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폭력성에 대해 실감하는 요즘, 입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한다.
요즘 친하게 지내는 엄마가 자신의 분풀이로 다른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사람들의 흉을 잘 보고 다니는 S엄마가 유난히 L엄마의 흉을 많이 보았다. 위아래층에 살다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별 것 아니기에 난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하는 S가 더 얄밉고 맘에 들지 않아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L엄마는 S엄마가 자신의 흉을 보고 다닌 것을 알게 되고 세세한 이야기를 전한 건 친하게 지내는 엄마였다. 그녀때문에 L엄마는 정말 엉엉 울었다. 나도 평소에 알고 있는 얘기이긴했지만 그걸 당사자에게 전하는 건 정말 못할짓이라고 생각해서 함구하고 있었는데 그걸 고스란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다 아는줄 알았지 하면서 말하는 것이다. 그것까지는 그래도 수위가 낮은 것들이라 진정시키는데 어렵지 않았는데 아이들 데리러 가기 전에 내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온 그 사이에 남편에 대한 험담을 했다고 고스란히 또 얘기를 한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눈 안 뒤집힐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솔직히 내가 남편 흉보는 거랑 남이 남편 흉보는 거랑은 엄연히 다른 것 아닌가 말이다. L엄마 엄청 울고 당장 가서 따져야겠다고 한판 싸워야겠다고 난리를 치는 걸 진정시키고 우리집에 데려와 시원한 것 마시게하고 싸워봐야 뭔 소용이냐고 그냥 모르는척 살아가자고 달래주었다.
아무리 자기가 한말이 아니라더라도 자신의 분풀이를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한 그녀가 정말 맘에 안들었다. 그래서 어쩜 그렇게 상처되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냐고 했더니 다 아는 줄 알았지 그런다. 정말 화가 난다. 솔직히 다음달에 이사를 간다고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친하다고는 하지만 나도 사실 그녀의 아들때문에 마음 고생 여간한게 아니여서 친한 언니에게 그녀의 아들 얘기를 하긴 했었다. 아마 알라딘에도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도 이 얘기를 듣게 되면 얼마나 충격적이겠는가 말이다. 그 뒤로 현준이는 그녀의 아들과 함께 놀지 않았다. 어제의 내 심정으로는 그녀와 연락을 완전 끊어버리고 싶고 피하고 싶은데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일까?
사람의 흉이라는게 없다고 생각하면 없지만 나쁜 것만 찾아서보자고하면 나쁜게 보이는게 아닌가 말이다.
동네가 한바탕 떠들썩하게 다투게 될까 조마조마한 날들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따지자고 들면 누군들 흉하나 얘기 안한 사람이 있겠는가 말이다. 물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그렇지를 못했기에 당당할 수는 없다. 이런 일로 싸움을 하고나면 또 우리들 모두 어떤 낯으로 마주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스럽다.
누군가의 험담을 아무렇지 않게 공공연하게 얘기하던 S엄마, 들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하는 그녀, 누구도 잘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이야기는 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만 할 것 같다.
사람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다보니 참 별일을 다 겪는다. 나부터 말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