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이들과 세 가지 세상 재미있는 책읽기 11
아다 프로스페로 고베티 지음, 이현경 옮김 / 마루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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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품은 세 가지 세상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다섯 아이들이 겪는 모험 이야기를 담은 동화이다. 작가가 창조한 세 가지 세상은 어른들이 구축한 현실 세계의 비판적인 단면을 드러내고 있으며, 다섯 아이들을 통해서는 진정한 용기와 우정을 일깨워주고 있다. 전쟁으로 지구가 폐해-이 자체가 어른들이 벌인 일의 결과-로 변한 후 다섯 아이가 산기슭에 모인다. 맏형 격으로 주의 깊은 페르디난도, 모험을 즐기는 실비아, 무엇이든 반대하기 위해 태어난 듯한 잔니, 깔끔하고 조용한 성격의 마르타, 호기심 많은 막내 마르코. 동굴 계단 끝에서 만난 대지의 정령은 아이들의 선택에 따라 세 개의 다른 세계로 보낸다. 

 마르타가 가게 된 황금 질서의 나라에서는 모든 식물들이 종류별로 구역을 나누어 그 틀 안에서만 생활한다. 다른 식물과는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자기 자식(꽃봉우리) 일만 신경 쓰며 다른 존재가 어려움을 겪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모험을 좋아하는 실비아와 무엇이든 반대하는 잔니가 가게 된 곳은 여우가 토끼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야생의 나라. 이곳에는 고양이 맘모네를 내세운 늑대가 이 세계를 지배한다. 페르디난도와 마르코가 간 기계의 나라는 자신의 일만 중요하게 여기는 곳으로, 아무 목적도 없이 사용되지도 않을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일할 따름이다.

 마르타는 데이지와 버섯을 도우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야생의 나라에 간 두 아이는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늑대의 흉계를 밝히고 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온다. 작가는 이 두 아이를 통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험난한 여정을 거친 아이들이 친구(소나무, 타조, 누가알겠어 등)들과 시간 노인, 대지의 정령과 ,힘을 합쳐 위대한 라를 물리치는 과정은 서로 화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정의가 최우선인 황금 질서의 나라는 규칙과 법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곳이다. 법이란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하며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지만- 규칙이나 법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법은 존중하고 지켜야 할 것이지만 소나무의 말처럼 벌을 주는 것보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보다 힘없는 약자들에게 더 냉정하고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많다. 

-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를 볼 때면 여리고 약한 동물이 잡아먹히는 장면을 보면 -자연의 법칙임을 알면서도- 안타까워 눈을 질끈 감곤 했는데, 이 책에서처럼 음식나무가 있어 동물들이 서로 잡아먹지 않아도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와 불신, 증오가 사라지고 두려움 없이 모두가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의 세계가 현실에도 실현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자신들이 모험을 시작했던 (지구의) 황량한 숲에서 깨어나,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곳으로 간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으며 간간히 곁들인 판타지의 느낌을 살린 이색적인 삽화도 눈길을 끈다. 아이가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다며, 잠자리에 들어야 할 늦은 시간에도 이 책을 붙들고 계속 읽고 싶다고 사정하는 것을 다음날 읽으라고 만류하느라 애먹었다. 하긴 나도 책을 잡아채려고 덤비는 막내의 손길을 막아가며 이 책을 읽었으니 끝까지 읽고 싶은 아이 마음을 모르진 않는다. (^^)>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비추고 있는 이 작품이 모쪼록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밝혀주길 바란다. 더불어 다섯 아이처럼 미지의 것,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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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나!
고경숙 지음 / 재미마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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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경숙 씨는 2006년 볼로냐 아동도서박람회에서 <마법에 걸린 병>이라는 그림책으로 픽션부문 라가찌상을 수상한 작가.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단체에서 수상을 하는 것은 반갑고도 기쁜 일이다. 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작품성을 인정 받은 셈인데, 그 작품의 어떤 점이 독특하고, 뛰어나서 인정을 받았는지, 작가의 작품 세계 등이 궁금하여 관심이 가게 된다. 

