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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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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촛불에 대한 당신의 기억은 어떠합니까. 

윤형근(모심과 살림 연구소 소장) - 지난 봄에서 여름, 자주는 아니지만 광장에 나갔다. 어린 중고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서먹함 없이 먹을 것, 마실 것, 촛불 꽂힌 종이컵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던 서울광장 혹은 청계광장에서 구호도 외치고,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촛불은 나에게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에 대한 설익은 경험 같은 것이었다. 

송경재(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운이 좋게도 2008년 5월 4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보았다. 마침 일이 있어서 그 곁을 지나던 차였는데, 그 촛불집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 뒤 여러 차례 집회에 나가면서 웹 2.0 방식으로 네트워크화된 시민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10대 청소년 학생들, 사이버 커뮤니티 운영진과의 인터뷰 경험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하향식 시민운동문화와는 다른 '유희와 삶의 시민운동',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네트워크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 처음에는 미안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나중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거의 매일 촛불집회에 나갔다. 집에 돌아간 뒤에 더 재미있는 일 생길까봐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평소에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을 통 크게 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2MB덕에 감동적인 '국민MT'를 한 뒤 그 감격 오래 간직하느라 학생, 학부모, 동네 주민과 함께 서대문경찰서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이 군림하는 나라에서 근현대사를 공부한 좨로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임시정부와 제헌헌법의 주요 내용을 외치고 있다.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 전투경찰 없는 세상을 꿈꾸고, 어디 존경할 만한 보수 한 분 없을까 두리번거리고 있다. 

박영선(참연연대 기획위원장) - 촛불이 밝혀진 곳이라면, 부지런히 쫓아다니긴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꾼, 기껏해야 관찰자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낡디낡은 머리와 전혀 뜨겁지 않은 가슴을 가진 나로서는 촛불시민의 말과 몸짓을 이해하기는커녕 따라하는 것조차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을 부단히 좇은 덕에 때묻고 닳아빠진 나 같은 사람도 촛불의 영혼을 아주 미약하게라도 마음에 새기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명원(문학평론가, 지행네트워크 연구위원) - 촛불 국면 당시에 집회가 벌어지던 광화문 일대를 끝없이 이동했다. 대중들의 다채로운 표정들을 관찰하고 의미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새벽,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아고라를 검색하는 일에 골몰했다. 책상 위에서 촛불에 관한 몇 편의 글을 썼지만, 가슴은 숯검덩이처럼 타버리는 것 같았다. 

박재동(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 - 처음엔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장관 고시가 강행되고 나서는 광장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광장에서 만화연대회원들과 함께 시민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다가 나중에는 이 놀랍고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몸이 몹시 좋지 않아 두세 시간만 그리다가 들어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현장에 서고 보니 시민들의 물결 속에 함께 싸여 있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라 도저히 집에 갈 수가 없었다. 결국 밤을 꼴딱 새고 며칠을 누워 지내고 또 나가고..... 그러면서 대단히 많은 것들을 그렸고, 그려주었다. 진한 감동이었다. 특히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토론하는 모습, 노래와 춤으로 혹은 연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광화문 네거리에 누워 하늘을 보는 기분아란! 

차병직(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고려대와 이화여대 겸임교수) - 광장의 구석에 서서 바라보기도 하였도, 차를 타고 지나친 적도 있었다. 가장 많이 한 일은 100일 동안의 행동에 대하여 쓴 글 읽기와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 듣기였다. 미래를 위한 명료하고 희망적인 결론은 어렵겠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오건호(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 주말 촛불집회 때 지인들과 약속을 정해 거리 '야유회'를 가졌다. 주로 시의회 앞에서 모였고, 행진이 시작되면 뒤편에서 불을 밝히는 '일반시민'이었다. 광화문 대로에 옹기종기 앉아 광장의 해방감을 맛보았고, 곳곳에 흐르는 발랄한 구호들을 듣는 즐거움도 컸다.  

김현진(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재학) ㅡ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에는 시위 현장에 매일 출근했다. 그 현장에는 주 5일 근무가 없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서울의 모든 랜드마크에 슬프고 비통한 기억을 심어 주었고, 그 와중에 몸에 몇 군데의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생겼고, 형광색소에 맞아 아끼던 원피스가 다 망가져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아가씨 몸에 흉터나 만들고 예쁜 옷이나 망치는 게 무슨 정부냐! 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한 분노를, 매우 진지하게 했다. 

신진욱(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ㅡ 5월부터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카메라와 MP3를 바지주머니에 찌르고, 한 손에는 종이와 펜을, 다른 손에는 손 팻말과 팸플릿을 들고, 서울광장과 광화문, 종로와 을지로를 쏘다녔다. 덕분에 무척 날씬해졌다. 그런데 손이 모자라서 한 번도 촛불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게 제일 아쉽다. 

주요섭ㅡ 주중에만 서울에 머물렀던 상황에서 주로 초록정치연대 회원들이나 한살림 회원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생명이 먼저다"라는 손 팻말을 들고. 밤새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의 자유는 참 아름다웠다. 특히 생명평화운동 단체들과 함께 준비하고 참여했던 7월5일 국민승리대회는 감격적이었다. 나에게 촛불은 은하수이다. 우주적 공명을 일으킬듯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물결치듯 장엄하게 흐르는 은하수. 

최현주(참여연대 교육홍보팀장) ㅡ ....2008년 여름 내내, 촛불 속에 있었으나, 집회 현장에는 많이 머물지 못했다. 민주주의 축제에서 시민단체가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다야한 실무가 필요했고, 그 실무들에 갇혀 대체로 사무실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짜릿한 광장의 경험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대한민국 평범시민) ㅡ 안타깝게도, 부끄럽게도 촛불 속에 나는 없었다. 내가 고작 한 일이라곤 언론에 촛불에 관련된 소식이 보도될때 마다 손 불끈 쥐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것 뿐이다. 현정부의 최우선에 국민이 없음을 알고 분노했지만 나는 촛불시위에 참여할 능동성은 발휘하지 못했다. 한편으론 군홧발에 짓밟히는 여대생을 보고, 물대포에 몸이 휘청이는 청년을 보고, 경찰의 진압 방패,곤봉에 찍히고 맞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분노와 함께 두려움도 느꼈다. 지금은 그 아름다웠던 촛불 속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을 안고 만일 다시 한번  부당함에 맞서 촛불이 대한민국을 수놓는 날이 온다면 기꺼이 행동하리라 결심해본다. 

*서평도서의 좋은점-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이 철저히 촛불집회에 대한 망각을 막아준다.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고병권의<추방과탈주>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촛불시민.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구절 - p.134 ~135 촛불집회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정치적 목적을 잃지 않아야 살아난다. 단순히 문화행사라든지 순수한 목적의 이벤트라고 변명한다면, 장기간의 촛불집회는 과도한 축제요 무질서한 운동회라는 냉정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직 구체적 정치 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관철을 위한 행동으로 나선 것이라고 해야 정당성을 부여받는데 더 유리하고 떳떳할 것이다. 초중고생이나 유모차 부대의 참여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정치 행동의 진의를 가리거나 희석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들이나 학생의 참여는 그 성격의 범위 내에 합당한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촛불집회의 스포츠화나 축제화가 행동의 부분적 위법성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적적이고 정치적인 행동일 때 촛불집회는 계속 의의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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