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짧고 다양한 이야기 집합소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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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다양한 이야기들의 집합소이다. 어떤 단편은 사랑을 또 다른 단편은 억눌린 분노, 위선을, 현실적으로 때론 살짝 비틀어 판타지로 이야기한다. 모든 단편들이 기발하고 독특했다. 하지만 어느 단편에서는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내가 이해한 단편들은 좋았고 살짝 이해가 더디고 나름 해석(?)을 해야만 했던 단편들은 좀 한탄스러웠다. 이해력의 부족을 느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한 한 버스운전사의 이야기이다. 그 누구도 늦게 오는 사람에게는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버스 운전사는 어느 날 세상만사 모든 것이 힘들어 보이는 에디를 보고는 신념을 접고 그의 편이 되어주려고 늦게 오는 그를 위해 기다려준다. 버스 운전사가 되기 전에 자신이 신이 되고 싶었던 시절을 기억한다. 인간들을 위해 사랑하고 노력하고 싶었던 그 마음을 기억하며 에디를 위해 기다려준다. 그의  이야기는 마음에 들었다. 따듯하고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했던 운전사의 모습과 힘들어하는 에디를 위해 설사 에디가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뜻을 실천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벽 속의 구멍'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구멍에 대고 천사를 얻기를 원했던 우디와 날개는 있지만 결코 날 수 없었던 천사의 모습을 한 사기꾼의 이야기이다. 날개 달린 남자를 천사라고 믿고 있었던 우디는 어느 날 지붕 위에서 천사인 것을 확인하고 싶어 그를 살짝 민다. 그는 완벽하게 떨어진다. 날개달린 인간의 모습으로 말이다. 이 단편은 흥미로웠는데, 천사라고 믿고 6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한 친구이지만 결코 그를 완벽하게 믿을 수 없었던 우디와 천사가 아님을 말하지 못한 날개달린 남자의 이야기의 슬픈 이야기인데 피식 웃음이 나온다. 천사라고 믿었던 남자를 미는 모습과 인간으로 떨어진 남자의 모습에서 거짓말쟁이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고 좀 우습기도 했다. 

마지막 '크넬러의 행복한 캠프 생활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모이는 곳에서의 이야기이다. 여러 사연으로 자살한 사람들은 현세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끼리 모이고서로 관심을 갖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든다. 죽어서도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고 서로를 위로하며 살게 된다는 설정이 좋았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는 22편의 단편들이 빽빽히 차 있는 단편집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론 공감을 또 어떤 단편들에서는 문화, 이해의 차이를 느끼지만 몇 편의 마음에 드는 단편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얻는다. 다음에 다시 읽으면 새롭게 다가오고 이해력의 풍부함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복작복작했던 단편들의 이야기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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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짧고 다양한 이야기 집합소
    from red 2009-11-08 17:14 
    짧고 다양한 이야기들의 집합소이다. 어떤 단편은 사랑을 또 다른 단편은 억눌린 분노, 위선을, 현실적으로 때론 살짝 비틀어 판타지로 이야기한다. 모든 단편들이 기발하고 독특했다. 하지만 어느 단편에서는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내가 이해한 단편들은 좋았고 살짝 이해가 더디고 나름 해석(?)을 해야만 했던 단편들은 좀 한탄스러웠다. 이해력의 부족을 느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신이 되고 싶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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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책 35쪽) 
 

인간은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럽다. 그래서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한 온갖 비리와 폭력과 죽음에도 무덤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숱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사건 기사 앞에서 우리는 짙은 불쾌한 호기심을 갖고 사건을 클릭하고 세상말세를 생각해보고 성토하고 곧 잊는다. 그게 현실이다. 그 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을 때가 더 많다. 세상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게 추악하고 던적스럽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싶고 눈을 반쯤 감고 싶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나는 안다. 눈을 아무리 반쯤 감고 인간은 비루하지도 치사하지도 던적스럽지도 않다고 포장을 하고 싶어도 매일 일어나는 뉴스의 사건, 사고는 극히 일부분만을 부각시킨 기사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기사에 오르지 못한,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추한 사건, 사고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그래서 숨을 쉬고 싶어 선행의 주인공이 등장하면 온 매스컴이, 국민이 열광한다. 그가 보여준 행동과 마음씨를 극대화하고 영웅화하며 그 선행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에 눈을 반쯤 감고 살고 싶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열광하며 세상은 아직은 아름답고 믿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야 '공무도하가'에서 기어이 물에 빠져 죽으면서까지 가고 싶었던 저 편의 세계를 간 백수광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미화 담에 행복해하고 작은 믿음을 갖고 현실 속 온갖 비리와 던적스러움에 대응할 수 있고 변화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도하'는 읽는데 힘이 드는 소설이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의지를 갖고 읽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고 마음을 찡하게 하고 반쯤 감을 눈을 뜨라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 앞에서는 외면부터 하고 싶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여전히 돌아가고 싶은 길목 앞에서, 주저하는 마음 앞에서 현실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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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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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카우치에 누워 정신분석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그녀, 그의 숨겨진 비밀스런 비밀과 그로 인해 일어난 모든 일들을 풀어내는 정신분석가의 모습은 치밀하고 분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들이었고 주인공들의 고민을 듣다보면, 나 역시 카우치에 누워 마음 속 고민을 풀어내고 누군가 그 고민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고 분석해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해보곤 했었다.  

