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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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살한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만들어낸 챗로봇과 그 아들과의 대화

그리고 이 30대 후반의 이혼한 아들의 사랑의 성장 과정. 이 두가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의 서평을 하신 분들은 챗로봇과의 대화를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지만, 나는 좀 지루했다. 이 챗로롯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누군가 죽은 이후 그의 일기를 토대로 챗로봇을 만들고, 그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 이 챗로봇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내용이 잠깐 나왔을 때 나중에 이런 일이 있을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 호기심 뭐 그 정도?

 

아버지의 자살 이유와 닐 바셋은 과연 누구의 아들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윌리 아저씨는 죽었고, 그의 어머니는 치매로 기억이 온전치 않고, 살아있는 닐의 어머니는 기억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나는 오히려 30대 이혼남이 전처와의 관계를 정리해 나가는 부분, 그리고 새로운 나이어린 여자친구 레이첼을 만나 책임감있는 관계를 가지게 되는 부분, 그리고 잠깐 젠을 만나는 부분에서 "사랑"이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청소년기에서 성인이 되는 그 과정이 중요한 것처럼, 30-40대도 실패를 통해서 사랑을 알아가는 모습, 그래서 성장하는 모습도 중요하다.

 

이 책에서 젤 맘에 드는 부분이 마지막에 있었다. 이제 안정감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한 남자의 참 사랑스러운 묘사.

p495 인생에서 모든 시간은 그 나름의 지형이 있다. 나는 아칸소에서 캘리포니아로, 에린에게로, 스페인으로, 표지판 하나 없는 시기를 떠돌았다. 무너질 것 같은 유스호스텔이나 아미앤트 시스템, 페어팩스의 가게 전면부,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정착할 수 있을 만한 장소였던 것 같다. 이제 나는 그 영역을 좁혔다. 샌프란시스코, 돌로레스 공원, 자주 오지 않는 J 열차, 도시를 바라보고 뛰어 드는 것. 그리고 레이첼. 그녀의 팔꿈치 끝, 그 딱딱한 피부, 물보다는 조류에 어울릴 것처럼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견갑골은 그녀가 잘 때 가장 감상하기 좋다. 그녀의 커다란 발과 꼬물거리는 조그만 발가락. 샴푸와 데오도란트 냄새. 조깅복의 향기(아주 달콤하지는 않다). 그녀가 아침에 커피를 만드는 것. 내가 계란을 굽는 것. 그녀가 비싼 맥주보다 싼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나처럼). 그녀가 체제와 종교, 지혜를 전파하는 곳을 편애하는 것(나와는 달리). 늦게까지 자는 것. 머리카락이 절대로 얌전히 가라앉지 않는 것. 모험적이라는 것. 그녀가 괴로워했언 것. 그녀가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영역이 포함된 자신만의 지도를 갖고 있는 것.... 약간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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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감각 기르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거침없는 대화 지식여행자 1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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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choice"라 책 표지에 있는 것처럼 "유쾌하고 거침없는 대화"를 기대했지만, 번역 혹은 문자로 읽어서 그런 가 그다지 거침없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대담집을 모아놓은 것 치곤 좀 반복적인 부분인 많다. 공산주의자의 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좀 신선했다고나 할까? 내가 생각하는 공산주의라는 게 완전히 흑백논리다 보니....

 

p70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끼며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에요. 온 세상이 적이 되어도 아버지만은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으면 용기를 갖고 세상에 나갈 수 있고, 모험도 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 이런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누군가 한 사람은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

 

p73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어 어휘도 늘었고, 문체도 익히게 되었어요. 일상 회화만으로는 다양한 표현 방법이나 복잡한 개념을 익힐 수가 없죠.

=> 이런 믿음으로 요즘 영어 독서 붐이 일고 있다.

 

p74 러시아어로 교육하는 학교에 다니며 국어 수업의 내용이 너무 달라 깜짝 놀랐어요. 일본에서는 "잘 읽었어요"로 끝나지만, 프라하에서는 "잘 읽었어요. 그럼 지금 읽은 부분을 요약해보세요."라고 시키는 거예요. 매번. 그렇게 훈련받다 보면,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하는 습관을 갖게 되죠. 수동적이지 않은 공격적인 독서를 하는 거죠.

=> 우리나라 교육도 워낙 수동적이나 보니, 공격적인 독서 교육을 받은 서양인들과 성인이 되어서 사고력과 표현력에서 급이 달라지는 것 같다.

 

p93 일본에 들어와서 외모상의 특징을 갖고 놀리는 별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뚱보' '대머리' '뻐드렁니'와 같은 별명으로 태연스럽게 부르는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어요.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 있는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육체적인 특징을 갖고 놀리는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그런 짓을 하는 건 인간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부구나 무의식중에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 소비에트의 이런 인간에 대한 기본 교육은 참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도 외모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하 발언이 넘쳐나는가?

