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마렉 알테르 지음, 유영 옮김 / 바움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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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에 관한 내용이다. 아주아주 오래된 옛날, 생각지도 못할 미신과 주술과 약초들이 그 힘을 발하고 있을 때. 원시적인 토템 신앙과 우상들이 난무하던 중동에서 사라는 대부호의 딸로, 에아신의 여사제로, 아브람의 아내로, 한 부족 족장의 아내로서, 또 평범한 '여자'로서 등장한다.

<사라>를 읽으면서 성경에 정말 이런 일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나를 생각하며 읽기보다는 아브라함이 살던 시기에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었겠구나 생각하며 읽으면 성경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그저 눈감아 줄만 하다. 기억하라. 이 책은 소설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식에 대해서다. 성경에는 이런 일화가 구체적으로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고, 단순한 사실을 담담히 몇 문장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생활 곳곳에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끔씩 생각하지 않는가. 신이 정말 있다면 기적을 베풀어주시기를 말이다. 내 삶에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나고, 천지가 뒤바뀔만한 일이 일어나며 병든 자들이 고침받는 일들 말이다. 물론 하나님은 그런 기적을 베풀어주실 능력이 있으시다. 하지만 주로 하나님은 일상적인 사건들을 통해서, 여러가지 상황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법이다.

아브라함이 살던 원시시대에도, 다윗 왕이 살던 시대에도, 예수님이 사시던 때에도(물론 그때는 놀라운 기적들이 그 어느때 보다도 많이 일어났다!), 지금 현재에도 하나님은 그 시대와 상황에 맞게 사람들의 마음과, 세태의 변화를 통해 인생을 주관하시고 주권적으로 관여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보이지 않는 손길에 모든 일이 자신의 힘으로 되었다, 내지는 운명이다, 혹은 우연이다를 반복하며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 시대, 우리의 방법으로 우리가 생각지 못한 기적을 분명히 보여 주실 것이다. 내 삶을 통해, 또 당신의 삶을 통해 역사하실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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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 오늘 영화 보여줄꺼에요?"

" 아, 영화 보고 싶어요?"

..생각해 보니 "그사람"과 함께 본 첫 번째 영화가 되었다. 어깨에 기대어 보라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왼쪽 어깨를 툭툭 쳐보이는 귀여움에 다시 한 번 웃음이 나왔다.

나는 '느와르'가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사실 그렇다. 음악에, 영화에, 책에 장르를 구분한다는 것은 어울리지가 않는다.  하나하나 개성도 다르고, 분명히 다른 점들이 많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영화는 액션, 이 영화는 로맨스, 이 음악은 낭만, 이 음악은 바로크 단정짓는다. 게다가 그 장르란 것은 점점 복잡해져 가기만 하니 나중에는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암튼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빨간 피 색깔. 죽음처럼 차분한 까만색. 그리고 첼로 선율의 파란색. 이 영화에서 들려주는 것은 온통 총소리와 울음소리. 전화벨 소리와 눈물소리. 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은 '왜'에 대한 대답없이 누굴 향한 것인지,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지 모를 분노와 어디가 끝인지 모르고 달려가는 끝.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30이 훌쩍 넘었을 한 남자가 자기도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를 결말 앞에서 어린아이같이 울면서 '나한테 왜그랬어요.'를 외치던 부분이다. 아기가 엄마한테 조르듯이. 흡사 시장에서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 거, 손에 잡히는 거면 다 사달라고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아이처럼, 이병헌은 마치 그렇게 졸라댄다. 손에는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총을 들고.

어쨌든, 이병헌의 대사는 모든 상황에서 참 또렷하게 잘도 들리더라. 한마디 한마디가 살아서 마치 화면 밖으로 튀어 나올 듯이 들려와서 그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속에 있던 작은 몽우리들이 팍팍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살아있는 배우란 저런 것이려니 했다.

영화 마지막부분에서는 에릭이 나와 참 신선했다. 대체 언제 나오나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에릭이 나오자 TV드라마를 영화관에서 보는 듯, 반갑기도 하고 왠지 기뻤다는.. ^^; 어느새 에릭의 얼굴과 걸음걸이에 정이 들었나보다.

이 영화에서 무언가 스토리, 메시지를 찾기 보다는 그냥 순간 순간 주어진 색깔과 소리, 멋있는 척하는 대사, 배우들의 표정 연기 등을 그때 그때 느껴준다면, 그렇다면야 볼만하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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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IVP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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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느끼는 것이지만 필립얀시의 글에는 아름다운 음악(피아노 이야기)과 또한 그만큼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충분히 매끄럽게 묘사하는 그만의 아름다운 묘사가 있다. 기자로 일한 그의 경력 때문일까. 신앙서적에서는 흔하지 않은 글솜씨로, 신앙서적이면서도 문학작품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요즘 들어서 은혜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사실 나는 사랑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쉽게 호감을 갖지 않는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내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사람을 골라 사귀기까지 했으니!

