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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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평점 :
일본 최고의 그룹 스맙의 멤버이자 국민배우(?)인 키무라 타쿠야가 2008년 출연했던 정치드라마 <체인지>가 떠오른다. 가계를 잇기 위해 시골의 초등학교 교사가 국회의원이 되고, 초선의원이 정치권의 파워게임으로 인해 일본총리가 된다는 현실에서 0 %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이다. 드라마 얘기를 좀더 하자면 키무라가 연기했던 아사쿠라 케이타는 뽀글머리 정치 문외한이다. 그런 그가 우연한 기회에 국회의원으로 총리대신이 되어 연금문제, 비리사건, 재해사건, 미국과의 경제협상 등의 일을 해결해 나간다.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단어들을 써가며 자신이 최고 전문가이며 자신들의 정책이 국민을 위한 최고의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노회한 닳고 닳은 정치가들에게 아사쿠라가 자신이 초등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국민 대부분도 그럴 것이니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것. 또 한장면은 마지막에 결국 아사쿠라가 사퇴하면서 하는 연설이다. 연설이 길어서 전부 기억할 순 없지만 골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설명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그대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하는 장면이다. 아무리 드라마이라지만 아사쿠라를 보면서 실제로 교과서에 설명되어 있는 그대로 정치를 하는 혹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교과서적(?) 정치인이 있을까하는 의문과 동시에 바램을 가졌었었다.
<후불제민주주의>로 돌아와서 유시민은 아사쿠라의 그 기준을 '헌법'에 둔 것 같다. 딱히 기준할 것이 없어 찾다보니 그래도 가장 만만하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이 '헌법'이라나. 그 생각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생각해 보면 진정 그러하다.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이 이루어졌어야 하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고, 그나마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헌법'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시민은 헌법의 '당위'를 강조하지만 너무 강한 긍정은 부정을 암시하니 어째 '헌법'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더불어 책의 3분의 2를 차지한 '권력의 실재'파트는 왠지 작가의 장관시절, 국회의원시절의 회고적 냄새와 변명의 기저가 깔려있는 것 같아 껄끄러움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체인지>드라마에서 가졌던 나의 바램이 유치한 환상임을 또한번 절감했다. 그냥 가만히 있지. 불쑥불쑥 등장하는 '사실은... 그때는 그런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원래 의도했던대로 되지 않고...' 뭐 이런식의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마다 이면의 모습을 접한 신선함보단 책임회피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작가는 이명박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나 대한민국의 그냥 평범한 국민인 본인은 이명박정부의 보수나 노무현정권의 진보나 모두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진짜 국민을 위한 정치가는 없었고, 없는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우린 아직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선 아직도 치루어야 할 비용이 많은 듯 하다. 그래도 민주주의에 한발짝 다가서기 위해선 진보를 선택해야 하나.
*서평도서의 좋은점 - 글이 대체로 짧다.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치얘기가 짧게 끝나 그나마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정치경제(지금도 수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시간이 지루했던 성인이나 지루한 학생들.
*마음에 남는 책속의 한 구절 - p.71 사회는 매우 다양한 신념과 이익이 서로 의존하고 경쟁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그 균형 상태가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지적(知的)생태계 또는 이해관계의 생태계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p. 92 인류 역사에서 실제 나타난 적이 있거나 이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국가 형태 중에서 가장 뒤늦게 나타나 지구 전체에 퍼져나간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고도의 지성적 사유 능력을 가진 인간이 지금까지 지구 행성에서 일어난 생물 진화의 최고봉이라면, 민주공화국은 호모사피엔스의 문명사에서 일어난 제도 진화의 최고봉이다. 민주공화국은 두 개의 토대 위에 선 문명의 건축물이다.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토대로 한 법률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인격적 가치의 평등을 지향하는 복지 시스템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 둘 모두를 명문화했다.
p.167 대중의 선택을 무조건 찬미하는 지식인과 언론인, 정치인들을 경계하자. 현대는 권력자의 시대가 아니라 대중의 시대이다. 권력을 비판하는 지식인은 많지만 대중을 비판하는 지식인은 드물다. 국민이 왕인 시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