그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별다른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마음은, 내 마음은 가끔 나 자신조차도 갈피를 못 잡을 정도로 이리저리 헤매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나뿐만 아니라 주위분들한테도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숨기고 싶었던 모습일 수도 있고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못했던 과감성을 보여주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한 모습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면 새로운 모습, 솔직한 모습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마음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고 싶었던 시기, 질투, 투사 등으로 나타나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집에 돌아가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에 스스로를 비하하고 그 장면을 수없이 되감아 보면서 한탄을 하게 된다. 좋은 모습,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클수록 자책도 커지고 '진짜 나'와 '가짜 나(보여 지는 모습)의 괴리감은 점점 더 커져 마음이 힘들어지게 된다. 그러한 현상들은 결코 정신건강에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기에 마음은 점점 더 고달프고 쓸데없는 일에 완벽을 기하려하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까지 멀리하게 만드는 지경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아마도 한, 두 번쯤은 작게, 크게든 이러한 경험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프로이트의 의자'에서는 우리가, 내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자책하고 되풀이했던 마음의 실수에 대해 조근 조근 들어주고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속의 온갖 감정들을 무조건 부정할 것이 아니라 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그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걸친다면 우리의 마음은, 삶은 좀 더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는 왜 그럴까 하고 속상해만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한다면 미처 알지 못했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어떤 큰 결정을 하거나 선택을 해야 할 때 겉으로는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는 결정 혹은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면의 소리일거라 생각한다. 마음을 다스리는데도, 내면의 소리에 집중을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진정한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할 수 있다면 이미 마음의 병은 치유되고 있다고 믿고 싶고, 믿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의자'는 가장 편안한 카우치에 누워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던 마음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는 분석가의 역할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겉에 두고 마음이 길을 잃을 때마다 꺼내서 읽어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만큼 편안하게 다가온 책이다. 마음의 병이 너무 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가끔가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나 자신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카우치에 누워 분석가에게 이야기하듯 글로 써보고 스스로를 인정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렵지 않아서 좋았고 마음을 이해하는 따듯함이 느껴져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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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5
귄터 벤텔레 지음, 박미화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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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낭만적이고 멋진 기사단과 아름다운 여인들의 이야기 또는 종교라는 명분아래 처참하게 치뤄졌던 십자군 전쟁과 마녀 사냥, 중세 인구 수를 급격하게 하락시켰던 흑사병이야기들이 생각이 난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수많은 연대표와 사건과 인물들을 연결시켜 외웠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인물과 사건들은 극히 적다. 나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설로 만나는 중세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승자가 기록한 역사서의 기록을 참조하여 천 년 전 중세를 살았던 평범한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중세를 바라보고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소설형식으로 긴장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평범한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카롤루스 대제의 신성 로마 제국이 수립되던 때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고, 십자군 군사가 바르바로사 황제가 죽던 날의 전율을 묘사한다. 황제의 비밀 서기관, 대공위 시대의 헬름브레히트를 통해 기강과 도덕이 무너져 내린 중세시대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고 , 흑사병 창궐기의 전염병 담당 의사 등 평범하지만 구체적인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주, 상인들이 유대인들을 어떻게 희생자로 몰고 갔으며 흑사병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중세시대는 암흑의 시대라고들 한다. 로마제국이 분열되면서 끊임없이 일어났던 전쟁들과 그 속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백성들의 한이 담긴 목소리와 흑사병 전염병이 돌자 집단 이기심이 중세 전체를 뒤흔들 만큼 강해졌던 마녀사냥시대, 종교의 명분아래 살생했던 많은 사건들을 접하면 중세시대가 얼마나 고통의 시대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또한 중세시대를 암흑의 낭만시대로 기억되는 것은 수많은 전설 같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던 멋진 성과 기사, 아름다운 여인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세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었고 어둠과 혼란의 시기를 걸쳐서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한 과정 속에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중세시대에 매료되는 이유기이기도 할 것 같다.  

