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는 괴물들을 키웠을까 - 학벌로 일그러진 못난 자화상 알지만 어쩔 수 없다? 1
송민수 지음 / 들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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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고 나온 괴물들을 많이 만나본 사람으로 이 책을 읽는 순간 그들이 떠올라 화났다.

서연고 나와서 타 대학 무시하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치자. 대체 서연고를 나오지도 않고 노골적인 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였나. 지방대 나와서 기업의 인사팀에 일하던 사람은 자기 회사에서 신입 뽑을 때 어느 대학 이하는 안뽑는다는 말을 했다. 본인은 지방대 나와놓고, 왜 저런 말을 하지? 그 전엔 고졸로 금융권에 들어가 지점장까지 한 분과 얘길 하는데, 요새는 연고대도 신입으로 안뽑아, 서울대만 뽑지 뭐 그런 말을 하길래, 왜 본인도 고졸 출신으로 지점장까지 하면서 왜 서울대만 뽑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길들여져 있다. 서연고 출신에 대한 특혜는 당연한 거라고.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들이 노골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더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니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슴없이. 솔직히 영어 수학 하나 더 맞는 게 뭐 그리 큰 대수라고. 그렇게 따지면 미술 잘하는 애, 노래 잘하는 애, 청소 잘하는 애.... 다 특기는 있는 건데.

 

이제 마흔줄에 들어서고 보니 서연고도 별 거 아니란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객관식 하나 더 맞고 틀리는 게 뭐 그리 대수냐 싶기도 하다. 오히려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강조한다. 

그런데, 그래도 공부는 중요하기에.... 서연고를 나와도 괴물은 안되려면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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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 10년 차 초등교사가 푸는 교육계 미스터리
김현희 지음 / 생각비행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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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이 뭐 특별하다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기 마련인데, 특히 요즘 학교에서 놀라운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가령, 같은 교사들을 고소 고발하기, 고소 고발 건이 무혐의 처리 되었음에도 다시 또 고발하기, 학생의 인생에 평생을 따라다닐 담임 교사 멘트에 악담을 달아놓기....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경우를 보고 나면 정말 세상 많이 변했다.... 이상한 선생 많다 할만하다. 그럼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먼저 채용문제를 들 수 있겠다. 학생 신분으로만 있다가 교사가 된 사람들, 그저 시험 잘 쳐서 평생 직장으로 진입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더더욱 그러하다. 이곳에서 다양한 시선이란 있을 수 없다.   

p57 학생 신분으로 학교를 다니다 학교에 취직했기 때문에 평생 학교가 바라는 도덕적 가치판단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양심을 어기는 것'과 '관습을 위반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며 기존 세력과 마찰을 빚기에는, 너무 착하게 순리대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교대, 사범대 출신들이 주로 교사가 되다보니, 학교 선후배가 곧 직장 선후배가 된다. 그렇게 서열이 견고해진다. 이 조직의 단순함, 폐쇄성, 그리고 권위 이런 것들이 애초들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다.

p59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극적인 반전이 학교, 군대, 감옥을 비롯한 특정 공간에서 자주 표출되는 것은 그 조직의 구조가 가진 극적인 단순함, 폐쇄성, 그리고 권위 때문이다. 군대에는 계급이 있고, 경찰과 교도관들에게는 법의 집행자라는 권위가 주어진다. 현재 학교는 과거의 교사들과 같은 권위와 폭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 하지만 교사에게는 여전히 평가의 권한이 있다.

 

채용문제 다음으로 큰 문제는 철밥통 공무원 사회라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변화를 하려는 집단도 아니고, 새로운 것을 하지 않아도 크게 사고만 안친다면 잘리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같은 월급받고 일하면서 내가 왜 일을 더 해야 하나는 하는 사고방식이 있다. 그러니 그냥 시키는 대로, 있는 그대로 일한다.  

pp98-98 학교와 교육청은 명확한 논리, 철학, 기준, 자기반성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이 결코 아니다. 이들은 움직이는 동력은 관성에 가깝다. 하던 일은 계속하려고 하고, 하지 않던 일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 하는 그런 힘 말이다.

