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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인격이다 - 당신의 품격을 좌우하는 단어 활용 기술
배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얼마전 sbs 드라마 <조작>을 보는데, 배경이 신문사고 중간관리자급 정도의 배우 유준상이 상무인 문성근에게 "상무"라고 부르는 걸 보고, 둘이 제법 친한가 보다 생각했었다. 회사 생활 15년 동안 "상무" "과장" 이렇게 불러본 일이 없다. 물론 직급이 높으면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 "과장" "차장" 이렇게 불러도 직급이 낮은 사람이 감히... 그랬는데...
p75 '선배님', '차장님'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선배'와 '차장' 자체가 호칭인 동시에 존칭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배'란 같은 분야에서 지위나 나이, 학식 등이 자기보다 많거나 앞선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의 출신 학교를 먼저 입학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 선배, 동아리 선배, 직장 선배 등 다양하다. 나보다 앞선 이들을 '선배'라고 부르는 자체가 앞선 사람으로서 존중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 선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해도 그를 존중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실생활에서 만약 "김상무" "박상무" 이런 식으로 불렀다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것 같다. 거기다 오너 일가의 나이 많은 부회장이 직급 깡그리 무시하고 "~~~씨" 이렇게 부를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나이 많은 오너 일가가 직원들을 이렇게 부를 때는 아무 소리 못한다.
p80 부하직원이 엄연히 대리, 과장 등 직함을 달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항상 '000씨'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는 곤란하다. 부하직원의 직위와 그 직위에 어울리는 역할과 책임, 권위 등을 깡그리 무시하는 듯한 호칭이다. 직함이 없는 경우야 어쩔 수 없지만 직함이 있는 경우 '000 과장', '000 대리' 하는 식으로 반드시 직함을 넣어 불러야 한다.
회사 생활하면서 알면서도 계속 쓰게 되는 "수고하세요" 표현. 이 말 대시 무슨 말을 써야 할까?
p89 국어원은 공적 관계에서, 또는 윗사람에게 '수고하세요'라는 표현을 써야 할 경우 상황에 따라 적절한 다른 인사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씨처럼 아랫사람이 일하는 윗사람을 두고 자리를 떠난다면 "수고하세요" 대신 "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먼저 가겠습니다" 등과 같이 다른 말로 인사를 건네라는 것이다.
자켓을 '마이'라고는 워낙 많이 써서, 이 말은 교복을 입기 시작한 중학교때부터 썼는데 '가다마이'는 최근에 들어서 알게 된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와서 기억에 남는다.
p142 양복의 상의 단추가 한 줄로 된 것과 두 줄로 된 것이 있다. 한 줄로 된 것은 싱글 양복, 두 줄로 된 것은 더블 양복이라 한다. 일본어로 싱글을 가타마에라고 하며, 싱글 양복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더블은 일본어로 료마에라 한다. 이 역시 더블 양복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일절과 일체 두 단어도 참 헷깔리는 단어인데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우리가 두 단어를 혼동하는 이유 또한 한자 표기가 같기 때문이라는데.
p231 일절은 '아주, 전혀, 절대로' 등의 뜻으로, '없다' 또는 '않다' 등 부정적인 단어하고 어울린다. 따라서 '안주 일절(전혀) 없음'은 될 수 있어도 '안주 일절 있음'은 될 수 없다. 일절은 물론 '일절 출입을 금합니다"에서처럼 행위를 금지할 때도 쓰인다.
'모든 것' 또는 '모두 다'를 뜻하는 단어는 일체다. "내가 일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한잔 마시고 지나간 일은 일체 털어 버리자"에서처럼 쓰인다.
예전에 연애 시절 신랑이 "00씨 때문에 이런 곳도 와 보네요."라고 말해서 내가 '때문이 아니라 덕분이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네 때문이라고 써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p246 '탓'과 '덕분' 말고도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나타내는 말로 '때문'이 있다. '때문'은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내가 기쁜 것은 오로지 너 때문이다" 등처럼 긍정이나 부정적 현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쓰인다는 점에서 탓이나 덕분과 구별된다. 따라서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은 "잘되면 저 때문 못 되면 조상 때문"으로 바꿔 써도 의미상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요즘 홈쇼핑에는 간절기 상품이 한창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으니 얇은 가디건의 상품 설명에서 '간절기'라는 말이 빠지지 않아 이 말을 참 많이 썼는데, 책을 보고 며칠 후 알토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환절기"라는 자막이 나와서 신랑과 둘이서 의류계 용어와 의료계 용어각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한참을 웃었다.
p265 '간절기' 가 마치 업계 전문 용어인 것처럼 널리 쓰이면서 우리 고유어인 환절기를 밀어내는 형국이다. '간절기'가 '절기의 사이'로 더욱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나타내는 '환절기'와 결국은 같은 뜻이다. 소중한 우리말을 두고 정체불명의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간절기'는 '환절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