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 10년 차 초등교사가 푸는 교육계 미스터리
김현희 지음 / 생각비행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학교 선생이 뭐 특별하다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기 마련인데, 특히 요즘 학교에서 놀라운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가령, 같은 교사들을 고소 고발하기, 고소 고발 건이 무혐의 처리 되었음에도 다시 또 고발하기, 학생의 인생에 평생을 따라다닐 담임 교사 멘트에 악담을 달아놓기....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경우를 보고 나면 정말 세상 많이 변했다.... 이상한 선생 많다 할만하다. 그럼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먼저 채용문제를 들 수 있겠다. 학생 신분으로만 있다가 교사가 된 사람들, 그저 시험 잘 쳐서 평생 직장으로 진입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더더욱 그러하다. 이곳에서 다양한 시선이란 있을 수 없다.   

p57 학생 신분으로 학교를 다니다 학교에 취직했기 때문에 평생 학교가 바라는 도덕적 가치판단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양심을 어기는 것'과 '관습을 위반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며 기존 세력과 마찰을 빚기에는, 너무 착하게 순리대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교대, 사범대 출신들이 주로 교사가 되다보니, 학교 선후배가 곧 직장 선후배가 된다. 그렇게 서열이 견고해진다. 이 조직의 단순함, 폐쇄성, 그리고 권위 이런 것들이 애초들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다.

p59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극적인 반전이 학교, 군대, 감옥을 비롯한 특정 공간에서 자주 표출되는 것은 그 조직의 구조가 가진 극적인 단순함, 폐쇄성, 그리고 권위 때문이다. 군대에는 계급이 있고, 경찰과 교도관들에게는 법의 집행자라는 권위가 주어진다. 현재 학교는 과거의 교사들과 같은 권위와 폭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 하지만 교사에게는 여전히 평가의 권한이 있다.

 

채용문제 다음으로 큰 문제는 철밥통 공무원 사회라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변화를 하려는 집단도 아니고, 새로운 것을 하지 않아도 크게 사고만 안친다면 잘리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같은 월급받고 일하면서 내가 왜 일을 더 해야 하나는 하는 사고방식이 있다. 그러니 그냥 시키는 대로, 있는 그대로 일한다.  

pp98-98 학교와 교육청은 명확한 논리, 철학, 기준, 자기반성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이 결코 아니다. 이들은 움직이는 동력은 관성에 가깝다. 하던 일은 계속하려고 하고, 하지 않던 일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 하는 그런 힘 말이다.

 

임용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소위 '똑똑하다'하는데, 과연 그럴까? 똑똑한 사람의 기준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p131 똑똑한 사람은 불편하고 불쾌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본인의 기분이 좋으지 나쁜지가 아닌, '이것이 옳은가, 그른가?'에 집중한다. 똑똑한 사람은 의뭉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의심한다. 끝까지 '왜?'라는 질문을 놓지 않으며 대충 '퉁치고' 넘어가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은 타인과 사회에 대해 공감하는 영역이 넓고, 각자의 생각이 자유롭게 오가는 속에서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과 쾌감을 느낀다.

교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까?

 

비단 교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교과 자체에도 문제는 있다. 특히 도덕교과. 학교에서 예, 효... 인성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정해진 생각의 틀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교과서 문제를 따지자면 얼마전 국사 국정교과서 문제도 들 수 있을 것이고. 생각의 틀까지 학교에서 강요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가 이상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p172 ... 세계적으로도 도덕교육과 인격교육이 강화되는 시기는 전체주의가 부상하고 인권이 짓밟히는 시기와 정확시 맞물린다. 나치즘, 파시즘이 활개를 치던 시절, 지배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인격교육이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을 내면화한 체제 순응적인 인간을 기르고자 함이 그 목적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p172 2014년 12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인성교육진흥법'이 우리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의 8가지 핵심가치 덕목을 중심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 학생 인성교육 인증제, 인성교육 교원연수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p178 도덕 교과서는 매번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을 운운하며 정해진 감정과 생각을 개인에게 강요한다. 경험과 고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면서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개풀 뜯는 소리를 운운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인지 묻고 싶다. 컴퓨터 게임을 더 하고 싶지만 부모님 잔소리에 못 이겨 제지당하는 아이에게 도덕 시험지에 '게임 시간을 절제하니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이 느껴진다'라고 적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인가? 세뇌와 자기검열, 심각한 인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구조적인 문제를 들자면 평가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는 방식. 물론 다면평가라고 해서 개선하려고 한다지만, 여전히 학교는 서열주의다. 이런 점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학교에는 이상한 교사들이 많고, 공교육의 질은 저하될 것이다.  

p255 구조적 폭력을 효율적이고 매끄럽게 관리하는 방식 중 하나는 '평가'다. 관료주의 조직의 생명은 평가 시스템으로 유지된다. 상급자들은 하급자들을 평가한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일을 하급자들이 수행하지만, 상급자들은 이를 '평가'하기만 해도 그 결실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하급자에게 낙제점을 주고, 인사 권한을 사용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꼬리를 자른다. 이러한 구조에 익숙해진 관료주의 조직의 수장들은 자신도 모르게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

p105 조지 레이코프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의 내용을 참고해서 설명하자면, 사람은 진실에 입각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통해 생각한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로, 어떤 말을 들으면 우리 뇌 안에서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