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책 35쪽)
인간은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럽다. 그래서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한 온갖 비리와 폭력과 죽음에도 무덤덤해질 수 있는 것이다. 숱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사건 기사 앞에서 우리는 짙은 불쾌한 호기심을 갖고 사건을 클릭하고 세상말세를 생각해보고 성토하고 곧 잊는다. 그게 현실이다. 그 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을 때가 더 많다. 세상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게 추악하고 던적스럽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싶고 눈을 반쯤 감고 싶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나는 안다. 눈을 아무리 반쯤 감고 인간은 비루하지도 치사하지도 던적스럽지도 않다고 포장을 하고 싶어도 매일 일어나는 뉴스의 사건, 사고는 극히 일부분만을 부각시킨 기사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기사에 오르지 못한,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추한 사건, 사고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그래서 숨을 쉬고 싶어 선행의 주인공이 등장하면 온 매스컴이, 국민이 열광한다. 그가 보여준 행동과 마음씨를 극대화하고 영웅화하며 그 선행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에 눈을 반쯤 감고 살고 싶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열광하며 세상은 아직은 아름답고 믿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야 '공무도하가'에서 기어이 물에 빠져 죽으면서까지 가고 싶었던 저 편의 세계를 간 백수광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미화 담에 행복해하고 작은 믿음을 갖고 현실 속 온갖 비리와 던적스러움에 대응할 수 있고 변화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도하'는 읽는데 힘이 드는 소설이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의지를 갖고 읽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고 마음을 찡하게 하고 반쯤 감을 눈을 뜨라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 앞에서는 외면부터 하고 싶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여전히 돌아가고 싶은 길목 앞에서, 주저하는 마음 앞에서 현실을 보라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