  <마법에 걸린 병>에서는 병 그림뒤에 숨어 있는 여러 동물로 즐거움을 주었고, 글밥이 상당히 많아서 놀랬던 <위대한 뭉치>에서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등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작가이다. 이번 작품은 원색을 많이 사용한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독특한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흰 바탕에 인물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대상의 특징이나 중요 부분들을 도형으로 형상화하거나 콜라주 등으로 과감하게 표현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와 있는 책소개 글을 보면 입체파 형식을 언급해 놓았던데, -미술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표현하자면, 표현주의 그림 같은 느낌을 풍기는 화풍이라고나 할까~) 

 세로 방향의 판형이 제법 긴 이 책은 부채 접는 것처럼 긴 책장을 차곡차곡 접는 방식으로 제작된 병풍 책으로, 책장의 일부를 들추어 보는 플랩(여닫이 판)이 포함되어 있다. 플랩과 플랩 밑의 그림이 한 책장에 있는 일반적인 플랩북과 달리 플랩에 해당하는 부분에 오는 책장 (뒷면) 쪽에 밑그림(글자)을 인쇄한 것이 특징. 이 책의 책장이 일반 그림책의 책장보다는 두꺼운 편이긴 하지만 책장마다 배치한 작고 긴 플랩이 구겨지거나 찢어질까 염려되어 들추어 보기 조심스럽다.
- 책장 뒷면은 들춰보는 곳에 해당되는 아래쪽 부분에 글자가 인쇄되어 있는 것 외에는 공백으로 비어 있다. 뒷면에도 그림-가령 버려진 것들-이 그려져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고급스러운 책장이 비어 있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

 표지 책장을 넘기면 -속지 없이-검은 색의 간지에 그림을 그렸다가 구겨서 버린 것 같은 종이 뭉치가 눈에 들어온다. 옆 장에는 그 종이가 펴지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림 속의 한 여자 아이가 "누구야?"하고 묻는다. 빨간 체크무늬 리본을 맨, 대충 그린 듯한 곱슬머리에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이는 스케치를 끝내고 채색을 하려다 만 듯한 모습.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느낌을 받은 미미는 자기를 버린 이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많은 이들이 차례로 "나야, 나!"라고 외치며 나서는데, 책장의 하단에 달려 있는 긴 플랩을 넘겨보면 이들이 저마다 버린 것들이 나온다. 피아니스트는 슬픈 음계를, 교통순경은 고장 난 호루라기를, 발명가는 낡은 부속품들을... 그런데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낸 화가는 앞서 등장한 이들과 달리 자기는 아니라고 부인한다. 소리를 친 아이가 화가가 그린 그림인 것을 눈치 채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빤히 눈에 보이는 사실을 부인하며 발뺌하는 모습에 코웃음을 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화가 이외의 이들은 미미를 버린 당사자가 아닌데 왜 자기라고 나선 거지?  비록 미미(를 그린 종이)를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다른 무엇인가를 버렸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자신들이 버린 어떤 것들도 어디선가 미미처럼 "누구야?"하고 묻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떤 것들을 버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와 이 책을 처음 볼 때는 플랩을 넘겨보기 전에 이 대상이 무엇을 버렸을지 추측해 보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인물들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대상과 짝지어 버렸을만한 것들을 덧붙여 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면 그것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확장시켜 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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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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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의 발달 영역별 차이와 양육 방법이 제시된,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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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소꿉놀이를 즐기는 두 아이와 구경하는 한 아이~ ^^;;  

제작년에 이 집으로 이사올 때 소꿉 가지고 놀 나이는 지났다 싶어 다 버리고 왔더니만
가지고 놀 애가 하나 더 생겨 다시 필요질 줄이야...
좀 이른 감이 있지만 한 살림 다시 장만했더니만 언니들이 반색을 하며 가지고 놀기 바쁘네요.

 
- 여름방학때 외출하면서 한 벌 차려 입고 기념컷

이리저리 삐진 머리 좀 감출라고 했더니만 모자 쓰는 걸 무진장 싫어해서
이 사진도 겨우 찍고 바로 벗어버려서 아쉬움 가득...
(책나무님이 보내주신 옷들 덕분에 새 옷 한 벌 안 사 입히고 여름 지나갑니다.^^)

  

이제 막내는 포복 자세로 날렵하게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수준을 넘어섰답니다.
- 근데 무릎으로 기는 건 안 하고 여전히 배를 붙이고 기어다니는군요.
좀 더 있어야 무릎으로 기는 건지, 그리 안하고 넘어가기도 하는 건지 가물가물..
암튼 혼자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허리 힘도 생겼어요. 