이런 나의 인간관계의 문제점을 느끼게 된 것은 대학 2학년쯤? 나의 인간관계가 엄청나게 협소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조금씩 변화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유럽여행도 다녀오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밝고 명랑하게 인사하고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거다.

그런 나에게 은혜란 사랑, 용서와 같은 말로 다가온다.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은혜.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은혜로 상대방을 본다면, 용서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으며, 싫어하고 미워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게 거룩하신 하늘의 하나님이 나를 용서하셨는데...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실례들과 많은 인용구들을 보면서 은혜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또 나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은혜란 교회에, 사회에, 가족에게,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아름다운 꾸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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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IVP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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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한 것을 받은 자의 '순수한' 기쁨-13쪽

은혜가 주어지는 상태는 악보의 꾸밈음만큼이나 찰나적인 것이다.
...
교인들 중에는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천국을 향한 여정의 기쁨을 놓치는 이들도 있고, 현대 '문화 전쟁'이슈에 관심을 갖느라 비은혜 세상에 은혜의 안식처라는 교회의 사명을 망강하는 이들도 있다.-14 ,15쪽

은혜도 개구리처럼 해부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는 사이 생명을 잃고 만다. 완전히 과학적인 취지가 아닌 다음에야 그 내장을 보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17쪽

은혜- 베푸는 자의 부담으로 거저 받는 선물
...
하나님의 은혜마저 유한한 줄 압니다. ... 운이 열리는 순간에야 은혜의 무한함을 보고 깨닫게 되지요. 친애하는 여러분, 은혜가 요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믿음ㅇ로 기다리다 감사로 인정하면 그뿐입니다.-27쪽

은혜는 기독교가 세상에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요, 복수보다 강하고 인종차별보다 강하고 증오보다 강한 힘을 발하는 영적 신성(新星)이다. ...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바베트의 만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기보다는 빵으로 만든 죽이나 먹으러 모인 우중충한 사람들처럼 보일 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30쪽

꾸밈음은(은혜) 단조로운 비은혜의 배경음에 끼어들어 가끔 높고 밝고 경쾌한 소리를 내준다.
...
많은 경우 로맨틱한 사랑은 순수한 은혜에 가장 근접한 경험이다. 나를-나를!-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매력 있고 괜찮은 상대로 보아주는 사람이 있다. -41,42쪽

하나님의 사랑이 값없이 조건 없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개념은 인간의 모든 본성과는 상반되는 것 같다. 불교의 고행, 힌두교의 업보, 유대교의 언약, 이슬람교의 법전- 모두 노력으로 인정받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감히 하나님의 사랑을 무조건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기독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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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이 보지 못하는 것도 외국 관광객은 짚어 내는 것처럼 예수님은 어디서나 은혜를 보셨다.-49쪽

한 가지 의미심장한 것은 이 비유를 공부하는 많은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해질 무렵 끼여든 품꾼이 아니라 온종일 고생한 자들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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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 자기 공로대로 받는 사람은 아미도 없다.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완전한 삶 근처에라도 가는 삶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공평한 기준대로 받기로 한다면 우리는 다 지옥행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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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세계에는 자격이라는 말 자체가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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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만사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자신의 시계 저편에 눈부신 빛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만은 예외다. 자기 밭에 텍사스 주를 사고 남을 보화가 묻혀 있는 데도 그것이 암소 발뿌리에 채여서 드러나기 전에는 평생 등이 휘도록 그 밭만 갈고 살 각오가 되어 있다. 까다로운 거래를 일삼는 하나님이라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한시간 일에 하루치 품삯을 주시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겨자씨만한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는 수긍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가지에 새들이 깃들여 모차르트 노래를 부르는 거목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제일 장로 교회의 조촐한 저녁 식사에는 갈 준비가 되어 있지만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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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란 주판알을 튕기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69쪽

바베트의 만찬처럼 은혜란 받는 이에게는 값없는 것이지만 주는 이에게는 전 소유가 다 들어가는 것이다.-75쪽

정의에는 선하고 의롭고 합리적인 힘이 있다. 반면 은혜의 힘은 다르다. 은혜는 세상에 물들지 않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초자연적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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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도 실은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것을 아는 것이 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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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용서에도 인간이ㅡ 경우와 마찬가지로 점진적인 과정이 있다는 특이한 의견이 제시되어 있다. 첫 단계로 하나님은 죄로 인한 장벽을 제하사 죄인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되찾으신다. 그 다음, 복수의 권한을 버리시고 친히 그 몸으로 죄값을 치르신다. 끝으로 하나님은 우리를 '의롭다 칭할' 길을 찾으시며 우리를 향한 감정마저 좋게 바꾸신다. 우리를 보실 때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된 자녀의 모습을 보시기 위함이다.