 

임용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소위 '똑똑하다'하는데, 과연 그럴까? 똑똑한 사람의 기준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p131 똑똑한 사람은 불편하고 불쾌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본인의 기분이 좋으지 나쁜지가 아닌, '이것이 옳은가, 그른가?'에 집중한다. 똑똑한 사람은 의뭉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의심한다. 끝까지 '왜?'라는 질문을 놓지 않으며 대충 '퉁치고' 넘어가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은 타인과 사회에 대해 공감하는 영역이 넓고, 각자의 생각이 자유롭게 오가는 속에서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과 쾌감을 느낀다.

교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까?

 

비단 교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교과 자체에도 문제는 있다. 특히 도덕교과. 학교에서 예, 효... 인성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정해진 생각의 틀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교과서 문제를 따지자면 얼마전 국사 국정교과서 문제도 들 수 있을 것이고. 생각의 틀까지 학교에서 강요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가 이상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p172 ... 세계적으로도 도덕교육과 인격교육이 강화되는 시기는 전체주의가 부상하고 인권이 짓밟히는 시기와 정확시 맞물린다. 나치즘, 파시즘이 활개를 치던 시절, 지배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인격교육이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을 내면화한 체제 순응적인 인간을 기르고자 함이 그 목적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p172 2014년 12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인성교육진흥법'이 우리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의 8가지 핵심가치 덕목을 중심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 학생 인성교육 인증제, 인성교육 교원연수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p178 도덕 교과서는 매번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을 운운하며 정해진 감정과 생각을 개인에게 강요한다. 경험과 고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면서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개풀 뜯는 소리를 운운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인지 묻고 싶다. 컴퓨터 게임을 더 하고 싶지만 부모님 잔소리에 못 이겨 제지당하는 아이에게 도덕 시험지에 '게임 시간을 절제하니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이 느껴진다'라고 적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인가? 세뇌와 자기검열, 심각한 인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구조적인 문제를 들자면 평가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는 방식. 물론 다면평가라고 해서 개선하려고 한다지만, 여전히 학교는 서열주의다. 이런 점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학교에는 이상한 교사들이 많고, 공교육의 질은 저하될 것이다.  

p255 구조적 폭력을 효율적이고 매끄럽게 관리하는 방식 중 하나는 '평가'다. 관료주의 조직의 생명은 평가 시스템으로 유지된다. 상급자들은 하급자들을 평가한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일을 하급자들이 수행하지만, 상급자들은 이를 '평가'하기만 해도 그 결실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하급자에게 낙제점을 주고, 인사 권한을 사용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꼬리를 자른다. 이러한 구조에 익숙해진 관료주의 조직의 수장들은 자신도 모르게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

p105 조지 레이코프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의 내용을 참고해서 설명하자면, 사람은 진실에 입각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통해 생각한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로, 어떤 말을 들으면 우리 뇌 안에서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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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교사입니다 - 차별과 불안에 맞서 날개를 편 기간제교사의 이야기
박혜성 지음 / 이데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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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가 쓴 글이라 그런지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이다. 어렵지 않게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고용 실태에 대해 잘 얘기하고 있다.

 

나 역시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기에 저자의 말에 일부 공감한다. 특히나 채용에 있어 고등학교 학생 기록부를 가지고 오라는 건, 진짜 웃기는 일이다.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혹은 20년이 지난 지원자에게 고등학교 생활 기록부가 무슨 소용인가. 학교가 얼마나 안바뀌는 곳이냐면 아직도 본적을 물어보고, 기혼 여부를 물어보는 이력서를 버젓이 올리는 걸 보면 알 수 있고. 특히나 저자의 말처럼 지금 때가 어떤 때인데 아직도 자필로 써오라는 곳이 있고, 이메일이 아닌 방문 접수를 요구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나 역시도 임용 시험 자체가 좋은 교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령 임용 시험에 합격한 1년차 교사와 10년차 기간제 교사를 놓고 봤을 때, 경력으로 보나 행정업무의 능숙도나 학생 상담 면에서 오히려 기간제 교사가 더 낫지 않나 생각된다.  그럼에도 1년차 교사는 10년차 기간제 교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은 심각한데도, 정규직 교사들은 본인들이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눈 감고 있고, 마치 특권인양 생각한다.

