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떤 분을 레슨하게 되었다.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처음으로 피아노를 접하는 분이다.

학생이기엔 좀 나이가 많지만, ^^ 딸아이와 함께 일주일에 2번씩 배우기로 했었다.

아직 2달 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너무나 즐거워 하신다.

연습도 짬짬이 열심히 하시고..

오늘도 레슨을 하고 왔는데, 멜로디와 왼손 반주부분이 함께 울리면서 G7코드가 울리자 감탄을 금하지 못하며 이야기하셨다.

" 와.. 이럴 때. 이렇게 함께 울리는 소리 들을 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캬~~ 너무 듣기 좋다~

선생님.. 이 느낌 모르시죠?"

그러고선 둘이 서로 웃었지만, 순간, 내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해 오는 뭔가가 있었다.

나는, 음악을 가르치면서도 음악을 느끼기 보다는..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시도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일'을 한 거다.

베토벤, 브람스, 쇼팽을 가르쳐야 음악이고, 바이엘, 부르크뮐러, 간단한 소품들을 가르치면 음악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다 음악이다. 그리고 배우는 학생들은 그런 곡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기쁨을 느낀다.

내가 보기엔 하나도 음악적인 흥미가 없는 곡들에도 재미있어 하고, 즐겁게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 또는 어른들.. ^^;(우리학원엔.. 어른들도.. 꽤..) 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나도. 참 껍데기 같이 음악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거다.

남보기에 멋진 곡, 화려한 곡만 다루고 싶어하고, 그것 만이 '음악'이라 생각했던 내 모습이 참.. 부끄럽게 느껴지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더욱 큰 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그 흔한 G7코드에도 감동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 참 많이 뭐랄까..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 한 구석이 찔렸나보다.

악보 한 장에서도, 간단한 연습곡에서도 매일 새롭게 음악을 발견하는 것.

내가 어디 있던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지.. 그것이 나를 음악가로 만드는 길이 아닐까.

매일매일 새롭게 뜨는 태양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대할 수 있다면...

... 시작이란 항상 기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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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11-2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그 아줌마입니다.^^^^

호밀밭 2004-11-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 글 너무 좋네요. 그리고 피아노를 배우시는 그 분도 참 행복하실 것 같아요. 뭔가 배울 때가 가장 행복할 때인 듯해요. 저도 가끔은 뭔가 새롭게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계획을 세울 때가 있어요. 계획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질 때가 있는 걸 보면 배운다는 게 기쁜 일인 듯해요.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 그게 행복인 것 같아요.

Hanna 2004-11-2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안녕하세요? 처음 뵈어요. 아마도 피아노를 배우시는 모양이세요~ ^^ 반갑습니다. 가끔 지루해 지더라도 꾸준히 해보세요. ^^ 한.. 1~2년 잡구요. 화이팅!

호밀밭님// 님~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 ^^ 님의 글에서 예전에 느꼈던 따듯함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서 더 좋아요. 호밀밭님은 어떤 악기를 배우실지.. 궁금한데요. 첼로? 아님.. 플룻? 그런거 어울릴 것 같아요~
 

처음이었다. KBS 홀도, KBS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도.. 피터 야블론스키의 연주도.

KBS홀에 도착한 것이 7시 조금 넘어서... 오늘의 프로그램 중 단연 돋보이는 순서는 피터 야블론스키의 그리그 협주곡이었다. 좌석은 앞에서 4번째 줄? 왼쪽.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소리가 안 울리는 바로 소리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좌석이었으나, 건반과 연주자의 손은 자세히 볼 수 있는... 뭐랄까. 비쥬얼한 자리였다. ^^;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연주는 생소한 이름의 스웨덴 작곡가, 라우타바라의 '축복의 섬'이란 곡으로 시작되었는데, 마치 안개가 자욱한 섬에 여러가지 이름모를 새들이 울어대는 듯한 다소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그런 곡이었다. 스웨덴 - 북유럽의 곡들은 거의가 아름다운 자연과 맞물려, 음악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향이 있다.

처음 들어보는 곡이라 긴장하면서 들었는데, 이내 따듯하고 신비로운 멜로디에 젖어들수가 있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대했던 그리그의 피협.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야블론스키에게서 처음부터 그의 음악을 기대하게 하는 뭔가가 보였다. 신선하면서도 당찬 그의 모습. 멋지다. 사실.. 그리구.. 잘생겼다. ^^;

  그리그의 피협은 아무래도 역시 팀파니의 트레몰로로 시작되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그 첫 음. 그 긴장감과 음악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듯한 그 첫 화음. 그것이 중요하다. 거기서 모든 음악이 시작하고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진감 넘치는 1악장 부터 시작해서 그의 연주는 거침이 없었다. 큰 체구에 걸맞게 그의 연주는 폭넓었고, 곡을 완전히 소화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을 뿐만 아니라 안정감을 주기까지 했다. "아.. 이 곡은 아주 저 사람의 곡이 되었구나." 하는 느낌.

   카덴차 부분에서는 정말 화려한 테크닉으로 보는 사람의 눈과, 듣는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였으니, 피아노 협주곡의 백미를  가장 잘 살렸다 하겠다.

  아름다운 선율선을 지닌 따듯한 2악장과 재미있는 스케르초 풍의 3악장.  그의 연주는 깊이가 있고, 진한 감동이 있기 보다는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주를 쉽게,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의 피협보다도 더 좋았던 것이 있었으니 그의 앵콜곡이었다. 정말 이례적인 일로, 피아노 독주회도 아닌, 협연의 자리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자리를 뜨지 않고, 관객들도 박수를 멈추지 않았고, 3차례의 겸손한 인사 끝에 그는 피아노 앞에 앉고야 말았다.

