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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아이들 - 웅진 푸른교실 3 ㅣ 웅진 푸른교실 3
황선미 지음, 김진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는 초등학생이 된 후 처음으로 친구로부터 생일 초대란 것을 받아 보았다. 첫 생일 초대라 아이는 들떠서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연신 생각을 하고 물어 보곤 했다. 사실 그 때는 생일초대를 받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이 없다가 몇 달 뒤 아이 생일을 앞두고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보게 되었다. 생일을 맞아 많은 이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싶겠지만 같이 공부하는 반 아이들을 다 초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결국 친한 친구 몇 명(많으면 십여명 조금 넘게)을 초대하게 되는데, 이 책은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느냐, 안 받느냐라는 문제로 힘들어 하는 아이의 심리와 선물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한 반에서 생일초대의 여부는 곧 친구간의 거리를 알려주는 척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반에서 '인기캡~'이라는 말을 듣는 아이의 생일이라면 누구나 초대를 받고 싶어할 것이다. 주인공 민서를 비롯하여 친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성모가 생일 초대장을 나누어 주는 장면은 매우 인상깊다. 초대장을 나누어주며 우스개 소리를 하는 성모를 보며 웃던 반아이들의 얼굴에서는시간이 지날수록, 즉 남은 초대장의 수가 줄어들수록 웃음기가 사라지고 만다. 그 순간에 이미 초대받은 아이들과 초대받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는 얼마간의 거리감이 생기고 말았으리라....
큰 아이의 생일 무렵 '맛있는 거 먹으러 오겠다'는 주위 엄마의 압박에 결국 나도 아이의 생일 잔치를 해주게 되었는데, 역시 생일 잔치에 누구는 초대하고, 누구는 초대하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곤혹스러운 점이었다. 협소한 공간이라 몇 명만 불러서 단촐하게 치르려고 아이에게 조그맣게 인쇄한 초대장을 주위 아이들이 모르게 살짝 주라고 했는데, 그렇게 했더라도 반아이들에게 그 이야기가 알려지기 마련인가 보다. 교실 청소하러 다니면서 알고 지내는 엄마들의 아이들도 그 중 몇 명만 초대했는데 나중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초대를 받지 못한 아이 엄마들이 좀 서운해 한 모양이었다. 이후로는 생일잔치란 것은 하지 말아야 겠다는 결심을 해 버렸는데, 따지고 보면 이 책을 통해 배운 교훈을 소홀히 한 내 불찰이 컸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또 한가지는 '선물'이다. 요즘 아이들은 선물도 대부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해 온다. 직접 만들고, 그린 것에 더 정성이 많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볼품이 없다는 이유로 선물을 받는 당사자(어른들도)에게조차 경원시되기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면도 있다. 성모는 생일에 초대한 아이들에게 일일이 무슨 선물을 사오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기까지 한다. '민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을 주고 싶어서 정성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주지만 그것은 관심의 대상에서 곧 장난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기영이가 하모니카를 성모에게 생일선물로 주지 않은 이유를 민서도 알았기에 둘의 얼굴에는 '염화미소'가 떠올랐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