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연주회를 다녀왔다.
교회 목사님의 아들(중1)과의 일일 데이트.. 라면 데이트고.. 일일 봉사 라면.. 봉사..^^;
암튼 말수도 적은 녀석과 함께 가자니.. 가는 길도 멀고.. 정말 졸렸다.
전철안에서 1시간을 꼬박.. 졸면서.. 갔다.
암튼 힘들게 갔는데.. 연주회 이름과 포스터도 갖다 붙이면서 연주회 다녀왔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지만..
좋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기에 밝히진 않겠다. 어떤 연주회였는지..
요즘 들어서 무슨 해설이 있는 음악회다 뭐다 해서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추세 인것 같은데..
사실 그런 가벼운 제목과 주제가 있는 음악회이기에 중학교1학년 짜리 그것도 '남자'아이와 함께 가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옷차림도 가벼운 청바지로 골라봤다.
그런데.. 들어가니.. 곡의 사이사이..마이크를 쥔 연주자는 이내 자기 자랑,
자기 집안 자랑, 자기 친구 자랑.. 뭐.. 다들 내로라는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음대에서 수학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그런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사실 연주가 나빴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걸은 주제와는 달리 앞부분은 너무나 생경한 레파토리에, 화려하기 그지없는 오로지 바이올린 위를 마구마구 날라다니는 손가락밖에는 보이지 않는 곡들에 어안이 벙벙해질 뿐, 음악은 느끼기가 힘들었다.
'아.. 저 분이 이 연주자 형이라구..'
'아.. 어디서 공부했다구..'
'아..'
그런 저런 생각에..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곡 사이사이마다 준비도 안 된 멘트로, 곡해설을 들어도 지루할 판에 팜플렛에 다 나와있는 프로필을 읊어댈 것 같으면 그런 해설은 왜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이 너무 많다.
차라리 그럴 거면 전문적으로 말만 하는 아나운서를 하나 고용을 하던지...
연주와 멘트가 함께 가니 도저히 연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하도 여러사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을 해대는 바람에 박수치다가 시간이 다 갔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에선 그나마 익숙한 곡들을 접할 수 있었으나 2부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개말들은 나를 점점 한숨짓게 만들었고, 정말 정말 지루했다.
그나마 모차르트의 플룻 4중주는 정말 좋았다.
출연진은 거의 현악파트였으나, 내가 듣기로 그 플룻 연주가 가장 듣기 좋았던 것 같다.
역시 모차르트 인데다가.. 그 플룻 연주하시는 선생님은 정말 아름다운 소리를 내 주셨다.
8시부터 시작한 연주가 정작 연주한 곡을 몇 곡 되지도 않건만, 10시를 훌쩍넘어 10시 반.
집에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 만큼이나 멀었다.
아마도 관객은 많이 모아야겠고, EASY CLASSIC을 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그랬나부다.
그래도 그렇지.. 집안자랑은 이제 제발 그만...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