 

p173 모두들 공무원을 비판하면서도 자녀는 공무원을 시키고 싶어 해요. 그럴 바엔 차라리 국민 전부를 공무원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요? 일본인은 경쟁을 싫어하죠. 시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기보다는 상부의 지시를 받아 경쟁 없이 공공사업에 참여해 세금을 축내서 꾸려나가려는 기업이 많잖아요. 정면으로 시장 경쟁을 하는 게 체질에 안 맞는 게 아닐까요? 관료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것도 경쟁을 배제하고 싶어서죠. 그럴 바엔 차라리 사회주의 국가가 되든가요.

=> ㅍㅎㅎㅎㅎ 통쾌하다!!! 정말 우리나라도 사회주의 국가가 되려고 작정한 듯, 공시생들 넘쳐난다.

 

p282 유럽 사람들은 청력 모드예요. 귀로 들어오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더 잘 기억하는 뇌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지업이 시작된 곳은 중국이잖아요. 그래서 일본도 종이가 매우 풍부한 나라여서, 시험도 거의 시험지를 사용해서 보죠.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할 때면 금세 쓰려고 드는 거예요. 하지만 유럽에서는 종이가 무척 고가였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이를 사용할 수가 없었죠. 수업에서 학생이 종이를 사용한다는 건 사치였죠. 그러면 종이를 쓸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겠어요? 가능하면 많은 걸 기억해야만 하죠. 기억하기 위해서는 논리가 필요해요. 논리나 스토리 같은 게 없으면 대용량의 지식을 입력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논리가 발달하는 거예요.

=>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성향이 달라니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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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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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매개로 참 많은 것을 풀어낸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나오고, 미국의 shaker 교도의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 단어의 유래도 나온다. 브릿지 존슨의 일기 같은 영화도 풀어낸다. 저자가 박식하다는 느낌이 팍팍든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재미있고 소개한 그림을 하나씩 살펴보게 된다.

책의 구성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그에 맞는 주제로 꼭지를 채웠는데, 글을 참 잘 쓰신다.  

p171  사람에게도 해를 거듭할수록 쌍히는 풍미가 있다. 그것은 타고난 원재료의 맛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지니게 되는 향미임에 틀림없다. 타고난 그대로의 콩은 시간이 지나면 썩을 뿐이지만, 적당한 조건에서 잘 띄우면 된장이 된다. 우유는 치즈가 되고, 쌀은 정종이 되며, 포도는 와인이 된다.

제목이 '당신도, 그림처럼"인 이유는 각자 알아서 문장을 완성하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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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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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저자를 만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릴레이 강연회에 이주은이라는 이름이 있어 먼저 책부터 읽어봤다. 그림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관찰력도 좋은 분이고, 글도 잘 읽혀져서 다 읽고 나니 참 뿌듯하다.

그 중에서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 중에 p91 우리 둘 모두 기존에 지어놓은 자신의 틀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그 틀 속에 상대방을 꼭두각시처럼 데려다놓으려 했던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자연에 적응하면서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융통성 있는 규칙을 창조해가는 결혼생활을 계획했어야 했다. 이 부분. 참 적절한 표현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처럼 각종 블로그에 단골로 등장하는 낯익은 그림도 있었고, 리카르드 베리의 '북유럽의 여름 저녁'처럼 처음 보는 그림이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림도 있었다. 저자는 사랑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 그림을 보여줬다.

사실 얼마전에도 미술관에서 그림 전시를 봤지만, 뭐 딱히...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림 옆의 제목과 간략한 설명을 보고 지나갈 뿐인데, 한 개의 그림을 통해서 일상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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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를 수 있는 권리 - 개정판
폴 라파르그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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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년 졸업때까지 지각도 결석도 휴학도 없이 다녔다.

그리고 15년을 꼬박 회사를 다녔다.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째 백수생활을 하며, 스멀스멀 죄책감이 올라올 즈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이 최근 나온 책이 아니라는 게 놀랍다.

그 옛날에도 일에 중독되어 있는 것을 비판했다니.

우리 사회가 미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얘길 많이들 한다. 영어유치원 다니고, 초등학생부터 과외에 시달리고, 고등학생들은 입시에 잠못이루고, 대학생은 스펙쌓기, 알바에 치이고,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 쳇바퀴가 계속 굴러간다. 역시 숨쉴만한 사람은 백수밖에 없다.

돈을 벌고 있지 않음에 대한 조급함이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좀 누그러졌다. 나는 내가 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백수해보니 소파에 드러눕는 거 좋아하고, 낮잠자는 거 좋아하고.... 참 게으르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게을러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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