더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다 나았다. 

아플때는 유난히 엄마가 보고 싶다. 손과 발을 정성껏 만져주시고, 흰쌀죽 끓여 먹여 주시던 엄마 생각이 간절했다. 오늘 아침에 손수 흰쌀죽 끓여 먹으려니 더 그랬던가보다. 우리 아이들 아플때면 나도 엄마가 내게 했듯이 보듬어주고 쓰다듬어주고 흰쌀죽 끓여 후후 불어가며 먹여주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걸 또 참 좋아한다. 식탁에 앉아 먹는게 아니라 쟁반에 받쳐 이불 속에서 먹으니 더 그런가보다.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전내내 흐리다. 장대비가 한바탕 쏟아졌으면 좋겠다. 속 시원해지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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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1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나으셨어여? 나두 잘 채해서,, 그 아픔 알아여. 진짜 아픈데, 내려가면 언제 그랬냐는듯 시원해지고.. ㅠㅠ.. 꼭 꾀병 같잖아요...

옆지기님 자상하시네요. 손발 다 지압해주고, 약 사오고. 울 신랑은 시키면 겨우 할라나.

꿈꾸는섬 2010-07-16 11:35   좋아요 0 | URL
저도 남편이 아프다고하면 손발 다 지압해줘요.^^
지압하면 정말 속이 괜찮아지는 느낌이 나잖아요. 신기해요.

sslmo 2010-07-1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국물 말고,황태 넣은 콩나물국 드셨으면...급체하지 않으셨을지도~
이젠 좀 나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제가 뜨거운 커피 드신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속을 완전히 비워내고 미음이나 죽부터 다시 시작하셔야 할 듯~^^

그리고 매실은요,매실 엑기스 아무거나 괜찮아요.
메실은 신 맛이고,그 수렴 성질을 이용한거라서...
여름철 복통,배탈,설사에 상비약 쯤으로 생각하시면 돼요~
(왜 옛날 우리부모님들 소다 한 숟가락 씩 드신 그 원리예요~^^)

마녀고양이 2010-07-16 11:53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질문!
매실여... 전에 어떤 아이한테 큰 형님이 한수저 진액을 먹였어요.
열 내리게 한다구.... 그런데,,
애가 갑자기 온몸에 발긋발긋 올라오는거예요. 글구
신맛 나는데 위장 장애 있는 사람두 괜찮아여? (저번에 여쭤보고 싶었음)

ㅋㅋ... Q&A 시간으로 바뀌었네여.

꿈꾸는섬 2010-07-16 11:57   좋아요 0 | URL
매실은 어느거라도 괜찮은거군요.
저희집에도 매실액이 있어요.^^(여기저기서 얻어왔는데)

sslmo 2010-07-16 12:13   좋아요 0 | URL
매실은 수렴 작용이 있어서...그 기운을 모아줘요.
열이 날 때 매실을 먹이면 열을 몸안으로 몰아주는 역할을 하겠죠~
열 꽃이 피었었나 보네요~
또는 제대로 안 씼었거나 씨를 안 빼서 매실 독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구요.
위가 안 좋은 사람이 신 맛이 나는 음식을 적당히 먹는 건 상관없어요.
그리고 보통 단맛이 같이 들어가 맛을 평이하게 하니까요.오히려 매운 게 안 좋죠~^^

같은 나무여도 뿌리의 성질 틀리고 가지의 성질 틀리고 이파리의 성질 틀리고 다 틀려요.
신맛이,몸 안에 들어가서도 신맛을 내는 게 아니니까요~
근데 소다는 몸안에 들어가서도 신맛이 나니까 안되겠죠?^^

마녀고양이 2010-07-16 12:27   좋아요 0 | URL
저희 집두 얻은 매실 많은데...
열심히 먹어야겠네요.

무스탕 2010-07-1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괜찮으세요? 한 번 체하면 당분간 먹는거 신경쓰여서리..
그래도 옆에서 사랑의 처방을 무한대로 날려주시는 분이 계셔서 든든하시겠어요 ^^

꿈꾸는섬 2010-07-16 12:34   좋아요 0 | URL
ㅎㅎㅎ사랑의 처방을 무한대로...무스탕님의 표현은...정성군이 배울만해요.ㅎㅎㅎ

따라쟁이 2010-07-1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저는 체하면 한방으로 만들어진 우황청심환 같은 소화제를 먹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더군요. 위산을 과하게 발생시키거나 하지 않으니까 아이들한테 좋은데... 그게.. 애들은 잘 안먹으려고 ;;;;; 상비약으로 필요하시면 말씀하셔요. ^-^

꿈꾸는섬 2010-07-16 12:51   좋아요 0 | URL
그런 건 어디서 구하나요? 아이들에게 좋다는 말에 귀가 쫑긋해져요.^^

따라쟁이 2010-07-17 13:01   좋아요 0 | URL
으흠. 주소 삼종셋트가 필요합니다.

2010-07-17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7-1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때문이었군요. 아아 아찔했겠어요. 자고 나니 괜찮아지셔서 다행이에요. 옆지기님이 참 든든해요. 저는 배고파서 결국 두 정거장 걸어가서 죽 사먹고 돌아왔어요.^^;;;

꿈꾸는섬 2010-07-16 13:10   좋아요 0 | URL
배고픈데 두정거장까지 걸어가서 죽을 사셨군요. 에고 안쓰러워라...죽배달되면 좋을텐데...그래도 좀 나으셨죠?

pjy 2010-07-1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럴때 옆지기님의 존재감이 마구마구 발휘되는군요~
체하셔서 아프셨겠구나..막 안쓰러울려다가 급 염장페이퍼인데요^^

꿈꾸는섬 2010-07-17 12:20   좋아요 0 | URL
ㅎㅎ제가 원래 염장페이퍼 잘써요.ㅋㅋ

비로그인 2010-07-1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안그래도 시원하게 비가 오네요. 요즘 정말 그런 감기가 도나봐요. 저희집 애도 며칠 속안좋고 열나더니 또 언제 그랬냐는듯 낫더군요..

꿈꾸는섬 2010-07-17 12:21   좋아요 0 | URL
아침에 그쳤나했더니 또다시 세차게 내리네요. 역시 여름엔 시원하게 비가 내려줘야해요.^^
그러게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건강 조심 해야해요.^^

순오기 2010-07-1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산다는 건, 아프고 병나고...이런 것과 엎치락 뒤치락 하는게 아닐런지~
현수와 옆지기의 사랑이 빨리 회복시켰네요.^^
뜨끈한 거 좋아하는 사람은 찬 음식 먹으면 안 좋은 거 같으니 앞으로도 조심하셔야 할...

꿈꾸는섬 2010-07-17 12: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따뜻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냉면같은 찬음식도 좋아하는데 말이죠. 음식은 정말 조심해서 먹어야겠어요.^^

라로 2010-07-17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이나 저나 고맘때의 아이들이 있어서 늘 건강해야해요,,ㅠㅠ
이제 좀 좋아지셨다니 다행이네요,,,건강이 최고 맞아요!!

꿈꾸는섬 2010-07-17 12: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조심 또 조심해야해요. 나비님도 건강하세요.^^

같은하늘 2010-07-20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요즘 장염 걸리는 사람 많다해서 걱정했어요.
약 드시고 바로 좋아지셨다니 다행이예요.^^

꿈꾸는섬 2010-07-20 14: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가 아프면 다른 가족 모두가 불편해요. 엄마는 아프면 안돼요.^^ 같은하늘님도 건강 관리 잘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