 

 

8월 쯤에 탁자 같은 거 붙들고 서기 시작해서 늘 위태위태, 조마조마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안 아프고 잘 커줘서 고마운 녀석이죠~. 
늘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긴 하지만 돌아보면 어느새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2kg 밖에 안되던 녀석이 어느 새 이렇게 훌쩍 컸나 싶어 대견하기도 합니다.
(요즘 모기가 극성이라 최근에 여기저기 물려 고생 중..ㅜㅜ)

 












내 시간이 별로 나질 않다 보니 책은 거의 못 보고 사는데-책 펼치면 덤벼서 구겨놓기 일쑤-
더 잘 키워보려고 육아 공부라도 할까 싶어 책 한 권 사서 읽어보고 있어요. (^^)>

남자 아이는 키워 본 적이 없어 차이를 직접적으로 느껴보지는 못했는데 
여아랑 남아랑 성장에 따른 차이-뇌 기능, 학습, 감정 등-가 많군요. 
아이의 강점지능을 살리는 방법도 보았는데 늘 그렇듯 실천이 참 어렵습니다.
둘째가 자존감, 자신감이 부족한 것은 잔소리&칭찬에 인색한 엄마탓임을 다시 한번 절감하고..
"일관된 육아 원칙을 갖는 것도 실천 해야 할 부분이고...

나에게 필요한 건 뭐~~
공부로 끝내지 않고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의지!!
막내 자는 틈을 이용해 소식 전하고 가요~.
(뼈만 남은 허약한 둘째를 위해 사골 사다가 끓이기 시작했더니만 꽤나 덥네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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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9-0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이뽀라~~~ >_<
이제 곧 언니들이랑 대등하게(?) 놀겠군요 ^^

조선인 2009-09-0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쁜이네 막내라니깐요!

울보 2009-09-08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많이 자랐네요 너무 너무 귀여워요,,

행복희망꿈 2009-09-0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막내가 많이 컸네요.
시간이 많이 흐른듯 하네요.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랍니다.

꿈꾸는섬 2009-09-0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막내가 훌쩍 자란 느낌이에요. 육아 공부는 절실히 필요한데 실천력이 부족해서 하나마나해요.

기억의집 2009-09-0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가 많이 컸어요. 아영엄마님은 확실히 안 닮은 거 같다는.... 전 여기 자주 와요^^ 그러지 않아도 그제 희망님 만나 아영엄마님은 애 키우느냐고 글도 잘 안 올린다고 이야기 했어요^^)) 저도 머리 팍 자르고 뽀글 파마 했어요. 처음엔 어찌나 웃기던디..개그 캐릭터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었을 정도였어요. 할머니들이나 좋아할만한 머리를 해 준 여편네에게 한 소리 하려다가 그냥 웃으면 나와줬어요^^ 조만간 찬바람 불면 희망님 꼬셔서 놀러갈께요^^

하늘바람 2009-09-09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이 컷네요. 통통한 살하며.
박스에 싸놓고 그냥 있는 제 맘이 참.
제가 다쳐서 입원하는 바람에.
이빨 두개 네개 났네요 넘 귀여워요
연우는 귀가 크고 이쁘네요
한 몫할 것같아요.
참 든든하시겠어요

소나무집 2009-09-0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식 때문에 걱정하시더니
연우 얼굴이 통통한 걸 보니 잘 먹나 봐요.

희망으로 2009-09-0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사생활, 방송에서 조금 본 적이 있는데 읽어보고 싶은책이예요. 요즘은 책을 사는 것도 망설이게 됩니다. 날씨도 좋은데 맨날 연우랑 꼼짝마 하고 계시겠네요^^

순오기 2009-09-1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포동포동 잘 자랐네요. 예뻐요~~~ ^^
셋째를 키우면서 엄마가 책 볼 짬이 없다에 한표!

마냐 2009-09-1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귀여운 꼬물꼬물 아가네요. 세상에..벌써 저렇게 크다니. 쁜이들 보면...뿌듯하시겠슴다.

2009-09-30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3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르는 마을
다시마 세이조 지음, 엄혜숙 옮김 / 우리교육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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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쿄에서 직접 가축과 농작물을 기르며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쓰고 그린다는 다시마 세이조의 이력을 보며 작고하신 우리나라 동화작가 권정생님이 떠올랐다. 자연을 가까이 하며 아이 같은 동심을 잃지 않는 점 등의 유사한 면이 있어서 일까?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펼쳐질 법한 이야기들을 형상화시킨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책들을 보면 먼저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이 눈길을 끈다. 독자들은 내가 혹은 친구, 내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에서 동질감과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글도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고 아이가 쓴 것처럼 간결하고 짧다.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 <사람놀이>, <훈이와 고양이> 등의 그림을 그린 초 신타(죠 신타) 역시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화풍을 선보이는 작가인데,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이 좀 더 원색적인 색감과 선 굵고 강렬하면서도 대담한 붓질로 화풍에 활력이 충만하다. 주인공이 놀라는 모습도 깜짝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펄쩍 뛰어 오르거나 나동그라질 만큼 화들짝 놀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과장스럽게 표현해 놓았으며, 자연의 활기를 기운차게 흐르는 시냇물처럼,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시원하고 생동감 있는 그림으로 잘 발산하고 있다. 