; 십자가-위대한 용서의 순간.-119쪽

용서는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기에 어려운 기술 훈련과 함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말했다. "용서란 간헐적 행위가 아니라 영구적 태도다."-162쪽

값없이 베푸시는 은혜는 자격이 없는 자에게만이 아니라 정반대 대우를 받아 마땅한 자에게까지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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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비은혜가 고개를 들 때가 있다. 그것은, 아직도 깨닫지 못한 백인들과 인종 차별주의자들에 비해 이런 것을 깨달은 내가 도덕적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으로 유혹해 온다. 그러나 나는 진실을 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롬5:8) 내가 최선의 모습이 아니라 최악의 모습일 때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찾아오신 것과 그 놀라운 은혜가 나같은 죄인을 살리신 것을 아는 안다. -170쪽

나와 다른 사람을 보는 시각.
...
'향수 분무기'가 떠오른다. 고무통을 꾹 누르면 반대편 끝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향수 방울이 나온다. 몇 방울만 있어도 온 몸에서 향기가 나기에 충분하다. 몇 번만 누르면 온 방안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은혜가 바로 이래야 한다. 은혜는 세상이나 사회를 통째로 바꾸지는 않지만 그 공기를 한결 풍성하게 한다.
...
"재가 가장 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사랑. 나는 그 사랑만큼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는 어려운 주제인만큼 따로 한 장을 할애할 가치가 있다.-187쪽

우리가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하느라 극복해야 하는 장벽은 거룩하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려 이 땅에 오실 때 극복하신 장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
우리는 가증한 존재일 수 있으나 여전히 하나님의 자랑이요 기쁨이다. 교회에 속한 우리 모두는 '은혜로 치유된 눈'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토록 풍성히 부어주신 은혜가 다른 이들에게도 얼마든지 임할 수 있음을 보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하나님이 의도하신 모습으로 본다는 것이다."
; 우리가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서도 찾아낼 것.-206쪽

죄의 반대는 선이 아니라 은혜다.-245쪽

언뜻 보면 율법주의가 어려워 보이지만 실은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를 얻는 것이 더 어려운 길이다. 살인하지 않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사랑의 손을 내밀기는 어렵다. 이웃집 침대를 범하지 않는 것은 쉽지만 생생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세금 납부는 쉽지만 가난한이들을 섬기기는 어렵다. 자유 안에 살려면 늘 성령의 인도에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잘한 일보다는 미처 못한 일을 의식하게 된다. 위선자처럼 행도으이 가면 뒤에 숨을 수도 없고 다른 그리스도 인들과의 만만한 비교로 몸을 가릴 수도 없다.
...
죄의 해결책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다.-249쪽

이런 이유로 볼 때 교회가 나라의 도덕성 회복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는 작금의 실태에 정말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나라보다 이 세상 나라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닌가?-277쪽

백 사람 중 하나가 성경을 읽으면 나머지 아흔아홉은 그리스도인을 읽는다고 말했다.-308쪽

하늘에 계신 하나님은 우리를 한 사람씩 줄에 매달아 붙들고 계십니다. 우리가 죄를 지으면 줄이 끊어집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매듭을 지어 다시 묶으시고 자연히 우리는 하나님께 더 가까워집니다. 우리는 죄를 지어 계속 줄을 끊지만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다시 묶어 우리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십니다.-322쪽

어떻게 사람은 미워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이 한 일만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내가 평생 그렇게 해 온 대상이 한 사람 있음을 오래 후에야 알았다. 바로 나였다. 내 비겁함과 속임수와 탐욕은 지독히 미워했어도 나 자신은 계속 사랑한 것이다. 거기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 행동을 미워한 것도 실은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했기에 자신이 그런 일이나 하는 존재임이 밝혀지는 것이 슬펐던 것이다.-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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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흐렸다.

춥진 않지만 그렇다고 따듯하지도 않은, 약간 끈끈한 날씨가 봄같지 않은 껄쩍지근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날은 따끈하게 원두커피 내려서 마시면서 Jazz나 듣는게 좋을 거다. 차라리 비나 왔음 좋겠다. 빗소리라도 들으면 좀 마음이 시원촉촉해 질 것 같은 그런 날씨다.

요즘은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데 머릿 속이 정지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음악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도 생각은 그저 하는데 그저그저 이리저리 겉도는 느낌만 들고 구체적인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집중이 안 되는 걸까...

무심해진다고 할까.. 그냥 좀 벗어나서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고, 꼭 멀리가 아니라도 좋으니 가까운 곳이라도 시원하게 한숨 한번 팍~ 쉬고 올 수 있는 곳에 갔다 오고 싶기도 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도 그냥 매일 가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냥 '간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공기 맑은 곳에 가서 머릿 속에 가득찬 골치아픈 생각들을 털어내고 왔음 좋겠다.

그렇다. 삶이란 것이 진지할 것도 없고. 이렇게 up and down을 반복하면서 괜히 좋아서 실실거리고 웃다가도 당장 하늘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울고 싶기도 한 것. 늘 같은 상황이고 같은 사람이며 같은 나인데도 어떤 때는 좋고, 어떤 때는 싫은 걸 보면, 감정이란 것이 참으로 간사하며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피아노 연습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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