나는 교사 채용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고작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그저 시험 잘쳐서 교사라는 자리에 있을 뿐이다. 다른 직장도 마찬가지다. 4년제 대학 정도 졸업하고 입사 시험을 쳐서 들어간다. 단, 교사는 평생 직장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 점에서 상당한 특권 의식을 가지는 듯 보인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같이 분노하는 부분이 많긴 하나, 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현재 교사들 중에서 임용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정규직을 하는 선생들이 많은데 왜 안되냐 하겠지만, 그렇게 모두를 정규직화 시켜버리면 이들 모두의 월급이며 연금은 누가 다 감당하란 말인가. 교직 사회의 문제는 무조건적인 호봉제도 문제다. 연차가 쌓이면 자동으로 월급이 올라가는 것. 그리고 20년 이상만 유지되면 연금을 받는 것등도 ,,,, 다른 사회 갈등을 야기하지 않을까?

 

물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은 없어져야 하고,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다만, 그렇다고 다 정규직이 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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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영어공부 - 내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
김성우 지음 / 유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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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왜 배우는가?


내 경우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해서, 또 영어를 통한 다양한 경험이 재미있기 때문"(p24)이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미드보는 게 취미라면 취미니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아이들은 취업에 필요하니까 해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사실 학교에서 아이들의 토익 점수를 올려주고, 면접 시 자기소개나 가족소개 정도는 영어로 하게 하려고 단어 암기부터 시작해서 한마디로 "빡쎄게" 시키다. "공부의 목적은 습득한 양이 아니라 소통의 기쁨"(p36)이어야 하는 데 말이다. 

오늘 3학년 학생들 중 몇몇이 회사 면접을 보러 간다면서 영어 자기소개를 봐달라고 했다. 콩글리쉬가 많았지만, 한국인 면접관이 보는 면접이기에 전체 다를 수정해 주진 않았다. 솔직히 영어적인 표현을 쓴다해서 그 면접관이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콩글리쉬가 더 확 와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어의 쓰임으로 봤을 때  "원어민-비원어민 간의 대화보다 비원어민-비원어민 간의 대화가 더 빈번"(p47)하며,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는 문장을 써 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의견을 입체적이면서도 엄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p49)이니 아이들이 자신감 있게 영어로 얘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영국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영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4억, 제2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4억, 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6~7억명쯤 됩니다. 즉 모국어가 아닌데 영어로 소통할 일이 있는 사람이 어림잡아 10~11억 명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원어민만 알아듣는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효율성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p57)


대학 1학년때 교수님이 영어 이름 하나씩 만들라고 한 기억부터 친구의 아이가 영어 유치원 간다고 영어 이름 하나 지어달라고 한 일화까지 막 스쳐가는데, 영어 이름을 요즘도 지으라고 할까? 

베트남어 배울 때 베트남 이름 하나 짓고 시작하자고 하는지 궁금하다. 

"다문화적 경험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발음이나 어휘, 문법 등 언어적 요인으로 인한 충돌이 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상호협상이지 일방적인 순응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름부터 부르기 쉽게 하자'는 생각은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호칭에서부터 협상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p62) 


"모국어 발달에 있어서도 주변 어른들에게서 '흡수하는' 언어가 말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말할 줄 모르는 아기에게 자꾸 말을 하라고 시키는 게 도움이 되지 않듯,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말하기를 강요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p79) 


그럼 영어 공부 방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다양한 숙어와 유래 찾아보기 "English idioms and origins" (p 126) 

영어 메타포 익히기. "구글에서 animal metaphors나 sports metaphors를 검색" (p 127) 

"검색엔진에 Oxford words of the year나 Merriam-Webster's words of the year를 입력하면 옥스퍼드 사전과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서 선정한 단어를 볼 수" (p130) 

"짝궁단어 학습을 위해 가장 좋은 전략은 평상시 읽는 텍스트에서 '형용사+명사', '동사+명사', '명사+전치사', '부사+형용사' 등의 표현을 수집하는 것"(p134) 