 소풍 가는 날 아침, 친구들이 탄 버스를 놓치고 뒤이어 오는 다른 버스를 타게 된 주인공. 그런데 이 버스는 소풍 장소가 아닌 '모르는 마을'로 향한다. 이 마을에는 -인간 중심의 현실 속에서 이룩된-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이 연이어 펼쳐지며 이야기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쉴 새 없이 놀라움을 안겨준다. 차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설정 또한 이처럼 기발하고 놀라운 세계가 현실과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마을로 가는 버스가 멈추면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할 텐데~. ^^

 모르는 마을은 현실에서 고정되어 있던 것들이 살아 움직이고, 물과 땅에서 사는 것들이 뒤바뀌어 있는 세상이다. 식물이 걸어 다니고, 시냇물에서 과일이 헤엄쳐 다니고, 길가에는 새가 나 있고 밭에는 소랑 돼지가 자라고 있는 곳.(<돼지가 주렁주렁>이라는 그림책에서도 돼지가 꽃으로 피기도 하고 열매가 되기도 하지만 이는 아내가 인위적으로 만든 설정. 돼지들을 나무에 매달다니, 이 아내 힘이 장사에요~. ^^)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땅에 머리를 처박고 자라나고 있는 밭이라니, - 나무에 물고기가 열매처럼 주렁주렁 열린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기발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에서 튀어 오르는 바나나를 잡고, 여치를 타는 즐거움을 누린 소년은 채소로 되어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가로수 개가 도시락을 먹어치우며, 민들레가 사람을 삼켜 버리기까지-맛이 없어서 뱉어내긴 하지만- 한다. 그리고 이 마을 햄버거가게에서는 햄버거가 고양이 화분을 판다. 고양이가 햄버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설정이 더 큰 웃음을 주는 것을 아는 작가의 발상~.

 주인공은 태어날 때의(=발가벗은) 모습 그대로 민들레 솜털을 타고 돌아온다. 아침에 맨발로 뛰어나오며 도시락을 챙겨주었던 동생이 이번에도 맨발로 달려와 반긴다. 그리고 아이가 옷가지며 배낭을 잃어버리고 돌아왔지만 엄마는 야단은커녕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이한다. 바로 우리 아이들의 소망이 투영된 해후이자 감격적인 결말이 아니겠는가~. 현실에서는 대게 동생과 늘 티격태격하고, 부모에게는 야단맞기 일쑤인데 이와는 정반대의 꿈같은 일이 현실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즐거운 소풍이란 말인가!! 

 속지 그림을 보면 표지 그림과 달리 원색을 배제하고 흑백으로 그려져 있다. 앞 속지의 흑백 그림은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처럼- 타야할 차를 놓친 암담한 소년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반면 뒤 속지의 흑백 그림은 지붕 위로 달이 떠있는 어두운 밤에 소년이 다시 모르는 마을로 놀러 가는 풍경으로, 꿈과 환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 민들레 솜털들을 따라 웃는 얼굴로- 짐작에 옷을 걸치지 않은 듯- 모르는 마을로 가는 소년의 모습을 작게 그려 놓아서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명화 같은 느낌의 고풍스러운 그림-대게 아이보다 어른들이 이런 작품이 더 끌리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도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키워주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주는 요소가 있거나 상식을 벗어난 설정이나 그림, 그리고 찾을 거리, 볼거리가 많은 그림이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깔깔~ 소리내 웃어가며 이 책을 본 아이(초등5)가 정말 재미있다며 엄마도 빨리 보라고 독촉을 하기에 감상을 말로 표현해 보라고 하니 "창의성이 돋보이는 걸작"(조금 과장된 표현이려나?) 이라고 한다. 하긴 내가 봐도 아이들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열광할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놀라자빠지는 주인공의 표정이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 모습 등을 보며 내내 웃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책이 펼쳐 보인 새로운 세계를 접한 아이들은 새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내면에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해낼지도 모르겠다. 다시마 세이조의 작품으로는 이 그림책 외에 <뛰어라 메뚜기>와 <채소밭 잔치>를 보았는데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을 비롯하여 아직 보지 못한 다른 그림책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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