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보면 카우치에 누워 정신분석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그녀, 그의 숨겨진 비밀스런 비밀과 그로 인해 일어난 모든 일들을 풀어내는 정신분석가의 모습은 치밀하고 분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들이었고 주인공들의 고민을 듣다보면, 나 역시 카우치에 누워 마음 속 고민을 풀어내고 누군가 그 고민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고 분석해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해보곤 했었다.  

그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별다른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마음은, 내 마음은 가끔 나 자신조차도 갈피를 못 잡을 정도로 이리저리 헤매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나뿐만 아니라 주위분들한테도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숨기고 싶었던 모습일 수도 있고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못했던 과감성을 보여주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한 모습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면 새로운 모습, 솔직한 모습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마음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고 싶었던 시기, 질투, 투사 등으로 나타나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집에 돌아가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에 스스로를 비하하고 그 장면을 수없이 되감아 보면서 한탄을 하게 된다. 좋은 모습,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클수록 자책도 커지고 '진짜 나'와 '가짜 나(보여 지는 모습)의 괴리감은 점점 더 커져 마음이 힘들어지게 된다. 그러한 현상들은 결코 정신건강에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기에 마음은 점점 더 고달프고 쓸데없는 일에 완벽을 기하려하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까지 멀리하게 만드는 지경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아마도 한, 두 번쯤은 작게, 크게든 이러한 경험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프로이트의 의자'에서는 우리가, 내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자책하고 되풀이했던 마음의 실수에 대해 조근 조근 들어주고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속의 온갖 감정들을 무조건 부정할 것이 아니라 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그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걸친다면 우리의 마음은, 삶은 좀 더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는 왜 그럴까 하고 속상해만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한다면 미처 알지 못했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어떤 큰 결정을 하거나 선택을 해야 할 때 겉으로는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는 결정 혹은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면의 소리일거라 생각한다. 마음을 다스리는데도, 내면의 소리에 집중을 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진정한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할 수 있다면 이미 마음의 병은 치유되고 있다고 믿고 싶고, 믿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의자'는 가장 편안한 카우치에 누워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던 마음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는 분석가의 역할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겉에 두고 마음이 길을 잃을 때마다 꺼내서 읽어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만큼 편안하게 다가온 책이다. 마음의 병이 너무 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가끔가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나 자신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카우치에 누워 분석가에게 이야기하듯 글로 써보고 스스로를 인정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렵지 않아서 좋았고 마음을 이해하는 따듯함이 느껴져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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