  사실, 협연 시에는 오케스트라와 음량을 맞춰 연주해야 하고, 특히, KBS홀은 소리가 그리 잘 울리는 곳이 아니어서, 다이나믹이 자유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내 자리가 피아노 소리는 정말 잘 안 들리는 곳에 위치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심, ' 저 사람이 다이나믹은 공부를 덜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의 앵콜곡은 마치 바르톡 같기도 하고, 프로코피에프의 곡 같기도 했는데, 그런 현대곡을 앵콜곡으로 할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듣기는 했으나, 아주 빠른 아르페지와 반음계, 그리고 뭔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도약음들로 구성된 처음 들어보면서도, 왠지 익숙한 곡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드뷔시의 곡이라고..^^- 암튼, 그 곡에서는 다양한 음색과 다이내믹으로 멋진 연주를 해 주었다. 역시..^^; 나의 착오였다.

  연주 후에 겸손하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인사를 하는 것도 참 인상깊었다. 어렸을 때부터 화려하게 등장하는 '신동' 음악가들에게서 보기 쉬운 오만함이나, 너무 높아만 보이는 자존감도 없어보였다. 오히려 그는 모든 상황을 즐기는 듯한 유쾌한 연주자였던 것 같다. 그의 음악은 자유롭다는 느낌이다.

  인터미션 때는 중간에 비어있는 자리로 옮겼다. 우.. 진작 옮길 것을.. 얼마나 잘 들리던지.. 후회 막심이다.

  2부에서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op. 39였다. 사실, 시벨리우스나 드보르작 등 북유럽 쪽의 음악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서정적이고, 그러나 단순한 서정성 그 저편에,  나라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 내지는 그리움을 노래하는 그들만의 메시지. 가을에는 참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눈을 감고 들으니, 가보지도 않은 북유럽의 깍아지른듯한 절경, 내지는 하얀 눈이 덮여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호수 건너편 등이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년 하는 생각이지만,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연주회를 다니면서 듣는 공부, 느끼는 공부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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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11-1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쌀쌀해지는 요즘 시즌에 듣기 딱 좋은 그리그 피협을! 들으러가야겠어요. 감상은 듣고나서~ 후다닥~
 

마이페이퍼/마이리뷰 카테고리 순서.. 예전에 어떻게 바꿀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거지요?

제가 잊어버린 건지.. 메뉴가 없어진건지..ㅡㅜ

에잇~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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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11-18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Hanna 2004-11-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뉴가 없어진 건가봐요. ㅡㅜ
 

모처럼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연주회를 다녀왔다.

교회 목사님의 아들(중1)과의 일일 데이트.. 라면 데이트고.. 일일 봉사 라면.. 봉사..^^;

암튼 말수도 적은 녀석과 함께 가자니.. 가는 길도 멀고.. 정말 졸렸다.

전철안에서 1시간을 꼬박.. 졸면서.. 갔다. 

암튼 힘들게 갔는데.. 연주회 이름과 포스터도 갖다 붙이면서 연주회 다녀왔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지만..

좋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기에 밝히진 않겠다. 어떤 연주회였는지..

요즘 들어서 무슨 해설이 있는 음악회다 뭐다 해서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추세 인것 같은데..

사실 그런 가벼운 제목과 주제가 있는 음악회이기에 중학교1학년 짜리 그것도 '남자'아이와 함께 가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옷차림도 가벼운 청바지로 골라봤다.

그런데.. 들어가니.. 곡의 사이사이..마이크를 쥔 연주자는 이내 자기 자랑,

자기 집안 자랑, 자기 친구 자랑.. 뭐.. 다들 내로라는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음대에서 수학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그런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사실 연주가 나빴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걸은 주제와는 달리 앞부분은 너무나 생경한 레파토리에, 화려하기 그지없는 오로지 바이올린 위를 마구마구 날라다니는 손가락밖에는 보이지 않는 곡들에 어안이 벙벙해질 뿐, 음악은 느끼기가 힘들었다.

'아.. 저 분이 이 연주자 형이라구..'

'아.. 어디서 공부했다구..'

'아..'

그런 저런 생각에..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곡 사이사이마다 준비도 안 된 멘트로, 곡해설을 들어도 지루할 판에 팜플렛에 다 나와있는 프로필을 읊어댈 것 같으면 그런 해설은 왜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 너무 많다.

차라리 그럴 거면 전문적으로 말만 하는 아나운서를 하나 고용을 하던지...

연주와 멘트가 함께 가니 도저히 연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하도 여러사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을 해대는 바람에 박수치다가 시간이 다 갔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에선 그나마 익숙한 곡들을 접할 수 있었으나 2부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개말들은 나를 점점 한숨짓게 만들었고, 정말 정말 지루했다.

그나마 모차르트의 플룻 4중주는 정말 좋았다.

출연진은 거의 현악파트였으나, 내가 듣기로 그 플룻 연주가 가장 듣기 좋았던 것 같다.

역시 모차르트 인데다가.. 그 플룻 연주하시는 선생님은 정말 아름다운 소리를 내 주셨다.

8시부터 시작한 연주가 정작 연주한 곡을 몇 곡 되지도 않건만, 10시를 훌쩍넘어 10시 반.

집에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 만큼이나 멀었다.

아마도 관객은 많이 모아야겠고, EASY CLASSIC을 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그랬나부다.

그래도 그렇지.. 집안자랑은 이제 제발 그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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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deserves a dream, and

every dream must have a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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