끊임없는 전쟁과 재건, 아름답고 낭만적이던 여인과 기사들의 이야기에서 기강과 도덕이 땅에 떨어져 도적단으로 변했던 시기, 신의 이름을 앞세워 일으켰던 십자군 전쟁, 전염병으로 인해 초토화 되었던 유럽세계와 그것을 이용해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했던 상황까지 끝에서 끝을 달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급박하게 전개되는 시기였다. 이러한 복잡한 중세 이야기를 '소설로 만나는 중세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상황과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어 막연하게 생각되었던 중세시대를 평범한 사람들이 급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하며 살았던 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을 다룬 역사서와 함께 읽어보면 중세시대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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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문>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달의 문을 꿈꾸던 그들...
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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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소설을 연이어 세 편째 읽었다.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공통된 점이 발견이 되는데, 그것은 자신들의 신조처럼 믿는 일에 대한 맹신과 그 믿음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에 대한 적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평범한 인물이었던 주인공이 순식간에 큰 사건을 일으키고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이 원래 악인이었거나 하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죽음보다 더 강하게 믿는 신조 앞에서 방해가 되는 것을 처치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갖고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더 섬뜩함을 준다. 당신과 나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마음 속에서 맹신했던 일에 대한 어두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순간 어떤 테러보다도 더 큰 사건과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달의 문' 은 중요한 국제회의를 앞두고,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승객 240명을 태운 비행기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의 배후의 인물들인 마카베, 사토미, 가키자키는 오카나와 현경찰본부에 억울하게 체포된 그들의 스승 이시니메 다카시를 22시 30분까지 공황 활주로로 데려오는 것을 요구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낚시 줄로 연결된 아이 셋을 죽이겠다고 현 경찰본부를 압박하고 나선다. 현 경찰본부는 이 사태에 대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비행기 안에서는 뜻밖의 살인사건이 터지고 납치범들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미미 섬 무늬의 옷을 입고 있던 남자에게 사건을 조사를 억지로 맡기게 되고 졸지에 사건을 떠맡게 되고 자미미군이라고 불리게 된  남자는 납치범들과 죽은 피해자와의 관계와 조사하게 되고 그들이 등교거부를 하는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한 단체와 연결되어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들의 스승인 이시니메 다카시를 신처럼 섬기며 그의 사상을 맹신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개기 월식이 일어나는 날 22시 30분이 중요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그들의 스승과 함께하고자 사건을 일으킨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개기월식의 정점의 시간이 다가오는 시간에 납치범들의 요구대로 경찰들은 그들의 스승 이시니메 다카시를 공황에서 만나게 해준다. 하지만 납치범들의 꿈꾸는 해피앤드로 끝날 것만 같았던 그 순간은 순식간에 공포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자라던 이기심에 의해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그들 모두를 이끌게 된다.   

'달의 문'은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그 날에 스승과 함께 저 편으로 가고 싶어했던 사람들의 어떻게 보면 단순하리만큼 맹신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그들의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사람들의 믿음이 얼마나 맹목적이고 이기적인지를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마지막 부분이 판타지로 볼 수 있는 장치를 하고 있는데, 사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두 가지 사건을 제한된 공간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 사건들 자체로 마무리를 지었으면 현실감이 느껴졌을 텐데, 판타지적인 장면들은 오히려 작가의 장점인 밀폐된 장소에서의 사건으로 긴박감을 주던 점을 조금 희석시키는 것 같아 아쉬웠다. 인간은 인간의 한계점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새삼 개운하지 않은 감정으로 알게 해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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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의 문을 꿈꾸던 그들...
    from red 2009-10-30 20:41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소설을 연이어 세 편째 읽었다.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공통된 점이 발견이 되는데, 그것은 자신들의 신조처럼 믿는 일에 대한 맹신과 그 믿음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에 대한 적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평범한 인물이었던 주인공이 순식간에 큰 사건을 일으키고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이 원래 악인이었거나 하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죽음보다 더 강하게 믿는 신조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