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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과 탈주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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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추장 고병권은 이제 한국사회의 성격은 공동체 안에 있지만 사실상 바깥의 삶을 살고 있고, 바깥에 있지만 내부의 어느 곳보다 척도의 명령이 강한 곳, 내부와 외부가 섞여 있는 '주변'으로부터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병권은 마진의 의미를 4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주변은 권력과 부의 영역에서 부차화된 대중 지위. 둘째 한계. 대중들의 삶이 척도가 강하게 관철되는,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곳인 한계지대로 추방되고 있으며 불안정과 위기가 대중들의 삶의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 셋째, 이익. 권력과 자본이 '주변'을 생산하고 관리 활용함으로써 이익을 챙기며 마지막으로 이런 끔찍한 상태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전무를 공백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즉, 주변은 주변, 한계, 이익, 공백을 동시에 의미한다. 그 예들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3년 지나면 불법체류자로 전락), 새만금개발, 평택미군기지(공공부문 사유화 과정에서 소유권 박탈 형식을 띰), 화성 앞바다 간척사업, 이랜드 투쟁 등을 들고 있다.  

연구실 동료 중 한명이 한번 싸워보자라고 외쳤을 때 저자와 함께 연구실의 인문학자들은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길 위에서 만나고 길 위에서 묻고 길위에서 공부하기를 선택했다. 이런 모습에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혁명 운동이 겹쳐진다. 마르코스는 치아파스 원주민들의 저항사는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세계에 대한 저항의 연장임을 주장했다. 대한민국 신자유주의는 1997년 외환위기탈출의 최선책으로 선택되어 국민통합이데올로기, 국민형성프로젝트수행, 국민은 승리와 패배, 긍지와 굴욕의 운명공동체라는 확고하고 절대적인 이념으로 뿌리내려 구조 전환기에 단 한번 겪는 줄 알았던 구조조정은 하나의 상시적구조로 정착하게 되었으며, 정부의 통치 스타일은 탈규제를 요구하며, 강력한 법질서를 강조하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국민 모두가 살길'이라는 기치 아래 희생되어 신자유주의 국가(정부)에서 사실상 자신을 보호해 줄 정부를 갖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자들은 과연 어떠한 책임을 지고 연구하고 실천해야하는지 고병권은 두번째 장에서 반성하고 나름의 해답을 내놓는다. 대학의 인문교수들이 인문학의 사멸을 걱정하며, 정부의 투자를 요구할 때 저자를 비롯한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자의 생각, 말과 다르지 않는 '현장'에서 실천하는 인문학을 소리높여 외친다. 더이상 인문학은 지적허세의 위치에서 벗어나 다르게 살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그러길 바라는 사람들의 배움으로 거듭나는 현장인문학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살아 숨쉬는 것 같은 학문이야 말로 진정한 인문학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에 저자는 선언문을 작성한다. 5가지 선언문에서 생각의 정도에 따라서 급진보적인 성격의 내용도 물론 있다. 사고의 다양성과 관점의 파괴를 지지하는 저자의 성향에 비추어 봤을 때 반대의견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단 인류뿐만 아니라 '함께 함'에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인문학도의 연구와 실천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서평도서의 좋은점 - 인문학은 어렵지 않다.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이 인문학의 시작이다.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 마르코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저자의 말을 빌린다.'다르게 살 잠재력이 있고, 다르게 살고 싶은 사람'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p.145 '생각한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할 수 없음'이란 '다르게 생각할 수 없음'이다. 또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가진 생각, 내가 빠져 있는 생각을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 관성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생각'은 '갖는'게 아니라 '낳는'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며 산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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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5:06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