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의 장미 1~9권 완전판 세트 - 전9권 - 완전판
이케다 리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프랑스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일본의 문화적(만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 낙화(落花)의 아름다움

 

일본인의 미의식 중에는 '소멸에 대한 동경'이 있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보다 떨어지는 모습에서 느끼는 아름다움.

역사의 소용돌이, 사회시스템, 혹은 주군에 대한 충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멸되어야 하는 이들에 대한 동경이다.

 

이 작품 역시 프랑스 혁명이라는 시대 변화 속에서 '운명적으로' 파멸해가는 이들을 다루고 있다.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의 파멸을 예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거스르지 않는다.
단지 체념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여기에는 순정만화 특유의 절대적 사랑에 대한 동경이 반영되어 있지만,
그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는 원인은, 그러한 모습을 '아름다움'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미와 백합 등의 꽃의 이미지가 즐겨 활용되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2) 남장여자, 혹은 여성성의 확산

 

여성들만 출연하는 연극 '다카라쓰카(寶塚)'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남장을 한 여성은 일본인들이 즐겨 활용하는 문화코드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분명 마리 앙투아네트이지만,

오히려 그녀를 수호하는 오스칼이 더 인기를 끌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오스칼은 단순한 남장여자가 아니다.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 때로는 동성애 관계를 연상시키는 매혹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순정만화의 장르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모두 여성성을 드러내고 있다.

남성성이 강조된 인물은 오직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된다.

 

단지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일 뿐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여성을 위한 문화콘텐츠인 순정만화의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반영한 판매전략에 가깝다.

 


3) 팩션. 허구와 역사

 

'팩션'이란 용어는 최근에야 사용되는 것이지만,

허구와 역사를 결합시킨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리얼리즘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만화에서는

이런 창작방법이 더욱 활발하게 활용되었다.

 

 

프랑스 혁명을 설명하는 의견은 보다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다룬 작품은 많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베르사유의 장미》가 가진 가치는 충분하다. 

 

설령 그것이 역사왜곡으로 비판을 받든, 역사수업의 부교재로 각광을 받든,
그 어떤 입장도 이 작품이 재미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1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27109
- 예전 소녀만화 특유의 오글거리는 표현도 있지만, 역시 명작은 명작! 팩션의 특징을 잘 살려 재미요소를 구축하고 있다. 다음 편을 기대해도 좋을 듯!

 

2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30019
- 예상했던 것보다 오스칼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 그녀에 대한 동성애적 감정은 오히려 주변사람들의 몫. 이런 설정은 다카라즈카 등의 일본 문화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지?

 

3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35439
- 갑자기 그림이 좋아진다. 월등하게. 작가가 여기에서부터 진심으로 승부를 걸기 시작한 듯!

 

4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35443
- 혁명의 기운은 점점 등장인물들에게 접근하고, 예정된 파멸이 가까워진다. 흑기사, 연애지상주의, 동성애적 분위기... 이 모든 요소들이 일본 특유의 낙화(落花)의 미학과 연결되어 있다.


5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37462
- 혁명과 사랑, 두 가지 모두 놓치기 어려운 주제인데, 제법 균형감각 있게 잘 끌어가고 있다. 이 균형을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그것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힘이 될 것이다.

 

6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38754
- 이제 혁명이 그들의 사랑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그들은 기꺼이 몸을 던졌다. 예정된 파멸 속으로. 역사성이 높아지면서 숨은 역사 찾기의 재미도 쏠쏠하다.

 

7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40700
- 죽음을 접한 후에 문득 알아차리게 된다. 아,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오스칼이 아니었구나! 모든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장여자,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를 가진다.

 

8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43148
- 오스칼은 죽었지만 이야기는 계속된다. 사실, 그(녀)의 죽음에서 끝맺음 되었어도 무방하다. 외전은 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파멸의 미학의 연장선에 있다. 흡혈귀는 유미주의의 궁극적 형태가 아닌가.

 

9권 http://blog.aladin.co.kr/rahula/5545677
- 오스칼을 내세운 수명연장용 외전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이미지에서는 아쉬운 부분 적지 않으나, 스토리텔링은 제법 충실함. 무엇보다 루루 캐릭터의 매력은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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