"웹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전이 오즈딕ozdic.com"  (p135) 

"규제하는 문법이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문법" (p167)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을 비루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즐거움과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즉석에서 구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유머 감각을 키우는 일은 '영어' 공부를 넘어 '커뮤니케이션' 공부, 나아가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합니다." (p221) 


"속도를 우선시하는 유창성보다는 할 말을 또박또박 해내는 것을 목표로"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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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백 - 갑질로 어긋난 삶의 궤도를 바로잡다
박창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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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회사 생활을 10년 이상 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회사 내 갑질, 내부 고발자, 회사 갑에게 찍힌 사람을 스스로 배척해 내는 을들....  이런 일들을 직 간접적으로 겪어본 사람이라면 잘 안다. 그래... 머리로는 잘 안다는 것이지, 내가 약자를 돌보거나 내부고발을 할 용기는 또 없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을 사회 초년생들에게 특히 대한항공 신입사원들에게 쥐어준다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본인은 절대 이런 일을 겪지 않을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아닐 거라고 자신하지 않을까? 

부당함과 불합리함보다는 취직이 우선이고,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갑의 부당함에 대항할 수 있으려면 을이 뭉쳐야 하는데, 잘 될 수 있을까?

돈 앞에, 권력 앞에 약한 게 인간이니까. 

 

회사에, 특히 재벌기업 입사를 원하는 취준생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혹은 입사가 확정된 사람들이. 앞으로 펼쳐질 회사 생활에 어떤 고난이 닦칠 지 모르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잃지 말자고. 그리고 을끼리 제발 그러지 말자고. 

 

p115 오로지 갑과 을로 규정된 수직적인 관계가 만들어지다 보니 부당한 거짓 진술 요구를 받은 순간에도 나도 모르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고 말았다.

 

p119 한때 법조인들에 대한 나름의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법이라는 도구로 세상의 옳고 그름을 가리고, 누군가의 삶의 궤도를 바꿔놓기도 하는 그들은 마치 범접할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날 법정에서 마주한 변호사들로 인해 내 생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의뢰인을 위해서라면 없던 일도 있었던 것처럼 둔갑시키고,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해자의 죄를 없애려는 그들의 형태를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날 그들의 매서운 공세로 받은 모멸감과 수치심 때문에 정신은 더욱 피폐해졌다. 이는 그 뒤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해지는 빌미가 되었다.

 

p135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는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직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논리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것이 유교적 가부장제에서 비롯했는지, 식민지와 전쟁 그리고 군사독재 등 굴곡진 현대사에서 비롯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기형적인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에 매우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

 

p136 무릇 사과를 하려면 우선 피해자 입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피해자가 아직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도리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내던지고 가는 행위는 결코 진심 어린 사과라 할 수 없다.

 

p147 회사 눈 밖에 난 사람과 가까이했다간 자신도 낙인찍힐 것 같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조심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 한구석에서 올라오는 외로움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p149 그야말로 노예의 본능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동료들과 다른 위치에 있는 우월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회사가 씌워준 감투가 실은 노예를 다루기 위한 사슬이라는 것도 모른 채 화려하게 도금됐다는 이유로 왕관이라 착각한다. 주인의 눈 밖에 나는 순간 그 황금색 사실이 자신들의 숨통을 조이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슬픈 현실은 이렇게 노예의 삶을 자처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p161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는 그저 아무런 말없이, 호들갑 떨지 않고 조용히 일상의 여느 날들처럼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전화 걸고 싶어지는 그 친구들에게 차마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p243 자신의 권리와 인격이 처참하게 짓밟히던 그 순간조차 노예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렇게 내면화된 노예의 습성을 깨닫고 벗어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업무적 불이익, 사내 따돌림과 인격 살인, 사회적 매장을 당했고, 그들이 내 숨통을 끊을 치명적인 한 방만을 남겨두고 있을 때 비로소 내 위치를 자각했다. 그리고 그 후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p245 난 더 이상 그들이 나의 존엄성을 훼손하게 놔둘 수 없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내 삶은 오로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연속이었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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